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결혼의 계절이 찾아온 지난 봄이였다. 20년 인생 그리 완벽한 사람 자체를 처음 실제로 만났던 날.
강남에 위치한 한 웨딩홀 뷔폐에서 알바를 하고있을 때, 유난히 하객들이 많이 찾아오던날이 있었다. 때문에 평소보다 몇배는 더 바빴다. 대체 신랑신부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찾아오는 하객들만 해도 다들 보통이 아니였다. 유명한 기획사의 대표, 이름만 대면 다들 알 법한 배우며 가수들, 심지어 국회의원들도 찾아오던 날이였다. 살면서 그렇게 유명한 사람들을 한자리에서 본적은 처음이였다.
"야. 대박 오늘 여기에 하객으로 배우 김태형도 왔대"
"진짜? 와 오늘 무슨 영화제도 아니고 연예인들이 이렇게 많이 와? 그것도 다 유명한 사람들이잖아"
"그러니까.. 신랑쪽인지 신부쪽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엄청 대단한 사람들인가봐"
"부럽네 나는 언제쯤 그런 화려한 결혼식을 올려볼지.."
"일단 현재는 일개 알바인생인거지 뭐~"
홀에 모자란 음식들을 채우기도 급급한데 저 알바생 둘은 뭐가 그리 할 말들이 많은지 주방 구석에서 계속 수다만 떨었다. 때문에 모든 굳은일들은 다 내 역할이였다.
무거운 접시들을 들며 계속 음식들을 나르는데 사람들이 워낙 북적거려서 자칫 실수라도 하면 주변에 있는 하객들과 부딪히기 십상이였다.
"으휴, 쟤는 또 미련하게 일만 하네"
"그러니까 지금까지 계속 혼자 다니지. 여기 온지 반년은 훨씬 지났던데"
"근데 딱히 친해지고 싶은 스타일은 아니야"
"맞아"
주변에 있는 한 알바생 무리가 하는 말이 나에대한 얘기라는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이 구역에서 나만 혼자 떨어진 알바생이라는 건 인정하는 부분이였고 사실 나의 성격이 그럴 수 밖에 없다는것도 알고 있었다. 워낙 소심하고 낯가림이 심해서 사람들을 대하는게 어려웠고 친해지는 것도 힘들어한다. 그래서 상대방이 먼저 나에게 말을 걸어주지 않는이상 나도 마음을 열기가 힘들다. 그래서 꿋꿋이 일만 한다.
그런데 나를 흉보는듯한 그들의 시선을 받아들이는건..아직 많이 어렵다.
"으악!!"
아, 기꺼이 일을 내버렸다. 딴 생각하면서 움직이는 바람에 결국 지나가던 손님과 부딪혔고 들고 있던 음식을 손님 옷에 엎어버리는 실수를 가해버린 것이다.
"야! 너 정신 어따 팔고다녀?"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너 이게 얼마짜리 옷인줄은 알아?! 너 따위가 이런곳에서 한달 내내 일을 해도 못사는 옷이라고!"
"죄송합니다..."
"여기 담당 누구야? 어? 담당 불러 당장!!"
어째 일이 쉽게 풀릴만한 일은 아니였다. 운이 없어도 제대로 없던걸까. 실수를 한 손님앞에서 한없이 고개를 숙여 사과를 하고 있는데 불쑥 어떤 사람이 나타나 물었다.
"무슨일이에요? 형 옷은 또 왜이래?"
고개를 들어보니 앞에는 또 다른 한 남자가 있었다. 한 눈에 봐도 하객으로 함께 참석한 연예인이 틀림 없었다. 아, 자세히 보니 아까 어떤 알바생들이 말한 연예인 김태형이라는 사람이구나, 티비에서 자주 봤는데.
"아니 저 알바생이 일을 저따구로 하니까 내가 이런꼴을 당한거 아니야!"
"형, 잠시만 침착해. 여기 사람들 다 형만 쳐다보고 있어"
"넌 이게 침착할 일이냐? 여기 담당 누구냐고! 빨리 부르라고오!"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는 걸 파악했고 나는 속으로 '어쩌지..어쩌지'를 한없이 반복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때 김태형이라는 사람이 나에게 물었다.
"괜찮아요? 어디 다친덴 없고?"
"네? 아..ㄴ,네.."
불쑥 내 눈앞에 나타나서 말을 걸어오니 대답도 잘 나오지 않았다. 상황도 상황인데 대체 이런 사람이 나한테 왜 말을 걸어오는지도 몰랐다.
"아, 형. 오늘처럼 좋은날에 이런 일로 소란피우면 신랑신부가 얼마나 기분 안좋아하겠어~ 우리 그냥 넘어가자. 어? 형 옷은 내가 다시 사줄게"
"뭐? 미쳤어? 니가 왜 대신 이걸 떠넘겨! 닥치고 난 저 알바생한테 책임 물을거니까 가만히 있어라? 어?"
