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writing/34065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바람소리 전체글ll조회 1176


 

 

[EXO/카디] 선생과 제자 사이 :2 | 인스티즈

                                                   선생과 제자 사이

                                                                                                                          W.바람소리

                                                                                              

                                                                                  

                                                                       ♪  

 

 

 

 

 

" 김종인,여기로 패스! "

" 알았어! "

 

'종인'이란 단어가 들리자 목적없이 학교 주변을 거닐던 경수의 발이 흠짓,하며 멈침과 동시에 목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고개가 틀어졌다.종인…종인이? 고개를 돌린곳엔 7시 25분이란 이른 시간에도 불구하고 흰 반팔티와 체육복을 입고 있는 여러명의 아이들이 보였다.맞다.애들 축구부였지.축구부라 다음달에 있을 시합을 연습하는게 당연한거 임에도 불구하고 뭔가 어색해 보이는건 나의 착각일까.목도리에 두꺼운 코트를 껴입은 곰 같은 자신과 저 반대편에 사는 사람 마냥 대조되는 옷차림을 하고 있는 아이들이 어색하게 느껴졌다는 이유와 두번째 이유는 역시 종인.밥 먹듯,아니 밥 보다 더 일상이 된듯한 패싸움을 하고 다니느라 이기든 뭐든 간에 상처는 생기기 마련이었다.따라서 등교 시간이 7시 50분 임에도 불구하고 7시 30분까지 종인을 불러 상처 하나하나 치료해주던 경수였다.그래서 2달간은 종인이 축구를 하는 모습조차 보지 못했고.사지 멀쩡한 종인이긴 했지만 뭔가 믿음직스럽지 않았다 해야하나… 내가 지금 무슨 소릴하는거야.이러다 또 지각하겠네.경수는 킁,하며 콧물을 들이 삼켰다.딴 생각하지 말자.원래 지갑 달랑 하나 들어있을 가방이지만 시험기간이여서 문제를 내느라 문제집 때문에 무거워진 큰 크로스백을 끙차,하며 어깨에 짊어지고 학교 건물 안으로 향할 때였다.

 

" 선생님! "

" …? "

" 2학년 4반 담임 도경수 선생님! "

" 어,어? "

"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세요.정신줄 꽉 붙들어 매세요! "

 

자신의 반 아이인 '찬열'으로 추정되는 목소리에 경수는 다시 한번 고개를 돌렸다.역시나.안 그래도 키큰 녀석이 무말랭이 마냥 흐느적 거리면서 인사 하니까 더 눈에 잘 띈다.손을 있는 힘껏 흔들며 맹구처럼 웃는 찬열을 향해 경수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다치지 말고 조심히 축구해,조회 시간 까먹으면 안돼! " " 네! " 입가에 손을 모으고 고개를 끄덕이는 찬열에게 입꼬리를 말아올려 웃어 보인뒤 기분 좋게 시선을 거둘때였다.찬열과 별로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종인과 허공에서 시선이 마주닿은 것이.

또.또.그래 저 눈빛이다.저 블랙홀 같은 눈.계속 보고 있으면 뭔가 묘해지는 기분.그것 보다 경수에겐 인사가 문제였다.반 아이인 찬열에겐 저렇게 기분좋게 인사까지 해주었는데 종인이 한테만 찬바람 쌩 할 수도 없는거고.그냥 지나치면 "왜 나 피해요?"하며 당황스러움에 몸서리 처지는 질문을 던질 것이다.약 30초간 멍하니 종인을 응시하던 경수는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 조,종인아! "

" ? "

" 아,안녕! 이,이게 아니라… 너 인마,오늘은 싸움 안했네? 어,어제 해서 안한건가?하하..하..하.. "

" 네? "

" 아,아니야…그냥 계속 하던 축구 마저 해..조금 있다가 보자. "


이게 뭐야.이게.

길가에 버려져있는 똥을 쳐다보듯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는 아이들과 얼떨떨한 표정의 종인까지.주위엔 금방이라도 까마귀 수백마리가 날라다닐듯 적막에 뒤덮였다.예능에서 자주 듣던 까마귀 음성이 귓가에 맴도는 경수였다.이런 분위기가 싫어 국어 선생님이자 옆반 담임 선생님이신 김준면 선생님한테 영어 선생님 눈치보면서 개드립까지 배웠는데.기껏 몇주간 배워서 한다는 말이 '싸움 안했네'라니.이젠 허리춤에 손까지 얹고는 미간을 찡그리는 종인의 모습에 눈만 도록도록 굴리던 경수는 바싹바싹 마르는 입술을 혀로 축였다.

 

" 하하,서,선생님이 잘못했어.꼭 그렇게 사람 한명 죽일것처럼 쳐다보지 않아도 되..잖아.. "

" 전 괜찮으니까 얼른 들어가세요.출근시간 7시 30분으로 알고 있는데… 그러다가 또 교장 선생님한테 한 소리 들으시겠어요. "

" 종인이 너가 그걸 어떻게 알아? "

" 제가 교무실 간게 한두번도 아닌데요 뭘.얼른 들어가보세요. "

" 그래..걱정해줘서 고마워. "

 

교무실 들락날락 한게 자랑은 아닐텐데 종인아.멍한 제 눈빛에 슬쩍 웃으며 어깨를 으쓱,이는 종인의 행동에 경수는 말라 비틀어진 콩나물 처럼 시무룩하게 고개를 끄덕이곤 고개를 돌렸다.킁.오늘 따라 바람이 더 칼바람 같이 느껴지면 내 착각일까.평소보다 두껍게 옷을 껴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옷 사이를 비집고 숭숭 들어오는 바람에 경수는 몸을 힘껏 웅크리곤 한발짝,한발짝 힘겹게 앞으로 나섰다.스마일- '하루 시작을 더럽게 시작하면 끝마무리도 더럽다'란 신념을 지닌 사내 답게 경수는 땅으로 꺼질듯한 입꼬리를 일부러 씩,올려 보였다.푸욱.하지만 금새 경수의 입꼬리가 가라앉았다.으이씨,왜 이렇게 추워.원래부터 왜소한 체격임에도 오늘따라 더 초라해 보일정도로 작은 경수였다.그저 어깨를 움츠리고 있어서 느낀 기분 탓이라고 하기엔 너무 심하게 말이다. 

