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탄소는 지민을 끊어내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 애초에 좋아서 사귄게 아니니까, 끊어내는 것이 맞았다. 하루는 식당에서, 하루는 영화관에서, 또 하루는 학교 안 으슥한 곳에서 분위기 잡고. "선배, 우리 헤어져요." 탄소는 계속해서 지민에게 이별을 고했다. 물론 지민은 귓등으로도 쳐 듣지 않았지만. 이젠 심지어 웃으며 받아치기까지 시작했다. "그럼 헤어지고 내일 보자. 많이 피곤한가보네." 내 피곤함의 모든 원흉이 다 너에요. 이 화상아..
"무슨 생각해?"
"너랑 헤어지는 생각."
"별로 좋지 않은 생각이네."
처음에는 최대한 좋게 좋게 돌려말하려 노력했다. 심히 억울하기는 해도 어쨌든 쉽게 대답한 것은 저의 잘못이 맞았으니까. 하지만 계속되는 지민의 치댐은 바쁜 탄소의 현생에 가느다란 금이 가게 만들었다. 지금이야 가느다랗지만 나중에는 모든 것을 깨뜨려버릴 금을. 더이상 남의 사정 봐가면서 행동해야 할 처지가 아니라고 탄소는 생각했다. 말을 놓은 것도 그런 의지의 표현이었다. 비록 세 살이 더 많다지만 너도 네 마음대로 반말 찍찍 쓰잖아. 나도 이젠 내 마음대로 할 꺼야! 유치한 생각이었지만 탄소 딴에는 나름 심각했다. 그동안 지민의 페이스에 말려 질질 끌려다니면서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탄소의 의도와는 다르게 지민은 오히려 '저기요'나 '선배'같은 것보다는 훨씬 낫다며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 싶었다.
"대체 언제까지 이럴꺼야. 나 이렇게 쫒아다니는거 안 힘들어요?"
"전혀."
"너는 안 힘들겠지만 나는 존나 힘들거든요. 자꾸 이러면 경찰에 신고할꺼야. 스토커로."
탄소는 아무 생각 없이 뱉은, 농담 섞인 말이었지만 지민은 표정이 살짝 굳더니 주섬주섬 핸드폰을 꺼내 기본 녹음앱에 들어가서 하나 밖에 없는 재생파일을 눌렀다.
-어쨌든 오늘부터 1일인거야! 그럼 나는 가볼게. 내일 보자.
-응 그래 잘가.
"이정도면 무혐의 입증되지 않을까..?"
아니 이건 또 언제 녹음했...예능을 다큐로 받아치는 지민의 진지한 모습에 탄소가 헛웃음을 뱉다가 급히 표정을 수습했다. 방금 전까지 지민이 꽤 귀여워 보였다는 애써 부정하기 위함이다.
"일부러 녹음한 건 아니고. 너 번호 따려다가 잘못 눌렀나봐."
심히 박지민스러운 대답이었다. 은근히 바보같은 구석이 있는 사람이니. 탄소는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며 수긍하다가 이내 정신을 차렸다. 또 은근히 딴 얘기 꺼내네.
"어쨌든. 우리 헤어져. 연애는 자고로 쌍방 합의하에..."
"너 합의 했잖아."
"..그건 그렇지만 진심이 아니었잖아요. 서로 좋아해야 하는게 연애인데 나는 너를..."
"좋아하면서."
계속되는 잔소리같은 말에 카페 테이블을 손으로 피아노 치듯 두드리며 비오는 창 밖을 멍하니 쳐다보던 지민이 무심하게 툭- 대답을 던졌다. 탄소는 항상 예쁜데, 이 얘기만 꺼내면 이상하게 미워보여. 지민은 흘끗, 탄소를 쳐다보았다. 앙 다물어진 입매가 꽤나 억울했다. 고구마를 최소 삼만개는 먹은 표정이었다. 그래도 아니라고는 안하네. 꿀먹은 벙어리가 된 탄소가 지민은 나름 만족스러웠다. 그는 완전히 고개를 돌려 탄소와 눈을 마주쳤다.
"탄소야. 어떤 사람이 차 하나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을 가고 있는데, 맞은편에서도 차가 달려와."
"......"
"그럼 둘 중에 누가 피할까?"
