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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삐야, 편지 도착했어? '

 

 

 

 

 

 

시험공부를 하다 보니 또 지민이의 카톡을 늦게 확인했다. 시차도 어느 정도 있는 데다가 요즘에는 시험 기간이기 때문에 지민이에게 먼저 연락이 와도 바로 확인한 적이 거의 없다. 미안해라는 말을 속으로 삼키며 쌓인 카톡들을 확인했다. 오늘은 무슨 연습을 했고 어떤 음식을 먹었으며, 그곳의 날씨는 어떠하다는 내용이다. 남들에겐 뭐 하나 특별할 것 없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지만 우리에겐 그 조차도 소중하다. 보기보다 아날로그적인 지민이는 종종 그곳에서의 사진을 찍어 인화해 편지와 함께 보내고는 했다. 마지막으로 온 카톡이 편지가 도착했냐는 내용이니 또 보낸 것이 분명했다.

 

 

 

 

 

 

지민이가 독일로 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분명히 지민이의 말로는 자신은 분명히 편지를 보냈다고 하는데 한 달이 가고 두 달이 지나도록 기다리는 소식은 도착하지 않았다.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은 박지민이 주소도 쓰지 않고 그냥 우체통에 넣어버려 갈 곳을 잃은 편지가 어디론가로 사라져버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직도 지민이의 첫 편지는 행방불명인 상태다. 지민이는 그래도 그 후로는 주소도 예쁘게 또박또박 잘 써서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꼭 우체통에 편지를 넣는다고 은근슬쩍 자랑한다. 그렇게 받은 편지들이 하나둘 쌓이다 보니 어느덧 내 침대 밑 작은 상자는 지민이에게서 온 편지들로 가득 차 넘칠 지경이었다.

 

 

 

 

 

 

 편지와 함께 오는 사진의 유형은 크게 세 가지인데, 첫 번째는 박지민의 셀카고 두 번째는 독일에서의 일상 풍경이며 마지막 세 번째는 춤을 추고 있는 박지민의 모습이다. 선생님이 찍어주는 사진이라고 하는데, 무용 선생님이 아니라 사진작가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엄청난 사진들이지. 사실 요즘 내 삶의 가장 큰 즐거움은 어떤 사진이 올지 예상하면서 기다리는 건데, 종종 호석 오빠와 내기를 할 때도 있다. 사실 가위바위보를 할 때에도 한 가지만 계속 내는 박지민의 비밀만 잘 안다면 오빠는 절대로 내기 같은 걸 하자고 하지 않을텐데 말이다. 아주 간단하거든. 셀카가 온 다음에는 일상 풍경이, 다음에는 춤을 추고 있는 박지민이기 때문이다. 또 그다음은 일상풍경이고, 또 다음은 셀카다. 이렇게 반복해서 오는 걸 왜 오빠는 모르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재빨리 호석 오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빠! 곧 지민이 편지 올 것 같은데.

 

 

 

 

" 이번에도 지 셀카 보낸다에 한 표. "

" 에이, 그건 저번 주에 왔으니까 이번에는 일상 사진이야. 내가 진짜 장담한다. "

" 야! 너 이번에는 뭐 걸래? "

" 오빠가 이기면 내가 하루 동안 존댓말 해줄게. "

" 콜. "

" 내가 이기면 오빠는 뭐 해줄 건데? "

" 만 원 줄게. "

 

 

 

 

 

 

이번주도 용돈 벌게 생겼네. 지민이가 가고 둘이서 자주 만나 지민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제는 호석 오빠와도 친남매 같은 사이가 되었다. 말을 놓은지도 꽤 되어서 늘 내기를 할 때면 존댓말을 해주겠다고 꼬시는 편이다. 물론 언제나 이기는 쪽은 나지만. 엄마한테 친구네 집에 다녀오겠다고 한 후, 간단히 옷을 챙겨 입었다. 시험기간이기는 한데. 잠시만 다녀오는 건 괜찮겠지?

 

 

 

 

 

 

우편함을 살펴보니 역시나 익숙한 그 편지지가 눈에 들어왔다. 보내는 사람 박지민, 받는 사람 예쁜 이삐. 언제나 그렇듯이 부푼 설렘을 한가득 안은 채로 호석 오빠의 학원으로 향했다. 이 안에 내 일주일 용돈이 들어있어. 지민아, 도와줘!

