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성열이 꾸벅꾸벅 졸 시간 아니나다를까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졸고있는 성열을 보고는 아까 커피를 가져다줬던 여직원이 성열의 뒤로 다가가 톡톡 치며 깨웠다. 컵이 비워져 있을줄 알았는데, 여전히 커피가 가득 들어있는걸 보고 의아하다는듯 성열에게 묻는다.
"웬일이야 성열씨?"
"네? 뭐가.."
"커피귀신인 성열씨가 꾸벅꾸벅 졸면서까지 커피도 안 마시구."
"아.. 그냥요. 커피 줄이기로 했거든요."
말 하는 도중에 머리가 아픈지 손가락으로 꾹꾹 머리를 누르는 성열의 행동에 여직원이 성열의 이마에 손을 짚어본다.
"성열씨 열이 조금 있는데? 감기야?"
"아니에요. 그냥 평소에도 체온이 높아요."
성열이 자신에게 다시 컵을 건내자 여직원은 알았다는 듯 컵을 들고 탕비실로 향했다. 여직원의 말을 듣고 진짜 감기인가 싶었지만, 임신 초기에는 약간의 몸살끼가 동반된다는걸 언뜻 들어보기도 했고, 보기도 했으니까.
"아 추워.."
원래 추위를 잘 타 아직 더울법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성열은 가디건을 챙겨입고 나왔었다. 명수에게 어떻게 말 해야하며 몸도 좋지 않은것 같아 성열은 결국 조퇴를 허락받고 회사를 나섰다. 혹시나 명수가 믿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성열은 임신테스트기 하나를 더 사 집으로 향했다.
명수가 오기전에 조금이라도 자야겠다는 생각에 성열은 침대로 기어가 몸을 뉘였다. 걱정이 되긴 했지만 성열은 당장 쏟아져오는 잠을 이기지못하고 잠에 들었다.
"몇..시야.."
거의 여덟시가 된 시각에 성열은 자신이 잘못본건 아닐까 눈을 비비곤 다시 시계를 확인했다. 자신이 집에 들어온 시각이 두시 좀 넘은시간이였으니까 거의 여섯시간동안 잠을 잔 성열이였다. 여덟시가 다 되도록 들어오지 않은 명수에 성열은 핸드폰을 들어 명수에게 전화를 걸어보지만, 전원이 꺼져있다는 여자의 기계음이 들려왔다. 같은 학생회에 소속되어있는 우현에게도 전화를 걸어보지만 신호만 갈 뿐 전화를 받지 않았다.
갑자기 학생회의가 잡혀버려 학생회장인 명수는 어쩔수없이 학생회의에 참석해야 했다. 우현에게 질질 끌려가는 도중에도 명수는 입을 삐죽거리며 불만을 토해냈다.
"아 나 진짜 가봐야 한다니까?"
"학생회장이 없으면 회의는?"
"니가 하면 되지! 너 부회장이잖아 새끼야."
"아 잔말말고 얼른 따라와. 너 일찍 가야한다며. 빨리가서 해야 일찍 가던지 말던지 하지."
학생회의를 진행하는 내내 명수는 말실수를 연발하기 일쑤였다. 성열이 일찍오라하면 정말 큰 일이 있다는건데, 가지도 못하고 전화도 배터리가 나가 꺼진 상태였다.
우여곡절끝에 학생회의를 마친 명수는 교실로 가 가방을 챙겨 냅다 달려나가려 했다. 그런 명수의 가방을 잡고는 자신의 핸드폰을 보여준 우현이 보여주자마자 명수에게 정강이를 걷어 차였다.
"아 아파 새끼야! 왜 때리는데!"
"왜 때리는데? 그걸 몰라서 묻냐! 아 암튼 나 간다! 성열이한테 전화 해 줘. 나 지금 간다고."
명수의 말에 우현이 고개를 절래절래 젓고는 통화버튼을 누르지만 전화가 걸리기가 무섭게 우현의 핸드폰도 꺼져버렸다.
헐레벌떡 집에 도착한 명수가 성열의 행방을 살피며 집 안 샅샅히 돌아다녔다. 자신과 성열의 방에 들어가자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쓰고 누워있는 성열이 명수의 눈에 들어왔다.
"... 성열아."
"나가."
"아 미안해.. 갑자기 회의가 잡혀서.."
"그럼 그렇다 전화를 해야지."
"아 배터리가 없었어."
"남우현은 폼으로 있어?"
"걔가 전화 안 했어?"
씨발새끼. 전화 하랬더니. 속으로 우현을 씹은 명수가 성열에게 다가가 작고 둥그런 성열의 어깨를 감싸쥐었다. 감싸쥐기가 무섭게 탁 내쳐지는 자신의 손에 명수도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자신이 일부러 늦은것도 아니고 갑자기 생긴 학생회의에 학생회장이라는 본분에 맞춰 참석을 해야 하는 상황이였기에 정말 어쩔수가 없었다.
"아 미안하다니까?"
"나가라고!"
"야. 내가 일부러 그랬어?"
"야? 너 지금 나한테 야라고 했어?"
"....."
