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항력
07
나는 내 존재의 이유를 알고 싶었다. 우습게도 나는 죽어도 알지 못할 것이었다. 그것을 알 수 없다면, 내 고통이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인지 묻고 싶었다. 내게 고통을 선사하는 그것의 실체를 알고 싶었다. 내게 뻗어질 손을 바랐다. 나는 그저 그 뻗어진 손을 잡고 싶었을 뿐이었다.
“박지민.”
누나가 내 이름을 불렀다.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피아노 건반을 손으로 쓸고 있었다. 그녀는 고등학교 2학년, 나는 중학교 1학년이었다. 피아노 앞에 앉아있는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녀 역시도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손목에 붙인 파스가 보였다.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 귓가에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가 증폭됐다. 가정용 실내화가 바닥에 끌리는 소리를 냈다. 그녀가 나를 보며 웃었다.
“집에는 왜 온 거야?”
“내 동생 보고 싶어서.”
그녀가 손을 뻗어 내 머리 위에 올려두었다. 그러고는 내 머리칼을 쓸었다. 손목에 붙은 파스냄새가 가까워졌다. 내 머리에서 손을 뗀 그녀가 다시 피아노 건반 위로 손을 올렸다. 피곤한 듯이 고개를 돌렸다. 어머니는? 그녀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는 당연히 안 계시겠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할 일 해, 예쁜 내 동생. 그녀가 내 볼을 쓰다듬었다. 그녀의 손에서 찬 기운이 느껴졌다.
아마, 그녀는 얼마 뒤에 열릴 콩쿠르 때문에 왔을 것이었다. 그녀는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했으니 말이다. 그녀가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로는 집에서 편히 있을 곳이 사라졌다. 해가 지고 난 후 대략 8시에서 9시 사이쯤, 전화를 걸면 항상 그녀는 ‘우리 지민이’라는 말로 대화를 시작했다. 그마저도 부모님께 들킨 날, 나는 된통 혼이 났다. 연습해야 할 누나를 방해하지 말라고 했다. 나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고, 다시는 그녀에게 전화를 걸 수 없었다. 누나의 전화번호는 바뀌어 있었고, 나는 그 번호를 몰랐기 때문이었다. 형에게 누나의 전화번호를 물어보고 싶었으나, 그는 공부에 전념하느라 바빴다. 나는 그의 방문 앞을 지날 때면 발소리마저 죽여야 했으니, 물어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누나가 있는 그 학교에 입학할 것이라고 굳게 마음을 먹었다. 더불어 나는 무용을 배우고 있었기 때문에 무용과에 입학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저녁식사 시간이 되었으나, 식사 자리에는 아무도 내려오지 않았다. 큰 식탁에 나만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식탁 위에 놓인 고기가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제가 가족 분들 모셔올게요. 그렇게 말하는 가정부 아줌마를 제지했다. 아니에요. 제가 갈게요.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의자가 내는 소리가 크게 퍼졌다. 아버지가 지금 집에 있었더라면 분명 혼이 났을 것이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발을 올려 두었다. 위에서 말소리가 새어 나왔다. 하나는 누나의 목소리였고, 또 다른 하나는 어머니였다.
“나는 더 이상 피아노를 치고 싶지 않아요.”
“닥치고 하라는 대로 하란 말이다!”
격양된 목소리가 문틈 사이로 새어나왔다. 틈새로 누나의 얼굴이 보였다. 날카로운 마찰음이 들려왔다. 밀려오는 두려움에 귀를 막고 주저앉았다. 엉덩이로는 찬 바닥이 느껴졌다. 지금 이게 꿈이 아닐 리가 없었다. 누나가 피아노를 치고 싶지 않다고, 아니, 누나가 맞았다고?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낯선 불안감이 잠식했다. 금방에라도 문이 벌컥 열릴 것만 같아 두려웠다. 천장이 내려앉는 것만 같이 무언가가 내 몸을 짓눌렀다.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문이 열리는 것을 내 두 눈으로 보고 싶지 않았다. 실은 그 안의 상황이 보고 싶지 않은 거였다. 단단한 벽이 가로막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눈앞에서 재생되는 것만 같은 착각이 일었다. 식탁에 앉아 다리를 달달달 떨었다. 손에 들린 포크 역시도 이리저리 흔들렸다. 식탁 위에 놓인 물 컵의 물이 일렁였다. 토기가 밀려왔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누나는 내려오지 않았다. 식사가 끝난 뒤에는 먹었던 고기를 모두 게워냈다. 내가 숨 쉴 곳이라고는 누나밖에 없었는데, 나는 지금 숨을 쉴 곳을 찾지 못했다.
