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카페
Rainy Cafe
“엄마 나 왔어!”
현관문을 열자마자 비 오는데 어딜 이렇게 싸돌아다니냐는 엄마의 잔소리가 쏟아졌다. 하지만 내 귀에 지금 그런 잔소리가 들릴 리가 없다. 기분이 째질 것 같으니까. 커다란 흰색 타올을 들고는 내게 다가오는 엄마는, 이내 내 왼손을 보더니, 이렇게 묻는다.
“우산은 어디서 났어?”
아, 이거? 나는 물이 떨어지는 투명한 우산을 보며, 그저 실실 웃기만 한다.
다시, 조금 전 오후의 카페.
“맛있게 드세요.”
트레이를 내 쪽으로 살짝 밀어주는 그 김동영이라는 알바생은 표정 스위치라도 있는가 보다. 아까 내 심장을 가격하던 웃음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다시 그 무표정으로 돌아간 얼굴만 날 반겼다. 난 이 남자와 조금이나마 거리감을 좁혔다는 마음에 실실 쪼개며 커피를 받으러 갔는데, 또 그 범접할 수 없는 포커페이스에 서운해서 울 뻔했다.
그래, 난 그저 일개 손님일 뿐이겠지. 나 또 무슨 망상을 한 거야. 한숨을 폭 쉬며 아메리카노를 길게 빨아들였다. 아니, 근데 손님이면 좀 웃어주고 하는 게 원래 맞지 않나? 잘생긴 남자가 한 번 웃어줬다고 혼자 착각을 한 나는 무척이나 바보 같았다.
“어서 오세요.”
카페 안으로 커플로 보이는 남녀가 들어오자 그 남자는 또 형식적인 인사말을 건넨다. 그래, 저 사람은 그냥 내가 자주 가는 카페 알바생이고 난 손님, 그뿐이다. 마치 넌 학생이고 난 선생이야 같은 맥락의.
조금, 아니 좀 많이 괴상한 맥락의 자기 타협을 하는 나는 휴대폰의 벨소리가 울리고서야 비로소 현실로 돌아왔다.
“여보세요.”
- 어디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나의 위치부터 물어보는 이 수화기 너머의 음성은 정재현이었다. 중학교 이학년 때 제비뽑기로 짝꿍을 한 번 한 뒤로 쭉 이어져온 인연인데, 남들은 우릴 보고 불알친구 같다고 한다지.
“왜.”
- 너 우산 있냐?
“왜, 너 우산 없으니까 또 데리러 오라고? 나도 오늘 우산 없거든.”
- 뭐래.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비가 쏟아지던 날이었는데, 정재현이 갑자기 전화를 해서는, 맛있는 거 사 준다며 나오란다. 난 좋아라 하면서 나갔더니 글쎄 손에 편의점 핫바 하나 달랑 쥐여주고 우산이 없으니 좀 씌워달라며 씩 웃는 정재현이었다. 그래, 이 원수는 음식을 빌미로 날 부려먹은 것이다.
“나 오늘 우산 안 갖고 와서 비 쫄딱 맞고 갈 판이라고. 너 씌워줄 우산 따윈 없음.”
- 내가 언제 나 씌워 달랬냐? 너 우산 없을 것 같아서 전화했는데, 데리러 갈까?
웬일로 호의를 베푸실까. 너 좀 낯설다. 내가 경악하는 체를 하자 자기는 원래 친절한 사람이라며 으름장을 놓는 정재현이다.
- 그래서, 데리러 가??
그때 나는 내 옆의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옆을 돌아보았는데, 그 알바생이 테이블 청소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정신이 팔렸다. 정재현이 날 부르는 소리도 잊은 채. 행주로 테이블을 닦는 그 남자는, 내 쪽은 한 번도 봐주질 않더라.
- 야, 야. 듣고 있어?
“어? 뭐라고?”
- 정신을 어디다 팔고 있는 거야 얘는.
토끼 알바생한테 정신 팔고 있었다, 미안하다 친구야. 난 입으로 내뱉지 못 할 말을 속으로만 꾸역꾸역 삼켰다. 내 이름을 부르는 정재현의 목소리에 그제야 그 남자에게서 시선을 거둔다.
- 그래서 데리러 가냐고.
“어… 아니야. 너 바쁜데 뭐. 그리고 나 돈 없어서 너한테 뭐 사줄 수가 없다.”
