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당신에게
w.9628
#2. 성교육시간 그리고.
"에- 그러니깐."
지루한 설명이 시작되자 아이들은 모두 재미없다는 듯이 하나둘 엎어져 자기 시작했다. 중년의 보건선생님은 적당한 키에 중후한 얼굴에 비해 목소리는 얇아 아이들에게 모기라는 별명을 듣고 있었다. (물론 본인은 전혀 알지 못했지만.) 선생님은 아이들이 지루해하는 것을 알자 회심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자 설명을 마치고 영상 시청이 있겠다. 반장, 나와서 틀도록."
선생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시체처럼 엎어졌던 아이들이 하나 둘 일어나기 시작했다. 마치 새벽의 저주에 나오는 좀비처럼 죽었다가 환생한 것 처럼. 루한은 여전히 이어폰을 꼽고 있었으며 민석은 여전히 글씨 연습을 하고있었다.
"선생님은 잠깐 나가있을테니 떠들지말고!"
그렇게 선생님이 떠나고, 뒷자리 아이들이 의자를 끌고 앞으로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비록 저화질의 옛날 동영상이였지만 학교에서 본다는 짜릿함 때문인지 아이들은 모두 스크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야 김민석 너 안보냐?"
민석의 뒷자리에 있던 경수가 민석의 등을 꾸욱 찌르면서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건냈다.
"나지금 바빠. 그리고 부, 부끄럽게 저걸 어떻게봐…."
경수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의자를 끌고 앞자리로 가 아이들틈에 석였다. 동그란 경수의 어깨가 아이들 틈바구니에서 유독 눈에 띄었다. 영상은 30여분간 계속됐고, 거의 야동에 가까운 수준에 아이들은 만족한다는 듯이 중간중간 환호성 까지 질러댔다. 곧이어 수업이 끝남을 알리는 종이쳤고 아이들은 아쉽다는 듯이 동영상을 정지하는 반장에게 야유를 보냈다.
"짜식들아! 나도 끄기 싫거든!"
반장은 조금 삐친듯한 목소리로 아이들에게 소리쳤고 아이들은 키득거리며 웃어댔다. 그렇게 1교시가 끝났다.
"김민석이 - 매점가자!"
어느새 민석의 뒷자리에 다시 앉아있는 경수는 이번에는 민석의 옆구리를 쿠욱 찌르며 말했다. 민석은 간지럽다는 듯이 몸을 비틀며 자리에서 일어나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어 잔돈이 있는지 확인했다.
"100원, 200원, 300원 400원…아씨 100원 모자르네."
"왜 뭐 먹으려고?"
"초코우유"
"야씨! 그냥 피크닉사먹어! 그게 싸고 맛있잖냐."
"아냐. 네가 몰라서 그래. 초코우유가 짱이야. 나 100원만 빌려주라."
"형님 사랑합니다 5번 외쳐."
"하…진짜 내가 하라면 할거 같냐? 형님 사랑합니다."
"캬~ 천하의 김민석이 100원에 사랑을 파냐! 알았어 형아가 준다 100원!"
"이씨-."
민석과 경수가 귀엽게 투닥이는 모습을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바로 루한이였다. 언제 이어폰을 뺀건지 루한은 민석과 경수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초코우유?' 루한은 초코우유라는 단어에 멈칫했지만 이내 자신의 생각이 너무 어이없음을 인지하고는 다시 이어폰 한쪽을 들어 오른쪽귀에 가져갔다.
-
"네에…?"
"내일은 들어온다네 학생."
초코우유가 다 떨어졌다는 매점아저씨의 말에 민석은 풀죽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경수는 '사내자식이 그런걸로 풀죽으면 쓰나!' 하며 민석의 등을 토닥였지만 이미 기분이 꽁해진 민석은 경수의 토닥임을 무시한채 터덜터덜 매점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야 김민석! 나는 아직 안샀다고!"
뒤에서 경수의 외침이 안쓰럽게 매점안을 가득채웠지만 민석은 들리지 않는 듯 경수의 애처로운 외침을 지나쳤다.
"김민석 개새끼…."
