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unger Game
01
[전쟁의 서막]
' 반란의 속죄를 위해 각 구역의 십대 어린이들을 뽑는다. 뽑힌 조공인들은 캐피톨로 이송돼 1명만 살아남을 때까지 서로를 죽이는 게임에 들어간다.
이후로 그 게임은 계속 '헝거게임' 으로 불린다. '
톡톡. 누군가 제 어깨를 치는 느낌에 부스스 눈을 떴다. 이 한밤중에 누가 저를 깨우는 건가 싶어 순간 몸이 굳어 눈만 이리저리 굴리다 순식간에 몸을 확 일으켜 뒤를 돌아보니, 제 눈 앞에 보인 건 다름 아닌 찬이. 코를 훌쩍거리며 자신의 베개를 품에 끌어안고 저를 쳐다보고 있는 찬이였다. 누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잠시, 무슨 일이냐며 팔을 벌려 제게 오라 말하자 곧장 제게 안기는 찬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 왜, 찬아. 무슨 일이야? "
" 나쁜 꿈 꿨어.. "
" 나쁜 꿈? 무슨 꿈을 꿨길래 우리 찬이가 이렇게 울까. 응? "
" ..내가, 조공인으로 뽑히는 꿈을 꿨어. "
" ...... "
" 누나.. 나 진짜 조공인으로 뽑히는 거야..? "
아냐, 그럴 일 없어. 절대로. 겁에 질려 제 품에서 몸을 파르르 떠는 찬이의 등을 끊임없이 토닥여주며 고개를 내저었다. 제 말에도 여전히 꿈이 가시질 않는 지 아기처럼 제 품만 계속 파고드는 찬이를 어르고 달래다 같이 침대에 누워 이불을 잘 덮어주곤 가녀린 어깨를 느릿하게 토닥였다.
" 누나가 노래 불러줄까? "
" ..응.. "
"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
" ...... "
"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
몇 소절을 부르지 않았음에도 어느 덧 제 목소리에 안정을 찾아가는 찬이를 지그시 내려다보며 늘 불러주었던 자장가를 다 부르고 나서야 조심스레 몸을 일으켰다. 새근새근 숨을 내쉬며 잠이 든 찬이를 두고 낡은 나무 책상 앞에 앉아 창 밖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새하얗고 투명한 달빛에 비치는 빗방울들이 땅에 고인 그들의 품으로 툭툭 떨어진다. 새까만 바깥 풍경과는 확연하게 대조되는 그림이었다.
" 절대, 네가 가는 일은 없을 거야. "
찬아, 내 어여쁜 동생. 연약하고 어리기만 한 네가 어느 덧 조공인의 명단에 뽑힐 나이가 되었구나. 평생 내게 안겨 살 줄만 알았던 네가, 이름을 벌써 두 번이나 올리고 있어. 하지만, 네가 그 곳으로 가는 일은 없을 거야. 그 잔인하디 잔인한 전쟁터에, 널 보낼 수는 없으니까. 누나가, 지켜줄게.
* * *
" 저, 이것 좀 주세요. "
" 칠봉이 왔네. 그, 오늘 알지? "
" ..네, 그럼요. 그래서 지금 좀 바빠요. 찬이 밥 먹이고 나가야 해서. "
" 아아, 그렇구나. 그래, 잠시만. 금방 줄게. "
생선 가게 아주머니가 급히 안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나서야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집에 있을 찬이가 걱정 돼서, 그곳으로 가면 불안해 할 찬이가 걱정 돼서. 멍하니 수조 속 생선들을 쳐다보다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생선 가게 옆에 있는 작은 악세사리 가게. 반짝반짝 빛나는 악세사리가 아닌, 12구역 사람들이 하고 다닐 만한 작고 수수한 악세사리들. 눈으로만 쫓으며 그것들을 구경하다 문득 한 곳에 시선이 머물렀다.