- 야 내가 무슨 뇌물 받자고 하는 것도 아니…
“알아 인마. 그래도 너 요즘 일 때문에 바쁜 거 알아서 그래. 난 그냥 비 그칠 때까지 여기서 기다릴란다.”
창문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줄기를 보는데, 조금 묘한 기분이 들어서 더 앉아있고 싶었다. 불투명하고 탁한 유리구슬을 보고 있는 기분이랄까. 그냥 그 탁한 것들이 씻겨내려 가는 것을 볼 때까지, 안정된 것을 볼 때까지 가만히 앉아있고 싶었다.
알았다며 끊는다는 재현의 전화를 끝으로, 나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살짝 돌려 옆을 봤으나, 그 알바생은 사라지고 난 후였다.
-
비가 도저히 그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아까 정재현이 데리러 온달 때 오라고 했어야 했나. 재현의 전화가 온 뒤 삼십 분이나 기다렸는데도 까마득한 하늘은 누가 위에서 물이라도 퍼붓는 것처럼 비만 쏟고 있었다.
“그냥 뛰어서 갈까…”
전공 책을 들고 빗속의 전력질주를 상상했지만 이내 미친 짓이란 것을 알아채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답 없이 거의 바닥이 보이는 아메리카노만 쪽쪽 빨았다. 얼음이 다 녹아버려 밍밍한 맛이 났다. 인간적으로 비 좀 그만 와라, 하며 푹 젖어 빛을 반사해내는 아스팔트 바닥을 하염없이 보았다.
“저기…”
익숙한 목소리가 옆에서 들렸다. 돌아보지 않아도 나는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고, 속으로 환호했다. 왜냐고?
“아… 네?”
살짝 미성인듯 하지만 남자다운 그 목소리는 토끼 알바생, 김동영이라는 남자의 것이었기 때문에.
그 남자의 동그란 눈과 마주치자, 마음속 응어리가 다 가시는 기분이었다. 유리구슬의 얼룩이 다 닦여나가는 느낌. 딱 그랬다. 남자는 나에게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선다. 새까만 눈이 나를 바라본다. 내 손에는 땀이 차기 시작한다.
“저기 혹시.”
“네.”
그는 흠흠, 한두 번 목을 가다듬더니 다시 나를 부른다. 물론 주어는 ‘저기’. 이름을 모르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나는 내 이름을 가르쳐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바짝바짝 말라가는 입술을 열어 대답한다. 무슨 말을 하려기에 뜸을 들이는 것일까. 궁금증이 늘어갈 때마다 심장 박동수도 커져만 갔다.
“우산 없으시죠.”
내가 우산 없는 것은 또 어떻게 알았대. 독심술이라도 하는 건가 이 남자는. 보면 볼수록 신기한 사람이었다. 김동영, 그 토끼 알바생은 표정 스위치를 다시 한 번 눌렀나 보다. 싱긋 웃어보이는 얼굴에 나는 또 바보같이 네, 라고 짤막한 대답을 던진다.
“없으시면 제 우산 같이 쓰고 가실래요?”
난 내 귀를 의심했다. 지금, 나 보고 하는 말 맞지? 심장이 떨리고 머릿속이 하얘져서 나는 대답하는 것도 잊은 채 눈만 깜빡였다. 속으로는 네, 제발요, 제발 같이 쓰고 갑시다, 라며 백 번은 더 대답을 했는데, 입 밖으로는 나올 생각을 안 한다. 봐, 나 잘생긴 사람 앞에선 말도 제대로 못 하는 병에 걸린 게 분명하다.
어버버거리는 날 보고는 눈을 더 크게 뜨며 다시 묻는 그 남자다. 우산, 같이 쓰고 갈래요? 아찔하게 정신을 흔들어 놓는 그 목소리에 난 대답했다, 좋아요. 알바생은 입꼬리를 늘어뜨리며 웃는다.
“그럼, 저 옷 갈아입고 올 테니까 잠깐만 여기서 기다려주세요.”
“아, 네!”