분명 6월이었고, 누나의 발표회에 다녀온 뒤 꽃다발을 건네었던 것을 기억했다. 어째서 내가 와 있는 곳이 누나의 장례식장인지 내 머리로는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슬프지도 않았다. 누나의 자살이 와 닿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검은 상복이 내 어깨를 짓눌렀다. 해맑게 웃고 있는 사진이 보였다. 그 옆으로는 꽃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내가 그녀의 발표회에서 내밀었던 것과 비슷한 꽃들이 눈에 가득 들어찼다. 수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 누구를 붙잡아야 할지 몰랐다. 형은 그 와중에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고, 아버지는 잠시 왔다가 다시 나갔을 뿐이었다. 누나의 사진을 멍하니 바라보던 어머니도 장례식장에서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3일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부재로 일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었다. 방에 들어와 문을 걸어 잠갔다. 그제야 나는 울었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떨어지면서 강하게 부딪힌 무릎이 아팠다. 찬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눈물이 얼굴을 타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바닥을 짚은 손을 동그랗게 말아 쥐었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쓰러지듯 바닥에 누워 두 손으로 목을 억죄었다. 얼굴에 피가 쏠리는 것이 여실히 느껴졌다. 누나, 누나…. 말이 혀끝에서 맴돌았다. 혀의 돌기가 모두 가시로 변한 듯 따가웠다. 억세게 깨문 아래 입술에서 피 맛이 맴돌았다. 목을 조르던 손을 풀며 천장을 향해 누웠다. 고통에 찬 숨이 터져 나왔다. 나는 그렇게 숨 쉴 곳을 잃었다.
한 동안을 정신을 잃고 살았다. 이성은 있는 것 같지도 않게 행동했으며, 나는 권력이 무엇인지 쓰디쓰게 알게 된 후로는 그 권력의 위에 머무르자 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그저 그렇게 넘어갈 것을 알았고, 모두가 그렇게 나를 공포의 대상으로 볼 것을 잘 알았다. 나는 어리석은 방법으로 모두를 내 아래에 두었다. 헛된 것이었고, 더 이상은 바라지도 않았다. 매일 밤이면 악몽을 꾸었다. 붉은 눈의 어머니가 누나를 절벽으로 내모는 꿈. 누나가 나를 원망하는, 그런 꿈. 잠을 자는 것이 두려웠다. 누군가 내 머리를 쓸어주기라도 한다면 잠에 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머리를 쓸어주던 누나는 이제 없다. 어느 평범한 날, 누나가 꿈에서 피아노를 쳤다. 내 흐린 기억 상으로는 누나가 피아노 치기를 좋아했던 그때였다. 나는 그때로 돌아가고 싶었다. 숨을 쉬고 싶었다.
누나가 다니던 학교에 입학하겠다고 했다. 어머니는 내 뺨부터 내려쳤다. 죽어도 안 돼. 혹시나 대체할 생각이라면, 이미 대체할 년은 구했어. 알아들었니? 그러니, 반항할 생각은 하지도 마렴. 그 말을 들은 나는 정신이 멍했다. 그저 집안에 유명한 예술가가 필요했던 것뿐이었다. 나는 누나를 떠올렸다. 누나는 아무도 대체할 수 없다. 내 누나, 박지안은 그저 박지안이다. 누구도 그녀를 대신할 수 없다. 순간 온몸에 분노가 일었다. 누구를 대체한다고요? 아니, 감히 누가? 한 음절, 음절이 뚝뚝 끊겨 나갔다. 분노에 목소리가 잘게 떨렸다.