" ...... "
" 보는 눈이 있구나, 너는. "
" ..네? "
" 이걸 보는 게지? "
" ..아, 네. "
이것은 말이다, 레브라는 핀이야. 불어로, 꿈이라는 뜻이지. 아마, 너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핀이 될 것 같구나. 알 수 없는 말들을 늘어놓는 노파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아 핀을 눈에 담았다. ..꿈. 내가 이걸 지니고 있는다면, 찬이가 조공인으로 뽑히지 않을 수 있을까. 내 꿈은, 그저 찬이를 지켜주는 것일 뿐인데.
" 가지렴. "
" ..이걸, 그냥요? "
" 예뻐서 주는 게야. 예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해서. "
" 아니, 그, "
" 칠봉아! 여기 고등어! "
아아, 네! 제 손에 핀을 쥐어주는 노파를 쳐다보며 급히 대답을 하곤 저를 보내는 손길에 떠밀려 생선 가게로 넘어가 고등어가 담긴 검은 봉지를 받아들었다. 많이 파세요, 감사합니다. 허리를 접어 인사를 드리곤 시장 한 가운데에 자리한 시계탑을 쳐다보았다. ..아, 늦었다.
" 찬아, 누나 왔어. "
" ..누나, 두 시간 남았어. 좀 있으면, 좀만 더 있으면.. "
" 네가 뽑힐 일은 없어. "
" ...... "
" 누나 믿지? "
..응. 저를 반기지 않은 것도 모자라 잔뜩 불안해하고 있는 찬이에게 확신을 심어주고선 아무렇지 않게 점심 준비를 시작했다. 난 널 절대 그곳에 보내지 않을 거야. 절대로.
펑펑-. 게임의 서막을 알리는 대포 소리가 하늘을 울렸다.
* * *
" 안녕하세요, 여러분! 웬디 숀 입니다. "
" ...... "
" 다들 많이 긴장 하셨나보네요. 제 인사에 아무도 반응을 안 해주시네. "
그녀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녀의 모습에 대해 비웃진 않았다. 아니, 못했다는 게 맞는 표현이겠지. 과도한 연기와 더불어 상기된 얼굴. 잔뜩 높아진 그녀의 목소리 톤에 그제야 이 사실이 피부로 와닿았다. 내가, 그리고 찬이가 이 자리에 서 있다는 것을. 추첨 시작 전, 남녀로 구분되어 줄을 지어가는 탓에 입구에서 급히 찬이에게 핀을 쥐어주었다. 레브라는 핀이야. 이걸 가지고 있으면, 넌 절대 조공인으로 뽑히지 않을 거야. 누나가 장담해. 제 말을 믿지 않는 듯 했지만 찬이는 굳게 입술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이며 핀을 손에 꼭 쥔 채 남자 구역으로 걸어 들어갔다. 어느 덧 어엿한 아이가 되었구나, 찬아.
" 아, 올해도 헝거게임이 우리를 찾아왔네요. 매년 주최되는 헝거게임. 여러분은 절대 달갑지 않겠죠? "
" ...... "
" 그럼요, 그럼요. 그렇겠죠. 하지만, 난 우리 구역을 대표할 남녀를 뽑아야만 해요. 아, 이렇게 안타까울 수가. "
그녀는 즐거워 보였다. 자신의 손으로 대표자를 뽑아낸다는 사실이, 그저 재미있는 듯 했다. 수많은 사람 속에 섞인 찬이를 찾아 헤매다 마침 눈이 딱 마주쳤다. 찬이 역시 날 찾고 있는 듯 했다. 두 쌍의 눈이 얽힌 그 순간, 나는 그저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 자, 그럼 이제 뽑아볼까요? "
" ...... "
" 흠, 일단 남자를 먼저 뽑아보도록 하죠. "
줄을 맞춰 서 있는 수많은 10대 남자 아이들의 이름이 적힌 쪽지가 담긴 통을 배회하는 손. 저 안엔 찬이의 이름도 있을테지. 하지만, 저렇게나 많은 확률을 뚫고 이름이 불릴 일은, ..없을 거야. 없어야만 해.