이건 또 무슨 생뚱맞은 소리야. 이해하기를 포기한 탄소가 뚱한 표정으로 지민을 쳐다보면서 다음 말을 기다렸다.
"더 급한 사람. 더 아쉬운 사람."
"......"
"나는 돈도 많고 시간도 남아돌아서 아쉬울 게 없는 사람이야."
그러니까. 쓸데없이 힘 빼지 말고 더 아쉬운 니가 포기하고 받아들이라고. 돌려 말하는거지 지금? 지민은 여전히 탄소를 바라보고 있었다. 탄소는 그 여유로운 시선에 문득 갈증을 느껴 앞에 있던 음료수를 들이켰다. 차가운 음료수가 목을 적시고 있음에도 점점 목이 매이는 기분이 들었다.
미치광이와 연애를.
written by 무담
시험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범위는..비유하자면 탄소가 진지하게 학교를 그만 두고 취업전선에 뛰어들까 생각할 정도로 ㅈ같았다(오타아님). 안 그래도 항상 피곤에 찌들어 있는 얼굴이 살이 빠져서 더 날카롭게 변해버렸다. 알바를 나가기 위해 얼굴에 선크림 같은 기초화장품을 대충 바르고 있던 탄소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흉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름 뺄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탄소네 교양과목 팀플은 여자밭이었다. 한 명은 착한데 무능캐, 한 명은 웃으면서 은근슬쩍 내빼기 달인, 또 한 명은 그냥 잠수. 회유도 해보고 화도 내 보았지만 제출 하루를 남겨두고 '우리 어떻게 해요?' 하고 날라온 발암문자는 탄소를 체념하게 했다. 그냥 내가 다 하는게 더 낫겠다. 이제는 화도 나지 않았다. 좁은 인맥중에서 다행스럽게 대리출석을 해줄 친구를 찾은 탄소는 등교를 포기하고 열 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과제에 매달린 끝에 마감 30분을 남겨두고 담당교수에게 메일을 보낼 수 있었다. 전송 버튼을 누르는 순간 몸에서 힘이 쫙 빠져서 노트북을 푹신한 쿠션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탄소가 침대위로 들어누웠다. 몸이 편하니 정말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하느님 저 알바 가기 졸라 싫어요..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바랬지만 쓸데없이 조용한 자취방 안 시곗바늘이 째깍째깍 탄소를 재촉하고 있었다. 탄소는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켰다.
자취방을 나오면서 과제하는 동안 꺼 두었던 핸드폰을 켰다. 부재중 전화 9통 문자 11개. 모두 지민에게서 온 것이다. 과제하느라 못 갔어. 대충 문자를 보내주려던 탄소는 그마저도 귀찮아서 핸드폰을 가디건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아, 문자 씹으면 또 개지랄 떠는데. 그러다가 문득 이렇게 잠수를 탈까? 하는 생각을 했다. 걸리면 뒷감당이 어마무시할 것이라는 게 떠올라 금방 접고 말았지만.
정각 10분 전에 간신히 편의점에 도착한 탄소가 조끼로 된 유니폼을 대충 걸치고 카운터 안 간의의자에 앉았다. 오늘은 제발 술 취해서 개소리하는 새끼 없었으면 조캐따! 작은 소원을 빌며 탄소가 책을 꺼내 공부를 시작했다. 그녀는 오늘 따라 유난히 사람이 없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들어오지 않는 내용을 애써 머리에 집어넣으려 노력했다. 요새 통 잠을 자지 못해서 머리가 멍하고 눈이 아팠다.
펑펑 울고 난 직후처럼 안압이 높아지는 게 느껴져 잠시 펜을 내려놓고 눈 주위를 매만지던 탄소가 갑자기 울리는 벨소리에 핸드폰을 쳐다보았다. 지민이었다. 이젠 별로 놀랍지도 않았다. 탄소는 잠시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받기로 했다.
"여보세요."
"......"
"왜 전화했어?"