"아니 형.."
"아오, 알바생 얼굴이라도 좀 반반하면 봐주려 했더니만..저런것도 얼굴이라도 달고다니냐?"
"형!"
그 손님의 결정적인 한 마디로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나에게로 향했다. 그리고선 수근수근 거리기 시작했다.
'알바생이 실수한 건 맞는데 저 사람도 너무하네'
'그 상황에 얼굴 얘기가 왜 나와'
'자기 얼굴은 얼마나 잘났다고?'
'딱봐도 거하게 마시고 취한 모양이야'
처음엔 나의 잘못으로 시작해서 따가운 눈초리의 방향은 나에게 갔다가 점점 그 손님에게로 향했다.
"뭐,뭘 쳐다보고 있어!! 지금 내가 잘못했다는거야? 어?!!"
급기야 질타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때 그 현장은 한마디로 난리가 났다. 심지어 밖에 있던 경호원들이 와서 그 손님을 끌고가서야 사태가 마무리 된 듯 했다. 그리고 뒤늦게서야 알바 담당이셨던 팀장님과 다른 알바생들이 나왔고 그때 난 짐작했다. 오늘부로 난 이곳에서 짤리겠구나.
이러한 상황때문에 나만 퇴근을 빨리 해달라는 팀장님의 말에 홀로 탈의실로 들어갔다.
"미양씨, 잠시 저좀 봐요"
옷을 갈아입고 로비로 내려가니 팀장님이 주차장 구석으로 나를 불렀다. 어째 일이 안좋게 끝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꿋꿋이 본인 할 일 잘 하고 성실하게 해줘서 몇번 실수쯤은 그냥 눈감고 넘어가곤 했는데 어째 이번일은 저희도 그냥 덮기가 힘드네요"
"..."
"아까 그 손님측에서 항의가 들어왔어요. 당장 알바생 바꾸라고 하는데 저희도 한번만 선처를 해달라며 반복하며 말했는데도 안통해서.."
"..."
"저희 계열사 주식을 갖고있다면서 본인 말을 안들으면 본사에 어떻게 해버릴지도 모른다며 협박을 했다네요, 사장님과 점장님에게"
"..."
"살면서 그런 이상한 사람들 참 많아요, 평소같았으면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면 됐겠지만..이번일은 좀 많이 힘들어요. 저도 방금 위에서 명령 받고 그대로 전해드리는 겁니다"
"..."
"미양씨, 그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오늘 일당까지 이번달 월급은 내일 오전중으로 입금 해드리겠습니다. 미안하게 됐어요."
내가 잠자는 호랑이의 코털을 건드린거였다. 보통 사람도 아니고 하마터면 그런 힘을 가지고 있던 사람을. 더럽고도 치사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현실이였다. 그에 비해 한없이 '을' 이였던 난 하라면 하라는 대로 그냥 말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 고작 나같은 알바생 하나 때문에 모두가 피해를 입을 순 없었으니까.
"안녕히 계세요."
진짜 마지막 인사를 하고서 뒤돌아 주차장을 나왔다.
"아"
그런데 바로옆에 낯선 한 사람이 서있던 것이였다. 언제부터 있었던 건지는 몰라도 여기에 사람이 있었는데 팀장님은 하필이면 이곳에 날 불러들였고..이 사람에게선 우리가 한 얘기를 안들을래야 안들을 수 없었겠구나.
"미안해요. 제가 일부러 엿들으려고 여기 있었던 건 아니였고 그냥 알바생분에게 할 얘기가 있어서 기다렸던 건데.."
아, 자세히 보니 아까 홀에서 봤던 그 사람이였구나. 연예인 김태형.
"저한테 할 얘기요?"
"그러니까..아까 있었던 일..그 형이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닌데 오늘따라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실수를 한 것 같아서요"
"네"
"그러니까..어..그 일은 제가 대신 사과할게요. 정말 미안하게 되었어요."
"..그걸 왜 그쪽이 사과를 하시는지 전 잘 모르겠어요"
"아.."
"됐어요, 제가 잘못한 일인데 뭐하러 여기까지 오셨어요. 괜찮으니까 그쪽도 가던 길 가세요"
인터넷이나 주변 사람들이 하던 말 그대로였다. 저 연예인 김태형이라는 사람. 얼굴도 잘생기고 고작 나보다 3살 많으면서 어린나이에 성공해 돈도, 인기도 엄청 많고 성격도 좋다더니. 생각보다 오지랖도 넓은 사람이였다. 저런 완벽함으로 완성된 사람들은 절대 이해못한다, 나같이 평균 이하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괜한 자격지심이 아니라 그냥 완벽한 사람은 원래부터 나와는 다른 사람이니까 별로 안좋아했다.
잘난 사람을 인정할 수 없이 싫어했던 그때 나는 한껏 삐뚤어진 시선으로 세상을 살아가기 급급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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