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단편리맨물/카디] 미스터 러블리(Mr. lovely)完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0/a/d/0ad33d0b7b342fe3e68f50960d63dd39.jpg)
Mr. Lovely
w.설림
아… 세훈아 나 진짜 안될것 같은데. 세훈의 강한 손아귀 힘으로 손목이 잡힌 경수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작게 말했다. 여기서 크게 말하면 또 팀장님이 나와서 뭐라 할거야. 회사 생활 하면서 배우라는 경험이나 지식은 안 들어오고 커피 맛있게 잘 타는 법, 팀장 핀잔 잘 넘어가기 등 이상한 스킬만 배운 경수였다. 이 상황을 슬쩍 피하려는듯 손목을 살살 빼내려는 경수에게 세훈은 눈을 크케 치켜뜨며 손목을 마주 잡았다. 못 미덥다는 듯한 경수의 목소리가 울먹임 가득한 쪽으로 변한 것도 그 순간이었다.
" 야… 너는 팀장이라 사원들 눈치 안봐두 되지만 나는 아니잖아. 몇명빼고 다 나보다 선배들인데 그리고 김종인 팀장.. "
"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넌 니 친구도 팀장인데 왜 그 김종인 팀장 눈치만 그렇게 보냐? 그럼 나한테도 그렇게 잘 하던가.도경수씨. "
허이구 퍽이나. 자만심 가득한 표정으로 눈을 깔고 쳐다보는 세훈의 시선에 경수는 허, 하며 헛웃음을 지었다. 저번에도 세훈의 오빠 믿지? 하는 소리에 혹한 경수가 몰래 밥 먹고 들어와서 살짝 근무 시간 초과해서 들어갔던 적이 있었다. 그때 어떻게 됬더라. 팀장인 세훈은 별 일 없이 '제품 연구' 라는 변명으로 잘 넘어 갔지만 결국 김 팀장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던 경수는 이틀 연속 야근을 하며 팬더가 되었더랜다. 근데 내가 또 널 믿으라고?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주먹을 흔들어 보이는 경수의 눈을 마주보며 세훈은 눈웃음을 지었다.
" 이번엔 한번 믿어 보라니까. 따라와. "
" 야,야! 오세훈. 안된다니까? 야? "
안 된다면서 왜 따라 오세요. 코트를 억지로 입히는 거친 손길에 입으로만 안되는데..를 연신 내뱉으며 순순히 팔을 내미는 경수에게 세훈은 짧게 대답했다. 그래 자기도 답답할터. 주변 사람도 이렇게 열불이 터지는데 정작 본인은 속이 타들어 가겠지. 항상 긍정적이고 인내심 강한 경수가 술만 마시면 그만 둔다는 둥, 김종인 바보 라는 둥 말을 술술 뱉으며 엉엉 운다는 것은 즉 김종인 팀장이 얼마나 강한 갈굼의 신인가를 잘 알 수 있는 예이다. 한번 세훈이 말 믿어볼까. 팔랑귀인 경수가 한참 깊은 고뇌를 할 사이에 이때다,싶은 세훈은 경수의 작은 손을 포갠후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아 안되는데. 도살장 끌려가는 돼지 마냥 질질 끌려가는 경수는 불안한듯 연신 팀장실을 흘끔 거렸다. 그때였다. 공포의 구두 소리와 함께 끼익,하며 팀장실의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 것은. 경수의 표정이 삽시간에 새파래졌다.
" 누가 이렇게 소음을 냅니까? 아직 근무 시간 안 끝난걸로 아는데. "
팀장실에서 나오는 사람은 당연하듯 종인이었다. 말끔한 하얀색 셔츠에 회색 계열의 정장 마이를 입은 어느 여자가 보기에도 1등 신랑감으로 뽑힐 능력이 충분했지만 그저 경수에겐 1등 기피 대상으로 손 꼽혔다. 나가기도 전에 이렇게 꼬리를 잡히다니. 바로 앞에 있는 홍보 부서의 문이 닫혀 있는 것을 확인한 종인의 눈이 자연스레 왼쪽 비상구로 향했다. 왜 떨어. 자신을 흘끗 바라보다 여전히 무표정으로 종인을 응시하는 세훈의 시선에 결국 눈을 질끈 감은건 경수였다.