어디야. 지민이 한껏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 이 새끼 존나 빡친거 같다. 목소리에 꾹꾹 화가 눌러담겨져 있었다. 그냥 받자마자 사과부터 할껄. 더이상 지민의 화를 돋구기 싫었던 탄소가 편의점에 있다는 것을 이실직고했다. 그리고 솔직히 구라를 쳐 봤자 제 스케줄을 다 꿰뚫고 있는 지민이라 금방 들통날 것이 뻔했다. 잠깐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던 지민은 그냥 그렇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래서 저 알바중인데요..하는 탄소의 말은 허공에 울려 사라지고 말았다. 아 뭐야.. 핸드폰 액정을 멍하니 바라보던 탄소는 다시 책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원서를 줄줄 읽어내리다, 문득 팀플 조원들 중 한 명이 떠올랐다. 짙은 화장에 브랜드를 잘 모르는 탄소에게도 비싸보이는 옷을 입고 있던 그 조원은 딱 부자집 따님이 불금을 즐기러 가는 모양새였다.
"선배 죄송해요. 제가 시험기간이라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돈이 많으면 다 그렇게 여유롭고 무사태평할 수 있는건가. 그래서 저런 얼척없는 변명도 뻔뻔하게 늘어놓을 수 있는 거고? 당시에는 열불이 머리 끝까지 났지만, 사실 탄소는 그 썅년이 너무너무 부러웠다. 자신은 그 년처럼 '누군가는 하겠지'라는 헛된 희망에 기댈 수 있는 처지조차도 되지 못했으니까. 걔야 과제를 하나 빵꾸내든 여러개를 빵꾸내서 학사경고를 받든 먹고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겠지만 자신은 당장 성적장학금이 끊기면 그걸 메꾸기 위해서 알바를 하나 더 늘려야 하고, 그럼 스케줄이 또 꼬여버리고...아무튼 사는게 존나 힘들어진다.
-더 급한 사람. 더 아쉬운 사람.
내가 더 급하고, 내가 더 아쉬우니까 다 참아야 하는거야? 머릿속에서 지민의 말이 어지럽게 흩어졌다. 갑자기 화가 났지만 울컥하는 감정도 잠시일 뿐, 현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생각임을 탄소는 깨달았다.
"하이고, 다 부질 없다."
시험 끝나면 수소랑 술이나 마시러 가야지. 탄소가 느릿하게 눈을 한번 깜박였다. 잡념 때문에 내팽겨쳐둔 원서가 다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너 어디 있었어."
한참 깨알같은 알파벳들과 씨름하고 있을 때였다. 편의점 문이 열리고 휘이잉, 하는 바람소리가 들렸다. 보고 있던 프린트를 덮고 습관적으로 고개를 숙여 인사한 탄소가 익숙한 목소리에 상대를 다시 확인했다. 지민이 머리를 아무렇게나 헝클어뜨린채 숨을 살짝 몰아 쉬고 있었다. 뛰어왔나보다.
"아, 과제하느라 학교 못 나갔어."
미안. 탄소가 영혼 없이 사과했다. 사실 별로 미안하진 않았다. 나름 타당한 사정이 있었으니까. 혹시 또 연락 피하는 거냐면서 겁을 주는게 아닌가 싶어 받아칠 말들(+욕)을 구상하고 있던 탄소는 예상과는 다르게 별로 화가 난 것 같지 않은 지민의 모습에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전투의지 급 하락;
"혹시 화..."
"많이 피곤했겠네."
지민이 다가와서 탄소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시원한 밤바람 냄새가 코 앞으로 훅 다가왔다. 응? 얘 왜 이래? 탄소는 당황해서 지민이 만진 머리를 헝크러뜨렸다. 그러고선 지민이 기분 나빠할까 헝크린 머리를 다시 급하게 정리했다. 하지만 지민은 그런 탄소를 신경도 쓰지 않고 이미 편의점 깊숙한 곳에서 먹을 것을 둘러보고 있는 중이었다. 이내 무언가를 주섬주섬 골라온 지민이 카운터에 그것을 턱- 내려놓았다.
"나 이거 계산."
뭔가 했더니, 지민이 내려놓은 것의 정체를 파악한 탄소는 픽하고 실없이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지민이 취한 채로 바닥에 떨어진 부스러기를 주워 먹던 그 과자였다.
"저번에 먹어봤는데 맛있더라."
"바보야, 그거 먼지 맛이야."