아버지께 누나가 다니던 학교에 입학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신문을 내려놓고 나를 보았다. 고개를 끄덕거렸다. 대신 자식 취급은 바라지 말거라. 그 말에 네, 라고 짧게 대답하고는 방을 빠져나갔다. 내 형은 의사가 되고 싶다고, 기억이 나지 않는 아주 옛날부터 입이 닳도록 말해왔다. 똑똑해야만 했던 내 형은 언제나 수석이었다. 결국 제멋대로 의사가 된 형은, 10년 뒤에 직업을 이전하게 될 것이었다. 그 역시도 결국은 제멋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수석으로 학교에 입학했다. 입학식은 별 것 없었다. 반대편에는 또 다른 수석이 있었다. 피아노과, 나는 누나를 떠올리며 고개를 돌렸다. 1학년을 보내는 동안은 이렇다 할 것이 없었다. 나는 언제나 노력해야만 했고, 내 부모는 인정을 해주지 않았을 뿐이었다. 아픈 뒷목에 파스를 붙였다. 누나와 같은 향이 났다. 화한 파스냄새에 숨이 막혔다. 눈을 감으면 악몽이 되살아났다. 기댈 곳이 필요했다. 연습실에는 이불을 깔았다. 기숙사로 자러 갈 시간마저도 아끼기 위해서였다. 무용실의 천장이 무너져 내리기를 바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꿈에서는 거울 속에 비친 내가 계속해서 쓰러지고 있었다. 아무리 적게 자도 악몽을 꿨다. 이제는 견디기 힘들었다.
새학기가 시작된 것은 나에게 더욱더 극심한 고통을 안겨주기만 할 뿐이었다. 나는 어느새 누나의 나이와 같아졌다. 멀기만 했던 누나가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나는 무던히 웃는 법을 배웠고, 예전과는 다르게 사람을 내리까는 법을 익혔다. 문득,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아무리 연습을 해도 나는 제자리인 것 같았다. 나는 절대 못할 거라던 어머니의 목소리가 울렸다. 어떻게 하든 나는 인정을 받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지배했다. 울고 싶었으나, 울지 않았다. 누나의 진정한 죽음을 깨달은 그 날 이후로 나는 울지 않았다. 거울 속의 내가, 나를 비웃고 있었다.
억지로 저녁식사에 따라갔다. 누가, 감히. 그 누구의 정체를 보기 위해서였다. 의자에 앉아있자 불편함이 가득 몰려왔다. 앞에 놓인 고기가 그날의 저녁식사를 상기시켰다. 토할 것만 같았다. 귓가로 똑똑히 들려오는 발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웃음이 비죽 튀어나왔다. 아는 얼굴이었다. 피아노과 수석. 천재 타이틀 단 애.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우리 누나를 대체한다고? 나는 그 아이에게 손을 아작 내고 싶다고 말했다. 머릿속에서 맴돌던 말이었다. 흉터처럼 나를 따라다니던, 내게서 떨어지지 않는. 내가 왜 같은 흉터를 남기려 했는지 모른다. 말을 내뱉고서도 한참이나 심장이 두근거렸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한참이나 아팠다.
내가 그 아이를 왜 따라다니는지, 나조차도 도통 알 수 없는 것이었다. 실은, 감시할 이유조차도 없었다. 오히려 내가 말하게 될 것이 그 아이의 생계를 위협할 만큼 타격이 크다는 것을 잘 알았다. 그 아이를 볼 때면 나는 누나가 떠올랐다. 그러다가도 다시 벽을 쌓기를 반복했다. 나는 누구도 믿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날 저녁, 나는 그 아이의 연습실에 갔다. 문틈 새로 내 연습실 거울을 보던 그 아이를 모르는 척 했었다. 연습실 앞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무슨 욕이라도 퍼붓고 싶었다. 그러나 그 아이는 해가 뜰 때까지도 연습실에서 나올 줄을 몰랐다. 나는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 아이에게서 무슨 모습을 본 건지도, 누군가를 투영시켜 보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 아이도 헛된 욕심의 희생자일 뿐이었다. 결국, 나는 포기하고 수업에 들어갔다. 그 아이의 옆자리로 자리를 옮겼다.