" 도경수씨. 어디 가십니까? "
" 예..예? 아 저 그게… "
" 졸립니까? 왜 눈은 감고 있으세요. 아님 저한테 혼날거 알고 지금 죄송하다고 표현 하는 겁니까? 대답하세요. "
블랙 커피가 들어 있는 머그잔을 들고 무표정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던 종인의 눈빛이 점점 아래를 향했다. 그 시선에 경수는 아차,하며 잔뜩 빨개진 얼굴로 자신의 손을 꽉 잡고 있는 세훈의 손을 밀어내었다. 둘이 사내 연애라도 하십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버벅 거리며 어색하게 웃는 경수의 불편함이 가득한 행동에 종인은 지끈 거리는 머리를 한 손으로 받쳐 올렸다.
" 도경수씨. 여기는 엄연한 회사 안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정숙을 지키는게 맞구요. 그리고 해야할 일이 산더미인데 어딜 가십니까? 요즘 시말서 안썼더니 몸이 근질 거리나 보군요. 그래요. 그럼 어디 한번 써오세요. 내일까지 작성 부탁 드립니다. "
" 제가 오늘은 경수 좀 데려가겠습니다. 경수가 꼭 필요해서 말이죠. "
에? 경수는 토끼마냥 피곤함에 약간 빨개진 두 눈가를 손으로 벅벅 거리며 문질렀다. 꿈이 아닌데. 아무리 같은 팀장이라곤 하지만 둘의 나이 차이는 5살이었고 또한 세훈이 저런 반항심이 가득한 말을 할 리 없었다. 도경수 눈 비비지마.아프잖아. 눈을 비비적 거리며 치켜뜨는 경수의 놀란 얼굴에 슬쩍 웃으며 그 손을 제지 하려는듯 경수의 손을 마주잡는 세훈의 모습에 종인의 삐딱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 친한 사이인가 보죠? "
" 네. 저랑 경수, 아주 친한 친구 사이 입니다. 예전에 학교 다닐땐 너무 친해서 둘이 사귀냐는 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었었는데 역시. 김종인 팀장님 눈이 예리하시네요. "
'사귀냔 소리' 에 유난히 강조를 하며 세훈은 경수의 어깨에 손을 턱 올리며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한번 당해 보시지. 세훈의 표정은 오랜 만에 재밌는 일이라도 만들어 내려는 듯 물만난 물고기 마냥 신나 보였다. 도대체 둘이 싸울일이 없는데 괜히 나 때문에 두 사람 사이만 안 좋아지는거 아니야? 경수는 자신의 어깨에 걸쳐진 세훈의 손을 치우기 위해 끙끙 거리며 안간힘을 썼으나 역시 역부족 이었다. 세훈아 손 좀 치워봐.으응? 울먹 거리는 표정으로 말꼬리를 질질 늘리는 경수의 행동에 종인은 허리 춤에 손을 걸치며 한숨을 내쉬었다.
" 아무리 중요한 일이라 하셔도 지금은 근무 시간입니다. 도경수씨랑 얼마나 친한지는 몰라도 회사에서는 저희팀 사원 입니다. 도경수씨의 출결 문제는 저한테 있는걸로 압니다만. "
" 경수아 너무 아파서 회사 못 나왔는데 또 거슬리는 일이 생겨서 아픈가봐요. 집에 가야할거 같아서 데려다 주려고 합니다. "
" 도경수씨는 무슨 애입니까? 어련히 잘 알아서 처리할 문제를 오세훈 팀장님께서 하나하나 받들어 주는 행동은 썩 좋아 보이지 않는군요. "
" 질투하세요? "
" 뭐요? "
이건 장난.아까 말 했듯이 친한 사이라 경수 아픈거 보면 그냥 못 넘어가거든요. 어금니 꽉 깨물고 빈정거리는 세훈의 어조에 종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저건 엄청 화났다는 표현인데. 오세훈 팀장님…. 입술을 찬찬히 떼고 말 하려던 종인은 어느새 홍보 부서의 문을 열고 싸움 구경 하는 사원들의 모습에 말문이 막혔다. 다들 뭐하십니까 일하세요. 한마디 하고서야 닫히는 문을 노려보던 종인은 눈을 감고 화를 억눌렀다. 진정하자. 눈알을 도록도록 굴리며 빠져나갈 구멍을 찾던 경수는 매섭게 노려보는 종인의 시선에 자연스레 고개를 푹 숙였다.
" 도경수씨 많이 아프십니까? 어젯밤에 기획안 쓰느라 제대로 못 쉬셨다면 죄송합니다. 그래도 공과 사는 구분해 주셔야죠. 아프다고 일 그만 둘겁니까? 아니지 않습니까. "
" 죄…죄송합니다. 참을수 있습니다. 가서 바로 기획안 작성 하겠습니다. "
지끈 거리는 뜨거운 이마에 손을 짚으려던 경수는 자신을 노려보는 종인의 시선에 아차,하며 빠르게 손을 거두고는 입고있던 두꺼운 코트를 벗었다. 안은 따뜻하니까 딱히 입을 필요 없겠지. 죄송합니다,를 기계처럼 술술 내뱉던 경수가 고개를 까딱이곤 홍보 부서 안을 향해 발을 디딜때였다. 턱, 빠른 손놀림으로 경수의 팔을 낚아 채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앞으로 끌어당기는 세훈의 손길에 경수는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한채 질질 끌려왔다.