근데 어제 종인이 말은 어떻게 해석해야 한담.아니 근데,내가 코난도 아니고 왜 아침마나 추리하고 있어야 되는건데.아침이라 그런지 더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거칠게 헝크렸다.이 돌같은 머리로 어떻게 선생님이 된걸까.결국 자기의 선생 자질 문제 까지 논하게 된 경수는 오늘도 역시 푹,한숨을 내쉬다 띵띵-하며 학교 종이 울림에 화들짝,놀라며 교무실을 향해 부리나케 달려갔다.

맞다.나 오늘 왁스칠 하고 왔지.교무실에 들어가기 전에 확인 좀 하고 갈까.습관처럼 중앙 현관에 비치된 전신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흝던 경수는 썩은 두부마냥 얼굴을 일그러 뜨리며 좌절했다.뭐가 잘못됬건 오늘도 산만한 하루가 시작 되었다.그것도 그 오묘한 종인의 표정을 떠올리며 말이다.

 

 

#

 

 

아싸 세이프.아슬아슬 하게 29분에 걸쳐 있다가 경수가 교무실 안으로 발을 들이밀자 마자 30분 땡하며 앞자리가 3으로 바뀌는,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짜릿한 쾌감에 경수는 조용히 쾌재를 부르며 기분좋게 인사했다."김쌤,안녕하세요.서쌤도 안녕하세요."물론 큼,큼 헛기침을 하며 아쉽다는듯 입맛을 다시곤 경수를 노려보는 교장 선생님의 시선이 느껴지긴 했지만 경수는 굴하지 않았다.저게 뭐 한두번인가.약에도 내성이 있다고 했는가.이젠 자기 몸 자체가 교장 선생님이란 약에 대해 내성이 생긴 병이 된 듯한 기분이 든 경수였다.이게 아닌데.또 산으로 가는 생각에 머리를 설레 설레 내젔던 경수는 자신의 옆자리에서 웃으며 인사를 하는 준면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보였다.

 

" 도경수 선생님,오늘도 겨우 세이프에요. "

" 헤헤,그러게요. "

" 조금만 더 일찍 나오세요.교장 선생님이 눈초리가 갈수록 심해지는 것 같아요. "

" 이제 진짜 좀 더 일찍 나와야 될 것 같아요.사실 저도 쬐금 무서워요..하하 "

 

자기가 자리에 앉자 마자 교장 선생님을 흘끗,쳐다보곤 의자를 끌어당겨 앉아 작게 속삭이는 준면의 모습에 경수는 기분좋게 눈을 접었다.역시 김준면 선생님은 재밌다니까.생긴건 조용하고 엄친아 같은 이미지지만 은근 개그감도 넘치고 따라서 준퍽이란 별명까지 소유하고 있는 준면은 경수와 이 학교에서 단짝 친구나 다름 없었다.물론 2살차이긴 하지만 4살 차이는 궁합도 안본다는데 더군다가 2살이 무슨 대수겠는가.준면의 장난끼 어린 목소리를 들으며 웃던 경수는 순간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조용히 물었다."저..선생님." 경수의 진지한 모습에 덩달아 준면은 귀를 쫑긋,세웠다.

 

" 음..그게요.. "

" 무슨 고민이라도? "

" 맨날 이런 얘기 해도 되나 싶네요..하하.. "

" 어떤 학생 이야기 하려는거죠? "

" 어,어떻게 아셨어요? "

" 우리 단짝이잖아요.그 정도쯤이야.기본 아니겠어요? "

 

그 정돈 기본이죠.어깨를 으쓱이며 입꼬리를 씩 올리는 준면의 모습에 따라 픽 웃으며 경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오늘은 또 무슨 일이에요.이내 다정다감한 목소리로 자상하게 묻는 준면에 경수는 교장 선생님의 눈초리를 피해 몸을 살짝,숙이곤 작게 속삭였다.

 

" 전 진짜 왜 국어 선생님을 하는걸까요? "

" 그게 무슨 소리에요? "

" 그 애가 또 저한테 뭐라뭐라 말을 했는데 역시나 못 알아 들은거 있죠?말 하나 이해 못하는데 무슨 학생들을 가르치겠다고..선생님도 제가 한심하죠?네? "

" 에이,그런거 아니에요. "

" 맞는데요 뭘.. "

 

입술을 삐죽이며 힘없이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을 바라보던 준면은 약간 곤란한듯 눈알을 이리저리 굴렸다.뭐라고 말해야 되는걸까.솔직히 도경수 선생님이 그렇게 눈치가 있는 편이 아니긴 한데 그렇다고 사실대로 말하면 금방이라도 옥상에서 뛰어내릴지도 몰라.식은땀이 줄줄 흐를것만 같다.한참을 머뭇대던 준면은 목 언저리를 손으로 쓱,흝었다.도대체 그 학생이 무슨 말을 했는데요? 준면의 말에 경수는 고개를 들어 준면의 눈을 마주했다.