내 대답에 제 유니폼 셔츠의 단추를 목에서부터 하나둘 푸른다. 그는 내게 한 번 더 웃어주는 것을 잊지 않은 채 뒤를 돌아선 직원 전용 공간으로 들어갔다. 그가 떠난 자리에 혼자 남은 나는 그 알바생이 들어간 문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빠졌던 나사가 다시 머릿속에 끼워지듯, 현실로 돌아오는데 걸린 시간 약 오 초.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상황 파악에 들어간 나는 그야말로 패닉, 뭐 그런 상태였다. 그러니까 저 김동영이라는 알바생이, 나한테 먼저 말 건거 맞지? 웃어준 거 맞지? 나 막 혼자 착각하고 망상하고 그런 거 아니지? 손이 덜덜 떨렸다. 심장도 막 엇박으로 뛰는 것 같았다. 모든 게 예상치 못한 일이어서 당황스러웠는데, 역설적이게도 기분이 좀 많이 좋았다. 많이. 좀 되게 많이. 아니, 근데 심장은 왜 나대? 나 저 남자 좋아해?
똑똑.
내 옆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머리가 먼저 반응하기 전에 고개가 돌아갔다. 커다란 투명 우산을 들고 올블랙의 사복 차림을 한 토끼 알바생이, 김동영이라는 남자가, 내 시야에 가득 찬다. 눈이 마주쳤다. 고개를 옆으로 살짝 기울여 보이는 남자는 토끼 같은 앞니를 보이며 웃는다. 나는 바보같이 따라 웃는다.
그러면 그 남자는 입모양으로 이렇게 말한다.
얼른 나와요.
비 오는 날의 카페
Rainy Cafe
빗물이 우산 위로 떨어지는 소리가 내 귀를 가득 메우면, 시원한 가을바람이 내 머리카락을 흩뜨려놓는다. 동시에 네온사인 불빛에 비친 그의 갈색 머리카락도 살짝 흔들린다. 그의 우산은 우리 둘을 빗물로부터 가려지게 하기 충분한 크기였지만, 딱 붙어야만 하는 그런 크기였다. 틈 없이, 어깨를 딱 붙이고 걸어야 할 그런 크기.
“안 힘드세요? 제가 좀 들까요?”
카페를 나와서 얼마나 걸었는지 모르겠다. 낯선 이와 함께 걸어서인지, 너무 긴장해서인지, 시간 가늠이 잘 안 됐다. 아마 걸은지 꽤 된 것 같았는데, 우산을 계속 들고 있는 그 남자의 팔이 아파 보여서, 내가 들겠다며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이래 봬도 내가 힘은 좀 쓰거든. 그랬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하나도 안 힘들다는 그는, 또 그 웃음으로 내 심장을 가격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 통성명도 안 했네요.”
“아, 네. 저는 그쪽 이름 알아요 근데.”
김동영씨, 맞으시죠? 나 막 스토커처럼 보이진 않았겠지, 괜히 말했나, 하며 조마조마해 하는데 어떻게 알았냐는 듯 입을 오므리고 날 본다.
“어떻게 아셨어요?”
“그… 유니폼에 명찰 보고요.”
내 대답에 아!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처음엔 몰랐는데 귀여운 구석이 있네. 역시 토끼야.
“맞아요, 저는 김동영이에요. 그쪽은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저는 김여주요.”
“아, 김여주씨. 이름 예뻐요.”
여기서 또 내 심장은 발작을 일으킨다. 오우, 저 지금 약간 심장마비 올 것 같은데 간호사 좀 불러줘요. 얼굴이 화끈거리는 게 느껴졌다. 이미 해가 지고 난 저녁이라 내 벌게진 얼굴을 보일 일이 없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여주씨, 하고 부르는 그의 목소리에 나는 그를 올려다본다.
“사실 여주씨 카페 오실 때마다 되게 반가워요.”
“진짜요? 저를 알고 계셨어요?”
“당연하죠. 저희 카페 단골이시잖아요.”
“저는 동영씨가 저 모르는 줄 알았어요… 아는 척을 안 해주셔서.”
내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날 본다. 나는 허허 웃으며 머리를 긁적인다. 마침 빨간 불로 바뀐 신호등에 우리는 인도 끄트머리에 멈춰 선다. 동시에 초록불을 받은 차량들이 우리 앞을 쌩쌩 지나간다. 젖은 아스팔트 바닥이 헤드라이트 불빛들을 반사해낸다.
“아, 제가 좀 낯도 많이 가리고 그래서요… 죄송해요.”
“아니 동영씨가 죄송할 것 까진 없죠! 저는 그냥 동영씨가 저 알고 계셨다는 게 뭔가, 좋기도 하고 신기해서요.”