“이불은 왜 깔아둔 거야?”
그 아이의 연습실에서 내가 처음으로 했던 질문이었다. 그곳이 내 연습실과 겹쳐보였다. 기숙사 갈 시간이 아까워서, 그렇게 대답했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아이의 손목에 붙은 파스가 낯설지 않았다. 가끔씩 그 아이는 절망에 휩싸인 모습을 보였다. 겉으로 티는 내지 않았지만 나는 보이는 것이었다. 그것이 내심 신기했다. 나와 같은 절망에 빠진 것 같아서. 벽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너 잘해.”
“…….”
“열심히 하잖아. 너, 잘하고 있어.”
나는 그 순간 내 속의 무언가가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 응어리진 것이 풀리는 것 같기도 했고, 항상 듣고 싶은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했다. 나는 한참이나 자리에서 일어설 줄을 몰랐고, 그 아이도 내 공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내 안에 들어찬 외로움의 공간이 조금은 좁아진 기분이었다.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낯선 느낌이었으나, 거부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날 밤, 나는 악몽을 꾸지 않았다. 그 아이가 내 꿈에 나왔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가슴에 붙여 쭈그려 앉은 채였다. 그 아이가 내 머리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렸다. 고개를 들었다. 괜찮아. 내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나는 그제야 숨을 쉬었다. 괜찮아. 그 말이 머리를 울렸다. 희게 번진 눈앞이 그 애로 가득 찼다. 눈을 떴다. 평소와 같은 발작을 일으키며 일어나지도 않았다. 나는 멀쩡히, 아주 평범하게 눈을 떴다.
이튿날에는 그 아이가 울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에서 나를 투영시켜 보고 있었다. 곧 숨이 넘어갈 듯 서럽게 울고 있었다. 나는 그 아이에게로 다가갔다. 눈물로 얼룩진 얼굴이 보였다. 그 아이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나는 서툴게 그 등을 쓸었다. 그렇게 다시 꿈에서 깨어났다. 발표회 날은 다가왔고, 나는 그 아이와의 대화를 피했다. 나는 그 아이를 볼 때면 당혹감에 휩싸이곤 했다.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다. 김아미, 네가 왜 내 꿈에 나와? 왜, 왜 네가 나를….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감정이었다. 그 아이를 보면 무슨 말이 튀어나올지 몰랐다. 내가 꿈에서 했던 것처럼 그 아이를 끌어안을지도 모르는 거였다. 나는 그것이 두려웠다. 나는 또다시 혼자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아무 것도 남지 않은 것보다는 거리를 두는 것이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함부로 아이의 눈을 보려 하지도 않았다. 그 눈을 보면 나는 거친 말을 할 수 없었다.
발표회 날이 되자 몸의 컨디션이 급격하게 나빠졌다. 항상 6월 이맘 때 쯤엔 아팠다. 누나의 죽음을 잊지 말라는 것처럼. 어떻게 시간이 흘러간 것인지도 몰랐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그 아이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로 울고 있었다. 숨 쉴 곳을 찾은 것 같았다. 내 등을 토닥이는 꿈같은 손길에 아픈 지금이라도 계속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아이의 눈을 바라본 것은 꽤나 큰 실수였으나, 그것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나는 너무 아팠고, 아팠다. 그 아이로 인해 숨을 쉬고 싶었다. 그 아이가 내게 남아 있었으면 했다.
“나를, 사랑해줘….”
“……왜?”
