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대가 눈을 떳을 때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그저 몸 위에 이불이 아무렇게 덮혀있었다. 종대가 몸을 움직이자 말못할 고통이 몸 이곳저곳에서 느껴졌다. 이불을 들추자 어제 밤의 흔적이 고스란히 있었다. 백현은 어제 샤워를 마치고 하얀시트에 피와 정액 얼룩이 보기싫어 이불로 대충 덮어놓았다. 기절한 종대가 백현의 눈에는 평화롭게 자는 것 같아 보였다. 백현은 옷을 챙겨입고 종대를 한번 더 돌아봤다. 피와 눈물로 범벅되어있었다. 밤새 신음을 참으며 눈물을 흘리던 종대가 떠올랐다.
"그럼 누가 불쌍하게 볼 줄 알고." 백현이 모텔을 빠져나갔다. *** 종대는 손을 뻗어 옆에 있는 핸드폰을 겨우 잡았다. 이대로는 절때 움직일 수 없다고 생각한 종대가 내린 결정이었다. 이런 꼴은 누구에게나 보여도 부끄러울거라고 생각했다. 종대는 하는 수 없이 가장 친한 친구인 경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경수네 집안은 종대네 회사 계열사 중 하나였다. 경수는 알파였지만 종대와 어렸을때부터 함께 지낸 불알친구였다. "너......," "아 경수야. 아침부터 미안...," "누가 이랬어?" 경수는 모텔에 들어오자마자 경악했다. 종대는 눈만 뜬채 시체처럼 누워있었다. 경수가 들어오자 종대는 미안함과 민망함을 담은 표정을 지었다. 경수는 종대에게 누구의 소행인지 거듭 물었으나 종대는 말할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경수는 묻는 것을 그만 두고 종대를 안아 들었다. "으...으아....." 몸이 움직여져 옅은 신음소리가 났다. 종대가 습관처럼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이미 피가 줄줄새고 너덜한 입술을 보고 경수가 놀라 눈을 크게 떳다. 종대를 따뜻한 욕조 물안에 넣어두고 방안을 둘러본 경수는 또 한번 경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경수의 표정이 무섭게 변했다. "김종대." "응?" "누가 그랬어." "...아니 혼자 넘어져서. 그게 있잖아." 종대는 자기가 생각하기에도 말도안되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경수는 표정을 더 굳히며 쉬라고 말하곤 욕실을 빠져나왔다. 경수는 종대와 3살때부터 함께였다. 집안끼리도 친했지만 유독 둘은 알파와 오메가에 구애받지않고 잘 지냈다. 종대는 경수가 아는 오메가 중에서 제일 깨끗하고 순수한 사람이었다. 한번도 알파나 베타 심지어 오메가랑도 관계를 가져본적없었고 그 흔한 자위도 한 적이 없었다. 지금까지 억제제로만 살아왔었다. 그런데 그런 종대가 이렇게 이런 꼴로 눈 앞에 있었다. 경수는 모텔 1층으로 내려가 종대와 함께 온 남자의 얼굴을 확인했다. 경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다시 종대에게로 온 경수는 이상함을 느꼈다. 종대가 그저 색색거리고만 있었다. 야, 김종대. 흔들어도 일어나지 않았다. 얼마전 몸이 안좋다던 종대의 말이 떠올랐다. 야! 종대야! 경수가 손을 뻗어 종대의 어깨를 붙잡았다. 어깨가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아, 거기 119죠. 저기. 사람이, 사람이. 죽으려고. 예, 막 몸이 뜨겁고......," 경수가 눈을 감고있는 종대를 안절부절하게 바라봤다. "꼭......, 꼭 죽은 것 같아요...., 살려주세요...," *** 히트싸이클에 종대와 관계를 맺었다. 종대는 분명히 임신을 했겠지. 애를 낳으면 못이기는 척 결혼을 했다가 꼬투리를 하나 잡아서 이혼해야겠다. 백현은 꽤 구체적인 계획을 잡아놓았다. "뭐하냐 변백현." "형 안녕하세여." 백현의 사무실에 친구 찬열과 찬열의 이복동생 세훈이 들어왔다. 둘은 이복형제임에도 사이가 친형제같았다. 백현은 왜 왔냐는 듯 그들을 쳐다봤다. 찬열이 시끄럽게 말하며 백현에게도 말을 걸었다. "김종대랑은? 어? 잘해주고 있냐?" "어라 김종대? 그. K호텔 종대형?" 세훈이 아는 채하자 백현의 고개가 들렸다. 고등학생인 세훈은 어떻게 아는 것일까. 백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찬열도 세훈이 신기한 듯 물었다. "어? 오세훈 네가 어떻게 아냐?" "그 형 되게 유명한데. 인기도 많고 또......," "닥치고 좀 나갈래? 나 이거 오늘까지야." 예, 예. 찬열이 비아냥거리며 사무실을 나갔다. 백현은 그들이 나가는 것을 보고 자판을 두드리다가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자꾸만 피범벅이었던 종대의 모습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않았다. 다 김종대 탓이다. 