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서
w.분수
"진호야,안녕"
항상 그래왔듯 익숙한 목소리에
하지만 이제는 너무나도 지긋지긋해져버린 목소리에.
"여긴 또 어쩐 일이야."
나 자신도 놀라버릴만큼 차갑게 이미 뱉어진 나의 말에 그 아이의 눈썹이 살짝 반응하더니
이내 봄내음이 날 것만 같은 풋풋한 미소를 띄운 채 너는 입을 오물거려.
"도서관에 공부하러 오지,뭐하러 오겠어."
여전히 미소를 띄운 채 조잘대는 너의 입술을 보면서
두 남매를 삶아먹기위해 꼬드기는 마녀의 그 사악한 입술이 겹쳐보이는 건 왜일까.
두리번거리며 너의 모습을 찾다가
이내 고개를 숙여 손목시계를 바라보면 어느새 숫자2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시곗바늘.
항상 늦어도 1시쯤이면 도착을 하던 너였기에 오늘이 더 특별해.
"어,진호야.좀 늦었네?"
나의 말이 끝나니가 무섭게 굳어지는 너의 모습을 보면서 니가 너무나도 잔인하단 생각이 들어.
내가 아무리 싫어도,이 권세은이 그토록 죽을만큼 미워도, 그렇게 대놓고 너를 드러낼 필요가 있었을까.
적어도 나를 생각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너,제정신 아냐."
너의 마지막 말에
꾹 참고있던 눈물 한방울이 또르르 하고 흘러내려.
"왈왈,왈왈"
비교적 사람이 많았던 도서관 쪽으로 숨을 헐떡이며 달려온 것은 커다란 흰색 진돗개였다.
주위의 다른 사람들 중 유독 나와 세은이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미친 듯이 짖어대는 강아지의 등장은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둘 중 누구도 그의 주인이 아니었다.
흘끗 세은이를 쳐다보니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나 또한 마찬가지인 노릇이었다.
"빠알갛고 동그란 것"
주인은 벌써 며칠째 이 말만 반복하고 있다.
도대체 그것이 무엇인지 갈피를 잡을 수 조차 없는 마루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중얼거림은 반복되었고
그 중얼거림을 자장가삼아, 따스한 오후의 햇빛을 잠자리 삼아 어느새 마루의 눈이 스르르 감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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