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전정국] 번아웃 신드롬 ep.0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1/30/21/485f3f6a4b6427ad7666da872e8669ce.gif)
오늘도 높은 담장을 가늠하며 납작하고 작은 돌맹이를 던진다.
툭
가벼운 소리와 함께 떨어진 돌맹이는 힘 없는 기척을 내었고
뒤이어 작은 속삭임이 들려온다.
"나,나 여기 있어요."
오늘도 나를 기다렸구나,
-
오늘도 그레치아 사거리를 거니렀다.
적당한 장소를 찾지 않으면 사람이 오지 않을테고 생계가 끊겨버릴 것이다.
좋아서 그리는 그림은 어느새 내가 잡고 있는 가느다란 실이 되었고
손으로 흘러내리기에는 차가운 물 한바가지면 충분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그와 함께 짓밟힌 나의 꿈은 각망받던 여자아이가 아닌
한편의 영화같게도 버림받은 한사람을 낳았다.
한방울, 그 무릇이라도 혈연이 섞인 사람들은 내 학생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부모님의 몇안되는 재산까지 빼앗고 날 덩그러니 한 도시에 버려두었다.
그와중에 손에 쥐었던 몇지폐와 종이 그리고 연필은 나를 살리는 동아줄이 되었다.
아주 얇았지만.
작은 의자와 얇은 종이 그리고 딱 한줌짜리 연필. 이것이 내 실이고 영혼.
사거리의 다리 그 중간즈음에 자리를 잡았다.
그림을 그려준다는 닳고 작은 팻말을 세웠다.
사람이 많은 사거리는 참 좋은 이용수단이다.
" 1파운드? 오, 자기야 이거 봐. "
" 나 전문화 아니면 안좋아하는거 알잖아. "
" 잘그리면 그게 그거지, "
" 됐어, 싼티나. 가자."
수십명이다. 내 가느다란 실을 무시하고 가는 이들은 어느 하나 모난 곳이 없었고 치마를 끌고가는 비단결이 고왔다.
한참, 시린 두손을 붙잡고 바닥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한명도 없구나.
얇은 밤색 코트를 여몄다. 브룻 빵집으로 향한다.
-
" 저 왔어요. "
"오늘은 왜이렇게 빨리와. 또 기분 상했어?"
"제가 언제 기분 상하면 빨리와요? 그냥 날이 아닌가보지."
"인상을 푹 쓰고 오는게 널 무시하는 사람이 있었던 것 같은데."
윤기아저씨는 뻔하다는 듯 입을 우쭐대며 말해왔다.
목에 걸려진 하얀색 앞치마를 벗고 의자에서 일어나는 폼은 익숙했고 뻔한 상황이었다.
오늘 남은거.
아저씨는 봉투를 내게 건냈다. 그러고는 다시 카운터로 향해 가 하얀 얼굴을 괴며 말했다.
"빨리와도 뭐라 안그러는데… 뭐가 그리 심술이 났냐. 어두어지기 전에 가."
"…네."
남은 빵이라고 하기에는 따뜻했다. 봉지는 깨끗하고 문에 달린 종소리는 맑았다.
"바보같은게.."
아저씨의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내가 못들을 것 같아서 하는 소리는 아니다.
보이는 그대로 내가 바보같아서.
내 실이 너무나도 가난하고 가늘어서,
내 자존심을 견디지 못하나보다.
긁히는 목이 아팠다. 침을 삼키기에는 뜨겁고 뱉기에는 나는 아직 겁이 많다.
고이는 침은 이내 눈을 질끔 감기 좋은 핑계가 된다.
-
봉지가 두개였다.
늘 주는 하얀봉지가 아닌 파란봉지가 하나 더 쥐여져 있었다.
열어보니 작은 쪽지가 차가운 손에 잡혀왔다.
여느때와 같이 부스럭 소리를 내며 빳빳한 종이를 펼쳤다.
-그레치아 사거리 오른쪽 코너로 쭉 들어가 돌담장이 높게 있는 집에 전해줘.
할머니가 계셔서 초인종 소리를 잘못들으시니까 그냥 들어가도 돼.
항상 거실 의자에 앉아 계신다.-
바보라고 놀리더니 기껏 시키는게 늘 배달.
아저씨는 종종 내게 빵 배달을 시키곤 했다.
종이와 함께 늘 5파운드를 끼어 놓고 사거리 주변을 맴돌게하는 그런.
지폐를 오른쪽 주머니에 쑤셔 놓고 골목을 벗어나 사거리로 향했다.
아저씨는 가끔 혼자사시는 분들에게 빵배달을 시키곤 하는데
그게 한동안은 귀찮다가도 늘 얻어먹는 빵값이라고 쳤다.
20살이라는 나이에 어디가서 무엇을 얻어먹기에는 뭐하고 사먹기에는 돈이 없는,
그런 나에게 딱 좋은 일거리 그리고 안식처.
끼익
![[방탄소년단/전정국] 번아웃 신드롬 ep.0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1/30/21/8148dc266b89ed5588506fac15740e44.gif)
벌써 해가 다 져가는 마당에 길을 헤매이다가 담장을 찾았다.
회색 철문은 생각보다 컸으며 정원도 딸려있는 집이었다.
정원이 오랫동안 정리되지 않은 느낌만 날 뿐 아주 좋은 집이었다.
"할머니-"
문 앞에서 목소리를 내었지만 돌아오는 소리는 없었다.
다시 한번 말하려 입을 벌리는 순간,
"할머니 지금 자요."
뒤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싶어 고개를 돌리자 나를 바라보는 까만 머리, 까만 신발, 까만 ...
"할머니 지금 자요. 깨우면 안돼."
![[방탄소년단/전정국] 번아웃 신드롬 ep.0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1/30/8/2a83951f365711bf30baced9a6695e68.gif)
눈동자.
"어… 그럼 이거 할머니께 전해주세요."
파란봉투를 눈앞에 있는 남자에게 건냈다.
봉투를 건내는 내 손길에 잠시 흠칫하던 남자는 두손으로 봉투를 가져가며 갸우뚱거렸다.
"할머니, 할머니 빵 좋아하는데"
어린 말투, 큰 키.
무언가를 의심하게 만드는 남자는 봉투를 열어보던 손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무슨 말을 하려고 저렇게 입을 벙끗거리는 거지..
"고, 고마워요. 할머니 기쁘게 해줘서."
까만 눈동자를 담는 눈이 반달처럼 접혔다.
그 모습은 마치 다섯살배기 어린아이를 보는 듯 했고 내 고개는 무의식으로 끄덕여졌다.
"저는 정국이에요. 할머니랑 살아요. 할머니 사랑해요. 고마워요. 할머니 기쁘게 해줘서."
같은 말을 반복하는 입에도 싱그러움이 배어나는 것을 보는데 이것은
"아... 네. 그럼 저는 가볼게요. 들어가요. 춥다."
"맞아. 추워요. 나,나는 정원 좋은데… 고,고마워요.고마워요."
순수일까 아니면
"…"
"흐, 너가 예뻐요."
나의 실수일까.
정국은 빠르게 뛰어 집 안으로 들어갔고 그가 지나간 자리에는 차가운 사과향이 남았다.
"바보인가..."
윤기 아저씨의 말이 자꾸만 머릿속에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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