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My Father
written by.꽃잎
" … 2개월이래.길어봤자 3개월이랜다. "
2년만에 해외에서 사업을 하다 한국으로 다급히 입국한 삼촌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왜 하필 저딴 기분 더러운 말이었을까.그 많고 많은 말 중에서 왜 하필.그렇게 보고 싶었던 삼촌이었는데 우습게도 세상 누구보다 원망스러웠다.좀 더 기분좋은 말을 할 수는 없었을까.이제야 좀 매듭이 풀리려는 내 인생은 젠장맞게도 덩쿨 처럼 얽히고 얽혔다.빠져 나오려고 애를 써봐도 움직일때마다 더 심하게 죄여오는 것처럼,오늘은 엄마라는 작자의 생일이었다.생일이자 3번째 재혼을 한 날.또 다른 의미로는 '시한부'인생을 선고받은 우울한 날.이라고도 정의되었다.
" …누가 그랬어? "
" 누구긴 누구야.의사지. "
" 엄마는 알아? "
" 알고도 남았어. "
" …엄마가 재혼한 그 남자 몇살이라고 했지. "
" 28이래던가. "
" …에이 시발. "
평소에 상스럽다고 여겼던 단어가 내 입에서 아무렇지 않게 뱉어져 허공에서 흩어졌다.엄마의 세번째 재혼이었다.피치 못할 사정으로 나를 가지게 된 엄마와 나의 아빠.말했듯이 '피치 못할'사정이었다.나를 가진것도 두 분이 결혼한 것도.인생이란게 그런거 아닌가.엄마와 아빠는 점점 깊어지는 갈등의 골로 인해 이혼을 선언했고 나는 갈 곳을 찾지 못하는 방랑자마냥 떠돌아 다니며 엄마의 옆을 서성거렸다.가끔 나를 찾아와 "너를 가진게 내 인생 최대의 실수야"란 말을 함부로 짓껄이며 손찌검 하던 아빠에게 어떠한 반항도 할 수 없었다.난 사랑의 결실이 아니었으니까.늦은 새벽,나를 원망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눈물을 뚝뚝 흘려댔던 엄마에게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그저 피만 섞인 것 뿐이지 그럴 가치가 없는 나였다.그러나 이건 아니었다.갑작스레 집안에 들이 닥쳐온 '암 말기'라는 청천벽력 같은 말과 소리 소문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한 '재혼'.엄마는 49.남자는 28.태초에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였지만 여느때보다 새하얗게 질리는 기분이었다.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 그걸 가만히 보고 있자는거야? " 새파랗게 질린 내 얼굴에 삼촌은 지그시 나를 쳐다보았다.
" 그걸 가만히 보고 있자는거야? "
" 뭐? "
" 이게 말이 돼?나랑 고작 9살 차이야.그 새파랗게 젊은 남자가 내 아빠 노릇을 하겠다고? "
" … "
" 그 새끼는 엄마가 죽는다는거 알고도 그러는거야?재산 노리는거면 당장 그만 두라고 해.시발,이건 너무 하잖아. "
" …조용히 해.너희 엄마 병실에 있잖아. "
" 삼촌은 이해 돼? 그 젊은 새끼가 무슨 내 아빠야.아빠?제대로 있어본적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이건 아니야.삼촌도 알잖아. "
" …그 남자가 엄마 사랑한대.돈 때문도 아니래.돈은 다 너 줄거라고 하더라.너희 엄마 회사 후배 였는데 좋아했었대. "
" 엄마 병수발 들어주고 뭐,마지막까지 지켜줄 정도로? "
" … "
" …허, "
소리 없이 끄덕이는 삼촌의 행동에 입술을 더 꽉,깨물었다.입술이 터진건지 비릿한 피맛이 혀를 타고 올라와 내 코를 찔렀다.그 남자와 엄마.둘다 나에게 너무 잔인하고 가혹한 짓을 저질러 버렸다.애정없이 나를 키우던 엄마에게 또한 딱히 애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한 행동이었다.'피치 못할 사정'이었든 뭐든나는 생물학적 자식이었다.자신을 마음속에 품어왔던 여린 사내에게 죽음을 지켜보라는 엄마의 행동이나,엄마가 죽고 나면 나에게 부모 노릇 따위를 하려고 설쳐댈 남자의 모습이 떠올라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 너희 엄마가 벌써 집까지 구해놨대,둘이 살 집.우선 모든 돈은 다 그쪽에 맡겨놓은 상태야.너 나중에 대학갈때 필요한 등록금이랑… "
" 됬어.나 지금까지 혼자 잘 살아왔는데 이제 와서 무슨 모정이라도 느끼는 중이래? "
" 종인아. "
" 나 혼자 잘 살겠다는데 왜 챙기는 척이야 다들?나한테 관심도 없었잖아.내가 뭘 해도 다 무관심 했었잖아! 근데 뭐?살 집?등록금?시발,그 어린 새끼한테 아빠 아빠
거리면서 그 동안 못느껴본 부정도 느껴보고 인간되서 새출발이나 하라고? "
" 그 새끼라니.엄연히 니 아빠야.너가 그렇게 발버둥 쳐도 달라지는건 없어. "
굳은 얼굴로 나를 다그치듯 말을 내뱉는 삼촌을 원망스럽게 바라보는 것 밖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이 넓은 세상에 나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기분이었다."안녕하세요." 101호실.'최은주'라 적혀진 병실 앞에 서서 애꿎은 신발 발등만 툭,툭 쳐대는데 저 멀리서 선명하지만 낯선 목소리가 내 귓가에 울렸다.고개를 들자 저 병실끝에서 나와 삼촌에게 다가오는 한 남자의 실루엣이 희미하게 보였다.