“여주씨가 좋으시다면야, 앞으로 제가 아는 척 엄청 할게요.”
“정말요?”
“그럼요. 저도 좋거든요 여주씨.”
그는 또 싱그럽게 웃으며 나를 보았다. 우리 앞을 달리던 차들이 멈추고, 신호등은 제 색을 바꾸었다. 초록불이 들어온 것도 모른 채, 우리는 인도의 끄트머리에 멈춰 서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NCT/김동영] Rainy Café : 비 오는 날의 카페 0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7/31/2/775f06826c96e89d9dc0dcf8d9008f27.gif)
그렇게 빗속에서 김동영이라는 남자와 걷다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대충 이렇다. 나이는 나보다 한 살 많은 2학년. 여기서 그다지 멀지 않은 대학의 실용 음악과에 재학 중. 보컬 전공이라는데 작곡도 한다고 한다. 음악 하는 남자였구나, 하고 나는 다시 이유 모를 설렘에 휩싸인다.
또, 나는 내가 우산 없는 것을 어떻게 알았냐고 물었는데, 아까 내가 정재현과 통화하는 것을 들었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듣고 타이밍 좋게 내게 전화를 걸어준 정재현에게 나는 속으로 소리 없는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어쨌거나, 그는 내게 말을 편히 놓으라고 했는데, 나는 그게 쉽사리 되지가 않았다.
“몇 번 타고 가야 한댔지?”
“나는 467번. 오빠는…요?”
의도치 않게 반존대를 하는 날 보며 그 특유의 인디언 보조개를 보이며 웃는다. 난 평생 살면서 인디언 보조개가 예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이 남자의 것은 무척이나 예뻤다. 웃을 때 애교스레 반으로 접히는 눈이며, 활짝 드러나는 치아며, 입동굴이며, 보조개며. 그냥 조화가 완벽했다. 잘생겨서 그런가. 그렇지, 잘생긴 게 최고지. 늘 짜릿하고.
“나는 617번. 467번은 금방 온다고 하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내가 타고 갈 버스는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지 얼마 안 되어 저 멀리서부터 오는 것을 보았다. 왠지 모르게 아쉬워서, 짧은 탄식을 내뱉는 내 손에 제 우산을 쥐여주는 그였다.
“우산, 가지고 가.”
나는 그가 건네준 우산을 다시 그에게로 밀어주며 고개를 휘저었다. 그럼 오빠는 집에 어떻게 가려구요. 그에 다시 우산을 내 손에 꼭 쥐여준다.
“나는 버스 내리면 집이 금방이라 괜찮아. 너 쓰고 가.”
“아니 그래도…”
“나 진짜 괜찮대도? 내일 카페 와서 주면 되지. 내일도 올 거지?”
“네, 내일도 가는데… 그래도 비 맞다가 감기 걸리면 어떡해요.”
“에이, 감기 안 걸려. 나 엄청 건강하고 힘도 세.”
김동영은 미안한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싱글벙글 웃으며 제 우산을 내 쪽으로 밀어주었다.
“제가 미안해서 그래요.”
“미안해할 게 뭐 있어. 나는 여자 비 맞게 하는 게 더 미안할 것 같다.”
“네?”
“버스 왔다. 얼른 가.”
어느새 내가 타고 갈 버스는 내 눈앞까지 왔고, 그는 내 등을 떠밀며 자기는 정말 괜찮다며 제 가슴을 주먹으로 두어 번 쳐 보였다. 나는 그런 그를 보며 작게 웃음을 터뜨렸고, 손에 그의 우산을 꼭 쥐고선 버스에 올라탔다.
퇴근 시간이라 버스에는 사람이 많아서, 그가 보이는 창문 쪽으로 핸들을 잡고선 섰다. 정류장의 환한 불빛이 그를 비추었고, 덕분에 그 웃는 얼굴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나는 우산을 들지 않은 손을 그에게 흔들어 보였고, 그에 그도 내게 손을 흔들어 보이며 입모양으로 이렇게 말했다.
조심히 가. 내일 또 봐.
-
왜 자꾸 실실 웃냐며 어디 아프냐는 엄마의 물음을 뒤로, 나는 샤워를 하러 욕실에 들어갔다. 샤워하는 내내 김동영과의 일을 곱씹었다. 커피 바꿔 드릴까요부터, 우산 같이 쓰자는 제안과, 같이 걷던 빗속의 거리까지. 혼자 좋아서 몇 번이나 웃음이 터질뻔했는지 모른다. 그 사람의 웃는 얼굴을 상상하면 더욱 좋아서, 발까지 동동 굴렀다면 말 다 했다.
