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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rissie

도시의 아침이 밝았다. 아직 햇빛 한 조각이 도시를 비추었을 뿐이지만 밤새 송이송이 내려앉은 눈으로 인해 형형색색의 건물들을 온통 흰색으로 물들여 제 계절이 왔음을 여실히 실감토록 해 주었다. 새벽부터 커다란 버스 몇 대가 현대인들의 아침을 위해 누구보다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었고, 학업에 지친 아이들은 어깨를 한껏 떨어뜨린 채 학교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들은 사람들이 보기에 도시가 여느 번화가와 다름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 깨끗하고 활기찬 도시로 비춰지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 안쪽으로 깊숙히 들어가 보면 이질적이게도 겉치레로 보여지는 것과는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까의 그 활기찬 도시와 같은 관할 구역에 있는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게도 그것은 매우 이질적이고 어색했다. 방금 전 도시의 가지각색의 건물들과는 다르게 먼지가 뽀얗게 앉은 채 금이 깊게 파인 어두운 회색빛 벽으로 둘러쳐져 있는 구역은 지금의 아파트 단지 정도 크기로 보였고, 그 벽은 어림잡아도 20m 높이는 되어 보였다.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그 답답하고 높은 벽 안쪽에서 바깥과 통하는 것이라고는 커다랗고 차가운 철문 단 하나 뿐. 그러나, 그마저도 총을 허리춤에 차고 정자세로 서 있는 군인들이 지키고 있었다. 그 문이 열리는 것은 단 한 번. 필터링을 할 때 뿐이었다.

두껍고 답답한. 숨막히는 회색빛 공간은 ghetto(게토), 유대인보호시설이었다.

***

루한은 어머니가 중국인, 아버지가 한국인인 혼혈아였다. 한국어와 중국어를 동시구사하고, 머리도 좋은 데다가 남자답지 않게 얼굴까지 얄쌍하니 예뻤던 루한은 그 때문인지 누구보다 애정을 많이 받고 자랐고, 모난 구석 없이 둥글둥글하게 자랐던 루한은 주변 사람들의 애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깔고, 오로지 자신만의 노력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아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하나씩 있듯이 무한한 애정과 사랑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콤플렉스가 있었으니, 눈이었다. 눈을 감고 보면 쌍꺼풀도 예쁘게 진 것이 예뻤지만, 막상 눈을 떴을 때는 소위 오드아이라고 하는 것처럼 두 눈동자의 색이 달랐다. 한 쪽은 칠흑같이 검은 보통의 눈동자라면, 반대쪽은 하얗고, 하얀. 마치 달을 닮은 은빛 눈동자. 사실은 그것이 더 신비해 보였지만 모난구석없이 둥글둥글 살아온 루한은 그저 평범하게. 튀지 않게 살고 싶을 뿐이었다.

루한은 본디 이렇게 은빛 눈을 가지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열 살 무렵쯤이었을까, 루한은 중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오며 제 눈의 색이 점점 옅어지는 것 같아 제 부모님에게 제 눈에 대해 수십 번은 물었지만 전대의 할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것 같다는 말만 남기고는 말을 피했다. 그러고는 한국에 도착해 칠흑같이 검은 반대쪽 눈과 같은 렌즈 하나를 사 주면서 절대로 이 렌즈를 끼지 않고는 사람들도 보지 말고 밖에도 나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기만을 반복했다. 루한은 그게 그저 튀고 독특해 사람들의 시선을 모을까 봐 걱정하시는 거라 생각하며 렌즈를 끼고 다녔다. 그러나, 렌즈는 끼면 낄수록 불편했고, 세상 사람들이 모르는 비밀을 저만 갖고 있는 것 같아 찝찝하기 그지없었다. 아마, 그런 점 때문에 백현과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이리라.

***

그 당시 밤 늦게까지 남아 야자를 하고 있던 루한은 머리가 아파 와서 머리를 책상 위로 숙인 채 눈을 감았다. 교실에는 한 소년과 저밖에 없었고, 루한은 이에 안심하고는 아예 눈을 붙이기 위해 제 팔 안으로 더욱 깊게 파고들었다. 따뜻한 느낌에 슬쩍슬쩍 선잠이 들려고 할 무렵, 바스락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루한은 이에 미간을 찡그렸다. 밤이 되자 렌즈를 낀 왼쪽 눈이 아파왔고, 이런저런 스트레스가 겹쳐있는데 소리까지 저를 방해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 루한은 숙였던 고개를 세우고 입을 떼었다.

