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순영=대환장파티09
"순영이랑 동거하는 암컷."
암컷.. 나는 사람이라고. 암컷이 아니라 여자라고ㅠㅠㅠㅠㅠㅠ
이상하게도 귀엽다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점점 좋아지는 거였다.
화를 내려던 것도 잠시 튀어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제가 뭐가 귀여워요." 라고 새침하게 말하는데 이제는 날 안으며 귀여워하는 거였다.
"안 귀여웠어요? 그랬어요?"
이렇게 안으면 내가 좋아할 줄 알아? 그렇게 생각했다면 오예입니다.
참던 웃음이 터져 실실 웃고 있으니 석민이와 놀고 있던 순영이가 다가왔다.
"안지 마!!!!!!!!!!!"
물론 내 귀를 뚫어버리는 데시벨과 함께.
"아아아악!!!!! 귀 터지겠어!!!!"
총체적 난국이다.
토끼는 소리를 잘 듣는 동물이 맞는지 귀를 잡고 괴로워했고 순영이는 아랑곳 않고 큰소리와 함께 다가왔다.
"떨어져!!!!!!!!!!"
결국 우리 앞에 까지 와서 우리를 떨어뜨려놓은 순영이는 씩씩대며 민규를 쳐다봤다.
뭐야.. 싸우려나..
"너무 귀여운 걸 어떡해.."
"그치!? 짐씅 엄청 귀엽찌!?"
그냥.. 말을 말자.
거울을 보며 머리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뭘 갉아먹는 소리가 들렸다.
빠르게 뒤를 돌자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무엇을 씹으며 날 쳐다보고 있는 토끼가 보였다.
"야."
"하하하하하."
"웃음으로 넘기지 마."
"안 통하네."
"짐씅!!!!!!!"
순영이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달려가 보자 휴대폰을 날 향해 들이밀었다.
또 뭘까?
"중꼬꼬가 꼬꼬가돼써!!! 수녕이처럼 멋진 꼬꼬야!!"
"그거 때문에 애타게 찾은 거야?"
"응!!"
"..지금 너의 짐씅 머리를 봐.."
"왜? 예쁜데?"
"....그래?"
"멋져! 마치 우리 농장에 양털 깎을 때의 모습이랑 닮아써!!"
"...틀렸어. 난 끝이야.."
"내 털.. 지금은 자라고 있지만 내 아까운 털.."
끝이라며 한숨을 크게 내쉴 때 옆에서 나라 잃은 표정인 양이 보였다.
덕분에 슬퍼하던 것도 잠시 양을 위로해줘야 했다.
그러던 것도 잠시 너무 슬퍼져서 바닥에 누워 천장을 아련하게 봤다.
너무 평범한 내 삶을 한탄했건만 이제는 너무 평범하지 않은 삶을 한탄해야겠다.
<에스프레소 같은 인생>
창밖을 내다보며 명상의 시간을 가지고 있는데 갑자기 참새가 딱따구리처럼 창문을 두들기고 있는 거였다.
안 열어주니 더 세게 창문을 두들겼고 놀라 커튼을 쳐버렸는데 이제는 아예 유릴 깨고 들어올 생각인지 부리를 아끼지 않고 쪼아댔다.
그 때 공작이 커튼을 치고 창문을 열어주었고 참새는 들어와 공작의 어깨에 안착하고 나서야 보금자리를 찾은 듯 편안해보였다.
"안농밍구."
(경악)
"왔어?"
"왜 여기 있어? 집에 안 가?"
"심심하다고 해서 놀러 왔어."
"여기 살지 그래?"
"그래."
"밍구새끼야."
"욕하지 말랬지."
공작과 참새의 조화요?
딱 좋아요. 아주 케미가 낭낭해요.
"순영아.. 저 참새는 뭐야..?"
"응? 참새?"
참새와 눈이 마주치자 맨날 내 먹이 뺏어먹던 고약한 참새라며 아주 강렬하게 째려보았다.
이제 가축도 아니고 야생 참새를 만나보는 구나.
"쟤도 변해..?"
"응?"
"이렇게.. 너처럼.."
"당연하지이!"
이놈의 각박한 세상.
하다못해 참새까지 사람으로 변하는 구나.
"이게 말이 돼..?"
"양도 됩니다 하하."
양은 또 개드립을 쳤고 화가 나는 걸 꾹 참고 참새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저 참새는 나와 눈싸움이라도 하려는 건지 작고 까만 눈으로 날 쳐다보았다.
"뭘 봐?"
"참새 보는데요.."
"보지 마.."