" 너가 뭘 그렇게 잘못 했다고 그래? 아프면 쉴수도 있는거지. 사람이 일하는 기계도 아니고. "
" 나 괜찮아. 가서 일할 수 있… "
" 많이 아프다며. 그냥 집 가자. 열도 높으면서 무슨 잡히지도 않는 일 타령이야. 가서 푹 쉬고 내일 일 해. 그러다가 또 욕 들어먹지 말고. "
경수의 큰 눈을 말릴 새 없이 폭팔할듯 커졌다. 이럴 세훈이 아니다. 아무리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있어도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는 이렇게 무례하게 대하지 않았는데. 너 왜그래? 종인의 눈치를 힐끔거리며 살피던 경수는 시선을 돌려 세훈에게 입모양으로 다급하게 말했다.
" 뭐. 친구로서 한 마디 한다는게 문제야? 니가 맨날 그렇게 질질 짜니…읍. "
" 하하. 왜 이러세요 오팀장님. 제가 언제 질질 짜기까지 했다구요. "
팀장님은 무슨 개뿔. 너 나한테 맨날 질질 짜면서 울었잖아. 야 오세훈! 심드렁하게 경수를 내려다 보며 시큰둥한 말투로 말하는 세훈의 모습에 경수의 얼굴을 불타는 고구마 마냥 빨개졌다. 물론 질질 짠건 맞지만 그렇게 만든 상대방 앞에서 그걸 대놓고 말하다니,오세훈 나쁜 배신자. 닫지도 않는 세훈의 입을 막겠다고 까치발 까지 들어 있는 힘껏 낑낑 거리며 입 막음을 시키려고 손을 휘휘 젓는 경수와 그 모습이 재밌다는둥 실실 웃으며 경수의 이마를 한 손가락으로 꾹, 밀어 버리는 세훈까지. 사내 연애 하는 듯한 봄내음 훅 불어오는 두 사람의 모습에 종인은 크게 푹 한숨을 내쉬었다. 도경수씨. 낮은 종인의 목소리에 실랑이를 벌이던 두 사람의 시선이 종인에게 꽂혔다.
" 딱히 아픈것 같지는 않지만 그렇게 아프시다면 가보세요. 내일 봐요 도경수씨. 오세훈 팀장님도 내일 있을 프레젠테이션 기대하겠습니다.그럼 전 이만. "
" 엇…저 팀장님! "
기대한다는 사람의 표정이 저렇게 살벌할수가. 세훈을 죽일듯이 노려 본 뒤에야 팀장실로 들어가는 종인의 모습을 바라보던 경수는 이내 쾅 하는 굉음과 함께 신경질적으로 닫히는 팀장실 문에 세훈의 옆구리를 꼬집던 손을 슬며시 내려 놓았다. 내일 죽었다 진짜.
" 무슨 일 있어, 도경수? 얼른 나가자. "
" 니 내가 장난 그만 하랬지? 어떻게 할거야! 팀장님 화나신거 같은데! 나는 별 볼일 없는 사원이라서 혼나야 된단 말이야. 이 팀장 같지도 않는 나쁜 친구. "
" 야. 팀장님이 가도 된대잖아. 지도 같이 장난쳐놓곤 이제와서 발 빼는 것좀 봐… 가도 된다고 했으니까 딴 말 하겠어? 그럼 진짜 속 좁은 새끼지. "
도끼눈을 뜨고 홱,노려보는 경수의 시선에 깨갱한 세훈은 그 포스 넘치던 모습은 어디다가 버린건지 머쓱하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저 눈빛을 보고 있으면 뭔가 져주게 된다니깐. 이제 술 마시러 가자! 세훈은 경수의 손을 잡아 끌며 시원스럽게 웃었다.