“아 나 너무 좋아하는데? 나 왜 이래.”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털며 휴대폰을 집어 든 나는, 순간 무엇인가에 머리를 맞은 느낌에 정신이 번쩍하고 들었다. 번호를 안 땄네. 좋아서 헤헤 거리다가 번호도 못 물어봤구나. 나는 아쉬운 마음에 침대에 발라당 누워 휴대폰 알림을 확인했다. 내일 카페 가면 번호부터 물어봐야지.
폰을 켜자마자 화면에는 정재현으로부터 온 카톡 알림이 와 있었다. 잘 들어갔냐는 둥, 비는 안 맞았냐는 둥의 그런 내용이겠지.
![[NCT/김동영] Rainy Café : 비 오는 날의 카페 0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2/04/19/700d580f60743ae1d2e6eec7fced6c8f.jpg)
![[NCT/김동영] Rainy Café : 비 오는 날의 카페 0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2/04/19/1bfba68178019fe4b9a6f98e5c4f0166.jpg)
![[NCT/김동영] Rainy Café : 비 오는 날의 카페 0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2/04/19/cf6e1e735137a0106a532df0d9316468.jpg)
“너 내가 같이 데리고 가주긴 하는데.”
“엉.”
결국엔 공짜 커피에 현혹되어 정재현과 나란히 카페로 향했다. 학교를 나와서 매일 걷던 그 거리를 걷는데, 어딘가 모르게 이 불안한 느낌은 뭐지. 내 옆에서 히죽히죽 웃고 있는 정재현의 얼굴을 보니 뭔가 모를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 왜 있잖은가, 꼭 장난꾸러기 어린아이가 오늘은 또 어떤 장난을 칠까, 하며 행복한 상상에 갇힌 표정. 지금 정재현의 표정이 딱 그랬다.
“너 가서 이상한 소리 하기만 해봐. 죽는다.”
“야 날 뭘로 보고. 걱정 마.”
나는 못 믿겠다는 듯 정재현을 한 번 쏘아보고 카페의 문을 열었다. 이윽고 딸랑거리는 종소리와 향긋한 커피향이 나를 반겼고, 그 알바생, 김동영의 어서오세요, 하는 인사가 왠지 모르게 다른 날과는 다르게, 좀 더 반갑게 들렸다.
“잘 들어갔어 어제?”
“네 덕분에요. 여기 우산. 감사했습니다.”
어제 아는 척 엄청 한다고 나한테 그러더니, 정말 그럴 작정인가 보다. 커피를 주문하려 카운터로 가자마자 김동영은 나와 눈을 맞추고, 활짝 웃어주었다. 먼저 안부도 물어주니, 이거 정말 기분이 너무 좋아서 날아갈 것 같았다. 나에게서 제 우산을 건네받은 그는 고맙다며 두 눈을 찡긋해 보인다.
“오늘도, 바닐라 라떼?”
“네! 그걸로 주시구요, 어… 야 정재현 너는?”
김동영과 대화하느라 정재현도 까먹고 있었다. 주문을 받는 그에 그제야 정재현이 생각난 나는 내 옆에 멀뚱멀뚱 서있는 정재현을 봤다. 아니 그런데 정재현이 느닷없이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어깨동무를 하는 게 아니겠는가.
“어, 여주야. 나는 너랑 똑같은 걸로 한 잔.”
미쳤냐는 듯 눈에 힘을 가득 주고 째려보니 날 보며 씩 웃는 정재현이다. 눈까지 접고 보조개까지 드러내는 정재현에, 나는 당황해서 내 앞의 김동영을 보았다. 그의 시선은 나와 정재현을 번갈아가며 응시했고, 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응? 나도 바닐라 라떼.”
이 새끼 이거 왜 이래?
-
아 세상에 저 이거 너무 막 써가지고 너무 죄송스럽..ㅠ
원래는 이거 조각으로 쓸려고 했는데 저의 욕심이 불러일으킨 과오입니다 하하,,
그래도 읽어주신 분들 감사드려요!!
달탤 / 현현 / 꿀돼지 / 세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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