날아서 밑으로 내려와 민규 뒤로 숨는 참새를 보며 웃음이 터졌다.
뭔데 귀여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러고 밖에서 말한 거 아니지?"
"저리가라고 빗자루를 들이밀길래 야박한 동물 같으니 라고 한 것 말고는 없어."
"그러지 말랬지."
"..하지만 기분이 나쁜 걸."
갑자기 사람으로 변하는 참새를 보며 내가 조금이라도 붙잡고 있던 희망이 사라졌다.
몰래카메라를 하고 있는 거라고 믿고 싶었으나 저 참새 때문에 다 망했다.
"쟤는 뭐야? 개야?"
"그만큼 귀여워?"
"아니.."
"강아지래. 딱 봐도 작잖아."
"어쩐지 귀엽더라.."
??????
눈을 크게 뜨고 공작과 참새를 바라보았다.
급 참새는 내 옆에 서더니 머리를 쓰다듬으며 손을 내밀고는 말했다.
"손."
어이가 없어서.
손을 주먹으로 내려치자 굉장히 아파하며 공작한테로 달려갔다.
"성격이 고약해..! 강아지 맞아?"
"심술 맞은 강아지인가 봐."
웃음을 참는 듯 보이는 공작을 보며 꼬리를 없애버릴까 생각도 해보았다.
나에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시는 겁니까.. 네...?
<밥을 먹어요.>
동물들이 먹는 거 이것저것 장을 봐왔다.
모여서 열심히 먹다가 또 참새와 순영이 사이에 스파크가 튀었다.
"내꺼야아!!!"
"너꺼 뺏어먹는 게 제일 맛있더라."
"이봐요 참새. 이거 드시라고요."
"난 닭꺼 먹을래."
"순영이 먹는 거 뺏어먹지 말고 좋은 말로 할 때 이거 드세요^^"
"강아지 그러면 못써! 내가 너보다 몇 살이나 많은데!"
"그놈의 강아지! 나 강아지 아니에요!"
"그래. 제일 어리니까 말 놓고 싶고 나이 많고 싶겠지. 하지만 넌 강아지인 걸."
참새를 보며 깊은 한숨을 쉬니 옆에서 헛구역질 소리가 들린다.
놀라 옆을 보자 소가 열심히 헛구역질을 하다가 아무 일 없었던 듯 편안하게 씹었다.
"설마.."
"아.. 이거 흔히 말해 되새김질이요. 반추위라서."
"와.. 진짜.."
"짐씅! 짐씅도 먹어!"
조를 내밀며 말하는 순영이를 보며 난 한숨을 쉬었다.
이러고 있으니까 나도 가축이 된 것 같아..
갑자기 울리는 벨소리에 살았다 생각하며 받으려는데 내 휴대폰은 잠잠했다.
곧이어 양의 목소리가 들렸고 부러움에 아련하게 쳐다보았다.
"나 꼬꼬집. 안와도 돼. 나 혼자 잘 찾아갈 수 있는데.. 힘들까봐 그래. 걱정하지 말라니까? 나 애기양 아니야."
주인이 참 착하네.. 나도 착한 주인이나 될까 싶어 물을 떠 순영이 앞에 내려주자 정말 자연스럽게 참새가 잡아채간다.
맹금류가 되어 참새를 잡아채갈까?
"그거 순영이꺼라고!!!!!!!"
"안다고."
"응? 바꿔달라고? 누구를? 지금?"
의문을 가득 품고 휴대폰을 나에게 건네는 양을 보며 의아하게 쳐다보니 "바꿔달라는데요?" 라고 하는 양이다.
설마.. 내가 집까지 데리고 와달라고 하는 거 아니겠지?
"여보세요..?"
"거기 주소가 어디에요?"
"여기 주소요?"
"네. 오랜만에 산책이라도 할 겸 데리러 가려구요."
"목소리가 익숙한데.. 기분탓인가..?"
"저도 익숙한데.. 막 작업 건다고 생각하실까봐 말 못했거든요."
"진짜 많이 들어봤는데.."
"워누 알아?"
양의 말에 워누? 라고 생각하는데 딱 한사람이 스쳐지나갔다.
"원우!!!!?"
"..여주?"
"와 대박! 원우야 너 혹시 가축 아니지!!? 사람이지!?"
"당연하지. 근데 순영이가 닭이었어!?"
"와 이건 대박이야. 제발 와줘.. 나 힘들어 죽어.."
"금방 갈게."
이 모든 영광을 준휘와 함께 사는 원우에게 돌립니다.
<고진감래>고생 끝에 낙이 찾아오다.