 

" 그게..저한테 관심 받고 싶대요.그래서 일부러 그러고 다니는 거래요.일부러 그러고 다닌다는게 무슨 소린지는 아시죠? 제가 지금까지 쭈욱..말했으니까요. "

" 관심 받고 싶대요?..관심 병자인가.. "

" ..선생님..저 장난할 기분 아니에요.. "

" 아,하하..미안해요. "

 

장난할 기분 아니에요.평소와 달리 딱 잘라 말하곤 또 크게 후-하며 한숨을 쉬는 모습에 준면의 표정은 점점 심각해져 갔다.이 정도는 아니었는데.평소에도 항상 이렇게 죽을 상을 하고 들어오긴 했지만 근 2달 동안 하루 하루 더 시들시들 해지는 경수였다.뒷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한참이나 아끼다 이내,해답을 찾았다는듯 준면의 표정엔 화색이 돌았다."저 뭔지 알겠어요." 자신만만한 준면의 표정에 경수의 눈이 반짝였다.

 

" 뭔데요? "

" 좋아하는거 아닐까요? "

" 네? 그 학..생이 절요? "

" 네.딱 좋아할때 하는 행동이잖아요.괜히 관심 받고 싶어서 눈에 잘 띄려고 하고.관심 병자가 아니라면야,그게 답이네요.선생님은 좋으시겠어요. "

" 네?그런거 아니에요.에이,설마요..설마..그럴리가.. "

 

경수의 얼굴이 점점 새파랗게 질려갔다.덩달아 입술도 금방 죽을 사람 처럼 바싹 바싹 말라가는 듯 보였다.에이,그럴리가 없지.종인은 남자였다.또한 경수도 남자였다.그거 뿐만 아니라 맨날 사고칠때마다 달려가면 저 싫다는 티가 팍팍 나던 사람 또한 종인이었다.그런데 좋아한다니.괜히 망상하지 말자 도경수.해결책을 찾았다는 듯 싱글벙글 웃으며 책상 앞에 놓인 머그잔을 탁,탁 소리 나게 치는 준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경수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준면의 쪽에 끌어왔던 의자를 다시 질질 끌며 자신의 책상 앞에 가져다 두었다.

 

" 어,어디 가세요? "

" 저 좀 산책 하다 수업 들어가려구요. "

" 이제 좀..해결은 되셨어요? "

" 네..뭐..그럼 수업 열심히 하세요.좀 있다가 점심 시간에 뵈요. "

" 네?네.힘내세요. "

" 선생님도 화이팅. "

 

해결 됬다는 사람이 우울증 끝에 도달한 표정을 짓는 까닭은 뭐람.맨날 거르지 않고 "화이팅!" 하며 큰 소리로 외치다가 하루에 한번 꼴로 항상 교장 선생님께 꾸지람 받는 경수가 트레이트 마크인 화이팅을 안한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 준면은 감지했다.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구나 하며.내가 더 피해만 끼친 걸까.은근 소심한 면이 있는 준면은 이내 풀이 죽어 자신의 책상에 팔을 괴고 폭,한숨을 내쉬었다.그 순간이었다.준면의 표정이 근심에서 의문스러움으로 변한것이.

근데 도경수 선생님 과외 같은거 못하지 않나.그런데 학생이라니? 그럼 학교 학생이란건데.. 그게 문제가 아니라 무엇보다 우리 학교 남고 아니야?

덩달아 머리가 복잡해지는 준면이었다.

 


 

#2

 

 

드르륵- 2학년 4반의 문이 열리는 소리에 아이들의 시선은 일제히 앞문을 향했다."좋은 아침" 좋은 아침이라는 말에 무색하게 국어 책을 낑낑 거리며 힘들게 걸어오는 경수를 바라보던 아이들은 풉,하며 주체할 수 없이 웃음을 뱉어댔다.뭐,그런 아이들의 모습에 덩달아 웃는 경수지만.차렷 경례.그 순간 자동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인사를 하는 반장 찬열이 그리고 경쾌한 아이들의 목소리에 경수는 언제 그랬냐는듯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

 

" 오늘 2학년 4반 컨디션 좋아보이네.이 컨디션 잘 유지해. "

" 근데 선생님,머리 왁스칠 하셨어요? "

" 왜?이상해? "

" 아니요! 완전 이미지 변신이에요.잘 어울려요! "

" 그래? 다행이네 하하. "

 

분위기를 띄우려는 듯 엄지 손가락을 팍,들곤 웃는 찬열에게 경수는 싫지 않은듯 입꼬리를 올렸다.처음으로 해본 머리 손질이라 어색하긴 한데 잘 어울린다니까 다행이네.그럼 오늘 하루도..웃으며 경수가 말을 꺼내려던 순간이었다.선생님 여자친구 생기셨어요? 찬열의 개구진 얼굴에 웅성거리던 아이들은 경수를 바라보았다.

 

" 어? "

" 저번에 제가 봤어요! 선생님 엄청 예쁜 여자분이랑 같이 집으로 들어가시던데 뭔 사이에요? 여자친구? "

" 내가? 어디서? "

" 그.. 학교 앞 분식점 쪽에서요!어? 부정 안하시는거 보니까 맞나봐요! 와! "

" 에? "

 

찬열의 짖궂은 목소리에 경수는 잔뜩 당황하여 고개를 번쩍 들었다.아니 그게..우선 변명이라도 해야할듯 싶어 말을 꺼내려던 경수는 맨 뒷쪽 창가 옆 자리에서 굳은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종인과 눈을 마주했다.내가 왜 이러지.이렇게 당황해할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온 몸이 가위에 눌린 것 처럼 뻣뻣한 자신의 모습에 경수는 더욱 놀란듯 싶었다.내가 언제 여자랑 있었지.아.아마 친척 누나와 있던 것을 찬열이 본 모양이었다.사정이 생겨서 서울로 올라 온 친척 누나가 일주일만 집에서 신세 지겠다길래 흔쾌히 승락 했었고 또한 애기 가진 성치 않은 몸이라 학교로 불러 같이 집까지 가려던 참이었었다.

