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의 풍경에서는 하얀 눈이 소복소복 땅 위에 내려앉고 있다.
가끔 흰 눈 결정이 장난스럽게 창가에 내려앉아 방 안을 힐끔 훔쳐보기도 한다.
장작이 뜨겁게 타오르는 따스한 방 안에서는 두 남녀가 침울해있다.
"할매, 나는 이제 곧...."
탑이 씁쓸한 웃음을 짓는다. 그런 그를 놓치기 싫다는 듯 양손으로 그의 손을
꽉 붙들고 있던 할매는 그만 울어버리고 만다.
"가지 말아요, 탑....나는...조세핀은...어떡하라고."
눈물이 그렁그렁해져서 툭툭 떨어져 이불과 탑의 손등을 적신다.
"구구구구 구구구구"
조세핀도 알아듣고 동의하는건지, 배고프다고 하는건지 모를 일이다.
탑은 그런 둘을 번갈아 사랑이 담긴 눈으로 마지막까지 담아두려한다.
"사랑했어...내가 없어도, 조세핀하고 잘 살아."
탑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할매의 눈물을 닦아주고 조세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할매는 직감적으로 이것이 그들의 마지막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에게 웃어주었다.
그가 떠나면서 보고싶은 모습은 웃는 자신의 모습일테니까.
"내년생에도 그 내후년생에도, 다시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로 만날거야.
우리 할매는 길치니까. 나한테로 오는 길이 쉽도록. 내가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별이될게.
그때까지 맡아줘, 나의 조세핀도."
탑은 아이가 누워 재워주는 엄마에게 그날 일과를 말하듯이, 그렇게 잠들듯이 눈을 감았다.
할매는 안락의자에 앉아 오열하다가 탑의 어깨에서 자신의 손등으로 조세핀을 옮겼다.
"그래...탑...우리는 내년생에도 내후년생에도...네가 어디 있든지간에 만날거야."
그의 마지막 약속을 곱씹으며 할매는 눈 내리는 창 밖을 하염없이 내다보았다.
"구구구구 구구구구구"
그런 할매를 위로라도 해주듯이 조세핀이 어깨로 날아와 앉아 함께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