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퀴하다.
의식하자마자 훅 끼쳐오는 습기에 잠시 눈을 끔뻑였다. 때아닌 비가 밖을 적시고 있었다. 10월 5일. 9시 13분. 울부짖는 알람을 멈추고 화장실로 향했다.
텁텁한 입은 칫솔을 잘도 물고 이를 갈아내었다. 칫솔을 헹구며 거울을 보았다. 거품을 문 채 웃어보였다. 추했다.
헹군 입을 다시며 밖으로 나와 커튼을 열었다. 비는 그대로였다. 의자를 끌어와 창가 옆 거울 앞에 앉았다. 접때 집에 찬거리를 가져다 준 누나가 두고 간 화장품들을 꺼냈다.
제품 뒤의 조그만 글씨와 사용 설명서를 전부 뒤져도 그 용도를 알 수 있는 건 립스틱 뿐이었다. 나머지를 저 옆에 치워둔 채 거울에 얼굴을 가까이 했다.
캡을 연 립스틱을 쥐고 조심스레 제 입술을 칠했다. 두어 번 빠끔대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시 한 번 웃어보았다. 추했다.
기분이 굵어진 빗방울과 함께 곤두박질쳤다. 이불 속을 파고들었다. 울고 싶었다.
습기를 잔뜩 머금은 베게에 코를 박고 숨을 크게 들이켰다. 티끌 만큼의 너를 찾았다. 울 것 같았다.
시야가 흐릿해졌다. 비 때문일 것이다.
코 끝이 찡해졌다. 비 때문일 것이다.
베게가 축축해졌다. 이것 역시 비 때문일 것이다.
때마침 온 비가, 방안 가득한 습기가.
저희 두 사람이 사랑과 믿음으로
한 가정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바쁘시더라도 부디 오셔서
저희들의 앞날을 축복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면
더없는 기쁨이 되겠습니다.
○○○, ■■■ 의 아들 백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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