" 그런거 아니야 얘들아 " 잔뜩 새빨개진 얼굴로 손사래 치는 경수의 말을 들을 아이들이 아니었다.오 이상해 - 오,하며 이상한 효과음을 쫙 깔아 놓고 웅성 거리며 분위기를 띄우려는 아이들의 모습에 경수는 어색하게 웃었다.

 

" 왜 이렇게 얼굴이 빨개요? 진짜 뭐 있는거죠?그쵸 쌤? "

" 그런거 아니라니까! "

" 그 여자분 임신한거 같던데..선생님..설마.. "

 

저 박찬열 자식을 그냥.반장이자 우리반 분위기 메이커여서 그냥 좋게 봐줬는데 나한테 배신을 때리네.배신자.속으로 찬열의 이름을 곱씹으며 입술을 물었다,떼었다를 반복하던 경수는 '선생님 연애 한번도 안해보셨다면서요',' 뭐야?속도위반?' 하며 별 시덥지도 않은 농담 따먹기를 하려는 듯한 애들의 모습에 자연스레 앞문과 뒷문을 스캔했다.교장 선생님이 순찰겸 감시를 하기 위해 돌아다닐 시간이었다.특히 저 반 앞문을 서성거리며 소란스러울시 도경수 선생 이거 엄연히 업무 방해죄야 시말서 써.하며 매의 눈으로 자신을 쳐다볼 교장 선생님의 모습에 경수는 몸을 살짝 부르르 떨었다.이러다 걸리면 진짜 학교고 뭐고 다 아웃인데.어휴. "자..얘들아 조용히 하자" 결국 불안함에 입술을 꽉 깨물던 경수는 출석부로 교탁을 탁,탁 치며 큰 소리로 말했다.

 

" 아쉽게도 너네가 생각하는 그런거 아니니까 다들 조용히 해.선생님 친척 누나야. "

" 그냥 누나 아니에요? "

" 박찬열,너 벌점 10점 나간다?음 보자..저번에 청소 째고 갔으니까 벌점 2점에..숙제 안해 왔으니까 벌점 1점에..또 뭐가 있었는데.. "

" 아,선생님! "

" 그렇게 열정적으로 물어볼 시간에 선생님이 내준 국어 숙제나 해.그런 열정적인 자세로 공부하면 하버드도 가겠다.숙제는 다 했어? 우리 한번 아침 조회시간부터 기분 좋게 전체 숙제 검사나 해볼까?안 해오면 벌점 1점씩이라 했는데.. "

 

아 선생님 너무 해요! 애들의 야유 소리와 함께 입을 꾹 다물곤 국어 책을 피는 찬열의 행동에 경수는 픽 웃었다.그니까 진작에 말 좀 듣지.아무리 장난꾸러기들이라도 해도 벌점 이야기만 나오면 '축구 하지마'라는 소리 보다 더 무서워 하는듯 했다.우리 나라 입시 제도가 문제긴 문제다.이 애들이 무슨 죄라고..아 내가 뭐하는거지.또 딴 길로 샜다.요즘들어 부쩍 정신줄을 자주 놓는 경수였다.아주머니들이 할 법한 핸드폰 냉장고에 넣기 신공이라던가 또는 손에 핸드폰 쥐고선 한시간 넘게 찾아 다니기나.사실 이것보다 훨씬 많지만 생각할수록 인생에 대한 회의감이 느껴지는 경수라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웅성웅성 거리는 시끄러운 잡음에 인상을 찡그리고 있던 경수는 한숨을 내쉬며 외쳤다. 자자- 쉿.

 

" 알았어.그냥 넘어갈테니까 그만하자 다들.기말고사 5일 남은거 알지? 선생님이 국어 어렵게 출제 한다고 했으니까 제발 공부좀 하자.우리 반이 국어 꼴등이야.담임 선생님이 국어인데 우리 서로서로 도움 좀 주고 살자.너네는 곧 고3 이니까 공부 하면서 성적 올리고,나는 좀 어깨 피고 다니고.응? "

" 에이,고3이란 얘기는 하지 마시지.. "

" 알았어 알았어,미안해. "

 

미안해. 웃으며 말을 꺼내던 경수는 띠리링- 하며 학교 전체에 크게 울리는 수업 준비 종 소리에 잠시 말을 멈추었다.꽤 긴 종이 울리는 동안 아이들을 쓱 바라보던 경수는 자신을 일관된 자세로 쭉 바라보고 있는 종인의 시선에 피하지 않으리라,마음 먹고 어색하게 픽 웃어 보였다.그러면 무엇하리.미동도 없이 표정 변화 하나 없는 종인의 모습만 보일뿐이었다.자자. 괜한 머쓱함에 큼,큼 하며 헛기침을 하곤 경수는 교탁 옆을 손으로 두어번 살짝 쳤다.

 


" 그럼 수업 준비하고.1교시가 내 수업이지? "

" 네. "

" 수업 준비 해 얘들아.1교시에 보자. "

" 차렷.. "

" 오늘 인사는 생략하자.자 이제 쉬어. "

  

출석부를 탁,소리나게 닫고는 발을 한발짝 떼자 마자 시끄럽게 웅성거리는 소리에 경수는 슬쩍 뒤를 돌아봤다.무슨 허경영도 아니고 축지법을 쓰듯 이리저리 날라 다니는 아이들.욕이 일상이 됬다는 듯 한 마디 할때마다 욕을 난무하는 아이까지.왜 애들은 저렇게 기뻐 보이는데 난 이 모양이지.아이들과 대조되는 자신의 모습에 경수는 마지막 잎새를 바라보듯이 힘없는 어깨를 잔뜩 웅크렸다. 저러다가 다칠텐데.경수의 시야에 책상을 사이에 놓고 이리저리 피하기 놀이를 해대는 찬열이와 세훈이가 눈에 들어왔다. "조심히 놀아라" " 네." 걱정해 주는 마음도 모른체 대충 네,라는 무성의한 답만을 남긴채 계속 장난을 치는 아이들에게 "조심히 놀.." 하며 말을 꺼내려던 경수는 이내 입맛을 쩝 다시며 교실을 빠져나왔다.말을 말자.말아.