“그야 내가, 내가 너를…”
잡은 손목이 찼다. 온몸이 허공을 떠다니는 듯 했고, 내 손에 잡힌 손목을 놓고 싶지도 않았다. 나를 사랑해줘, 나를. 내가 숨 쉴 수 있게 해줘. 왜냐하면, 내가, 내가 너를…. 내 침대에 앉은 그녀가 흘러내리는 내 눈물을 닦았다. 앞이 뿌옇게 변해 간간이 그 아이의 형체만 보였다. 내 머리칼을 쓰다듬는 손길에 눈을 감았다. 너는 나를 숨 쉬게 해.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운 숨이었다.
그 아이를 이끌고 도착한 곳은 누나의 납골당이었다. 발표회가 끝나면 어김없이 누나의 기일이 찾아왔다. 미끄러지는 내 손을 그 아이가 잡았다. 나는 가만히 멈추어 있었다. 누군가가 내게로 손을 뻗은 것만 같은 착각에 휩싸였다. 나는 그 손을 놓치고 싶지 않아, 단단히 잡았다. 시간이 멈추어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누나의 사진 앞에서 나는 입을 다물었다. 이렇게 찾아오지 않으면 내 기억 속 그녀의 얼굴이 흐릿해졌다. 문득 피아노 앞에 있는 사진은 치워야겠다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누나, 내가 유일하게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던. 그녀가 떠나고 난 뒤 원망할 수 있는 것은 나 자신밖에는 없었다. 숨을 쉴 수도 없었다. 그녀의 흔적이라도 잡아두고 싶었다. 입학 전에는 몰래 잠겨있는 그녀의 방에 들어가 숨을 쉬었고, 입학 후에는 호흡하기를 포기했다. 꽤나 극심한 고통이었다. 숨을 쉬지 않는다는 것은. 나는 그렇게 누나를 회상했다.
누나가 살아있었더라면, 꼬치꼬치 캐물었을 것이었다. 살면서 처음 느끼는 감정에 대해. 내가 어떻게 이 아이의 옆에서는 숨을 쉴 수 있는지, 치유 받는지. 또, 왜 내가 이 아이까지도 치유해주고 싶은지. 내가 왜 이 아이의 숨이 되고 싶은지. 그렇게 묻는다면 누나는 뭐라고 대답할까. 잃어버린 내 감정이 길을 찾고 있다고. 잡은 손을 놓고 싶지 않아서, 이대로 시간을 멈추어 버리고 싶다고 한다면. 아마, 누나는 이렇게 대답하지 않을까. 지민아. 그건, 사랑이야. 나는 그렇게 내게로 뻗어진 손을 잡았다. 다시는 놓치고 싶지 않았다.
<암호닉>
ㅈㅈㄱ / 미리내 / 0418 / 복동 / 1116 / 요괴 / 치즈 / 정구가 / 따슙 / 정꾸기냥 / 꾸뭉 / 베기 / 동상이몽 / 나비 / 홈매트 / 설탕 / 침침커밋 / 침침참참 / 0523 / 0221 / 오아시스 / 침맘 / 니나노 / 미니미니 / 주네 / 태태태탯 / 난지민덕 / 쩡구기윤기 / 현 / 비침 / 초슈 / 꿈틀이폴 / 쿠마몬 / 산딸기 / 국쓰 / 0103 / 0101 / 슈가버블 / 0328 / 민슈팅 / 박방탄 / 민윤기 / 가시버시 / 망개떡 / 크슷 / 6018 / 쉬림프 / 후세 / 뷔밀병기 / 방소 / 달콤윤기 / 몽총이덜 / 아조트 / 신냥 / 연서 / 뱁새☆ / 골드빈 / 윤기윤기 / 낑깡 / 허니귤 / 0910 / 파란당근 / 무사이 / 망개야 / 푸후후야 / 모윤 / 윤기 모찌 / 웃음망개짐니 / 1023 / 찬아찬거먹지마 / 655 / 민투구 / 1024 / 룰루랄라♥ / 감자도리 / 아야 / 카모마일 / 띠리띠리 / 은갈칰 / 삐삐까 / 용달샘 / 꽃오징어 / 오페라 / 또이 / 