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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홍석] 홍지수 01 | 인스티즈

홍지수 01




                                                                  




홍지수가 만나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 사람이 여자인지 남자인지 그게 몇 번째인지 몇 개월째인지 석민은 궁금했다


"안 궁금한데요"


궁금해 하지 않더래도, 아마 석민은 그 대상이 누군지 알면 반응을 보일 것이다


"누군데"


윤정한이래


"미친"




       





한 테이블에 앉은 세 사람이 있는데, 그 셋은 다 남자인데, 만난지 30분 째라는데, 대화를 하는 이는 두명 밖에 없었다.



"석민아 컨디션 안좋아?"



왜 물어 그걸.

석민이는 화가 나고 있었다. 

둘이서 만나면 되잖아, 왜 나를 꼭 낑겨서 만날려고 하는건데. 왜 자꾸 날 불러내 왜 이자리에 너와 쟤, 그리고 왜 내가…



"네 좀 그런가봐요"



손을 한번 쥐었다 핀 석민은 지갑을 챙기고 자리를 일어섰다



"미안해요. 오늘은 좀 그냥 집에 갈게요"

"갑자기 아픈거야? 아니면 아픈데 억지로 나온거야?"

"아녜요, 그냥. 형들이 사귀는 거 보니까 배알이 꼴리네"



윤정한을 바라보며 '사귀는 거'에 일부러 악센트를 넣은 석민이.

윤정한은 동성연애에 대해 당당함이 없었다. 원래가 노멀이여서 그런건지, 아니면 동성연애가 원래 암묵적이여서인지, 웬만하면 지수와 사귀는 걸 바깥에서 티내고 싶어하지 않아했다. 그래서 지수와 만날 때면 석민을 심심하다는 핑계로 계속 불러냈었던 것일테다. 둘보다, 셋인게 더 자연스러워 보일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에 반해 홍지수는 원채 당당한 사람이였는데 윤정한의 비위를 맞춰준답시고 석민에게 같이 만나자고 매번 말했다. 왜 하필이면 석민이에게 그런거냐 물으면, 석민은 그냥 둘과 공통으로 유일하게 아는 대학 남자후배인 게 죄였을 뿐이다.

이젠 그 대학 다니지도 않건만.


윤정한이 얼굴이 조오금 파래졌다가 아무렇지 않은 듯 석민에게 핀잔을 올렸다



"뭐래니. 봄 타는거야?"

"그런가. 나 외로운건가봐 형들"

"지수가 여자 한 명 붙여줘"

"내가 여자가 어딨어"



짜증나.

마지막으로 석민은 컨디션이 안좋은 건 사실이라며 자리를 나섰다.


뒤로 지수가 석민에게 외친 말 '오늘 집에 들릴게'

석민이 몇 초후에 다시 그 쪽으로 몸을 돌려보니 예쁜 눈꼬리와 예쁜 입꼬리를 접어 정한에게 보여주는 지수의 얼굴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다시 몇 초가 흘러서 석민이 제 걸음을 걸어, 카운터에 다가가 미리 계산을 하고 바깥으로 나왔다



백수. 그게 석민의 현재 직함이다.

부모님이 내 주는 원룸 월세, 부모님이 보낸 월 몇십의 용돈, 그리고 건강한 육체와 할 것 없고 목적없는 하루


일 년전엔 새내기 타이틀의 대학생이였는데, 같은 해 늦겨울에 핀 목련 한그루를 마주했을 때를 기점으로 자퇴를 결심하고는, 지금은 스펙 하나 없는 백수가 되었다. 물론 목련이 자퇴의 사유가 되었을 리는 없었다. 대학생활이 그저 자신에게 정신적으로 힘겨웠었을 뿐이다. 특히 인간관계 쪽으로. 그 와중에 주제모르게 겨울에 핀 목련 그루 앞에 섰을 때, 그 나무의 가장 밑 가지에서 눈에 쌓인채 얼어버렸음에도 가장 환하게 잎을 벌린 모양새를 보았을 때, 그냥 그 때 자퇴를 해야 겠다고 생각했었다.

석민은, 그렇게 모든 아는 이들과 연결고리를 잘라냈다. 그렇지만 돈은 필요했기에 차마 부모의 지원을 끊어낼 수 없어서 손을 벌려 앉았다. 그건 그렇다치고, 잘라낸 연결고리중에 예외가 딱 하나 있었는데, 그것이 홍지수였다.


그냥, 그 좁고 좁던 관계들 속에서도 먼저 선을 하나만 그어도 끊어지던 다른 이들과 달리 먼저 연락을 해 온 사람이 홍지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였다.

곁에 하나 남은 사람이 홍지수였고, 그래서 제 기준에 가까웠던 사람이 홍지수였고, 기댈 사람도 홍지수일 수 밖에 없었다.

한참 전부터 기울던 마음에 더 큰 진동이 생겨버린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가 여자든 남자든 가리지 않는 사실이 기회처럼 다가올 수 있겠지만, 그의 넓은 연애 스펙트럼에 올라가는 것은 석민의 지조와 맞지않았다. 그냥 지금처럼 친한 후배. 편한 후배. 그렇게 남는 게 더욱 만족스러운 관계라고 생각했다. 

홍지수한테는 연애보다 우애를 다지는 것이 더 귀한 관계였으니까. 그게 사실이였으니, 실제로도 만족스러워 했었던 석민이였다.


문제는, 더 이상은 이러는 건 스스로에게 좋지 않음을 깨달았다는 거.

홍지수가 부르면 나오고, 홍지수가 시키면 하고, 홍지수가 주면 받고, 홍지수가 부탁하면 하고,

자신의 일과의 우선이 홍지수가 되려하고, 일과의 중심자체도 홍지수가 되어버리니 이건 지수에게 민폐이고 스스로에겐 더 폐였다

이게 어떻게 성인이고 어떻게 어른이야. 철없잖아.


그렇게 걸음을 몇 번 옮기니, 전봇대에 쓰인 알바구인 광고지가 눈에 뜨였다



바빠보자. 

앞으론 너를 못 볼 이유를 하나씩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인생 뭐잇음까 하하하하

2화는 분량 빵빵 만들어서 오겟심다 ㅜㅁㅜ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대표 사진
비회원84.190
와 감정선이라고 할까요..문장의 느낌들이 너무 좋네요. 그 감정이 곧이곧대로 전해지는 기분? 오랜만에 좋은 글 찾은것같아서 행복합니다ㅎㅎ
8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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