앞문까지 와서 드르륵-거리는 잡음과 함께 교실 문을 연 경수는 복도로 나와 문을 닫기 위해 무의식 중에 고개를 들었다.종인이…역시나.가만히 자리에 앉아 자신을 응시하는 종인이 보였다.답답하다.언제나 그랬지만 오늘따라 더 답답하다.저 알수 없는 표정.나에게 뭘 원하는 걸까.경수는 힘없이 마주친 시선을 치우고는 문을 닫았다.
 

 

                                                                                                         #3

 

 

27살이란 어린 나이에 선생님이 된 경수에겐 따라서 지금의 학교가 처음으로 부임한 학교였다.2년정도 흐른 교직 생활동안 이리저리 학교를 옮겨 다녔을리는 없으니까.처음에 부임받은 학교가 '남고'라고 했을때 세상 물정 모르고 기뻐하던 경수였다.물론 남고가 힘들단 사실 조차 모르는건 아니었다.주변에 교직 생활에 몸 담구고 있는 지인들에게 들어서 잘 알터,하지만 경수는 정식 '선생님'이 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하늘로 날라갈듯 기뻐했다.

선생님들이 고생 좀 하겠다고,힘내라고 할때 잘 새겨 들을걸.하지만 지금은 달랐다.이게 뭐야.불과 2년전 이야기 임에도 불구하고 패기 넘치던 그 당시와는 다르게 폭삭 늙어 버린 초췌한 모습과 늘어가는 한숨들.경수는 꼭 자신이 가장이 된 듯한 착각에 일렁였다.…진짜 늙었네. 남교사 휴게실에서 본 경수의 얼굴은 가관이었다.병든닭 마냥 홀쭉해진 볼과 하루에 한개씩 느는듯한 착각을 가져다 주는 주름살까지. 그래,봐봤자 뭐해 회의감만 느껴지지.이내 체념하고 끼익,소리와 함께 수업을 하기 위해 남교사 휴게실을 나선 경수는 문을 열자 마자 자신을 잡아 먹을듯 눈을 힘껏 깔고 노려다 보는 키 큰 사내,즉 종인의 모습에 흠짓 했다."종인아" 이런일에 놀란 콩알만한 심장을 달래고 경수는 겨우 버벅거리며 말을 꺼냈다.

 

" 무,무슨 일이길래 선생님을 그렇게.. "

" 그 여자분. "

" 어?누구..아..아까 아침에 말했던.. "

" 됬고,진짜 친척 누나에요? "

 

경수의 표정이 보기 좋게 굳은 순간이었다.왜 내가 이러고 있어야 하는 걸까.안그래도 요즘 모든 근심의 근원이 다 종인이라 피해 다니기도 뭐하고 마주하기도 뭐해서 답답해 죽겠는데 무슨 드라마도 아니고 우연처럼 맨날 딱,종인과 마주하다니.한숨을 푹 쉬던 경수는 국어책을 한 손으로 쥐고는 왼손을 가슴께까지 들어올렸다. 8시 9분.1분 뒤면 수업 시간 종이 울릴 것이다. 말 없이 가만히 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경수는 어색하게 웃음으로 대처했다.

 

" 저,종인아. "

" 진짜에요? 제 말에 대답이나 해요. "

" 그래.진짜 사촌 누나야.내가 벌써 결혼했을리 없잖아. "

" 그건 모르는 일이죠. "

" 아,아니..근데 내가 왜 이런 변명을 너한테.. "

 

뭐라 반박을 하려고 뗀 입술은 이내 할말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자연스럽게 제 자리를 찾아 돌아갔다.사실 분하지만 다 종인의 말이 정답이었다.이 정도 나이면 결혼했다 해도 이상하게 볼 사람 하나 없었고 또한 종인이 모르는게 당연한 이치니까. 근데 꼭 저렇게 쳐다봐..야 하나? 종인의 눈치를 살피기 위해 살짝 고개를 든 경수는 이내 곧 자신을 바라보는 강렬한 시선에 화들짝,놀라 고개를 푹 숙였다.진짜 찌질하다.경수의 고개는 익은 벼 마냥 들릴 생각조차 없는 듯 했다.

내가 선생님인데… 이건 너무 찌질하고 못나보인다. 판단을 내린 경수가 한마디 해야겠다 하고 몸을 살짝 움직이려던 때였다. 띵띵- 수업 종 소리가 울리자 자연스레 종인의 시선이 교실로 뛰어 들어가는 아이들에게 꽂혔다. 에이 김샜다. 결국 다시 고개를 숙인 경수였다.


" 나중에 얘기해요. "
" 그래. "
" 저 가볼게요.수업 열심히 하세요. "
" 그래 잘가...어? 또 무슨 할 애기가 있다고..종인아? 종인아! "


종인아! 다급하게 불렀지만 종인은 이미 2-4반이란 팻말이 달린 반으로 홱 들어간지 오래였다.뭘 수업을 열심히 하긴 열심히 하라는 걸까.지금 우리 반 수업 하러 가는데…그리고 또 무슨 할 이야기가 있다고 나중에 이야기 하자는 거지. 2학년 4반으로 향하는 경수의 발걸음이 평소와 달리 꽤나 무겁다.