 

 

 

 

 

 

" 봐 내가 뭐랬어. 셀카는 아니랬지? "

" ..야, 빨리 먹고 떨어져. "

" 호석님. 이번주도 용돈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쓸게 오빠! "

" 아무리 생각해도 수상해. 너, 박지민이 미리 알려주는 거지? 와 진짜 쩐다. 난 왜 이걸 이제야 알았을까? "

" 진짜로 그렇게 생각해? 난 정말 오빠가 대단하다고 생각해. "

 

 

 

 

 

한참을 티격태격 거리다 집으로 돌아와 편지를 읽고 또 읽어본다. 다음 편지가 오려면 또 일주일을 기다려야 하니까, 그때까지 이 편지나 계속 읽어야겠다. 이번주도 잘 지냈지 이삐야? 로 시작하는 편지는 늘 답장 좀 해라 이삐야. 로 끝난다. 내가 받는 것에 비해 답장을 좀 안 하기는 했지. 이미 오늘 시험공부는 물 건너간듯싶으니 오랜만에 답장이나 써야겠다. 책상 위에 있던 책을 과감하게 치우고 서랍에서 편지지를 꺼냈다. 늘 카톡으로 안부를 전하는데도 뭐 이리 할 말이 많은지 어느덧 분홍색 편지지 한 면이 검은 글씨로 가득 채워졌다.

 

 

 

 

 

 

편지는 이튿날 등굣길에 우체통 속으로 잘 들어갔다. 생각해보니 이제 이렇게 연애하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네. 곧 있으면 약속한 3년이 다 되니까.

 

 

많은 것이 변할 것이다. 우선은 내가 학교를 졸업할 테고, 지민이가 돌아온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성인이 된다는 것이다.

 

 

지옥 같은 곳에서 나고 자라,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우리는 이제 나비가 되어 날아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때가 되면 나도, 박지민도 오롯이 행복해질 수 있겠지.

 

 

 

 

 

 

 

 

 

 

**

 

 

 

 

 

 

 

이럴 리가 없는데. 답장이 오지 않았다. 독일에서 날아오는 편지가 안 오기 시작한 지 벌써 한 달째였다. 설마 또 주소를 잊고 적지 않은 것 아니냐고 물어봐도 아니라고 하는 지민이에게 더 이상 캐물을 수도 없었다. 아마도 애초에 아예 편지를 쓰지 않은 것 같은데, 설마 귀찮아서 편지를 쓰지 않은 건 아닐 테고. 어찌 되었든 그곳에서의 생활을 잘 마무리해야 하니 그냥 이것저것 하며 바쁘게 지내고 있겠거니 하고 넘겼다. 그런데 한 달은 좀 심하잖아.

 

 

 

 

 

여전히 비어있는 우편함을 쓱 한번 보고 집을 나섰다.

 

 

졸업 기념 전시회를 하는 날, 그동안 열심히 노력해온 결과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니 홀가분해야 하는데 이상할 만큼 내 기분은 저기압이었다.

 

 

이게 다 박지민 때문이야. 한국에 돌아오면 한 대 때려줘야겠다.

 

 

박지민의 입국 날짜는 일주일 뒤였다.

 

 

 

 

 

" 오? 야, 이거 박지민 아니냐? 완전 똑같이 그려놨네. "

" 응. "

" 왜 또 저기압인데. 아직도 편지 안 왔어? "

" 아 몰라. "

" 또 나한테 성질이야.. 곧 있음 만날 거면서. "

 

 

 

 

 

아, 또 입 모양이 시옷 모양이 되어버렸네. 호석 오빠와 박지민은 사실 친형제가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성격이 비슷했는데, 잘 삐지는 것도 그 특징 중 하나였다. 평소 같았으면 또 삐졌냐고 놀려댔을 텐데 오늘은 나도 기분이 그리 좋지는 않아서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아, 모르겠다. 여기까지 찾아와줬는데 고맙다고 말은 못 할망정 짜증이나 부리다니 나도 참 나를 모르겠다.

 

 

 

 

 

 

" 내가 뭘 가져왔는지 알면 투정 못 부릴 텐데. "

" 꽃다발 이런 거겠지 뭐. "

" 들켰네? "

" 오빠는 늘 똑같아. 좀 색다른 걸 가져와야겠다는 생각은 안 들어? "

" 내가 산 거 아니거든. "

" 뭔데? 장난치지 말고. "

" 못 믿겠으면 네 눈으로 봐. "

 

 

 

 

 

만개한 장미꽃이 가득한 꽃다발 가운데 작은 카드 하나가 꽂혀 있었다. 우리 사이에 오글거리게 무슨 편진가 싶었지만,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오빠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서라도 읽어주어야 할 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카드를 열었다.

 

 

 

 

 

' 이삐야. '

 

 

어? 이거 분명히 박지민 글씨체인데.

 

 

' 졸업 축하해. '

 

 

이게 왜 여기서 나와.

 

 

' 보고 싶다, 네 얼굴. '

 

 

 

 

 

 

 

" 오빠, 이거 뭔데? 왜 박지민 편지가 여기에 있어? "

" 내 뒤에 있는 애한테 직접 물어보든가. "

" 뭐? "

 

 

 

 

 

 

 

 

 

[방탄소년단/박지민] 完, 나락에서 ; YOU NEVER WALK ALONE | 인스티즈

 

 

 

" 잘 지냈어? "

" 박지민. "

" 만나면 반갑다고 뽀뽀뽀. 이거 해줘야지. "

" 응? "

" 못 본 사이에 더 예뻐졌네. 우리 이삐. "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나 보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아무 생각도 나질 않는다. 지민이가 오려면 며칠 더 있어야 하는데?