" 삼촌,누구야? "
" 재혼한 남자. "
" 저 새끼야? "
" … "
점점 다가오는 남자의 실루엣을 한참 바라보았을까,희미하게 보이던 얼굴이 점차 뚜렷해질때쯤 나는 끓어오르는 분노에 주먹을 꽉 쥐었다.손이 저절로 바들바들 떨리는 느낌이 섬짓하게 느껴졌다.앳된 소년같은 분위기였다.어른 행세를 하려고 몸에 맞지도 않는 정장을 입고 애써 점잖은 척 하는 어린 아이.떨리긴 한건지 나와는 다른 목적으로 주먹을 꽉 쥐고 삼촌을 향해 고개를 까딱이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엄마는 저 남자에게 뭘 바란걸까' 이딴 생각밖에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다.28살이라고는 했지만 왜소한 체형과 버벅거리는 말투 그 모든게 나에겐 삐딱함 그 자체였다.자기 몸 하나 챙기기도 급급해 보이는 새끼한테 '아빠'라는 수식어를 남발하며 온갓 아양을 떨어야 할 나의 암울한 미래에 허,하며 자조적인 웃음을 내뱉었다.
" 안녕하세요. "
" 아,예.누나한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도…경수씨,맞으시죠. "
" 네.처음 뵙겠습니다.저…은주씨는 병실에 있나요? "
" 그렇습니다만…아,종인아.인사해. "
" …누구.. "
" 은주 누나 아들이에요.종인이 이야기는 들으신적 있겠지만 직접 대면한건 처음이시겠네요.종인이를 먼저 소개했어야 하는건데…참. "
" 아.. "
" 그럼 둘이 이야기 나누세요.전 누나한테 먼저 가보겠습니다. "
언제 그랬냐는듯,'은주 누나 아들'이란 한 마디에 긴장한 표정을 애써 지우며 나를 향해 웃는 남자에게 입꼬리를 씩 올려보였다.그럼 그렇지,하는 의미의 웃음이었다.엄마 재산 빼돌릴려면 저정도 친절은 기본이겠지.여우 같다,당연한 생각을 하는 내가 바보가 된 느낌이다.암으로 인해 전에 그 눈부시던 화려한 외모를 잃고 다 시들은 장미처럼 힘 없는 엄마의 모습을 사랑할 남자는 없을것이다.사랑이란 하찮은 감정이라 착각할지 모르지만 몸 안에서 들끓는 탐욕은 그를 지금처럼 내버려 두지 않을 거란 것,정도쯤은 이미 깨우쳤다." 안녕,난 도경ㅅ… " 웃으며 또박또박 말을 뱉는 남자를 업신여기듯 픽,비웃으며 차갑게 말했다.
" 안녕,난 도경ㅅ… "
" 맨날 이렇게 엄마 병문안 왔어요? "
" 어? "
" 내가 학교 가있을때마다 엄마 보러 왔었냐구요. "
" 어?어… "
" 엄마랑 무슨 이야기 했어요?종인이 잘 부탁한다는 말?아님 재산에 대해서 이야기라도 하셨으려나.. "
'재산'이란 말에 눈이 휘둥그레지는 앳된 남자의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그렇지,당연한 결과였다.능력 좋고 젊은 나이에 헌신과 사랑이 잔뜩 담긴 마음은 엄마에 대한 마음이 아니었음을."그게 아니라…" 흠짓,하며 당황스러움에 눈알만 도륵도륵 굴리는 남자의 말을 받아쳤다.
" 재산은 마음껏 나눠줄게요. "
" … "
" 우리 엄마 돈 엄청 많아요.아저씨도 알죠? "
" 종인아. "
" 그거 바라고 온거잖아.다 알아요.보살펴주고 그런 쓸데없는 짓 안해줘도 우리 엄마 옆에 있어준 수고비는 두둑히 챙겨줄테니까… "
" … "
" 아빠 행세 같은거 하려고 설치지마.나 그딴거 필요없어.너한테는 더더욱. "
내 말에 남자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리는듯 보였다.종인아…! 차갑게 말을 뱉은뒤 걸음을 빨리하여 성큼성큼 병원을 벗어나려 할때 다급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돌아보지 않았다.뒤 돌아보면 내가 지는거니까.엄마나,저 남자나, 두 사람에게 같잖지도 않은 사랑 놀음에서 비롯되는 하찮음을 실컷 비웃어준 뒤 벗어나게 해주고 싶었다.그저 착각하는 것 뿐이라고.당신들은 '착각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고.가슴 한켠이 찌릿 거리며 아파왔지만 애써 아니라고 부정했다.그 정도 아픔쯤이야 너무 익숙해서,이제 이 빌어먹을 가슴도 서서히 무뎌지겠지 하며.
* 안녕하세요 꽃잎입니다.처음으로 엑소 팬픽을 써보네요!
처음이라 부족한 점도 많고 문장 구사력,서술력 모두 다 떨어지지만 그래도 재밌게 봐주시고 꼭 댓글 주시는거 잊지 마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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