 

 

        #4

 

 

" 이 수필은 말이야. " 한참 칠판에 필기할 내용을 적으며 수업 하는데 둔한 경수가 느낄 정도로 이건 조용해도 심각하게 조용한 분위기였다.담임을 맡으면서 2학년 4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조용할 아이들이 아니다- 이미 몸소 깨달은 경수였다. 들리는건 사각사각,분필과 칠판의 마찰음과 경수의 목소리.의아함에 고개를 흘끗 돌린 경수는 이내 허,하며 헛웃음을 지었다. 완전 전멸이다.전멸도 완전 전멸.그나마 수업을 열심히 듣던 종인 마저 이미 잠에 취한듯 고개를 들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1교시라 그런지 잠이 덜 깼나.시작부터 다들 표정이 몽롱하다 싶더니 결국 다들 엎어져서 자거나 심하게 고개를 까닥이며 잠에 취한 상태였다.이건 뭐 자는 시간도 아니고.아까 그렇게 떠들땐 언제고..그 풍경을 심각하게 바라보던 경수는 교탁 옆을 살짝 쳤다.

 

" 얘들아. "
" .. "
" 얘들아,수업 안들을거야? "

 

다들 깊은 잠에 빠졌는지 미동 하나 없었다.그 모습을 흘끗 바라보던 경수는 시선을 돌려 창가를 바라보았다.교실안에 박혀있는게 아까울 정도로 너무나 좋은 날씨였다.아까는 그렇게 춥더니 이젠 제법 겨울치고 햇살도 교실안으로 스며드는 상태였다.봄에도 안걸리던 춘곤증이 걸렸나.날씨도 따뜻하겠다 아이들도 다 자겠다,경수 또한 사람인지라 감겨 오는 눈을 주체할 수 없었다.

…에이 졌다.시험이고 뭐고 애들 다 자는데 어떻게 수업해.별 같잖지도 않는 변명을 혼자 늘어뜨리던 경수는 결국 픽,웃으며 교탁 뒤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 에이.그래 자자,그대신 딱 하루만이야. "

 

경수는 슬쩍 웃으며 교탁에 두 팔을 올려놓은체 고개를 파묻었다.옷도 따뜻하게 입어서 그런가 더 잠이 솔솔 오는것 같다.안 자겠다 마음 먹은 경수의 다짐과 달리 사춘기에 막 접어든 눈이 명령을 듣지 않고 스르르 감기는 듯 했다.

 

 

 

*

 

한참 잘 자는데 선생님.하며 꿈속에서 자신의 귓가를 간지럽히는 목소리에 경수는 흠짓 했다. 꿈인가.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 생생한 목소린데.간질거리는 목소리에 끙 하며 몸을 뒤척이던 경수는 "종 쳤어요"하는 목소리가 눈을 번쩍 떴다.종? 종이라면 학교 종을 말하는거고… 맞다.나 수업하다가 잠들었지.종 쳤다는 말 한마디가 무슨 자명종인 것 마냥 경수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물 만난 물고기 구만.언제 그랬냐는듯 졸땐 언제고 이리저리 날라 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에 경수는 푹,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교실이냐 쓰레기장이지.

얼른 교무실로 가야겠다. 허겁지겁 수업을 하느라 열어놓은 필통과 교과서를 덮고 난 경수는 입가를 손으로 흝었다. 다행이 침은 안 흘렸네.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막 자리에서 나서려던 참이였다.누군가의 손길이 경수의 뒷통수를 쓰다듬듯 흝고 지나갔다.응? 눈을 치켜뜨고 바라본 곳엔 앞 문으로 유유히 빠져나가는 종인이 밖에 없었다.

내 쪽엔 종인이 밖에 없었는데..에이 설마. 종인이가 내 머리를 만졌겠어? 잘못 느낀거겠지.하도 잘 자서,정신이 몽롱해서 잘못 느낀거겠거니 한 경수는 대수롭지 않게 교실을 빠져나왔다.

 

 

 

#5

 

 

" 교직 생활 많이 힘들지? " " 뭐 사는게 다 그렇지. " 오늘도 역시 학교 앞에서 친척 누나와 만난 경수는 웃으며 담소를 나누었다. 역시 이 느낌이야.꼼꼼하고 살짝 여성스러워 보이는 얼굴과 딱 맞아 떨어지듯 경수의 성격도 그러했다.이야기 하는거 들어주는거 좋아하고 요리 잘 하고.아무리 준면이 친하다고한들 찝찝한 느낌이 들어 자세한 속사정 까지는 말 하지 않고 살아온 경수였다.'임금님 귀는 당나귀귀! ' 하며 자신의 고민을 이리저리 퍼뜨리고 싶은 마음을 겨우 겨우 억누르며.

김준면 선생님이 이 사실 아시면 좀 서운해 하시겠다. "무슨 좋은일 있어?" " 아니야 하하" 좋은 일 있냐며 웃으며 묻는 친척 누나에게 또한 웃으며 고개를 설레 설레 내젔던 경수는 4층에서 멈추는 엘레 베이터에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역시 어둡다. 밤 9시는 되야 켜주는 복도 불 때문에 이렇게 어두 컴컴하고 음침한 길을 걸어 집까지 가야했다.발 잘못 디뎌서 넘어질뻔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닌데 더군다나 애 가진 누나가 그러면 안되지.이게 경수가 친척 누나와 집까지 같이 오는 이유였다. 한번 민원신고라도 해볼까- 고개를 살짝 끄덕이곤 누나를 부축해서 복도를 거닐던 경수는 어두운 복도에 갑자기 보이는 환한 빛으로 인해 눈을 살짝 찡그렸다.

