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이었다.
그 인간이 수명이 다해 죽은 거다.
그렇게 죽을 운명이었다.
그냥 장난친 건데,
그딴거 누가 알아주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흥미진진했다.
김태형을 위해선 지옥이라도 갈 것처럼 하더니.
일부러 더 꼬드겼다.
‘불행을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 있어. 지겹잖아. 짜증나잖아!…결국 그 애는 널 보지 않아.’
눈동자가 마구 흔들린다.
‘한 마디면 돼. 불행을 원래대로 돌려놔.’
……난,
곧 무거운 입이 떨어졌다. 어디 한 번, 말해봐.
난…불행을 되돌이지 않아.
‘…뭐?’
내가 잘 못 들은건가.
절대 그러지 않을 거야. 김태형의 불행이란 모든 불행을 감당할 거야.
‘……’
나 혼자서.
‘허…어째서…’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야.
김태형이 불행한 건, 웃지 못하는 건 죽어도 싫어.
‘……’
처음으로 나는, 인간에게 소름 돋았다.
-
다음 날, 왜인지 더 씩씩해진 얼굴이었다.
고마워.
? 뭐가?
초심을 되찾았어. 바라보기만 해도 생각하기만 해도 좋은 거, 만족하는 거.
…그 초심 좀 버리라고.
버릴 수 있었으면 진작 버렸겠지.
정말 생각만 해도 좋은 건지 필통을 정리하며 실실대는 모습을 보다 인상을 찡그렸다.
…마음에 안 들어.
언제는 재밌다며.
재밌는 거랑 좋은 거랑 같냐?
난 너 좋아.
…왜. 김태형이 불행하지 않게 너한테 줘서?
어.
…씨발.
욕을 해도 실실대는 면상을 도저히 볼 수 가 없어 고개를 돌렸다.
곧 통신기에 알림이 왔다. 주머니에서 꺼내 대충 확인했다.
……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런 엿 같은 경우가 다 있나.
-
친구한테서 도망가는 건지 복도 창문위로 슝 지나간 태형이의 얼굴을 보고 피식 웃었다.
어제는 정말 민윤기의 꼬드김에 넘어갈 뻔했다. 눈물이 멈춘 건 민윤기가 한 말이, 날 꼬드기기 위한 거짓말임을 깨닫고부터.
그러고보니 수현이 패거리들이 어느 순간부터 잠잠해졌다.
민윤기가 전학온 시기랑 비슷한 것 같은데...근데 얘는 갑자기 일어나더니...일하러 갔나.
암튼, 태형이한테 산 불행은 기껏해야 자잘하게 다치는 정도여서, 수현이한테 괴롭힘받을 때에 비하면 지금은…
천국이다.
-
쉬는시간 태형이가 울상을 지으며 반에 들어왔다. 무슨 일 있나…먼저 말을 걸고 싶었지만, 나대지 말자.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교과서를 읽기 시작했다.
야…
…?
나? 태형이가 내 앞자리에 앉아있었다.
나?
…주말에 뭐해?
?
맥시멈 개봉 했잖아.
아…’맥시멈’, 태형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원작인, 이번에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저번에 도서관에서 태형이가 내가 반납하자마자 빌린 책이기도 하고.
공짜표 생겨서 애들한테 보러가자 했는데 다 싫대.
…나 주말에 시간 많은데. 완전 한가해.
태형이가 숙였던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봤다.
혹시...이상한 애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나 나댔나? 누가 너랑 보러가재? 생각해보니까 약속있었다고 다시 말할까.
저기 생각,
그럼, 이번 주 주말 괜찮아?
……
당연하지.
응!
-
빨리 민윤기가 돌아오면 좋겠다. 내가 태형이랑 만난다고 자랑할 수 있는 사람은 민윤기밖에 없으니.
깜짝아.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하교하는 길, 민윤기가 나타났다.
민윤기. 어디갔었어? 일하러?
‘어…’
야, 근데 진짜 애들이 너 없어도 신경 안쓰더라. 아, 있잖아. 나 이번주,
‘…내가 좋은 생각이 났어.’
…뭔데?
‘김태형이 너를 좋아하게 만들 수 있는.’
생각하지도 못한 말에 심장부터 온 몸이 굳어버렸다.
‘지금…김태형은 널 좋은 애라고 생각하고 있어. 호감, 그 정도. 아예 가능성이 없단 게 아니야.’
……
‘불행을 원래대로 돌려놔.’
……
‘그럼 김태형 불행해지겠지.’
……
‘그 때, 니가 다가가서 위로해주는거야.’
…민윤기.
‘어때? 좋은 생각이,’
최악이다.
‘……’
당분간, 나타나지 말아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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