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서큘레이션!
: 내 사랑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아.
B
- 난 사실 쓰레기다, 알콜 쓰레기.
푸흐... 자기 소개가 끝나고 이어지는 회식같은 분위기에 취해서 알쓰(알콜 쓰레기)인 내가 술을 오질나게 마셔버렸다. 내가 보고 있는 세상이 정확한지 사리분별이 안 간다. 술을 비우기가 무섭게 술이 따라졌고, 선배들은 마시기를 강요했다. 여기서 나만 취한건지 다들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대화를 한다. 나는 속이 울렁거려 대화도 못 하겠는데. 후끈거리는 얼굴을 식히려 차가운 테이블에 얼굴을 맞댔다. 시원함이 온 몸에 퍼진 거 같았다.
"야, 너봉아. 설마 취했어?"
"알쓰냐?"
"팩트폭력... 하지마."
안 그래도 토 할 거 같아 죽겠는데 양옆으로 시비를 걸어온다. 우읍. 구토감이 올라와 입을 틀어막으니 거의 동시에 순영 선배, 석민이, 그리고 민규가 괜찮냐고 물어봤다. 손을 휘저으며 괜찮음을 표시했지만 석민이가 자꾸 화장실까지 부축해줄까라고 물어보는 바람에 더욱 토 할 거 같았다. 부담스러워...
"너 많이 아파보여..."
"아냐, 아냐..."
"토 할 거 같음 말해. 알겠지?"
더 이상 말하면 정말 토 할 거 같아서 고개만 두어번 끄덕거렸다. 나랑 석민이랑 대화한 걸 들은건지 순영 선배가 갑자기 나가더니 약을 사 오는 거였다. 나때문에 이럴 필요 없는데... 약 봉지를 무심하게 내게 건네더니 오다 주웠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뭐야, 이런 걸로 누가 심쿵하냐 이해를 할 수 없네. 그 때부터였나요... 제가 이해가 안 된게. 취했는데 더 취할 거 같다. 아이구! 너무 귀여워...
"야, 네 얼굴 겁나 빨개. 알쓰 맞구나."
"맞다고, 맞아. 그리고 얼굴 빨간 건 술 때문이 아니라고."
"그럼 뭔데?"
"... 있어, 그런거."
민규사마 그렇게 안 봤는데, 팩트폭력배였구나. 순영 선배가 준 약을 한 번에 넘기고 탁자에 늘어져있었다. 시계를 확인해보니 아직 시작한지 1시간도 안 지났었다. 세상에. 언제 집에 갈 수 있으려나, 2차는 하려나.. 이런저런 고민들이 쌓여서 파도처럼 내게 몰려왔다. 애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입에서 나온 한숨들이 가게 안 속 공기들과 함께 두둥실 떠다니는 듯 했다. 내 한숨을 들은건지, 내 주변 3명의 남자들. 그러니깐 순영 선배, 민규, 석민이가 날 쳐다봤다.
"부담스럽게... 다들 할 거 하세여."
"많이 힘들어? 먼저 가게 해줄까..."
"아뇨... 그냥, 있을게요. 가봤자 욕 먹을 거 같구... 대학 생활이 순탄하지 않을 거 같네요."
저 스윗함... 발려버렸다. 하지만, 지금은 술 때문에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하고 싶지도 않고. 난 왜 알콜 쓰레기인가. 나도 저 여 선배들처럼 대화하면서 끊이지 않고 마시고 싶다. 괜한 질투심에 술이 담긴 잔을 들어 다시 한 번 마시려고 하자, 누구의 손인지 모를 손이 내 손목을 잡더니 탁자로 다시 술잔을 놓는 것이었다. 왜, 나 전혀 안 취했어! 라고 말하며 그 손을 따라 시선을 돌리니 민규가 날 쳐다보고 있었다.
"너 취했거든."
"전혀, 아니야."
아니기는. 내 뒷머리를 꾸욱 누르며 탁자에 이마를 박게했다. 괜히 눈물이 나온다. 취하면 우는 주사를 가지고 있나. 영, 진상이다. 진상. 어깨만 들썩이며 울고 있었다. 그냥, 눈물이 나왔다. 부모님도 보고 싶고... 솔로인게 너무 창피했다. 안 그랬는데, 술에 취하니 감성적으로 변했다.
"너봉아. 너봉아?"
"... 히끅."
"야, 김민규, 이석민. 얘 우는 거 같은데."
"네?"
창피하다. 순영 선배한테 못난 꼴 보이고 싶지 않는데, 오늘 처음보고 오늘 다 보여주는 거 같네. 양 옆, 석민이랑 민규가 내 어깨를 잡고선 흔든다. 아, 미친. 토 할 거 같아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랬는데 입을 여는 순간부터 토가 시작 될 거 같아 입만 꾸욱 다물고 얼굴은 안 보여준 채 손을 저으며 하지 말라는 표시를 했다. 하지 말라고 하는데, 쟤네는 더 한다. 더 이상 있으면 토 할 거 같아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린 채 화장실에 갔다.
"야, 이너봉!"
"어디가, 야!"
뒤에서 들리는 말을 무시한 채 화장실에서 구토를 오질나게 했다. 눈물과 함께 나온 보기싫은 구토들은 내가 물을 내리자 시원히 내려갔다. 입을 물로 두어번 행구고, 화장실에 온 김에 얼굴도 씻자! 그래서 얼굴도 차가운 물로 씻으니 취기가 날아가는 듯했다...는 무슨. 아직까지 헤롱헤롱하다. 내가 올바르게 걷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비틀비틀 거리는 걸음거리로 제자리에 도착해 쓰러지듯 앉으니 석민이가 내게 물었다.