"어머" 그때였다. 누나의 약한 비명과 경수의 애절한 "엄마야"란 소리가 트인것이.그 곳엔 생각치도 못한 사람이 서있었다.그것도 얼굴에 핸드폰을 가져다 대며 무표정으로 경수를 바라보는 종인이.선생님.놀란 두 사람 사이로 종인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공포영화 찍는 것도 아니고. 그것보다 우리 집은 어떻게 안거고 왜 찾아 온걸까.난처한 표정으로 경수는 종인과 친척 누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 경수야 누구야? "
" 어..?우리반 애. "
" 근데 무슨 일이길래 집 앞까지.. "
" 우,우선 누나 들어가.내가 알아서 할테니깐 "

 

집 앞에서 문을 막고 있는 종인을 흘끗 쳐다 본 경수는 너무나도 진지한 종인의 표정에 차마 비켜달란 말을 하지 못한채 옆을 비집고 들어가 도어락 풀었다. "누나 들어가" 띠리리-경쾌한 소리와 함께 집 문 열리자 마자 말을 뱉는 경수를 의문스럽단 바라보는 누나에게 경수는 어색하게 웃어보였다.어서 들어 가라니까.결국 경수의 성화에 마지못한 누나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집 안으로 들어갔고 띠리리-소리와 함께 문이 닫힌 복도는 또한 아까와 같이 적막과 어둠에 가라앉았다.어둠속에서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는 종인의 반짝이는 눈을 바라 보고 있자니 소름이 오소소 돋는 기분을 경수는 만끽할 수 있었다.꼭 공포 영화 하나 찍는 기분.참다 참다 못한 경수가 종인의 손을 잡고 질질, 환한 쪽으로 끌고왔다

이제야 좀 보이네.그나저나 왜 종인이가 여기에 왜 있는걸까.다친곳도 없고 따라서 치료해 달라고 온 것 같지도 않은데.얼굴을 힐끗 바라보던 경수는 어딘가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종인의 시선에 퉁명스레 시선을 마주했다.…맞다.손.손..손을 바라보고 있는 종인을 무심코 바라보던 경수는 화들짝 놀라 버벅 거리며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경수가 말했다.


" 여긴 왜 왔어,아니 어떻게 알고 왔어? "
" 선생님이 저번에 선생님 집에서 치료해주셨잖아요. "


맞다.저번에 치료해줬지.그래놓고 여길 어떻게 왔냐니.순간 무슨 미행이라도 한건가 하는 바보 같은 생각한 내가 바보지.금붕어만도 못한 놈..자해하듯 머리에 살짝 꿀밤을 쥐어박던 경수는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는 종인의 눈빛에 흠,하며 헛기침을 남발했다.


" 아 맞다 그랬지..근데 여긴 왠일이야? "
" 왜 저 피했어요? "
" 어? "
" 아까 수업시간에 피했잖아요.계속 눈 피하고. "


너라면 안 피하겠니.그 눈빛으로 레이저 쏠듯이 보는데.무튼 이게 문제가 아니지.종인의 시선이 부담스럽긴 했지만 피한 적은 없었던 경수의 과거였다.꼭 2초씩이라도 마주하려고 노력까지 했는데.적어도 제 자신은 저가 잘 아니까.그냥 수업시간엔 아무리 신경쓰여도 종인이만 볼 수 없으니까 이리저리 눈 돌리면서 수업한건데.

…설마 그걸 피하는거라고 오해하는 건가. 경수는 벙찐 얼굴로 종인에게 조용히 물었다.


" 뭔가 오해를 하는거 같은데..선생님이 피한게 아니라 그냥 여러애들 바라보면서 수업한거야. "
" 알아요. "
" 응..뭐? "
" 사실 그건 변명이고 그냥 왔어요.박찬열이 봤다던 누나가 진짜 친척 누나였는지 궁금했고..라고 하면 화내실거죠? "


픽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이는 종인을 경수는 올려다 보았다.단정한 진갈색 머리에 패싸움을 밥 먹듯 하는 학생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양아치의 면모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 교복까지.뉘 집 자식인지 진짜 잘 생겼다.종인이 부모님도 저렇게 잘나셨을까.…아 내가 무슨 생각 하는거야.자신을 향해 픽 웃는 종인을 경수는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뭘 그렇게 봐요.잘 생겼어요? "
" 어..어? "
" 어,지금 어,라고 하셨죠?아니라고 딱 잘라서 말할지 알았는데 감사합니다. "


말할 틈도 주지 않고 웃으면서 따박따박 말하는 종인의 모습을 경수는 역시나 멍하니 바라보았다.저런적은 처음이었다.항상 진지한 모습만 마주했었는데 장난끼 있는 모습을 보자니 색다른 면모를 보는것 같고.아니 원래 저게 진짜 종인이 일지도 모른다.옛날때는 다 어색해서 나한테 진지하게 대한건가.뭔가 이런 종인이 귀엽기도 하고 색달라 보이기도 하고.. 결국 입꼬리 살짝 올려서 웃어보이는 경수였다.그 웃음에 따라서 웃던 종인은 엘레베이터 버튼을 꾹, 눌렀다.

마침 7층에 서있던 엘레베이터가 6층.5층..엘레베이터에 적힌 숫자가 줄기 시작하더니 금새 문이 열립니다- 라는 소리와 함께 환한 빛이 두 사람의 시야에 가득 찼다.열리는 엘레베이터의 모습에 발걸음을 떼 엘레베이터에 탄 종인은 열림 버튼을 누른체 웃음기 어린 눈빛으로 경수를 바라보았다.


