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세계.01
정체 모를 약물들로 가득했던 서랍장은 어느새 나무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새로 받아온 지 얼마
안 된것 같았는데.아마 조만간 태형이 나갈 것 같았다.그는 이상하리만치 나를 밖에 내보내려 하지 않았다.
물론 이런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레 바깥 출입이 줄어들긴 했지만,하다못해 집 앞 슈퍼를 가는 것도
탐탁치 않아했다.그래서 나는 근 두어 달 동안 바깥 공기를 마셔본 적이 없었다.바깥 바람이 그리워질 시점이었다.
"태형아."
"응?"
"거의 다 떨어졌던데."
"벌써?요즘 좀 많이 하긴 했지."
"이번엔 나도 같이 나가면 안 돼?"
순식간에 너의 얼굴이 찌푸려졌다.작게 한숨을 내쉰 너는 나에게 다가와 얼굴을 조심스레
감싸쥐었다.나의 이마에 입을 맞춘 너는 순식간에 내 목을 움켜쥔다.
"탄소야,내가 밖에 나가는 거 싫다고 하지 않았어?"
"ㅇ..어.."
"근데 왜 자꾸 같은 얘기를 반복하게 할까,우리 탄소?진짜 죽고싶어서 그래?"
말 끝을 올리면서 너는 나의 목을 잡고 있는 손에도 힘을 더했다.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버둥거리는 나를 그는 차가운 표정으로 한 번 내려다보고는 내 목을
쥐고 있던 손을 풀었다.갑작스레 들어오는 숨에 난 바닥에 엎어져 헐떡거려야 했다.
내 앞으로 보이던 태형의 발은 어느샌가 없어져있었다.
조금씩 호흡이 편해지자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언제 나간건지 태형은 없었다.식탁에
올려져있는 씨리얼과 우유가 그를 대신해주는 듯 했다.난 그를 생각하며 식탁에 앉아 씨리얼에
우유를 말았다.얼마 생각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샌가 우유가 그릇 밖으로 넘쳐 다리로 떨어지고 있었다.
난 그걸 보다 그냥 일어섰다.주방엔 주인 없는 씨리얼과 바닥에 고인 우유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었다.아직 다 흐르지 못한 우유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태형은 그 날 자정이 지나도록 들어오지 않았다.시침이 3을 가리킬 때쯤 도어락이 열렸다.
태형은 피곤한 눈을 하고는 백팩을 바닥에 던지듯 내려놓았다.그리곤 나에게 다가와 아까와는 다르게
퍽 다정한 손길로 목 주위를 쓰다듬었다.미안한 표정으로 작게 웃어보이던 그는 부드럽게 나의
입을 물었다.그는 입을 떼지 않은 채로 나를 안아들고 침대로 향했다.
내가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본 시계의 시침은,7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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