그럼 또 바닥에 떨어뜨려볼까? 대충 던진 말에 지민이 정말로 봉지를 까서 뒤집으려고 했다. 탄소는 기겁해서 기를 쓰고 말렸다. 청소는 내가 하잖아, 이 미친놈아!! 탄소가 카운터에서 나와 지민의 등을 후려치며 과자를 빼앗으려고 애썼다. 지민이 발 뒤꿈치를 들고 탄소를 약올렸다. 그럼 니가 하지 내가 해? 그러다가 결국 지민은 정강이를 까이고 말았다. 윽, 미친..아파하는 지민을 보고있자니 은근히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탄소가 지민의 손에 들려있던 과자를 빼앗고 승리자의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왜 나대요, 멍청아.
"알바 끝날때까지 같이 있어줄까?"
아픈 다리 때문에 인상을 찡그린 지민이 계산대 앞에 쪼그려앉아 탄소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같이 밤새자는 말 되게 빙빙 돌려서 말하네. 싫어요. 탄소가 과자를 아그작거리면서 단호하게 대답했다. 짐니 거절당해쪄...여치니 미어....지민은 잔뜩 상처받은 척 혀 짧은 소리를 내며 찡찡거렸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패버리는 건데, 솔직히 외모가 애교랑 꽤나 잘 어울려서 할 말이 없어진다..탄소가 뼛속 끝까지 박힌 자신의 외모지상주의를 욕하며 애써 지민쪽으로 눈을 돌리지 않도록 프린트물을 눈 앞으로 더 가까이 가져다 댔다.
"나 카운터 안에 들어가보면 안돼?"
"나가기 귀찮아요."
"같이 있으면 되지."
"응 아니야."
지민은 계속해서 탄소에게 말을 걸었다. 여치나, 놀아줘. 응? 자꾸 공부를 방해하는 지민이 귀찮다가도 사실 공부가 잘 되는 것도 아니고 해서 탄소는 결국 들고 있던 프린트를 내려놓았다. 지금은 일단 쉬고, 이따가 정신이 맑아지면 그때 다시 집중해서 하자. 생각 없는 사람이랑 같이 있다보니 절로 그 태연함이 자신에게로 옮겨지는 것 같다. 자꾸 이렇게 무뎌지면 안 되는데.
담배를 사러 온 손님을 보내고, 결국 탄소는 카운터 위로 쓰러지듯 엎드릴 수 밖에 없었다. 너무 졸렸기 때문이다. 지민의 개소리에 적당히 맞장구 쳐주는 것도 잠을 깨게 하는 것엔 한계가 있었다. 선배, 진짜 죄송한데 밖에 보고 있다가 손님 오는 것 같으면 나 좀 깨워줘요. 지민은 대답하지 않고 엎드린 탄소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아니, 머리 만지지 말고 밖에 보라고. 탄소가 팔에 고개를 묻고 웅얼거렸다.
"보고 있어. 아무도 없다."
그러니까 눈 좀 붙여. 이미 깊게 잠들어버린 탄소에게는 닿지 않을 말이 허공에 울려퍼졌다. 지민이 조심스럽게 탄소가 입고 있던 편의점 조끼를 벗겨내고 마른 등 위에 제가 입고있던 자켓을 덮었다. 지민이 탄소를 깨웠을 때는, 이미 근무시간이 끝나기 10분 전이었다.
-
"김탄소, 시험 끝났지?"
"네. 왜요?"
"너 나랑 같이 어디 좀 가야겠다. 수당 더 쳐줄게."
오늘도 궂은 일은 다 불쌍한 어린 알바생 떠넘기고 혼자 티타임을 즐기고 있던 석진. 하지만 그는 느긋하던 평소와는 다르게 연신 다리를 떨고 손톱을 물어뜯으며 탄소의 정신을 사납게 하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러는거야. 탄소가 석진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석진은 한숨을 푹 쉬더니 탄소를 애절하게 쳐다보며 말을 이어갔다.
"내 여친인 척 좀 해줘. 주변에 이런 부탁 들어줄 애가 너 밖에 없다."
"내가 드디어 여자로 보이기 시작했어요? 조금 있으면 넘어오겠다."
"너 자른다?"