"미안한데 좀 조ㅇ..."

루한은 소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갈색 렌즈를 빼 렌즈액을 담고 있던 손은 이미 힘이 빠져 렌즈는 곤두박질 친 지 오래였다. 소년의 눈은, 은색이었다.

그 이후의 일은 잘 기억나지 않았다. 아마, 자신의 여분 렌즈를 빼서 줬던가? 루한은 자신의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는 소년에게 다가갔다. 소년은 급하게 떨리는 손을 들어 눈을 가리려는 시도를 해 보였지만 루한은 더욱 가까이 다가가 손을 내려주고는 제 반대쪽 렌즈를 약지로 잡아 빼내어 눈을 확인시켜주었다. 소년의 눈이 더욱 커졌다. 루한은 소년의 명찰을 눈을 내려 이름을 확인하고는 입을 떼었다.

"백현? 백현아. 렌즈 줘?"

백현은 어지간히 급했던지 고개를 끄덕였고, 루한은 렌즈세척기에 여분 렌즈를 씻은 후 집어주었다.

"그런건 화장실가서 혼자 하는게 좋아. 들키면 안되잖아?"

묘한 동질감이 둘 사이를 수놓았다. 그 이후의 일은 정말로 기억나지 않았다. 두어달 지나고 보니 저와 백현은 둘도없는 친구가 되어있을 뿐. 그뿐이었다.

 

그렇지만 둘의 우정의 매개체. 모든 아름다움을 담은 그 달을 닮은 눈동자가 모든 비극의 출발점이 되었다. 그것도 역시, 그뿐이었다.

 

 

***

 

안녕하세요 크리시입니다.

프롤이 이렇게 짧아서 어쩌죠ㅠㅠㅠㅠ 나중에 더 추가해서 새로 올리던지 해야지...지금은 졸려서 못해먹겠네요

이 픽은 세루픽이고, 철저하게 세루 위주로 돌아갑니다!

아마 사이드로는 찬백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이 제목은 '홀로코스트' 제 2차 세계 대전 유대인대량학살 사건을 통틀어 의미하는 것입니다. 제가 원체 이런쪽에 관심이 많아서..하하;이 게토라는 공간도 실제 존재했던 공간이라는거!.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루한이는 유대인입니다. 엄밀히 따지면 제 2의 유대인이라고 불리는 종족이랄까요? 인종적으로 유대인과는 관련이 없지만 마치 유대인을 생각나게 한다고 해서 아마 이 픽에서는 제 2의 유대인으로 불리게 될 것이에요. 안타깝지만 학살당하는쪽이죠

백현이는 루한이의 친구로 나올것이고, 역시 유대인쪽! 찬백등장한다고 위에서 말씀드렸습니다^o^

 

찬열이와 세훈이는 나중에 차차 캐릭터를 알아가기로 하고, 엑솤멤버 한 사람이 중요한 역할로 나와요.

 

프롤이 짧아서 죄송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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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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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 작가님 소재가 특이해요 기대되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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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ssie
고마워요ㅎ 기대에 못미칠까 걱정되네요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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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프롤로그땜에 다음편도 꼭 봐야겠어요 세루짱 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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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ssie
봐주신다면 감사하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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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헐 세루라니..자까님댜릉해여ㅠㅠㅠㅠ너무너무기대되네요!!!신알신하거갈게여!!!!!!!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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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ssie
우와신알신 사탕해요ㅎ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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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신알신하고 갈게요ㅠㅠㅠ 아 소재도 독특하고 좋아요ㅠㅠ 기대할게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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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ssie
감사합니다^o^더 예쁜 글 들고 올게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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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아ㅜㅜㅜ너무좋아요ㅜㅜㅜ금손이세요ㅜㅜ비회원이지만암호닉받으신다면 하트핫 으로♥♥♥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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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ssie
암호닉이다 잘받을게요ㅠㅠ 아직 여러모로 미흡하지만 감사합니다!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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