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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데 전체글ll조회 238l 1
민규야, 잠든 널 기억한다. 

태양에 멋지게 그을린 네 피부와 오르내리는 숨이 참, 묘하게 아름다웠다. 네 금발머리를 쓰다듬고 네 품속으로 파고들던 나를 네가 알까. 네 심장박동이 기분좋게 날 달구면 넌 내게 입을 맞추고 애처럼 웃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러던 너는 내 손을 놓았다. 그 이유를 나는 알 길이 없었다. 기껏해야 손바닥만한 삼십육점 오 도씨의 소실일 뿐인데. 

 

"형, 우리 헤어지자." 

 

"...뭐?" 

 

"나 형 더 이상 사랑하지 않나봐. 미안해." 

 

내 눈이 아닌 발끝을 내려다보면서, 너는 나를 서툴게 내어민다. 그 바람에 내 다리는 힘이 풀려 휘청인다. 이제보니 너는 사람을 죽고 싶게 만드는 재주도 있었다. 

흔해빠진 대사, 흔해빠진 제스처. 

나는 흔해빠진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이별을 받아들여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너 나 좋다며." 

 

"좋았죠. 좋았었죠. 형, 그런데." 

 

왜 네 눈이 젖어드는지, 왜 네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뾰족한 송곳니가 그것을 깨물고 마는지, 나는 모른다. 지금 네가 하려는 말도 난 도저히 알 수가 없다. 

 

"나 형보다 걔가 더 좋더라." 

 

너는 그래도 내가 더 좋아할게. 

그러니까 제발 그러지 마. 

헤어지려고 하지 마. 

입속으로 중얼거린 이기적인 말이 채 새어나가지 못한 채 내리는 눈발에 흐트러진다. 나는 뒤로 돌아 네가 없는 거리를 마주했다. 음울한 하늘에서 첫눈이 내리고 있었다. 나처럼 비틀비틀대면서. 이까짓 것, 많이 겪어왔잖아. 버틸 수 있잖아. 

그러나 희고 긴 침묵을 걸어나가다가 나는 길을 잃어버리고, 그제야 나는 네 손의 부재가 네 부재를 뜻한다는 걸 알아버린다. 온기의 부재 속 나는 그대로 거리의 한 켠에 멈춰서서 흩날리는 눈발을 바라본다. 

흐린 눈발은 모호한 것 투성이라 죄다 의문과 생각의 연속 구간이다. 네가 왜, 나는 왜, 우린 왜, 사랑했을까. 

그 물음표 새를 걸어가며 나는 너를 이 눈발만큼 그리는 것이 사랑일까 두려워했다. 이게 사랑이라면 내가 각오한 것 보다 훨씬 아플 테니. 그러니 어쩌면, 어쩌면 너를 사랑하지 않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사랑했다는 것을 잊는 것이 쉬울 리가 없건만, 나는 그러기로 굳게 다짐해버린다. 어느덧 밤이 짙었다. 겨울이 스민 밤이 차갑게 깊어간다. 

꿈에서 널 찾다 깨고, 현실에서도 널 찾다 잠이 든다. 이 멍청한 짓을 수없이 반복한 뒤에야 나는 내가 널 잊지 못하고 있음을 안다. 너를 좋아해 생긴 흉터들은 아직까지도 살아남아 저마다의 소리를 내지르고 있다. 

그 소리가 뜻하는 바는 하나다. 

너도 잊어. 

그러나 나는 잊는 법을 잊었다. 애초에 너를 본 사람은 너를 잊을 수가 없다. 너는 김민규니까. 어느 누가 널 잊을 수 있을까. 

허무한 겨울은 예년보다 시리다. 봄에도 녹지 않을 눈이 제법 쌓이고서야 답답한 속이 조금은 비워졌나보다. 너의 속도 눈이 되어 내게 내리기를 빌 만큼 나는 충분히 아팠다. 그래, 그런데 지금 나는 네 집 앞이다. 나도 모르는 새 내 발이 네게로 향했나보다. 