경수의 작은 중얼거림에 매점아저씨만 괜히 흠칫 놀랄 뿐이였다.
-
"패스 패스!"
언제 풀죽었냐는 듯이 민석은 패스를 외치고있었다! 외소한 몸집이였지만 축구를 좋아하는 민석은 점심시간을 틈타 열심히 달리는 중이였다. (사실은 급식에 초코우유가 나왔다.)
"야씨! 나한테 패스해 패스!"
민석은 도통 자신에게 패스해주지 않는 아이들에게 심술이나 제자리에서 콩콩뛰며 외쳐댔다. 하지만 아이들은 민석의 말을 듣는둥 마는둥한채 경기에 열중할 뿐이였다. 곧이어 경수가 공을 받았고, 경수는 아까부터 패스만 연신 외쳐대는 민석이 불쌍했는지 민석에게 공을 패스해주었다.
"오예! 민석신 가라!"
공을 패스받은 민석은 신이나 상대편골대로 전력질주 했다. 내가바로 김민석! 이라는 포부를 내뿜으며 모든 힘을 쏟아 공을 차는데….
'……!'
아뿔싸. 이게 웬일 민석이 모든힘을 쏟아 힘차게 차버린 공이 골대를 빗겨져 나갔고 그공에 벤치에 앉아있던 누군가가 공에 맞은것이다. 민석은 화들짝 놀라며 벤치로 달려갔다.
"저기 괜찮…?"
아. 루한이다. 내가 루한을 공으로 맞춰버렸다. 김민석 바보멍청이!
"너는 지금 이게 괜찮아 보이…하, 시발."
루한의 욕설에 민석은 눈이 동그래져 루한을 바라보았다. 물론 자신의 나이또래 아이들이라면 이정도 욕설은 욕도 아니지만 자신의 앞에서 욕을하는 루한을 보니 왠지모르게 강한 공포심이 든 민석이였다. 민석은 주춤거리며 루한의 빨개진 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저…저기, 미안."
"닥치고 양호실로 데려가."
"으, 응."
루한은 공에맞은 왼쪽 뺨을 손으로 감싸쥔채 민석과함께 양호실로 향했다. 민석의 머릿속은 오만가지 생각으로 가득찼고, 어찌할줄 모르는 민석을 본 경수는 '저새끼 좆됐다.' 라는 생각을 했다.
"어…선생님이 안계시네."
점신시간 때문인지 자리에 없는 양호선생님 탓에 민석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루한을 바라봤지만 루한은 냉랭한 얼굴로 민석을 바라 볼 뿐이였다.
"너 내 잘생긴 얼굴에 흉터생기면 어쩔거야."
다른애 였으면 '그정도로는 흉터안생겨!'라고 말했을 민석이였지만 상대가 루한이였기에 민석은 굉장히 심오한 고민을 하기시작했다. '그래, 저 잘생긴 얼굴에 흠집나면 어떡해. 허헝…뭘 어떻게 해야하는 거지?' 민석이 갖가지 생각을 하는 동안 루한은 구급약통을 뒤져 마데카솔 하나를 꺼내어 골똘이 생각중인 민석의 얼굴에 턱- 하고 내밀었다.
"응?"
"발라줘."
"아…응!"
마데카솔을 건내받은 민석은 루한을 침대에 앉힌 후 적당량을 덜어낸 후 루한의 얼굴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아.'
민석은 루한의 체온이 자신의 손가락을 타고 느껴짐에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평소 루한과 말을 섞어본적도 거의 없던 민석이기에 아주 작은 스킨쉽이였지만 두근거림을 억제할 순 없었다. 그렇게 긴장감 속에서 민석은 루한의 얼굴에 마데카솔을 골고루 펴발랐다. 루한은 눈을 감으며 민석의 손길을 받고있었다. 두사람 사이의 정적을 깨고 루한이 입을 열었다.
"소원."
"응?"
"나 맞은대신 소원들어달라고."
"아…그래!"
민석은 자신의 잘못을 소원을 들어주면 커버할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서 루한에게 말했다.
"어떤소원?!"
루한이 말했다.
"매일아침 초코우유 가져다 놓는 범인 알아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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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김고은 연기 진짜 많이 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