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이석민] 안단테 (Andante) : 0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7/11/17/763171b21317dcb51b6d89c4c54df43e.gif)
안단테 (Andante)
W. 안단테*
비로소, 봄이었다.
***
전국 학생 피아노 콩쿠르 1위는,
……….
축하드립니다. 혜성고 3학년, 이석민 학생입니다.
웅장하고 고요하던 대회장 안이 박수 갈채로 물들었다. 그 많은 사람들 중 한 좌석을 차지하고 않은 나 역시 활짝 웃으며 있는 힘껏 박수를 쳤다. 곧이어 이 대회의 우승자인 이석민이 무대 위로 걸어올라왔고, 늘 그렇듯 무덤덤한 표정으로 걸음을 내딛는 이석민을 눈으로 쫓았다. 수많은 대회에서 입상했다는 걸 알려주기라도 하는 듯, 이석민은 그 흔한 긴장 조차 하지 않는 듯 했다. 연주를 할 때나, 상을 받을 때나. 이석민은 늘 그랬다.
***
축하해.
어, 뭐야. 안 올 것 같이 하더니, 결국 왔네.
내가 안 올 수가 있나. 이석민이 1등 할 거 내가 뻔히 아는데. 뭐, … 좀 늦게 들어오긴 했지만.
네가 왔기 때문에 내가 1등 한 거라고는 생각 안 해봤어?
예상치 못한 이석민의 물음에 마법이라도 걸린 듯 입이 꾹 다물렸다. 멍하니 눈만 끔뻑이는 날 보더니 이내 픽 웃음을 터뜨리는 이석민에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넌 나 놀리는 재미로 살지? 코를 찡긋거리며 묻는 말에도 이석민은 그저 어깨만 으쓱일 뿐이었다.
하여튼, 얄미워 죽겠다니까.
근데, 나 꽃다발은 언제 줄 거야?
… 어? 아,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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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진짜.
아, 뭐어. 그럴 수도 있지 ….
핀잔을 주는 듯 하면서도 활짝 웃으며 꽃다발을 받아드는 이석민의 팔을 아프지 않게 툭 치곤 민망한 듯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여기저기서 꽃다발을 주고 받으며 축하를 건네고 있었고, 예쁜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은 연주자들은 그들의 부모님 사이에 둘러싸여 있었다.
아버지는, 안 오신대?
이석민에게 차마 꺼낼 수 없는 말. 나 역시, 이석민에게 그다지 해주고 싶지 않은 말. 어쩌면 내가 이석민의 콩쿠르에 꾸준히 참석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 일지도 모른다. 이석민 역시 그걸 알면서도 절대로 오지 말라는 말은 단 한 번도 꺼내지 않았다. 그래, 너도 축하 받고 싶을테니까.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는 날 빤히 쳐다보더니 손 끝으로 내 볼을 톡톡 두드리는 이석민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냐는 물음에 그저 미소로 답했다. 아무 것도 아니라고.
오늘 1등도 했겠다, 맛있는 거 먹으러 갈래?
맛있는 거? 단테 네가 사주는 거야?
… 그래, 뭐. 안 그래도 있는 돈 없는 돈 다 쓸어왔어 ….
어이구, 그랬어요?
자연스레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기를 다루듯 저를 대하는 이석민의 태도에 작게 미소를 지었다. 어, 너 꽃다발까지 사주려니까 돈이 너무 없겠더라고. 가방을 팡팡 치며 하는 말에 이석민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의 예상치 못한 반응에 더 놀란 건 나였지만.
생각해보니까 그렇네. 너 왜 콩쿠르 올 때마다 꽃다발 사오는 거야?
… 엥? 그야, 너 축하도 해줄겸 수고 했다고 해주려고 ….
… 아. 그럼 다음부턴 꽃다발 사오지마. 나한텐 네가 와준 게 꽃다발 받는 것 보다 더 좋으니까.
…… 아, 아니.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옷만 갈아입고 올게.
그동안 그렇게 많은 대회를 따라다니며 이석민에게 가지각색의 꽃다발을 건넸지만, 이석민에게 이런 말을 들어보는 건 처음이라 그저 멍하니 그 자리에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장난스럽게 말을 했더라면 그냥 웃고 넘어갈 수 있었을텐데. 하지만 내 바람과는 달리 이석민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한 태도만을 보였다. 혼란스러운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왜 이석민이 그런 말을 했을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 뿐이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답변은,
수년간 자신을 따라다녔던 나에 대한 고마움에서 비롯된 말이다, 라는 것이었다.
***
뭐 먹을래?
나는 당연히,
그래, 고기 먹으러 가자.
역시, 우리 못난이. 어떻게 오빠 마음을 이렇게 잘 알까.
난 너 같은 오빠 둔 적 없거든?
자신을 흘겨보며 하는 말에 이석민은 시무룩해 하다가도 이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내 어깨를 감싸안았다. 꽤 쌀쌀한 날씨 탓에 비교적 얇은 옷을 입고 몸을 잘게 떠는 날 금방 알아채준 덕이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꽤 붐비는 번화가 속에서 혹시라도 떨어질까 싶어 서로에게 꼭 붙어 어디를 들어가야 하나 한창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때 쯤, 가까운 곳으로 들어가야 한다며 짜증을 내는 내 반응에 문득 답이 없는 이석민을 의아하다는 듯 올려보았다.
… 뭐야? 하라는 대답은 안 하고 왜 그렇게 쳐다봐?
그냥.
… 어?
![[세븐틴/이석민] 안단테 (Andante) : 0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6/10/23/2db6250b2bd28bdbc0d3de1e92dbff4f.gif)
우리 못난이가, 오늘따라 유독 예뻐 보여서. … 아, 안과라도 가봐야하나.
… 오늘 진짜 왜 그래? 적응 안돼, 이석민.
어울리지도 않는, 어쩌면 나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말을 꺼내며 다정하게 날 쳐다보는 이석민에 경악스런 표정을 지으며 눈을 깜빡거렸다. 하지만 이석민은 그런 내 반응이 재미있는지 그저 큭큭대며 웃기만 할 뿐이었다.
왜, 너 오늘 콩쿠르 보러 온다고 나름대로 예쁘게 하고 온 것 같은데. 아니야?
아니, 뭐. 틀린 말은 아닌데, 그냥 너 오늘따라 이상해 ….
이상하면 뭐 어때서. 1등 해서 기분 좋은 가봐, 나.
아, 배고프다. 조금만 더 가면 맛있는 집 나오니까, 조금만 참자 돼지야. 알겠지?
… 야, 돼지? 누가 돼지래, 진짜!
결국 나에게 한 대를 얻어맞은 이석민이었지만, 유독 기분이 좋아보이는 이석민을 가라 앉히게 하고 싶진 않았기에 하루종일 이석민을 따라다니며 시달렸던 것 같다. 오랜만에 둘이서 시간을보낸 건 아주 좋았지만, 정말 아주 좋았지만 ….
그로 인한 여파로 일요일 내내 침대 위에 죽은 듯이 누워만 있었던 건 이석민에겐 비밀.
암호닉
겨울소년 / 요구르트 / 느림의 미학 / 천사가정한날 / 오늘부터방학 / 세븐틴틴틴 / 솔럽
제가 많이 사랑합니다!♡
이번 편은 뭔가 망삘이네요ㅠㅠㅠ 이로써 석민이는 피아니스트를 준비하고 있다는 게 드러났습니다! 그걸로 만족해요 저는 ㅎㅁㅎ 다음 편부터는 학교를 중심으로 돌아갈 것 같습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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