 

"문 좀 열어줘. 춥다." 

 

문이 열리고 네가 보인다. 내가 내린 저 눈만큼 그리워했던 네가, 지금 내 앞에 서 있다. 

 

"형, 우리 헤어졌잖아." 

 

맞다, 우리 헤어졌었지. 

그 말에 나는 네 눈을 못 본다. 그 이후의 말이 나를 모질게 버릴 것을 알기에, 나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선다. 겁이 난다. 

 

"달라지는 건 없어." 

 

점점이 떨궈지는 음절이 가시가 되어 심장을 할퀴다 박힌다. 깊숙히 박힌 가시는 퍽 아프다. 

어떻게 네가 나한테 이래. 

네가 먼저 좋아해놓고. 날 이렇게 망가트려놓고. 어떻게 이래. 

 

"내가 죽어도?" 

 

"...형, 늦었으니까 이만 가요." 

 

너는 돌아선다. 집 안으로 사라진다. 무거운 철제 문이 널 삼키고 철컥, 하고 잠금쇠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도 나는 거기에 꽤 오래 서 있었다. 

 

버림받는다는 것은 뭘까. 

비가 전신을 적시고 북풍이 내 뺨을 때리는 것 같은, 금방이라도 애처럼 울어버리고 싶은, 이런 비참한 기분이 버림받는 게 아니라면, 도대체 이 기분을 뭐라고 해야 할까. 

치밀어 오르는 눈물을 그대로 삼키며 거리로 나섰다. 

화나거나 슬프거나 하진 않았다. 너는 내 남자가 아니니까. 내 민규로 남을 수 없고 나도 네 지훈이 형으로 남을 수 없다. 

지금 솟아나는 건 어디서 온 눈물일까. 아마 너와 함께한 날들로부터 흘러왔나보다. 너를 그렇게나 울린 대가를 지금 내가 치르나 봐. 

한숨을 찬 공기에 새긴다. 그 숨에 담긴 우리의 기억은 사라진 것처럼 보였고 보이고 보일 테지만 언제나 희미한 안개와 같은 흉터로 남아 있을 것이다. 한때 내가 너를 지독하게 좋아했다는 증거가 되어서. 그렇게 믿고 싶다. 

내 정신은 너덜거렸지만 몸은 멀쩡해서, 나는 집으로 들어갔다. 

시계를 보니 새벽 두 시다. 

자야지. 

자야 할 텐데. 

네 흔적이 온통 집을 뒤덮고 있으니 어디서 자야 할까. 지금까지는 어디서 잤더라. 네 냄새가 난다. 햇빛과 풀 냄새다. 그 냄새가 안 나는 곳을 찾아 헤메다 다용도실의 서늘한 타일 위에 주저앉는다. 보송보송한 섬유 유연제 향마저 너를 떠올리게 한다. 빨래바구니 속에 네 셔츠가 남아있다. 

 

다 가져가라니까. 

왜 남겼어. 

손을 뻗어 그걸 움켜쥐고 끌어안는다. 

툭, 짙은 점이 내리찍힌다. 나 우는구나. 

김민규가 그리워서 울기도 하네. 

 

딩-동 

 

설마. 

옅은 어둠 속, 인터폰의 사각 화면 속에는 이방인의 실루엣만이 비친다. 

 

"형, 문 열어요." 

 

나는 겁을 낸다. 그 목소리의 주인이 네가 아닐까 봐. 

쾅쾅, 환각이 문을 두드린다. 

 

"문 열어, 이지훈." 

 

환각이 내 이름을 부르네. 나는 철제 문에 뺨을 가져다 댄다. 뜨거운 뺨을 찬 문이 식힌다. 나는 환각의 거세지는 두드림을 느낄 수 있다. 목놓아 우는 나의 온 몸을 느낄 수 있다. 

 

"제발..." 

 

내가 문 너머의 네 흐느낌을 들었다면, 네 어깨의 작은 떨림을 느꼈다면, 눈물로 젖어든 네 뺨을 봤다면 그건 모두 거짓말일까. 내 손은 작은 버튼을 누른다. 문을 열고서 너를 본다. 