" 가볼게요. "
" 어?추울텐데 뭐라도 먹구.. "
" 괜찮아요.집에 누나분도 계실텐데 불편할거에요.그리고 아까 저 땜에 놀란건 아닌가 걱정 되네요.죄송했다고 전해주세요. "
" 어?어.. "
" 그리고 선생님 "
" 응? "
" 빨리 빨리 집에 들어가세요.누가 보쌈해 갈지도 몰라요. "
" 어? "
" 예를 들면 뭐..저도 포함 되겠네요. "


종인의 말을 가만히 듣던 경수는 갑자기 작게 들리는 혼잣말에 놀라서 고개 번쩍 들었다.언제 갔지.너무 늦게 반응한걸까.이미 엘레베이터는 닫힌지 오래였고 또한 주위에는 다시 한번 어둠이 가득찼다.이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혼란이다.종인의 혼잣말이 환청이 아니였다면 도대체 무슨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한숨을 내쉬며 손을 설레설레 내젔던 경수는 이내 탁,소리와 함께 허리춤으로 손을 내렸다.

그 자리에 얼마나 가만히 서있었을까. 선생님! 하는 희미한 목소리에 경수는 이내 정신 차리고 밑을 내려다 보았다.추운지 입김이 폴폴 나오는체로 바지 주머니에 손 한쪽 넣고 있는 종인이 보였다."조심히 들어가" 기어갈듯한 경수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웃으며 한쪽 손을 세차게 흔들던 종인은 그 손도 마저 주머니에 넣은 후 자신의 집을 향해 뛰어갔다.아까 코 끝 빨갛던데.추울텐데..후드집업이라도 입고 다니던가 왜 저렇게 돌아다닌대.

 

" 종인아,추우니까 얼른 들어가고..에..또.. "

 

말하면 무엇하는가.이미 가버린 사람을.소리쳐봤자 돌아오는건 메아리 뿐인데 뭘 어떻게 하겠어.결국 또 풀이 죽은채로 경수는 한숨 폭 쉬며 터덜터덜 집 까지 걸어갔다.요즘 그냥 이상한게 아니라 자신이 미친게 분명했다.교직 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아니다. 이것보다 힘든일도 많이 겪어봤는데 뭘.

기분이 좋았다 울적했다가 누가 자신을 조종하는것 처럼 하루에도 기분이 수십번씩 바뀌는듯 했다.정말 많이 생각해 봤지만,그 이유가 종인 때문이란 생각에 더 혼란스러워지는 경수였다.내가 왜 이러지? 어? 오늘 밤도 경수에게 있어선,적어도 조용히 지나치지는 않을 듯 보였다.

 

 

 

 

 

***

오늘은 좀 기네요! 왜이렇게 기냐 하시면 ㅋㅋㅋㅋㅋ 이제 곧 시험이라 시험 끝날때까지 소설을 못 쓸것 같아요 ㅠㅍ.ㅠ

그래서 좀 길게 썼습니다 ㅎㅎ 급하게 쓴거라서 오타가 있을수 있으니 좀 너그럽게 이해해주세요 댓글 꼭! 

시험 끝나고 뵈요~! 좋..은^^ 성적 받고 더 재밌는 소설 들고 올게요!

 

 

 

 

이 시리즈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현재글 [EXO/카디] 선생과 제자 사이 :2  8
13년 전

공지사항
없음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대표 사진
독자1
ㅠㅠㅠ진ㅈ짜 재밌어요ㅠㅠㅠ
13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오오 ㅠㅠ신알신하고가여!!!!
13년 전
대표 사진
독자3
오홍홍 풋풋하당ㅋㅋㅋㅋ다음편 기대할게요ㅎㅎ
13년 전
대표 사진
독자4
신알받구왓어요!!!됴경자에욤!
13년 전
대표 사진
독자5
ㅠㅠㅠㅜㅠㅜ이런거진짜좋아요ㅠㅠㅜ 시험잘보고오셔요!
13년 전
대표 사진
독자6
하 좋다....브금도 좋고...브금 뭐예요???
13년 전
대표 사진
바람소리
원몰찬스의 카페에앉아 요 ㅎㅎ
13년 전
대표 사진
독자7
진짜좋아요ㅠㅜㅜㅠ사랑해요작가님하트하트ㅠㅠㅠㅠㅠ시험잘치고오셔요
13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배우/주지훈] 시간 낭비 _ #016
12.03 00:21 l 워커홀릭
[김남준] 남친이 잠수 이별을 했다_단편
08.01 05:32 l 김민짱
[전정국] 형사로 나타난 그 녀석_단편 2
06.12 03:22 l 김민짱
[김석진] 전역한 오빠가 옥탑방으로 돌아왔다_단편 4
05.28 00:53 l 김민짱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十一3
01.14 01:10 l 도비
[김선호] 13살이면 뭐 괜찮지 않나? 001
01.09 16:25 l 콩딱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十2
12.29 20:5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九1
12.16 22:46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八2
12.10 22:3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七2
12.05 01:4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六4
11.25 01:33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五2
11.07 12:07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四
11.04 14:5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三
11.03 00:2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二
11.01 11:0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一
10.31 11:18 l 도비
[김재욱] 아저씨! 나 좀 봐요! -024
10.16 16:52 l 유쏘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174
08.01 06:37 l 콩딱
[이동욱] 남은 인생 5년 022
07.30 03:38 l 콩딱
[이동욱] 남은 인생 5년 018
07.26 01:57 l 콩딱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 상대? 20
07.20 16:03 l 이바라기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 상대? 192
05.20 13:38 l 이바라기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번외편8
04.30 18:59 l 콩딱
/
11.04 17:54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1.04 17:53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713
03.21 03:16 l 꽁딱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7
03.10 05:15 l 콩딱


12345678910다음
전체 인기글
일상
연예
드영배
1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