"괜찮아? 집 갈래?"
"아냐, 아냐... 나 전혀 안 취했고, 토 안 하고 왔어."
"토 했어? 방금은 울었고?"
"안 울었거든."
툴툴 거리며 말했다. 그리고 시원한 물을 마시려 물컵을 들어 마셨다. 목울대로 넘어가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켁, 켁. 이건, 물이 아니라 소주였다. 소주. 컥컥 거리며 탁자를 붙잡고 밑으로 얼굴을 숙여 입 안에 조금 남은 소주를 뱉었다. 그리곤 숙였던 얼굴을 드는데 너무 부담스러웠다. 세명의 남자가... 다 날 쳐다보고 있었다.
뭔가가 짜증나는 듯해 보이는 민규와
내 걱정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오묘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는 석민이.
그라고, 날 뚫어져라 쳐다보는 순영 선배까지. 아주 그냥 트리플로 다 하시네. 얼굴이 뚫어질 거 같이서 괜히 딴 곳을 쳐다보자 순영 선배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영 못 버티겠으면 집에 가도 되는데..."
"아니에요. 저 4년동안 열심히 대학 생활 하고 싶은데..."
"누가 괴롭히면 나한테 말하면 되잖아."
"그래도..."
입을 삐죽 튀어나오게 하며 땅을 쳐다봤다. 부끄러우면 취기가 더 달아오르나... 헤롱헤롱하던 정신이 이젠 끝을 달리는 듯 했다. 잠깐 맘을 놓고 있으면 금방이라도 정신을 잃어 진상을 부릴 거 같았다. 만약 정말 취해서 필름이 끊기면 어떻게 하지... 집은 어떻게 가지... 갈 수는 있을까.
"얘들아."
"응?"
"만약 내가 취하잖아? 그러면 여기 버리고 가도 돼."
"엥? 어떻게 버리고 가냐."
"내가 취했을 때 내가 내 집 주소를 말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서."
이 말을 끝으로 그냥 잠이나 자자하곤 눈을 감았다. 난 왜 알콜 쓰레기냐. 푸... 하는 소리를 내며 눈을 살며시 감았다. 자고 일어나서 보이는 천장은 내 자취방 천장이길 바랬다.
**
자고 일어나 눈 떠보니 폭신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 집에 침대가 있었나... 생각을 해보니, 있었긴 있었다. 그런데 천장은 흰색이 아닌 분홍색인데... 여긴 벽지와 천장 모두가 흰색이었다. 미친! 욕짓거리를 내뱉으며 침대에서 상체를 펴 몸을 더듬으니 옷이 그대로 있었다. 다행하게도 내가 생각하는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은 거 같다. 아니다. 다시 옷을 입혔을 수도 있잖아. 정밀 이 새끼들이 나 놓고 가서 잡힌 거 아니야?
"저기요? 저기요..."
방에서 개미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하니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들려왔다면 그 사람의 청각은 거의 초능력자 수준이겠지. 침대에서 일어서서 방문 근처로 가 귀를 대고 있으니 발걸음이 방 근처, 그러니깐 한 3m정도의 거리까지 들려왔다. 설마, 여기 들어오려는 건가... 주변을 잘 살펴보며 무기로 추정될만한 것들로 들었다. 내 손에 들려쥔 건 배게였다. 배게로 급소 치면 뭐, 기절은 안 하겠지만 아파서 쓰러지겠지. 문이 열리고 그 발소리의 주동자, 아니 원인자가 나왔다.
"어, 일어났네. 죽었는 줄 알았잖ㅇ,"
"사라져! 이 쓰레기야!"
치고 보니 큰일이 났음을 알았다. 난 왜 알쓰여서 이런 일이 생기는지 모르겠네. 이제 내 대학 생활은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냥 말을 한 마디로 쫙 정리하자면, 난 좆 됐다.
++)) 번외
"으으... 하지마..."
"하지마? 오구. 오빠가 안 할게. 근데, 볼이 너무 말랑말랑해서 그랬어."
"으응... 안 해줬으면 좋겠어."
"한 번만 더 만지면 안 돼?"
"... 싫어..."
"선배, 너봉이가 싫다는데 그만하시죠?"
"민폐 피우지 마세요. 안 그래도 잘 자는 애 왜 깨우시려고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지금 하는 말, 부러워서 질투심에 뱉은 말이라고 이해해도 될까나, 후배님들아."
"후배님들도 너봉이 볼 만지지 않으셨나? 방금 전에."
++)) 취한 너봉이를 본 세 남자들의 반응
"어, 엉마... 보고 시퍼..."
"엄마 보고 싶구나, 우리 너봉이."
'아, 존나 귀여워. 어떻게 하지...'
"혼자 올라왔구나. 외롭지? 이해해."
'너무 귀엽다. 귀엽다. 귀엽다x19970218'
"어엉. 엄마 보고 싶구나... (옆에서 어쩔 줄 모름)"
'어떡하지 너무 귀엽다. 깨물고 싶어...'
☆ 암호닉 분들 ☆
느림의 미학 엘은 이지훈 오빠 고양이의 보은 봉1 뀨둥 세븐틴틴틴
항상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