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을 품에 끌어안은 그의 머릿속에는 한가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축 젖은 소년의 머리칼을 말려줄 마른 수건 하나 저에게 있지 않다는 절망감. 그의 손이 덜덜 떨렸다. 그것이 차가운 바닷물에 저의 체온을 뺏겼기 때문인지, 아니면 제 품에 안긴 소년의 따뜻했던 체온이 더이상 기억이 나지 않아서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의 머릿 속에는 이미 소년의 머리 하나 말려줄 수 없는 저의 현실에 대한 절망으로 검게 물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차에 올라타자마자 그는 조수석으로 손을 뻗었다. 차에서 내리기 전 급하게 벗어던졌던 얇은 셔츠가 그의 손에 잡혔다. 그는 셔츠를 쥔 손을 소년의 얼굴에다 가져다대었다. 꺼슬거리는 셔츠가 소년의 축축한 볼에 닿자, 소년의 볼이 씰룩거렸다. 잠시동안 소년의 볼에 진 얉은 주름에도 그는 제 머리가, 온 몸이 깨지는 것만 같았다.
한번 문질렀을 뿐인데도 새빨갛게 열이 오른 소년의 뺨에 그는 셔츠를 집어던지고는 축 젖은 저의 손을 닦아내어 소년의 뺨에 얹었다. 소년이 한번 더 이번에는 저의 입꼬리르 움직였다. 항상 올라가있던 그 입꼬리가 파르르 떨리는 시퍼런 입술에 금방 미소를 짓는 꼴이 되었다가도 금방 울상을 지었다.
그는 차갑게 식은 양손을 맞대어 비벼대고는 열이 오른 손바닥으로 소년의 몸을 어루만졌다. 하지만, 바닷물에 젖어 짠내므저 나는 듯한 소년의 몸은 그의 체온을 받아들이기는 커녕 되려 그의 온기마저 꺼버렸다. 금방 식어가는 제 온기에 주먹을 쥐어가며, 입술을 씹어가며 절망한 그는 축 젖은 티셔츠를 벗어던지고는 소년을 끌어안았다. 열이 오른 그의 몸에 차가운 소년의 몸이 닿자 그의 몸이 잘게 떨렸다.
이가 떨리는 추위 속에서 필사적으로 소년을 끌어안은 그는 소년을 살피기 위해 잠시 몸을 떼어내었다. 여전히 축축하게 젖은 소년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 때문에 소년의 긴 속눈썹이 마치 신부의 머리장식마냥 하르르 하르르 소년의 하얀 피부 위를 날아다녔다. 잠시 그 움직임이 그치나 싶었을 때 소년의 눈이 번쩍 뜨였다.
바닷물에 축 젖은 검은자 주위가 빨갰다. 온통 창백한 소년의 몸 속이서 유일하게 붉게 빛이나는 눈에 그는 시선을 떼지 못했다. 불과 며칠 전 소년의 생기있는 모습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어서였다. 소년은 그런 그를 쉽게 찾지 못하고 이리저리 길을 헤매었다. 힘이 쭉 바져 어떠한 의지 조차 느껴짖 않는 작은 몸뚱아리와는 달리, 그 검은색 눈동자는 무언가를 찾아 헤매이듯 한참을 그렇게 바삐 움직였다. 그렇게 한참을 헤매었을까, 소년의 시선이 어느 한 곳에 다다랐다. 바로 그였다.
그를 제 눈 속에 담은 소년의 눈동자에 일순간 커다란 파도가 일었다. 그 파도에 그의 얼굴이 젖어 이리저리 울렁거리며 소년의 검운 눈동자 속에 파묻힌 그는 무너지듯이 소년에게로 다가갔다. 파도에 휩쓸린 모래성마냥 무너져내린 그는 축 젖어 뭉텅이진 소년의 앞머리에다 제 이마를 맞대었다. 그러자 물에서 빠져나온 이후로 단 한번도 움직인적 없던 축 쳐진 소년의 팔이 들어올려졌다. 그리곤 저를 끌어안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축 젖은 솜마냥 힘없는 손 때문에그것이 그를 끌어안는 행동인지, 아니면 그를 밀어내는 행동인지 그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단 하나만은 알 수가 있었다.
소년은 살아있다는 것을. 제 품에 끌어안기던 순간에도, 그리고 지금도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을.
그는 그제아 제 턱 끝까지 차오른 짜디 짠 바닷물을 삼켜낼 수가 있었다.
| 그래, 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 것은 |
이 밑도 끝도 없는 우울함이 계속 연재된다는 것이 믿겨지시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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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유지태 못알아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