" 우리 구역을 대표할 남자 아이는 바로.. "
" ...... "
" 이, 찬..? "
..찬아. 불려서는 안 되는 이름이 불리고야 말았다. 아까 찬이가 서 있던 그 자리를 찾아 급히 고개를 돌렸다. 남자 구역으로 들어갈 때의 의젓한 모습과는 달리 잔뜩 불안감에 휘감긴 듯한 모습. 찬이의 주변에 자리한 남자 아이들은 슬금슬금 그 주변을 피하고 있었다. 자신이 걸리지 않았다는 안도의 눈빛과 더불어 이 아이의 곁에 있으면 자신이 위험해 질 지도 모른다는 증오의 눈빛이 뒤섞였다. 결계라도 있는 듯, 결국 저 작은 아이가 이 찬이라는 게 알려지자 평화유지군은 야속하게도 찬이를 끌고 갔다. 그들의 손에 끌려나오던 저를 향한 찬이의 눈빛은, 왠지 모를 원망이 담겨있는 듯 했다. 이것만 쥐고 있으면, 안 뽑힌다고 했잖아 누나.
" 찬아, 찬아!! "
" 누나!! "
기어코 여자 구역을 뚫고 나와 찬이에게로 달려갔다. 하지만 그런 제 앞을 막는 평화유지군.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나와 찬이를 번갈아보는 웬디 숀.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그 자리에 우뚝 서서 큰 소리로 외쳤다.
" 내가, 내가 하면 되잖아! "
" ...... "
" 걔 대신에, 내가 간다고! "
설마, 지금 우리 구역에서 지원자가 나온 건가요? 정말 의외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오버 액션을 하던 웬디 숀이 찬이를 끌고 가는 평화유지군에게 그만하라는 손짓을 보냈다. 그제야 평화유지군에게서 풀려난 찬이는 펑펑 울며 제게로 뛰어왔고, 나는 찬이를 품에 안았다. ..미안해, 미안해 찬아.
" 아주 흥미롭네요. 12구역에서 지원자가 나오다니. "
" ..찬아, 자리에 돌아가 있어. 누나 금방 갈게. "
수많은 남자 후보자들 사이에 겨우 찬이를 밀어넣고 제 발로 단상을 향해 걸어갔다. 누나, 누나!! 가지마!! 웬디 숀은 기쁜 표정으로 저를 반기고 있었고, 나는 뒤에서 들려오는 찬이의 목소리를 애써 무시한 채 마른 침을 삼키며 겨우 단상 위로 올라가 섰다. 고개를 들어 앞을 쳐다보니, 몇몇은 경악스럽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고 또 다른 몇몇은 애도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의 눈빛이 섞여 내게 닿았다. 그리고 그 속엔, 찬이도 존재했다.
" 그대의 이름은 무엇인지? "
" ..이칠봉입니다. "
" 이칠봉.. 이름이 아주 예쁜 참가자군요. 그대의 용기는, 아주 칭찬하죠. 참 기특한 아이구나, 넌. "
마지막 말은 오직 나만을 향한 말이었다. 그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게, 오로지 나만 들을 수 있게. 그녀는 날 향해 싱긋 웃어주고서 다시 남자 후보자들의 이름이 적힌 통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다시 뽑아보죠. 12구역을 대표할 남자 지원자는.. 그녀의 손이 쪽지를 펴는 그 순간까지, 모든 것이 슬로우 모션이었다. 이 세상에, 나 혼자 남은 느낌. 그리고 다시 시간이 빨라졌을 때, 나는 운명을 함께 해야 할 남자 아이의 이름 석 자를 똑똑히 듣고야 말았다. 기구한 운명이지. 너와 나, 모두.
" 권, 순영? 권순영 군 어디 있죠? "
이 작품은 영화 '헝거게임'을 모티브로 진행될 것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갈 예정이지만, 제가 중간중간 투입할 새로운 장면들도 있을 것입니다.
세븐틴 모두를 작품에 출연 시키기 위해 헝거게임 본연의 '죽이는' 대상 역시 이들로 설정하였습니다.
이 점 양해 부탁드리며, 본격적으로 여러분을
헝거게임에 초대합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헝거게임으로 찾아 뵙습니다! 영화 헝거게임과 비슷한 부분이 아주 많을테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다음 편도 빠른 시일 내에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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