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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 않은 짧은 치마와 높은 하이힐에 인상이 굳어졌다.
평소에 즐겨 입는 스타일관 거리가 먼 착장에 이미 온 신경은 곤두세워져있었다.
어두운 시야에 눈을 찌푸리며 이곳에 온 목적을 찾으려 곳곳을 살폈다.
어두운 머리색에 세모나게 째진 눈.
창백할 정도로 하얀 피부를 가진 그를 만나기 위해.
- 탄소. 잘 도착했어?
"네. 잘 도착했습니다만."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 들려오는 음성에 심드렁한 목소리로 응답했다.
누가 됐든 현재 이 천조가리 옷 때문에 성질이 더러워진 상태라 친절한 목소리로 답을 하는 것은 불가한 상황이었다.
음성의 주인공이 '이 옷을 입으라한 사람이라서' 인 것도 있지만.
- 음. 현재 네 기분은 이해하지만 내 상황도 이해 좀 해줘.
"뭐를요. 지금 이 옷을 입은 상황 말입니까?"
진짜. 때려도 되나요?
신경질이 가득한 목소리에 미안하긴 한 듯 아이 다루듯이 어르고 달래는 말투에 눈을 꾹 감았다.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답답함에 한숨이 푹 쉬어졌다.
클럽 가득 울려 퍼지는 음악 사운드에 귀가 먹먹해졌다.
그냥 이 모든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 진짜 미안해. 이번만 참자. 응?
"...나중에 봬요."
이어폰을 거칠게 빼낸 뒤 또각또각 구두소리를 내며 걸음을 옮겼다.
어쨌든 맡은 임무를 끝내야 했다.
입고 있는 옷을 갈아입고 신고 있는 구두를 벗기 위해서라도.
찬찬히 주변을 살피며 그 남자를 찾기 위해 애썼다.
가끔가다 허리를 팔로 감싸며 징그러운 웃음을 짓는 남자들의 손을 부러트리려다 그렇게 하면 일만 크게 만들 것 같아 억지로 미소 지으며 손을 거칠게 쳐냈다.
어차피 오늘오고 다신 안 올 곳인데 좋게 대할 이유가 뭐 있나.
"아씨, 어디있는거야 그 사람."
가뜩이나 다리 아파 죽겠는데 찾으려 하는 사람은 보이지도 않고. 내가 이러려고 공부 열심히 한 게 아닌데.
올라오는 성질을 참지 못하고 괜히 머리를 거칠게 넘겼다.
진짜, 어디있는거야.
"...어?"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한 테이블에 앉아 술을 홀짝이는 익숙한 인영의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발걸음을 서둘렀다.
드디어, 찾았다.
"저기요."
"...?"
"그쪽이."
자신을 부르는 듯한 음성에 남자는 고개를 찬찬히 돌려 내 쪽을 향했다.
남자와 나의 눈이 마주쳤다.
어딘지 모르게 노곤한 분위기를 뽐내고 있는 남자. 동시에 느껴지는 아우라는 호랑의 것을 닮아있었다.
쉽게 무시할 수 없는 그런 존재.
"...윤민기씨?"
맞나. 이곳에 오기 전 남준이 뭐라 이름을 알려줬었는데 집중을 하지 않아 이 남자의 이름이 확실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힐끔 남자의 얼굴을 봤는데 평온한 것을 보니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저는 강력계 2팀 김탄소 형사라고 합니다."
남들이 들으면 조금 곤란한 얘기였기에 민기만 들을 수 있는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 뒤 의자에 털썩 앉았다. 이 이상 다리가 버티는 것은 무리였기에.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컵을 들어 물을 마셨다. 조금은 차분해 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여기서 뭐하고 계십니다."
"그쪽 선배가 말 안 해 주던가요?"
"음... 안 해주던데요."
민기는 인상을 찌푸리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멍청한 새끼.
"사냥 중입니다."
"네?"
"쉽게 말해 잠입수사랄까."
시선은 어느 한 곳을 향한 채 재밌다는 듯 입꼬리를 올려 웃는 모습이 꽤나 섬뜩해보였다.
남준한테 이 상황에 대해선 전해들은 것이 없었는데.
나한텐 그냥 저 윤민기씨만 만나면 된다고 했는데 말이지.
"...어디가세요?"
"..."
마시고 있던 술잔을 내려놓은 채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민기는 어리둥절하게 묻는 내 말을 무시한 채 어딘가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발걸음이 멈춘 곳은 한 남자와 여자의 앞이었다.
잠깐, 자세히 보니 저 남자...
"안녕?"
"뭐, 뭐야."
"이런. 벌써 내 얼굴 까먹었어?"
이거 섭섭한 걸.
여유 가득한 목소리엔 상대방을 짓누르는 기가 존재했다.
당황스러움이 가득 찬 남자의 표정과 움찔거리며 무언가를 망설이는 듯한 행동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나는 시선을 남자의 손으로 돌렸다.
움켜진 손사이로 드러난 보석. 여자의 목에 난 미세한 목걸이 자국.
모든 경향은 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만나냐."
"..."
"더러운 손버릇은 아직도 못 고친 듯 하고."
시발. 남자는 짧게 욕을 내뱉더니 옆에 있던 여자를 밀치며 도망갈 태세를 하고 있었다.
삽시간으로 웃는 낯에서 차가운 낯으로 표정을 바꾼 민기는 순식간에 남자의 발을 걸어 넘어트린 뒤 그 위로 올라가 발버둥치는 남자의 몸을 가볍게 제압했다.
그러곤 정장 안에 들어있던 수갑을 꺼내 냉철한 목소리로 말했다.
"곽 승철. 너를 상습절도 혐의로 긴급 체포한다."
자세한건 서에서 듣기로 하고.
어딘가에서 등장한 건장한 체격의 경찰 두 명이 남자를 일으켜 데려가는 사이 민기는 자리에서 일어나 툭툭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내게 걸어왔다.
갑작스런 경찰의 등장에 클럽 안은 정신없이 시끄러워져있었다.
"이제 우리도 돌아갈까."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는 민기는 입구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려다 잠시 멈칫하더니 정신없어 보이는 나를 향해 말을 툭 던졌다.
"아, 그리고 내 이름 윤민기 아니고 민윤기."
알겠지 아가야? 이제부터 파트너 관계인데 이름은 확실히 알고 있어야지.
큰 손으로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던 윤기는 이내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꽂은 채 터벅터벅 걸어갔다.
"...뭐야 저 남자."
파도처럼 밀려오는 상황에 머리가 아팠다.
파트너 관계라니. 저 남자랑?
혼란스러움이 가득한 이 상황에서 문득 떠오르는 남준의 얼굴에 이를 앙 물었다.
진짜 죽일 거야. 한숨을 푹 내신 뒤 나 역시 윤기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매일 보게 될 저 얼굴도, 내 남은 형사 생활도.
앞으로 펼쳐질 나날이 걱정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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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처음 인사 드리네요.
게임 플레이의 한 장면에서 영감을 받아 무작정 적어본 글이라서 부족한 점이 많을 듯 합니다.
앞으로 차근차근 천천히 새로운 글로 찾아뵐 할 예정이니 재밌게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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