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단테 (Andante)
W. 안단테
비로소, 봄이었다.
* * *
나 아파.
아파? 어디가 아픈데.
머리. 막 지끈거려.
제 이마를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리며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웅얼거리자, 걱정으로 가득하던 이석민의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너 집에 혼자 가기 싫어서 그러지. 정곡을 찌르는 한 마디에 이마를 가리키던 손가락을 스르르 내리고 머쓱하게 웃었다.
자꾸 꾀병 부려라, 너.
… 그러니까 같이 가자고.
나 학원 가야한다고 했잖아.
원래 오늘 안 가는 날이잖아.
보충 수업이라고 했어, 안 했어.
… 했어.
예쁘네, 우리 단테. 말도 잘 듣고, 착하다. 강아지 귀처럼 축 처진 제 어깨를 살살 토닥이는 이석민의 손길에 절로 한숨이 터져나왔다. 안 그래도 어두컴컴한 이 밤에, 나 혼자 하교라니. 가로등 몇 개에 의지해 집까지 걸어가게 될 내 모습이 너무 처량해 입술을 오리마냥 툭 내밀었다. 자연스레 제 입술을 잡으려 손을 올리는 이석민의 팔을 탁 쳐내자, 안 그래도 커다란 눈이 더욱 커진다. 멍하게 날 쳐다보는 얼굴이, 상황에 맞지않게 너무 웃겨 실소가 마구 터져나왔다. 그리고 이내, 이석민의 얼굴에도 다시 웃음꽃이 피었다.
뭐, 뭐. 웃지마. 나만 웃을 거야.
너만 웃을 거야? 나 웃지마?
퍽 다정하게 제게 물어오는 이석민을 보며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너 웃지마. 미워. 고개를 홱 돌리고 자신을 지나쳐 빠르게 걸어가는 나를 그 자리에 서서 가만히 쳐다보던 이석민이 날 쫓아오기 시작했다. 다급한 발걸음이 이석민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듯 했다.
단테야, 안단테! 아, 같이 가!
뭘 같이 가! 같이 가지도 못 하면서!
아, 데려다줄게! 좀 서 봐!
뒤에서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도 같이 발걸음을 빨리 해 뛰기 시작했지만, 그것도 얼마 가지 못했다. 데려다주겠다는 말에 곧장 뛰던 걸 멈추고 그 자리에 우뚝 섰다. 금방 저를 따라잡은 이석민이 가만히 서있는 제 어깨를 한 팔로 감싸안았다. 그 반동에 앞으로 튕겨져 나가려던 제 몸을 꽉 붙들어주는 이석민을 비스듬히 올려다보자, 뭐가 그리 좋은 지 실없이 웃고 있는 그의 얼굴이 눈에 가득 찬다. … 얄미워, 진짜.
데려다줄테니까, 같이 가자. 내가 어떻게 널 혼자 보내냐. 당연히 장난이었지.
… 넌 좀 맞아야겠다.
…… 굳이? 데려다준다니까?
응, 그래도 맞아야겠어. 이리와.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는 이석민을 보며 빙긋 웃었다. 제 미소가 평범한 미소가 아니라는 걸 깨달은 눈치 빠른 이석민이 멋쩍게 웃으며 손을 내젓는다. 참아달라는 말에도 순식간에 이석민에게 다가가 헤드락을 걸었다. 제 팔을 붙잡고 미안하다며 사과를 하기도 잠시, 크게 웃음을 터뜨리는 이석민을 따라 나도 웃기 시작했다.
야, 좋아? 뭐가 그렇게 웃긴데, 어?
아, 아. 하나도 안 웃겨. 진짜, 정말로! 그러니까 이것 좀 놔 봐, 얼른.
싫어, 너 죽도록 패버릴 거야.
… 아, 제발 단테야. 응?
야, 너 일로 안 와? 진짜 죽어, 이석민!
결국 내 품에서 빠져나가 복도를 뛰어가는 너, 그런 널 잡겠다고 죽도록 뛰어가는 나.
학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결국 날 집 앞까지 데려다줬던 이석민. 야자가 끝난 밤, 혼자 가는 게 무섭다던 날 3년 내내 집 앞까지 데려다주던 이석민. 키 차이가 많이 났지만 헤드락을 걸던 내 두 발이 땅에 맞닿게끔 몸을 잔뜩 숙여줬던 이석민.
그런 네 행동을 조금 더 빨리 깨달았더라면, 봄이 좀 더 일찍 찾아왔을까.
느리게, 느리게. 빨간 실을 양 끝에서 잡아당기던 너와 나.
비로소, 첫사랑이었다.
첫 작입니다! 독자님들과 소통하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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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아 김우빈 암 투병할 때 공양미 이고 기도했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