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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대서(大暑): 몹시 심한 더위
“살려주세요, 제발요.”
죽도록 더운 날씨였지만 여자는 땀에 절인 모습으로 남자에게 빌었다. 하얗게 질린 얼굴과 눈가와 볼 위에 난잡하게 자리잡은 눈물자욱이 그녀가 얼마나 공포심에 사로잡혀있는지 증명했다. 습기 가득한 지하실에서는 여자의 애원 섞인 울음소리만 울릴 뿐이었다.
“저… 아직 대학교 3학년이고, 저 혼자 엄마 모시고 살아야 해요. 거기다 학자금 대출 아직도 2천 만원이나 남은 상태고… 저 이대로 못죽어요! 살려주세요 제발! 신고같은 거 안 할게요. 네?!”
여자는 자신의 처지를 늘어놓았다. 어디선가 보았던 탈출 방법, 범인에게 자신의 상황을 얘기해줌으로써 일말의 동정심이라도 이끌어내려는 수작. 지하실은 여자의 목소리로 가득했지만 남자는 허름한 소파에 자신의 몸을 뉘이며 여자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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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남자의 대답은 간결했다. 여자의 말이 거슬린 건지 미간을 찌푸리고 차가운 어조로 응한다. 그의 무미건조한 음성에 결국 여자는 울음을 세차게 터뜨린다. 귀를 찌르는 듯한 소리에 그는 벌떡 일어나 여자의 입에 한껏 더러워진 천을 욱여넣었다. 남성적으로 굴곡진 손가락의 마디가 여자의 입 속으로 살짝 들어갔을 때,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은 여자가 한껏 남자의 손가락을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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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마디 비명도 입 밖으로 새지 않은 채 잔뜩 구겨진 얼굴을 하고 여자를 뺨을 치더니 흠씬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그의 검지는 적붉은 선혈을 내보냈지만 남자는 아무렇지 않은 듯 여자에게 자비없는 손찌검을 해댔다. 날이 선 그의 콧날에 그의 검지에서 나온 건지, 그녀의 터진 입 안에서 나와 묻은 건지도 모를 피가 묻어난다. 얼마나 지났을까. 가지런히 정돈돼 있던 그의 머리칼이 땀에 젖을 무렵, 그제서야 남자의 손에서 벗어난 여자는 바람빠진 풍선처럼 바닥에 축 늘어진다. 죽은 듯 잠잠하던 여자의 몸이 기이하게 이리저리 빠르게 꺾이더니 가쁜 숨을 내뱉으며 터진 입술을 움직였다.
“제 아무리 남의 피를 묻혀야 사는 놈이라도 무당 피는 아니지.”
“이 년, 신내림 받은 년이야. 알아?!”
희번뜩한 표정을 한 불규칙한 숨소리의 그녀는 엄한 목소리와 함께 그를 죽일 듯이 째려본다. 조금 전 자신의 목숨을 구걸하던 여자가 아닌 전혀 다른 제3자의 모습을 보이며 되레 자신에게 으름장을 놓는 모습에 흥미로운 눈빛으로 변한 그는 한없이 고꾸라진 여자의 앞으로 다가가 쭈그려 앉아 작게 읆조렸다.
“불쌍하긴.”
“불쌍한 건 이 년이 아니라, 너야.”
“네 놈이랑 붉은 실로 이어진 것이 널 갉아먹을 거거든.”
여자는 알 수 없는 말을 늘어놓더니 찢어질 듯한 목소리로 낄낄대며 웃기 시작했다. 흡사 정신병자의 모습과 가까웠다. 그는 그녀가 신이 들린 여자건 아니건 상관 없어 보였지만, 그녀의 계속되는 웃음에는 반응을 보였다. 고막을 기분 나쁘게 간지럽히는 듯한 웃음 소리에 그의 미간이 점점 좁혀지더니 왼쪽 눈에는 작은 경련이 일어난다. 심히 자극적인 웃음소리에 더이상 참을 수 없을 것 같은 표정으로 말없이 여자의 목에 교수형 매듭을 능숙한 손길로 묶기 시작했다.
“부디 내 말을 흘려듣길 바라.”
“예기치 않았을 네 죽음에 나는 쉴 새 없이 기뻐할테니.”
바삐 움직이는 남자의 손길을 눈길로 좇던 여자의 웃음섞인 목소리에는 조롱이 가득했다. 자신의 내면 어딘가를 긁는 듯한 그녀의 어조가 남자의 손길을 저지했다. 그는 눈이 반쯤 돌아간 모습과 함께 끝도 없이 올라간 그녀의 입꼬리를 응시한다. 결국, 굴곡진 남자의 손이 그녀의 가녀린 목으로 향한다. 헉, 하고 짧은 호흡을 들이킴과 동시에 더이상 기분 나쁜 웃음소리는 새어나오지 않는다. 남자는 투박한 두 손과 손목에 자신의 체중을 온전히 실어 힘껏 목을 조른다. 벌겋게 달아오르는 얼굴로 제 손아귀에서 바동거리는 여자의 모습에 남자는 겨우내 희열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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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은 무슨, 한낱 잡귀에 씌인 주제에.”
광기어린 그의 눈은 갈피를 못잡았다. 여자가 숨이 멎었음에도 그는 여자에 대한 분이 풀리지 않은 듯 계속해서 졸라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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