'성열아' 라고 부르는것은 허락해줬지만, '야' 라고 불리는것은 싫었기에 명수도 성열도 호칭정리를 연애초기부터 싹 정리 했었다. 가끔 명수가 화가날때 '야' 라 부르곤 했었다. 물론 바로 후회를 했지만.
성열의 화가섞인 목소리에 명수는 입술을 질겅이며 밖으로 나갔다. 소파에 앉아 핸드폰과 충전기를 연결시키고 전원을 킨 명수가 전원이 켜지기가 무섭게 곧장 우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신이 전화를 걸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우현이 전화를 받았다.
"야 이 새끼야! 전화 안 했어?!"
- 아 미안 미안. 전원이 꺼져서 어쩔 수 없었어.
"씨발새끼. 개새끼. 너 월요일날 학교가서 죽을 줄 알아."
밖에서 들려오는 명수의 욕소리에 성열은 정말 명수가 화가 많이 났나 싶어 걱정이 됐다. 슬그머니 문 사이로 고개를 빼꼼 내밀고 명수를 살핀 성열이 길길이 날뛰는 명수에 곧장 문을닫고 나가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에 빠졌다. 명수와 우현이 하는 전화내용을 들은 성열이 명수가 정말 어쩔수 없이 늦은거란걸 알았다.
이대로 나가다간 또 싸움이 오래갈거란 생각에 성열은 눈을 딱 감고 밖으로 나갔다. 명수는 아직 성열이 나온걸 모르는건지 연신 욕을하며 전화를 이어나갔다. 명수의 옆에 앉은 성열이 고개만 푹 숙이고 뭐라 말해야하나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전화를 끊고서야 성열이 자신의 옆에 있다는것을 알게 된 명수 역시 성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선뜻 말을 꺼내지 못했다.
".... 명수야."
"....."
"미안.. 내가 너무 심했지. 너 학생회장이라 어쩔 수 없었는데.."
평소와는 달리 자신에게 먼저 사과를 해오는 성열에 명수는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워낙 고집이 센 탓에 자신이 사과할때까지 말 한마디 꺼내지 않던 성열이였기에. 괜찮다며 성열을 안아준 명수가 왜 일찍오라 하였는지 궁금했는지 성열에게 물었다.
"근데 왜 오늘 일찍 오라 했어? 뭔 일 있어?"
"아.. 그게에.."
명수의 말에 벌떡 일어나 방으로 들어간 성열이 아까 주머니에 넣어놨던 임신테스트기를 꺼내들고는 명수에게 향했다. 성열의 손에 들린 그것이 무엇이냐는 눈빛을 띄운 명수에 결국 성열이 입을 열었다.
"임신.. 테스트기.."
"아아. 임신? .... 뭐? 임신?!"
"응.. 나 임신 했어.."
성열의 손에서 임신테스트기를 뺏어 자신의 눈앞에 가져다 댄 명수가 믿기지 않는듯 성열과 임신테스트기를 번갈아 보며 눈을 도록도록 굴렸다. 분명 두줄이면 임신. 한줄이면 비임신. 근데 이건 두줄. 그럼 임신. 생각을 정리해 딱 결론을 낸 명수가 난데없이 성열의 손을 덥썩 잡았다.
"열아. 나 아빠 되는거야?"
"어..?"
"헐. 나 안 믿겨! 나 아빠? 헐. 내 자식?"
기쁜 듯 평소보다 목소리가 높게 올라간 명수가 성열에게 연신 확인대답을 요구하더니 성열을 번쩍들어안는다. 갑자기 명수에게 안겨진대다 빙글빙글 돌려대는 탓에 당황 한 성열이 명수를 툭툭 쳐대며 내려달라 말했다.
"아 맞다. 우리 애기. 아가야- 미안. 아빠가 너무너무 좋아서."
"... 좋아? 진짜로 좋은 거 맞아?"
"그럼! 당연히 좋지. 우리 애긴데. 맨날 아빠가 그랬거든. 너 아니, 성열이 닮은 딸 하나만 낳아오라고."
"진짜..? 아버님이 그랬어?"
거짓말은 절대로 못하는 명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어느때보다 활짝 웃어보였다. 명수의 웃음을 본 성열이 그제서야 마음이 놓이는지 성열도 명수와 눈을 맞추며 웃어보였다.
"뭐 먹고싶은건? 다 말해. 내가 다 사다줄게!"
"먹고싶은건 없구.."
"그럼?"
"나 졸려. 재워 줘. 안아서 토닥토닥. 응?"
성열의 애교섞인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인 명수가 성열을 뒤에서 끌어안아 뒤뚱뒤뚱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교복도 벗지않고 침대에 누운 명수가 성열에게 팔베개를 해주며 토닥토닥 성열을 다독였다.
"내일 병원도 가고, 집에도 가자. 알았지?"
"응응. 근데 너 진짜 괜찮아? 아버님한테 맞으면-"
"왜 맞아 내가? 민증도 나왔는데? 이제 반년만 있으면 졸업이고."
명수의 말에 에라 모르겠다 하며 명수의 품에 파고든 성열이 익숙한 명수의 냄새에 행복함을 느끼며 잠에 빠져들었다.
담편언제나올지 몰라염^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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