" 나 가서 술 안 마실거야. 너 혼자 마셔. 나 다시 와서 그 테마파크 기획안 수정본 작성해야 해. "
" 허,자작 하라고? 내가 너 악마한테서 벗어나게도 해주고 지옥의 구렁텅이에서 겨우 빼줬구만 이제 와서 딴말 하시네.으흠. "
술은 내가 따라줄게. 안주도 같이 먹고, 너가 책임진다고 했으니까 내가 혼날 몫까지 너가 혼나야 한다? 새초롬하게 쓱 세훈을 흝어보고선 또각,거리며 앞서 나가는 경수의 모습에 세훈은 방긋 웃으며 경수에게 달려갔다. 같이 가 도경수. 손 치우시지. 물론 오늘도 어깨에 걸친 세훈의 손은 매정하게 내쳐졌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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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후나아… 나 취했어? 아니지? 그치? 안취했어 나. 가서 기획안 써야 하는데 잠이 오네.. "
취해도 졸라 많이 취했는데? 안 마신다면서 한 입으로 두 말 하긴. 이미 뻗은듯 발그레 해진 볼을 쓰다듬으며 얼굴을 주물럭 거리는 경수의 일그러진 얼굴에 세훈은 픽 웃으며 앞에 놓여진 오징어 다리를 입에 하나 물었다. 도경수 너 진짜 못생겼다. 나 안 못생겼서어. 못 생겼단 말에 입술을 삐죽 거리며 훌쩍 코를 들이마시는 경수의 모습에 세훈은 입 꼬리를 말아 올렸다. 이 맛에 도경수랑 술 마시지. 세훈의 잔 앞에는 두 병의 술이 비워진 상태였고 경수의 앞에서 단 한병의 술도 놓여있지 않았다. 술 한잔만 마셔도 취하는 경수가 다섯잔이나 마셨기 때문에 이 정도만 주정 부리는게 다행일 정도였다.
" 뭐가 그렇게 재밌어? 어? "
" 지짜 왜 그르지. 막막 기분이 좋네…술 더 줘.응? "
샐샐 웃으며 몸을 이리저리 흔드는 흥겨운 경수의 모습에 세훈은 혀를 쯧쯧, 찼다. 술도 가능하면 잘 안 마시려는 애가 가게 들어 오자마자 수저로 쇠로 된 식탁을 팡팡 치며 '아줌마 여기 술 3병이요' 하지 않나, 먼저 술을 들이붓지 않나. 물론 2병의 반 조금 넘게 세훈이 마시긴 했지만 말이다. 술 더 줘. 흐릿한 시야를 다 잡으려는듯 경수는 눈을 최대한 부릅뜨고는 손을 휘휘 내저었다. 씁 안돼. 술병을 쥔 손을 차갑게 내치는 손길에 경수의 눈썹이 아래로 축 처졌다.
" 오세훈 너 말야…으으, 너 어쩔건데… 나 또 까이면…헝 "
" 내가 알아서 해결해준다 했잖아. 너 아프다는데 그 놈이 뭐라 할거야? 딱 봐도 너한테 왜 그러는지 알겠더만 으이구. 눈치 없는 도경수. 김 팀장이 불쌍하다. "
훌쩍 훌쩍. 경수는 코를 들이 마시며 턱을 괴고 술잔을 흔들흔들 거렸다. 눈치 없는 도경수. 저런 눈치 없는 백치미끼 충만한 애를 좋아하는 것도 참 쉽지 않을텐데. 잔뜩 풀린 눈으로 헤, 입을 벌리고 먼 산을 바라보는 경수를 보며 세훈은 픽 웃고는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었다. 그래도 이런 애완동물 키우는것 같은 재미가 있으니까 꽤 할 만 하겠네. 머릿칼을 쓰담던 세훈은 순간, 정장 마이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진동에 멈칫 하며 쓰다듬던 손을 거두곤 주머니에 손을 넣어 뒤적 거렸다.
" 계속 쓰다듬어줘어… "
" 기다려 도경수. "
계속 쓰다듬어줘. 기다려 도경수. 애기 마냥 볼에 바람을 넣고 칭얼 거리는 경수에게 짧은 대답을 한 세훈은 홀드키를 풀었다. 발신자 김종인 팀장님. 역시 전화할 줄 알았다. 세훈은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는 경수를 향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제 도경수 인생 꽃 필 날만 남았네. 이렇게 눈치 없는 친구랑 소심한 팀장이라면 내가 까짓거 다리 놔줘야지.
" 여보세요. "
- 오세훈씨? 도경수씨는 잘 데려다 줬습니까?
" 지금 경수 저랑 술 마시다가 완전 취했는데요? 애가 술 주정이 애교 부리는 거라서 아주 죽겠어요. 왜 이렇게 애교를 부리는지. 이러다가 남자 꼬이는건 아닌지… "
도경수씨 아프다고 말했던 사람이 누군데 집에도 안 데려다 주고 뭐합니까. 으르렁 거리는 경수의 목소리에 세훈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아싸 질투 작전 성공. 지금쯤 주먹을 꽉 쥐고 자신을 씹어댈 종인의 모습을 떠올리며 큭큭 대던 세훈은 이내 목을 가다듬고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떼었다.
