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를 인식한 그 순간부터 자연스레 같은 집에 살고 있었다. 처음은 그저 그런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믿었다. 서로의 존재가 자연스러운 일상처럼 느껴졌고, 그 익숙함 속에서 우리는 어느 날부터인가 서로를 잊어가고 있었다.
어느 순간, 그 익숙함이 아무렇지 않게 무너져내린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살고 있는 그 집은 예전처럼 편안한 공간이 아니었다. 벽과 창문 너머로 보이는 건, 더 이상 푸르른 하늘과 너의 웃음소리도 말소리도 아닌 그저 삭막한 텅 빈 소음뿐이었다. 그 소음이 스며들어 나를 채우고 때론, 그 소음이 내 마음을 가두고 있었다.
너와 나는 점점 더 멀어져갔다. 예전엔 어떤 말이라도 쉽게 나눴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함께 웃으며 같은 꿈을 꾸고 있던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너와의 대화는 그저 의무처럼 느껴졌고 눈을 마주칠 때마다 차가운 공기만이 내 곁을 감돌았다. 우리가 나누던 그 작은 이야기들 그 미소들 그것이 더 이상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너와 함께 있는 이 공간에서 점점 더 고립되어 갔다. 우리는 같은 곳에 있지만 서로 다른 세상에 사는 것처럼 멀어졌다. 너는 내 눈앞에 있지만 마치 그곳은 내게 아무런 관계도 없는 곳처럼 느껴졌다. 나를 보는 너의 눈빛은 더 이상 따뜻하지 않았고 내가 바라보는 너의 얼굴은 점점 더 희미해져갔다. 그 한때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들은 이제 지나간 꿈처럼 가슴 깊은 곳에 묻혀 있었다.
너와 나 사이에는 더 이상 다가설 길이 없었다.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거리가 있었고, 그 거리는 점점 더 깊어져갔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면서도 그 존재에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되어버렸다. 서로의 이름을 부를 때조차도, 그 소리는 허공에 울려 퍼지는 메아리처럼 느껴졌다.
집. 방과 방 사이 이 공간은 이제 우리 사이의 간격처럼, 아무리 가까워져도 손을 닿을 수 없는 그런 공간이 되어버렸다. 나는 그 안에서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의 그 따뜻한 감정을 잃어버린 채, 그저 멍하니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 질문은 한없이 내 안에서 울려 퍼지지만, 그 답은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찾을 수 없었다.
너와 나, 이제 우리는 서로의 그림자만을 바라보며 살고 있다. 멀어져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며, 나는 결국 단지 내의 별동처럼 더 이상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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