"워누. 날 얼마나 좋아하면 여기까지 오ㄱ"
"여주야 미안. 준휘가 힘들게 한 건 없지? 미리 알았으면 같이 왔을 텐데."
"워누..?"
"준휘야 너 실수한 거 없지?"
"나 반겨줘야지. 변했어.."
난 말없이 아련하게 방문을 가리켰다. 준휘가 하도 박아서 금이 생겨버렸다.
원우가 한숨을 크게 쉬었다. 자신의 한숨으로 양이 우울해하자 괜찮다며 토닥여주는 원우다
아마도 양의 매너와 배려 깊음은 원우를 닮았나보다.
"이 동물은 뭐지? 딱 보니까 나무늘보네. 느릿느릿한 게."
"아니. 호랑이야."
"와 밍구야. 넌 어쩜 그렇게 잘 알아?"
"나니까."
또 펼쳐지는 공작의 꼬리에 원우는 놀라 공작을 쳐다보다가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나에게 종이백을 내밀었다.
빈손으로 오질 않네ㅠㅠㅠㅠㅠ
"밥 안 먹었을 것 같아서 초밥 사왔어."
"...원우야.."
"우와 맛있겠다!"
갑자기 달려든 염소는 초밥이 든 종이백을 질겅질겅 씹었고 그걸 들고 있던 원우는 깜짝 놀라 놓아버렸다.
바닥에 떨어진 걸 들어 안에 있는 초밥을 내려놓고 종이만 먹는 염소를 보며 한숨이 나왔다.
"맛있어?"
"응."
"그렇게 먹다보면 이제 똥도 종이로 나오겠어."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고 했는데."
"그렇게 말하면 못써! 듣고 있는 강아지 섭섭하게!"
화가 나 뭐라고 하려는데 원우가 나의 어깨를 잡고 식탁으로 데려갔다.
젓가락을 쥐어준 원우에게 초밥 하나를 주려고 내밀자 뒤로 물러나며 안 먹겠다고 한다.
사양 말고 먹으라며 다시 내밀자 양이 와서 말렸다.
"워누 바다물고기 못 먹는데."
"응? 저번에 같이 초밥집 갔는데."
"에이.. 워누 그거 못 먹어요."
"...진짜?"
"아.. 그게. 계란초밥하고 우동하고 유부초밥을 좋아해 내가."
"다른 곳 갈 걸.. 앞으로 기억해둘게!"
"진짜? 그럼 나야 좋지."
스윗한 원우의 뒤로 섬뜩한 순영이가 보인다.
"워누 미워!"
"왜 워누한테 그래! 워누 잘못 없어!"
"왜 순영이한테 그래?"
"왜 준휘한테 그래?"
"왜 밍구한테 그래?"
다들 나한테 왜 그래..?
초밥을 먹다가 체할 것만 같아 뚜껑을 닫으려고 하자 날 막더니 먹고 힘내라며 하나를 집어 입 앞에 대줬다.
"짐씅 먹지 마!!"
초밥을 거부하면 내가 아니지.
받아먹자 나라 잃은 표정으로 주저앉는 순영이를 옆에서 석민이가 달래줬다.
"인생은 냉혹해."
"짐씅은 나보다 워누여써.."
"또 시작이네! 밥 좀 먹자!!!!"
"거봐.. 짐씅은 맨날 화만 내자나.."
"초밥은 사랑이라고 몇 번 얘기하니.."
"초밥이.. 사랑.. 그러면 우리가 저번에 했던 뽀뽀는 뭐야!!!!?"
이게 바로 뽀밍아웃일까?
민망함에 초밥만 쳐다보고 있으니 동물들이 난리다.
"뭐? 뽀뽀!?"
"뽀뽀래!!!!"
"누가 먼저 했어!?"
"짐씅이.."
"암컷이 먼저!?"
"응.."
동네방네 소문을 내라.
민망한 와중에 내 앞으로 초밥이 다가왔고 고개를 들자 원우가 억지미소를 지으며 쳐다보고 있었다.
"이거 다 먹고 나랑 얘기 좀 할까?"
"아.. 그게.."
"천천히 꼭.꼭. 씹어서 먹어."
난 망한 듯 싶다.
저 요즘 열일하죠?
반인반닭으로만 열일한다구요? 오해입니다.. 오해.. 오.. 해...★
오늘 진짜 난리법석 난장판 개판오분전 그정도 까지는 아니였지만 정신 없으셨죠?
가축 외에도 참새가 나왔네요! 지후니! 너무 귀여워! 잘 어울리지 않나요?ㅠㅠㅠ
다음편에는 순영이만 나올게요!!!!!!
다음편에서 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