오메가 주제에 고고한척 굴었던것도 저를 귀찮게 만들었던것도 다른 알파들한테 몸을 내준 것도 거기에 히트사이클에 약을 먹었던 것 까지 다 김종대의 잘못이다. 세훈이 말한 종대는 인기가 많고 유명하다고 했다. 분명 그 야실스러운 입꼬리로 알파건 베타건 심지어 오메가까지 홀리고 다녔겠지. 생각에 미치니 제가 더 미칠 것 같았다. 그저 오메가 부류에 관한 분노라고 치부했다. "오빠, 오늘 왜 그래?" 백현은 다시 룸을 찾았다. 기분이 좋지않아 풀 요량이었다. 늘 아끼던 여자 오메가가 오늘은 더러워 보이고 싸보였다. 애무도 하지않고 옷을 벗겨 나체를 보아도 흥분이 되지않았다. 집중을 못하는 백현을 눈치챈듯 여자가 백현에게 물었다. "니들 오메가도 사람을 좋아하긴하냐." "에이 오빠, 오메가도 사람인데. 당연하지." "아니. 알파들 좆말고. 그 사람을 좋아하냐고." "그건 당연한거아닌가?" 여자가 옷을 추스리며 웃었다. 오늘 백현오빠 왜이러실까. 찬열이 오빠한테 들었어. 결혼한다며? 여자가 백현의 기분을 풀어주려 쫑알쫑알 떠들었다. 백현은 조용히 여자의 얘기를 들었다. "나두 여기 팔려오기 전에, 좋아하는 사람있었는데 뭐." "......," "알파였는데 그 사람은 아주 날 더럽게 취급했어. 뭐 그래도 좋았지. 그 사람이 나를 걸레 취급하고 나를 함부로 다뤄도 좋더라고." 여자가 씁쓸하게 웃으며 술을 따랐다. 백현은 어제밤 신음을 참으며 엉엉 울던 종대가 생각났다. 처음만난 날을 제외하고 매일 약속 장소에서 한시간이상 기다리고 늘 음담패설에도 화내지않고 웃던 종대가 생각났다. "뭐 마지막에는 그 사람 집이 망해서, 그사람이 날 여기에 팔았지만 말이야. 그래도 내가 그사람한테 도움이 되는구나 싶어서 좋은거있지." "......," "병신같은거 아는데, 좋았어. 뭐 어쩔수없는거지." 백현이 술이 담긴 잔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급히 일어났다. 여자가 놀라 백현을 쳐다봤다. 백현은 지갑에서 수표를 꺼내 여자에게 건냈다. "고마워. 여기 돈." "이거 너무 많은.......," "고마워서그래. 받아. 얼른." *** 백현은 분명히 종대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받은사람은 다른 남자였다. 백현은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으며 누구냐고 물었고 상대방은 당당하게 자신을 밝혔다. "누구.시죠." "도경숩니다. 변백현씨죠." "그니까. 그게 누구냐고." "만나면 압니다. 일단 만나시죠. 종대는 전화 못받습니다." 백현은 경수를 마주봤다. 어디서 본 것 같기도하고. 흔한 얼굴은 아니었다. 전체적인 인상은 선해보였으나 표정은 살벌했다. 경수와 마주앉은 백현도 그리했다. 종대의 전화를 받았다면 지금까지 같이 있었다는 소린데. "K전자 이사 도경수입니다." "김종대 어딨습니까." 경수가 피식 웃었다. 백현은 그런 경수를 보곤 인상을 썼다. 백현은 경수를 생각해냈다. 언젠가 찬열이 말했던 사람이었다. 경수는 종대의 행방을 묻는 백현이 우스웠다. 종대를 그렇게 만들고 왜 찾는지 이해가 되지않았다. "병원에 있습니다. 왜 병원에 갔는지는 그 쪽이 더 잘 아실 것 같고." "...병원?" "몸이 얼마전부터 안좋았는데 애를 대단하게 만들어놓으셨더라구요." 백현은 첫만남때 종대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몸이 안좋아 히트싸이클이 불순하다고. 하지만 부정했다. 억제제를 가지고 다닌 종대를 봤고, 분명히 히트싸이클이라고 생각했다. "금이야 옥이야 평생 아끼고 제대로 손도 못대봤는데 어느날 어떤 개새끼가." 경수는 개새끼를 말할때 발음을 더 세게했다. "그렇게 만들었네." "그래서 그 개새끼가, 나라는 소리?" "개새끼라는 그쪽 종대는 다정하다고 사람좋다고 그랬는데. 증거를 그렇게 남기시면 종대의 거짓말이 들통나지않습니까." 경수의 얼굴은 처음보다 살벌했고 백현의 표정은 불쾌해보였다. 경수는 종대를 오래전부터 좋아했다. 종대는 백현의 자랑을 늘 경수에게 했다. 경수는 종대가 행복해지길 바랬고 백현때문에 행복해하는 종대가 좋았다. 처음 종대가 백현을 좋아한다고 말했을 때 경수는 백현의 뒷 조사를 했고 성격이 그다지 좋지않은 인물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종대가 좋아하니까, 괜찮은 사람이겠거니 하며 말리지 않은게 지금와서 후회됬다. 자그마치 20년이 넘었다. 이제와서 종대를 찾는 백현이 역겨웠다. "도경수? 그 쪽은 뭐길래 그렇게 아는 척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난 김종대 약혼자고, 그럼 그 쪽은?" "태어났을때부터 김종대 옆에서 지켜본사람. 김종대는 누구보다 내가 잘 알아." "친구가 무슨 권리.......," "너같은 개새끼한테 김종대 못줘, 안줘. 그냥 꺼져." ㅜㅜ너무 늦게왓죵ㅜㅜㅜ4편두 얼렁 들고오겟슴돠ㅜ이런 글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