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00 "뭐야, 왜 이런데로 오쟤?” 스케쥴 끝나는대로 잠깐 카페에 들려 이야기 할 수 있겠냐는 어딘가에 지친듯한 너의 말에 왠지모를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억지로 머릿속에 그려지는 불길한 장면들을 애써 부정하고 서둘러 카페에 들어서 제일 먼저 너를 찾았다. 저기 멀리서 나를 향해 작게 손을 흔드는 너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래, 승현이가 그럴리가 없지. 그럴리가 없잖아. 나는 웃으면서 너가 앉은 테이블을 향해 서둘러 걸어갔다. "왔네요, 형.” 딱딱하게 굳는 네 표정에 순간 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정말 어쩌면 그 불길한 예감이 들어맞을 수도 있겠다고. 너의 왼손이 보였다. 왠지 평소와 다른 이질감이 들었다. 아, 반지. 고작 우리둘이 나누어끼던, 사람들이 알아볼까 차마 약지에 끼진 못하고 검지에 나뉘 끼던, 기자들이 물어볼때면 형과 동생의 우정반지라 속이며 서로 남모를 미소를 짓던 우리들의 추억이 담긴 반지 하나 없어졌다는 걸 알아채는데에도 오랜시간이 걸렸다. 왜일까, 그동안 당연하다 생각했던 것이라서 그랬던 걸까 "...승현아,” 나의 말에 너가 고개를 들었다. "너...반지” 아, 너의 입에서 아,라는 의미모를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끝인거야?” 아무대답도 하지 않는 너에 그만 입술을 깨물었다. "푸흐, 우리 이렇게 끝나는거냐?” 갑자기 웃음이 났다. 현실감이 없어서. 너무 허무해서. "솔직히,” 드디어 너가 입을 열었다. "우리 좀 아니었잖아요.” 우리 좀 아니었잖아요 라니, 허탈했다. 이승현, 변명도 좀 잘하지 그랬어, 이 변명은 서로 아픈 변명거리잖아. "한 그룹안에서, 그것도 남자와 남자의 사랑은” "....” "좀, 아니 많이 아닌거 같아요” "....진심이냐?” 나의 말에 너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승현” 아무말없이 나를 바라보는 너에 순간적인 충동이 일었다. 상처받은 만큼 되돌려주고 싶다는. 너무 억울하다는. "너정말 최악이다. 진심으로 최악이야.” ".....” "앞으론 사적으로도 공적으로도 전처럼 대해주는 일 없을꺼고,” "....” "기대하지도 마. 그럼 나 간다.” 그 말을 마치고 내가 어떻게 집에 도착했더라 그 충격때문에 사실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아!” 한동안 어제 일을 생각하다 그만 칼에 손이 베었다. 내 목소리에 무슨 일이냐며 달려나오는 영배와 조심하지 그랬냐며 핀잔을 주는 대성을 향해 별일아니라 돌려보낸후 흐르는 물에 손을 씻었다. 진짜 이승현, 넌 상처만 준 애구나. "...어?” 자세히 내 손을 살펴보니 칼에 베인 자국 말고도 오른 손에 작은 생채기가 났다. 언제 생긴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막상 발견하니 어째 더 따끔해지는것 같은 느낌이 든다. 혹 너도 이런 존재였을까 이런 존재인가 이런 존재일까 언제 헤어졌다고 그새 이 조그마한 상처에서 너를 찾는 내자신이 우스워져 그만 힘없이 웃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