 

 

 

 

 

[방탄소년단/박지민] 完, 나락에서 ; YOU NEVER WALK ALONE | 인스티즈

 

 

 

 

" 내 이삐가 너무 보고 싶어서 빨리 와버렸어. "

"  ……. "

" 줄 것도 있고 해서. "

 

 

 

 

 

지민이의 손에는, 티켓 한 장이 들려있었다. 갑자기 웬 티켓이냐고 묻자 자기가 서는 공연의 티켓이란다. 깜짝 놀라 살펴보니 정말로 지민이가 소속된 무용단의 이름과 함께 공연 이름과 좌석 정보가 적혀 있었다.

 

 

 

 

<< Flügel 무용단 내한 공연 :: You never walk alone >>

 

 

 

 

 

[방탄소년단/박지민] 完, 나락에서 ; YOU NEVER WALK ALONE | 인스티즈

 

 

 

 

" 마지막 공연이야, 그곳의 무용단원으로서는. "

"  ……. "

" 그거 알아? 이번 공연 제목 내가 지었다. "

" 진짜? "

" 너한테 꼭 하고 싶은 말이었거든. "

 

 

 

 

 

 

 

 

 

 

이거 준비하느라고 답장도 못 보냈네. 이삐야, 많이 화났어?

 

 

 

내 답은 아주 간단했다.

 

 

 

박지민을, 꽉. 아주 꽉 안아주는 것.

 

 

 

 

 

 

 

 

 

 

[방탄소년단/박지민] 完, 나락에서 ; YOU NEVER WALK ALONE | 인스티즈

 

 

" 공연, 보러 와주는 거지? "

 

 

 

 

 

 

 

 

" 당연하지. "

 

 

 

 

 

 

 

<< 完 >>

 

 

 

 

 

 


 

더보기

그동안 부족했던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이제는 정말 저 둘이 행복해지겠지요? 그럴 거라고 믿어요. 물론 아직 지민이와 이삐 커플에게는 군대라는 거대한 산 하나가 더 남아있지만...ㅁ7ㅁ8..그건 좀 나중의 일이니 미뤄두도록 해요!

정말,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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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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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정주행 하러 갑니다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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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아 세상에 작가님 글이 너무 예쁜거 아니에요?? 보는 내내 저도 모르게 계속 웃고 있었던 것 같아요. 짧게나마 정말 행복했고 앞으로도 글 많이많이 써주세요 ㅠ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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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토끼입니다!!크으완결이나버렸네요..!초반부터달려온것같아기분이좋습니다!!훅시간이가버렸네요그래도항상달달했던것같아요ㅠㅠㅠ작가님구고하셨어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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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대유잼]
벌써 끝나서 아쉽네요 3년 동안 서로 기다려왔으니 이제 둘다 행복하게 지내겠죠 작가님도 수고 많으셨어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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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96.9
땅위입니다!! 으어... 3년이런 간 시간이 흘렀네요ㅠㅠ 지민이도 무용으로서 성공하고 여주도 무사히 졸업을 했으니 이제 둘이 좋은 시간 버내는 일만 남았네요!! 그동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좋은 작품이었습니다ㅠㅠ다음에도 다른 작품으로 만날 수 있기를!!!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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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26.211
세ㅠㅠㅠ상에ㅠㅠㅠㅠㅠㅠㅠㅠㅠ정꾸ㄸ꾸까깐데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작가니뮤ㅠㅠㅠㅠㅠㅠ워후...박지미뉴ㅠㅠ성공해서 왔네여 아 너무 달달햇ㅇ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제 재회했으니 꽃길만 걸어...⭐....ㅠㅠㅠㅠㅠㅠㅠㅠ그동안 너무너무 수고하셨어요ㅠㅠ❤❤❤❤❤ㅠㅠ지민이랑 여주가 햄보케져서 다행이네요ㅠ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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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41.244
작가님 수고 많으셨어요. 정말 예쁜 두 사람이 행복해져서 다행입니다~~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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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86.23
어른꾹꾹 입니다ㅠㅠ 벌써 완결이라니 현생에 치여서 들어와보질 못했는데...벌써 완결이라니요ㅠㅠ 수고하셨습니다. 글 감사해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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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난나누우에요
으아아 나락에서 여주와 지민이와 이별해야한다니....ㅠㅠ 너무 아쉽지만 작가님의 글을 기다리면서 보내줘야겠죠...???8ㅅ8
너무 좋은글이 였구요.. 작가님 고생하셨습니다 ❤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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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캔디에요!으허 이렇게 해피해피하게 끝나서 다행이에요!그래도 한달동안 안쓴건 너무했쪙...아직 군대가 남았다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여주 진짜 부처 될거같아욬ㅋㅋㅋㅋㅋ이제 끝이라니 너무 아쉬워요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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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작가님 정말 재밌고 좋은 작품이였어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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