 

"김민규, 우리 헤어졌잖아." 

 

갖가지 감정으로 물든 네 눈을 나는 더는 볼 수 없을 것만 같아 눈을 내리깐다. 너는 다급하게 내 어깨를 붙들고서 말한다. 열기가 훅 끼친다. 이렇게 얇게 입으면 감기 걸릴 텐데. 네가 아파서 열이 올라도 내가 등을 돌려야 하겠지. 우린 끝난 사이잖아. 

 

"내가 잘못했어. 내가, 내가 다 설명할게. 응?" 

 

"늦었어, 민규야. 너무 늦었다." 

 

감정이 사라진 내 눈, 어땠어? 

네가 보고서 아프지 않을 만큼만 텅 비어 있었으면 좋겠는데. 나는 빌어본다. 네가 본 것이 미련이기를. 

 

"늦었어. 가라." 

 

네가 그랬던 것처럼 너를 내어민다. 민규야, 내가 없는 곳으로 가. 우리가 괴로워하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네가 나를 끌어안지 못해서 내가 헛된 희망을 가질 수 없도록 해 줘. 나는 내 몸에서 너의 입술을 깨문다. 블라인드 사이로 너를 살핀다. 네가 머물다 걸어가다 끝내 건물 사이로 사라지는 걸 보고 나서야 입안에 감도는 비릿한 피맛을 알아챈다. 네가 없는 텅 빈 집에서 나는 절망의 밑바닥으로 가라앉는다. 다시는 떠오르지 못할 것처럼. 

 

몇달 뒤,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보낸 이 김민규 

보낸 곳 성수병원 유품관리실 

 

잘못 본 거지? 그렇지, 민규야? 

흰 봉투를 뜯는 내 손가락은 자꾸만 움츠러든다. 

아닐 거야. 

아니어야 하는데. 

 

네 글씨다. 

못나고 삐뚤빼뚤한 글씨. 

군데군데 번진 글씨에 마음은 잉크 자국으로 멍이 든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간신히 너의 마지막을 읽어간다. 

 

형, 

이걸 보고 있을 때쯤이면 나는 바람이 되어 어딘가를 떠돌고 있겠지. 그게 형의 옆이었으면 좋겠다. 나 사실 많이 아파. 의사 선생님이 얼마 못 살 거래. 바보같이 숨기고 형한테 나쁘게 굴어서 미안해. 그래도 나한테는 그게 최선이었어요. 형 걱정시키다가 끝내 울리고 싶진 않았거든. 

다 잊어버려도 좋으니까 하나만 기억해줘요. 

지훈아, 나 너 정말 사랑해. 

 

민규야, 민규야. 

네 이름을 되뇌이다 창문을 연다. 이토록 살랑이는 봄바람은 네가 뱉어냈을 숨의 끝자락일까. 답장할 수 없는 이 편지에 다 담아서 저 하늘에 올리면 바람도 우릴 감쌀까. 아팠던 날들이 지워질 수 있게 널 꽉 안아주고 싶다. 

그 때 보내지 말 걸. 네가 날 기어이 울려서, 나는 결국 너를 사랑하고 만다. 늘 네 곁에 있고만 싶어진다. 허공에 한 숨의 진심이 흩뿌려진다. 

 

"사랑해. 김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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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왜 때문에ㅠㅠㅠ왜 밍규ㅠㅠㅠ왜ㅠㅠㅠ
7년 전
오마데
제가 규훈은 행복한 걸 못 쓰는 병이 있어서...죄송해요ㅋㅋ큐ㅠㅠㅠㅠ
7년 전
독자2
지훈이 철벽이네...이런 어려운 남자
7년 전
오마데
선형대수학같은 남자예요 우리 쥬니...
7년 전
독자3
으어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밍구야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가지마ㅠㅠㅠㅠㅠ
7년 전
오마데
님은 갔습니다...ㅠㅠㅠㅠ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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