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X크리스탈] 전학생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7/f/5/7f59dc5447db9fac6ed644e248b67341.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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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끄는 소리, 대화하는 소리, 여자아이들의 데시벨 높은 웃는 소리. 이걸 한 사람이 한대도 충분한데 학교는 여러명이 살아가는 곳이기에, 시끄러움은 그 배가 된다. 시끄러웠다. 귀찢어질것 같애- 내뱉지 못한 말이지만. 머리에는 이 한문장만이 가득했다. 조용한 걸 좋아했다. 혼자있는 것도 좋아하고.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두지 않았다. 수정은 왜 자신의 곁이 언제나 시끄럽고 사람이 많은 지 알지 못했지만. 그녀를 제외한 모두는 알고 있었다. "너 정수정 알아? 하면 타 학생들 열에 아홉은 "그 3반에 예쁜애?" 라는 답이 돌아온다. 남자들은 당연히 수정에게 호의적이었으나. 여자들은 그렇지 못했다. 그 얼굴에 그 몸매에 집까지 부자. 다른 세계 사람이라고 쿨하게 인정하고 부러워 하는 여학생들도 있었으나 어떤 여자애들은 열등감에 가득차 있었다. 이런 여자애들은 물론, 정수정을 싫어하는 이유를 남자애들이 찬양해주니까 기어올라오는 싸가지 없는 년. 성격이 안 좋아서 싫어- 라고 포장하지만 결국 그 밑바닥에 있는 건 외모와 스펙에 대한 질투였다. 불행하게도 이런 여자애들은 해마다 반이바뀔 때마다 생성 되었다는 것이다. 뒤에서 욕하고 소문 퍼뜨리는 건 차라리 양반이었다. 그 열등감을 수정에게 표출해내는 애들이 문제였지.
수정은 피곤했다. 자신은 흔하게 생겼다. 널린 얼굴인데 왜 예쁘다고 말하는 걸까. 수정은 자신에게 드리워 지는 외모에 대한 관심과 칭찬이 너무 싫었다.
"전학생 왔대. 들었어?"
소음사이로 친구의 말이 들려왔다. 고등학교 3학년으로 진입하는 이때에 전학을 오다니. 용감하네.
"이름 좀 날리는 애라던데?"
전학생에 대한 정보를 수정에게 흘려 주기 시작했다. 아까 생각한 용감하다는 말이 더욱 더 전학생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친구의 얼굴은 안그래도 붉은 얼굴이 더 붉어 진 것 같았다. 설리는 가뜩이나 안면 홍조라 볼이 항상 분홍빛을 띄는 데, 지금은 완전 찐빵같이 터질것같애- 수정이 풋웃었다.
"왜 웃어 . 들어봐 좀."
"말해"
"이름을 날리는 이유는 두 가지였어."
"뭐."
"첫번째는 얼굴, 두번째는 밴드활동. 뭐 거기다가 선생한테 개기는 것은 부가적인거고."
"잘생겨서? 아님 못생겨서?"
"당연 잘생겨서지!"
설리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정수정 하여튼 이 띨빵. 얼굴은 멀쩡하게 생겨 갖고. 수정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밀었다. 수정이 친구를 노려봤다.
"하지말랬지!"
"정수정 너야말로 하지마라. 성격하고는..."
뒤통수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담임이었다. 설리와 얘기하는 사이에 들어온 것이었다. 수정은 빨리 몸을 교실전면을 향해 자세를 바로했다. 교실에 비웃음 소리가 가득찼다. 특히 자신을 싫어하는 그 그룹에 목소리 큰아이 웃음소리는 선생님이 경고를 따로 줄 때까지 가라앉지 않았다.수정이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깨물었다. 오늘 아침부터 일진이 왜케 거지같아.
"따로 조회사항은 없고 전학생을 소개하겠다."
수정은 고개를 들었다. 과연 담임의 옆엔 남자애하나가 서있었다. 불량해 보였다. 머리는 염색해 밝은 갈색을 띄고 있었고 교복마이는 풀어헤쳐 있었다. 이 상황이 지루한지 고개를 양 옆으로 꺾고 있었다. 쎄보이려고 발악 하는 것 같다.
"이름은..."
"저기 앉으면 돼죠? 어차피 오래 있지도 않을건데 소개는 무슨.."
담임의 말을 끊고 그 전학생이 가리킨 곳은 수정의 옆자리 였다. 망할. 수정은 욕을 중얼 거렸다. 담임선생이 대충 고개를 끄덕이자 전학생은 옆으로 와서 앉았다.
"일교시 수업준비해."
형식적인 말을 남긴 담임이 나가고 애들은 각자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들의 일상에는 변화가 별로 없을 것이지만. 수정은 왠지 더 피곤해 질 것 같았다.
"야, 인상 좀 펴라. 나 어차피 금방 꺼져줄거니까."
수정이 전학생을 쳐다봤다. 정확히 말하면 노려본 거지만. 수정의 심난한 마음에 기름을 끼얹는 말을 던졌다. 그런주제에 전학생은 미소짓고 있었다. 잘생긴 입꼬리를 올리면서. 이 자식은 왜 웃는 거지 기분 나쁘게. 수정의 눈을 피하지 않고 계속 마주하는 걸로 봐서 보통내기가 아닌것 같았다. 자신이 쳐다봤을 때 이렇게 오래 마주보는 사람은 유치원부터 한 명도 없었다. 다들 수정의 눈을 피하기만 했고. 한동안 이걸로 마음 고생을 해서 결국 물어보았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방과후에 같이 놀이터로 향하는 게 일상인 나름 친하다고 생각했던 남자애였다. 그 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은 충격이었다.
'너 눈은 나를 꿰뚫는 것 같아. 무서워'
오히려 상대방이 눈을 마주쳐 오지않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었는데...
마음에 안들었다. 학교가 시끄러운 것도. 아까 그 비웃음소리도 선생님의 지적도. 전학생의 등장도.
하지만
제일 마음에 안들었던 건.
눈이 마주쳤을 때 전학생의 눈빛이 나와 닮아있다고 생각해 버린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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