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 집착편 2
최대한 그를 피하기위해 노력했던 하루의 결과물로
나는 친구들과 캠퍼스 내부의 작은 벤치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멀리서 걸어오는 인영에 나는 잠시 자리를 떠야하나 고민을 했지만
그는 내 생각의 결과보다 훨씬 일찍 더 내 앞에 마주했고,
다시한면 가면을 꺼내든 그는
어젠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나와 내 친구들을 보며 기분좋게 웃어보였다.
"후배님들 여기서 뭐해? 대낮부터 맥주 마시는거야?"
그의 호의를 보면서 내 친구들은
언제부터 친했다고 오빠오빠 거리며 잘도 그를 따랐다.
그는 피리부는 사나이처럼
밤처럼 어두운곳에서 나같은 피해자를 잘도 만들고있는데.
"이만 가주세요"
누가봐도 내가 나빠보였다.
선배는 꽤나 당혹스러운 표정을 잘도 연기해보였고,
친구들은 내게 왜그러냐며 타박을 주었지만 나는 그녀들에게 단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어느새 내 옆에 자리잡고 앉아
내 허벅지를 더듬거리는 그 손길 때문에 나는 하려던 말도 속으로 삼켜야했다.
심지어 살기위해 내뱉는 그 숨 마저도 사자에게 들킬까봐 속으로 집어 삼겨야 했다.
"후배님들"
그의 다정한 음성에 그녀들은 아기새처럼 무언가를 갈구하는 듯한 눈동자를 그에게 비췄다.
"치킨이랑 익인이랑 바꿀까?"
그는 아주 커다란 성과를 얻은것처럼 내 손을 잡아끌고
주차장으로 빠르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선배 놔줘요 정말 왜그래요"
나를 거의 조수석에 쑤셔넣은 선배는 운전석에 앉아
나를 가만히 쳐다봤다.
"내가 그렇게 싫어?"
"....."
"이만 가주세요. 가 뭐야 너무 딱딱하잖아 나름..빈 강의실에서 밀애도 나눈 사인데"
그가 말수가 없다는건 전부 거짓이였다.
그가 친절하단 것 또한 거짓이였다.
그건 목격자들의 거짓이 아닌
선배의 거짓이였다.
왜 하필 피해자는 나인가.
"선배 그 때 우리.."
"아무일도 없었다고? 나가 그럼"
"....."
"내 차에서 내려보라고"
차 문을 열기위해 몸을 돌리는 순간 그가 내게로 빠르게 다가왔다.
내 얼굴 가까이 그의 눈이 맞닿았을 때
나는 크게 숨을 들이키며 눈동자를 굴렸다.
"정말로 나갈 생각을 하는구나 너.."
그는 비꼬듯 웃으며 차 창가에서 맴도는 내 손을 잡아 챘다.
"우리 드라이브 갈까?"
"........."
"바닷가 좋아해?"
"........"
"내가 기가막힌데 알고있거든"
"........."
"말 안할거야?"
"...선배...저..내릴게요.."
"그냥 입닥치고 있어라 너"
그렇게 한참을 운전하던 선배는 정말 아무도없는곳으로 차를 몰았다.
갈수록 커져가는 불안감에 나는 차가달릴 와중에도
뛰어내리고 싶다는 불안감에 다리를 달달 떨었다.
"추운가봐 우리후배"
"선배..선배 그게 아니라요.."
"내가 춥냐고 물어본거 아니니까 입다물어"
"....선배..제발.."
"그 선배소리도 듣기싫다. 우리 이제 사적인 자리에서 얘기나누는데"
"........"
"이름 불러주면 좋겠는데 익인아"
".......아...."
이 사람은 전혀 내 말을 듣고있지 않구나.
내 기분따위 정말 안중에도 없는거구나
눈물이 흐르는걸 들키는게 무서워 급하게 손등으로 닦아 내렸다.
조심히 그의 눈치를 보자 그는 그런 날보더니
가뿐히 웃기만 할 뿐
결코 달래주거나, 이유를 묻지 않았다.
다정하지만 다정함이라곤 뼛속까지 없는사람.
점점 한적한곳으로 들어가던 차가 멈췄다.
그리 크지않은 단독주택,
사람하나 없어보이는 주변.
그리고 무엇보다 날 제일 미치게하는건
"내가 널 왜 여길로 데려왔을까"
".........."
"너한테 쓸데없이 미안해지게"
그의 손에 힘없이 이끌려 들어간 집 안엔
사람사는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저.. 집 보내주세요.."
"내가 재밌는거 알려줄까?"
내 볼을 가만히 어루만지던 선배가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여긴 내가 어떤 모습을 하던 신경 쓸 사람들이 전혀 없어"
내 머리채를 휘어잡고 가뿐한 발걸음으로 그는 쇼파에 날 내던졌다.
그리고 마치 자신이 크나 큰 실수라도 저질렀다는 듯
약간의 환호성을 내뱉으며 다시 내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거긴 니자리가 아닌데 깜빡했네"
그렇게 그는 쇼파위에, 나는 그 바닥에 처참하게 무너졌다.
"내가 한번 하자고 했을 때 그냥 쉽게 주고 가버렸으면 좋았잖아"
마치 소중한 애완견을 다루듯 내 볼을 어루만지는 그남자의 손길에서
나는 잠시 너무나도 억울하게 안정을 찾았다.
눈물을 흘려보내 그남자의 손길에 정착했을 때
그는 내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왜 괜히 비싸게 굴어서 내 흥미를 자극해?"
"......."
"니 향이 좋다 했을 때 그냥 싸게 굴어줬으면 좋았잖아"
"선배.."
"선배 말고"
"....."
"내 이름 까먹었어?"
"동원...강동원..흐..으.."
그의 이름을 내뱉자 마자 나는 터져나오는 울음을 막기 위해서 나는 손등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선배는 그런 나를 아주 사랑스러운듯이 쳐다보며 내 목에 입을 맞췄다.
더 이상 저항 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아서 그의 입술이 닿는대로 내버려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