배고프다 / 소녀 / 0815 / 호비 / 민군주♥ / 초록창 / 마틸다 / 박력꾹 / 따르릉따르릉 / MM / 0956 / 도라희 / 10041230 / 0618 / 꽁꽁 / 삐삐걸즈 / 지니 / 야옹아 / 짱구 / 스페셜캔디 / 뉸뉴냔냐냔☆ / 흑슙흑슙 / 정국이융기 / 청보리청 / 유자쿠마 / 4월 / 유자차 / 쿠야쿠야 / 흥부짐니 / 슈슈 / 뀩 / 0320 / 순별 / 너구리 / 망개똥 / 수박 / 솔트말고슈가 / 토이 / 투슬리스 / 나의별 / 미스터 / 천재민윤기 / 사명감 / 파란 / 삼다수 / 슈가맨 / 입틀막 / 정글벙글 / chouchou / 브이백 / 들꽃 / 초코 생크림 / 슙슙이 / 늘봄 / 난나누우 / 세일러뭉 / 하루종일 / 입휴 / 데니스 / 베네딕션 / 유자청 / 자몽해 / 수니 / 줄라이 / 파자마 / 마새 / 바다코끼리 / 캔디 / 민홀리 / 순이 / 긍응이 / 종구부인 / 슙 / 박지민 / 연두 / 삼박자 / 무네큥 / 찌몬 / 젱둥젱둥 / 물결잉 / 초딩입맛 / 됼됼 / 엥 / 지미미 / 를르슈 / 유자모찌 / 찬란 / 초코에 빠진 커피 /
0331 / 쟈가워 / 민또 / 맴매때찌 / 요를레히 / 뜬구름 / 녹차맛콜라 / 딸기냠냠 / 쁄 / 어른꾹꾹 / 꿀떡맛탕 / 슈비 / 탄산수 / 영덕대게 / 똠양꿍 / 지민모찌 / 찌밍지민 / #침쁘# / 맙소사
암호닉 신청 해주신 분들 사랑해요. 쪽쪽 ♥3♥
거부는 거부합니다.
계속 신청 받아요, 주저 말고 해주세요!!!
<사담>
반가워요, 여러분.
저 되게 일찍 왔죠..? 아.. 아닌가...
오늘은 헛소리를 길게 해볼 거예요.
읽다보니 '어멋, 세상에. 오늘 분량이 왜 이래?', '이번 글 왜 이래?'라고 느끼셔도 저는 면목이 없습니다.. 8ㅅ8
7화를 쓸 당시 굉장한 슬럼프(..)였고, 무슨 문장을 써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결론만 말씀드리자면 슬럼프는 잘 이겨냈으나 슬럼프를 직빵으로 맞은 온갖 풍파를 다 겪은 7화는 이렇게 만신창이로 올라오고야 말았습니다.
7화를 수정하려면 처음부터 다시 써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큰 부담감에 (결국은 수정하지 않았지만) 손을 놓고야 말았습니다.
다시 쓴다고 하더라도 당시 생각했던 스토리대로는 못 이었을 거예요.
전 이미 다른 이야기를 전개 중이니까요.
변명처럼 들리시겠지만 정말 변명 맞습니다..
7화는 보시다시피 지민의 이야기입니다.
가장 중요한 화이기도 했는데, 제 상태가 영 좋지 않아 그냥 짧게 지민의 이야기를 들었다고만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 물론 지민의 행동도 이 이야기들과 연관시켜 봐 주시면 좋겠지만서도... 이렇게 써 놨으니..
결국 저는 수정을 하지 않았아요! (해맑음)
독자님들께서 어떻게 느끼실지는 잘 모르겠지만 글이 많이 어지럽고, 만신창이에요.
어쩌면 제가 그리고 있는 지민의 과거 역시도 마찬가지죠.
그러니 이번 화는 과거 지민의 어지러운 마음을 표현했다고 너그럽게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뭐, 아무튼 그렇습니다.
한 마디로 말씀드리자면.. 읽어주셔서 감사하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