아 ㅈㅅ. 능글맞게 장난 좀 쳐보려던 탄소는 금방 꼬리를 내리고 앞치마 같은 유니폼을 두르며 석진 앞에 앉았다. 어쭈, 이게 짬밥 좀 됐다고 사장 앞에서 농땡이를 부려? 걱정이 가득한 와중에도 석진은 탄소에게 잔뜩 핀잔을 먹였다.
"자꾸 그러면 안 도와준다?"
"아 앉아, 앉아."
"어디, 얘기나 한번 들어 봅시다."
탄소가 테이블 위로 턱을 괴고 반짝반짝한 눈으로 석진을 쳐다보았다. 하아..차마 말을 꺼내기가 힘든건지 석진이 깊은 한숨을 쉬었다. 뭔진 모르겠지만 꽤 심각한 얘기 같은데..? 탄소의 표정이 덩달아 진지해졌다.
"나...내일 선 본다."
..? 그래서 어쩌라고요. 자꾸 뜸을 들이는 석진때문에 괜히 긴장타고있던 탄소의 표정이 일순간에 식어버렸다. 석진은 벌레를 바라보는 듯한 하찮은 시선에 발끈하다가도 금새 다시 시무룩해졌다.
"그럼 보면 되잖아요."
"난 아직 한창 즐길 나이라고."
"에이, 그건 아니다. 오빠 서른 넘지 않았어요?"
"아직 스물 아홉이야."
탄소는 여전히 석진이 왜 저렇게 안절부절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선이 들어왔으면 보면 되는거고, 상대가 마음에 안 들면 안 만나면 그만 아닌가? 하지만 탄소는 이어지는 석진의 말에 바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말았다.
"아버지가 선 잡아주시는거 내가 매번 튀어가지고 지금 단단히 벼르신 모양이야. 이번에 또 깨뜨리면 나 카페 청산하고 회사 들어가야 돼."
"헐, 그럼 카페는요?"
"팔아야지."
"헐, 그럼 내 일자리는?"
"없어지는거지."
제가 뭘 어떻게 도우면 되는 거죠?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말에 드디어 적극적이고 협조적인 자세를 취하는 탄소에 석진이 만족했다. 그래, 넌 어차피 날 도와주게 되어 있었어. 모든 것은 계획대로다☆
"보니까 그 쪽도 상당히 비지니스적으로 끌려나온 것 같아. 이미 그 사람이랑은 말을 맞춰놨으니까 너는 그냥 우리 가족 앞에서 대충 고상한 아가씨인 척만 해주면 돼"
"쉽네요."
"오케이. 그럼 자세한건 그때 가서 말 해줄게."
이제 가서 일 봐. 탄소 때문에 고민을 해결해 마음이 후련해진 석진이 미련없이 탄소를 돌려보냈다. 졸라 단호박이야 진짜. 탄소가 툴툴대며 여태까지 바닥을 쓸고있던 다른 알바생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야, 너 이제 가. 수고했다. 다른 날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일상이었다.
그리고, 평범한 일상임과 동시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사건의 발단이었다.
왜 '그'의 존재를 또 잊어버렸을까.
멀지 않은 훗날, 탄소는 이때 석진의 부탁에 응한 것을 진심으로 후회한다고 회상한다.
-
갑자기 장르가 스릴러로 빠진다거나 뭐 그러는거 아닙니다. 안심하세여^^
-공지-
이번 편 구독료가 없는 이유는..늦게 온게 죄송하기도 하고 독자 분들께 앞으로도 쭈욱 늦을 것 같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서..^^
저도 탄소처럼 혐생이라는게 있어서여 ㅠㅠ 1일 1글까진 아니더라도 최대한 빨리빨리 써서 빨리빨리 올리자고 다짐했는데 아마 불가능 할 것 같습니다. 연재 텀이 길어질 것 같아여..제가 능력이 모자라서 이런 똥망글 쓰는데도 한참 걸리고 그르네요..(우울) 그렇다고 분량을 줄이자니 분량은 짧은 편입니다. <<이게 은근히 사람 성질을 긁더라고요ㅋㅋ 보통인 편이라고 떠야 마음이 편해지는 불치병에 걸렸읍니다 껄껄ㅎㅎ 그리고 사실 끊는 거 잘 못함ㅎㅎ
..성실 연재하는 무담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공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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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아 김우빈 암 투병할 때 공양미 이고 기도했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