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필수
1.
아. 요즘 티비 보는 건 진짜 재미가 없어. 저녁은 대충 때우고 할 일이 없어 리모컨으로 채널을 여기저기 돌리는 중이었다. 갑작스레 울리는 전화 벨 소리는 오늘 낮에도 무지하게 많이 마주쳤던 박지민에 의한 것이었다. 무미건조하게 전화를 받았다. 박지민에게 조금이라도 놀아달라고 칭얼대려던 참이었다. 얘도 심심해서 전화를 걸었겠거니, 하고 생각하면서.
"박지민 무슨 일? 나 완전…."
- 여주야…. 놀라지 말고 들어.
"응? 야밤에 전화해놓고 무슨 말이야."
- 석진이 형. 교통사고 나서 지금 중환자실이래. 영제 대병원."
"…뭐?"
- 그러니까 얼른… 가봐. 나도 가는 중이니까…. 도착하면 전화하고."
전화 내용을 듣고 나서는, 옷을 챙겨 입을 정신이 아니었다. 추위를 느낄 감각이, 충격에 휩싸여 무뎌졌다. 택시에 올라타고 나서도 내 사고는 정지된 것 같았다. 그런 와중에 우습게도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석진 오빠가 어떤 상태인지도 모르면서…. 그저 날 안심시키기에 여념이 없었다. 중환자실이어도, 많이, 많이 다치지는 않았을 거야. 괜찮아, 괜찮다…. 석진 오빠가 항상 나에게 들려주던 괜찮다는 목소리가 겹쳐 들려왔다.
"학생, 학생! 안 내려? 도착했어요."
"…아! 죄송합니다."
택시에서 내려 그 큰 병원을 마주하자마자 눈물이 몰려와, 결국엔 터져서 달리는 내내 떨어지는 눈물이 온 얼굴을 뒤덮었다. 지민이에게 전화가 계속해서 걸려왔다. 손가락이 추위 때문에 얼어서 그랬는지, 충격 때문인지는 몰라도 벌벌 떨려, 전화 아이콘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몇 번 한 손가락질을 한 뒤에야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 지민이는 담담한 말투였지만 물기 어린 담담한 목소리로 어디냐고 물었다. 금방 도착한다는 말만 가까스로 마친 채 중환자실을 향해 전속력으로 뛰었다.
2.
중환자실 앞에 서 있던 지민이는 어딘가에 전화를 걸고 있는 모양이었다. 휴대폰을 귀에 대고 이리저리 바쁘게 고개를 돌리다가 나를 발견하자마자 뛰어와서는, 옷은 제대로 입고 와야 하지 않느냐며 나를 타박했다. 그제야 내 옷차림이 눈에 들어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갈아입고 있었던 반팔 티에, 정신이 없어 거실에 나뒹굴고 있기에 손이 가는 대로 잡아 걸치고 나온 얇은 후드집업이 다였다. 하지만 옷차림을 겨우 알아차린 지금 이 상황에도 춥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지민이는 한숨을 쉬고 미간을 찌푸렸다.
"오빠는? 오빠… 괜찮지? 많이 안 다쳤지…."
"여주야, 형, 많이 안 좋대…. 방금 들어가 봤는데…."
"그렇다고 해, 괜찮다고…!"
거짓말하지 마, 사실 많이 다치지 않았다고 말하란 말이야. 나도 모르게 올라간 손은 이미 지민이의 어깨를 퍽 퍽, 소리가 나게 치고 있었다. 이건 필시 평소에도 날 놀려먹지 못해 안달인 박지민이 장난을 치는 거야,라고 굳게 믿고 싶었다. 지민이는 내 얼굴을 감싸 올려 쥐고, 미처 마르지 못한 눈물 자국 위에 또다시 새어 나와 흐르는 눈물을 엄지로 닦아주다가 이내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지민이의 어깨가 한참이나 들썩였다….
"어떻게 해, 어, 어떡해…. 석진이 형."
"…지민아…."
내 어깨에 이마를 닿게 하고 몸을 기대 흐느끼는 지민이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눈물은 멈추지 않았지만, 괜찮아, 꼭 나아질 거야.라는 말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어 닫힌 입안에서 맴돌고, 맴돌았다. 그러나 함께 눈물을 쏟다 보니 어느새 우리 둘은 괜찮아질 거라며 서로를 위로하고 있었다.
3.
중환자실에 들어갔다. 여기저기서 고통으로 인해 내지르는 비명과 신음 속에, 석진 오빠는 아무 소리도 없이 인공호흡기가 끼워진 채 잠자코 누워만 있었다. 다가가서 이름을 불러 보아도 아무런 미동이 없었다. 온몸과 얼굴에 연결된 많은 줄 사이로 보이는 오빠의 얼굴은 죽은 듯이 잠잠했다. 두려움은 내 안에서 요동쳤다. 다만, 그 줄로 흐르는 숨소리와 함께 움직이는 펌프는, 오빠가 여전히 살아있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침대 옆에서 주저앉아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니, 조금씩 움직이는 오빠의 가슴이 날 위로하는 듯했다.
"오빠…."
"…."
"전처럼 대답 안 해주네, 응…?"
오빠, 일어나자. 밖에 지민이도 있고, 이따가 오빠 친구들도 다 온다는데 이렇게 누워있으면 안 되지…. 나는 들리지 않을지도, 전해지지 못할지도 모르는 말만 중얼댔다. 며칠 전에 만났을 때까지만 해도 무리 없이 볼 수 있었던 오빠의 웃음 짓는 표정, 또 그 소리가 그날의 기억 곁에 머물렀다. 정말 어쩌다가…. 다시 몸이 벌벌 떨려오는 탓에 오빠의 손 하나 제대로 잡지 못했다. 얼굴만 바라보았는데 시간은 흐르고, 면회 시간이 지나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이끌고 중환자실에서 나왔다. 지민이가 그 앞 벽에 기대어 무릎을 쪼그리고, 그 사이에 고개를 박고 조용히 있었다. 나는 한숨을 쉬며 지민이에게 다가갔다. 그 앞에 똑같이 앉아 한 손은 지민이의 어깨에 올리고, 한 손으로는 헝클어진 머리칼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지민이가 천천히 고개를 올렸다.
"지민아, 나 봐봐. 일어나서."
"…."
"오빠 집 가서 필요한 거 챙겨오고 그래야지, 어?"
"…응."
지민이는 내 얼굴을 잠깐 쳐다보더니 몸을 일으켰다. …형 집 갔다 올게. 대답을 듣고 나서, 나는 애써 억지에 가까운 미소를 지으며 지민이를 보냈다. 터벅터벅 걸어 화장실에 들어왔다. 큰 거울에 비치는 만신창이인 내 얼굴과 모습을 보자 헛웃음이 나왔다. 미쳤다, 미친 듯이 웃었다. 그러다가 눈물이 또 터졌다. 세면대를 잡고 주저앉았다. 엉덩이가 차가운 타일 바닥에 닿았다. 엉엉 소리가 타일 바닥을 치고, 온 공간에 울려 퍼졌다. 이따금씩 화장실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날 전혀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았다. 중환자실이 위치한 층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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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연예인 중에 서인국 처럼 설레게 날티나게 생긴 사람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