" 그냥 얘가 너무 술이 마시고 싶대서요. 경수 이러는거 다 팀장님 때문이죠 그쵸? 경수가 맨날 울고 불고 하는데 저도 미치겠어요. 상담 해주느라 여자친구도 못 만나고. "
- 됬고. 거기 어딥니까? 제가 가겠습니다. 저랑 도경수씨랑 직접 얘기하게 오세훈씨는 가면 더 좋고요.
" 회사 앞 가게인데 지금 경수 취했다니까요? 애가 인사불성이라 눈에 뵈는게 없을텐데 무슨 봉변을 당하시려고… 싸대기라도 몇 대 안 맞으면 다행이네요. 경수 손 힘 은근히 쎄거든요. "
순간 크음. 하며 말이 없는 상대편의 목소리에 세훈은 주먹을 불끈 쥐고 아싸, 조용히 외쳤다. 둘다 순진하다니깐. 쓰리. 투. 원. 괜찮습니다. 제가 그쪽으로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3초 뒤 망설임 없이 말을 내뱉는 종인에 세훈은 경수의 머릿칼을 살짝 만져주었다.
" 그럼 지금 바로 와주세요. 저도 급한일 있어서 걱정 했는데 다행이네요. 그럼 먼저 갈테니 우리 경수 잘 부탁 드립니다. "
- 아니, 도경수씨가 왜 우리 경ㅅ…크흠. 아닙니다. 그럼 먼저 가보세요.
" 네네. 재촉 안하셔두 갑니다 가요. 경수 꼭 집에 데려다 주셔야 해요. 이상한 짓은 금물…인거 아시죠? 팀장님 이성적인 분이시니까 안 그럴거라 믿어요. "
급한일은 개뿔. 라면 두개 끓여 먹으면서 무한 도전이나 봐야지.제가 무슨 이상한 짓을…. 네네 그럼 끊습니다. 종인의 말이 다 끝나지 않는듯 했지만 세훈은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마지막 말을 내뱉곤 먼저 전화를 끊었다. 아싸 성공. 세훈은 싱글 벙글 웃으며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이제는 삽질 안봐도 되겠네. 경수는 안 울어서 좋고 김종인 팀장은 안 답답해서 좋고. 친구 입장에서 게이 세계로 인도 해주는건 딱히 좋은 행동은 아니지만. 흠. 입맛을 다시며 세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주머니. 카운터에서 열심히 가계부를 정리하는 아주머니를 부르는 세훈의 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지금 저는 급한일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 되구요. 지금 다른 분 오신다니까 계산은 그 쪽이 해줄거에요. "
설마 이렇게 삽질도 안하게 도와줬는데 이깟 술값 하나 대신 내준다고 역정 내겠어? 공짜로 술 마셔서 좋고. 이제 연애에 집중할 수 있고. 오랜만에 날라갈듯 기쁜 느낌을 만끽한건 경수도 종인도 아닌, 다름아닌 세훈이었다. 가슴 속에 답답하게 묵혀있던 것이 확 풀어지는 쾌감이 바로 이런 걸 보고 하는 이야기겠지. 도경수 넌 내일 나한테 절 백번 해야 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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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랑 거리는 문 소리에 힐끗 고개를 든 경수는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아니 왜 재수없는 김종인 팀장이 보이는거지. 흐릿해지는 정신과 시야 때문에 헛것을 본지 알았지만 아무리 눈을 꾹 감고 떠봐도 종인의 모습은 사라지지 않았다. 김종이이이인! 혹시나 진짜 종인인가 싶어 가게에 떠나가라 경수는 소리를 지르곤 철푸턱 식탁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자신의 이름에 화들짝 놀라 종인은 고개를 두리번 거렸다. 어디서 날 부른거지.
" 야 김종인 인마아!!!! 너 일로 와봐 자식아. 킁. "
저기 였구나.종인은 맨날 기세에 눌려 익은 벼 마냥 고개 푹숙이고 다니던 비굴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풀린 눈으로 손을 까딱이는 경수를 보며 어이 없다는듯 헛웃음을 내지었다. 술 주정 심하다더니 심하긴 심하네. 종인은 웃으며 경수에게 다가가 경수의 앞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그때였다. 앞에 앉는 누군가의 모습에 고개를 들어 상대방을 확인하던 경수의 얼굴이 종인임을 알고서야 잔뜩 일그러지고 입술을 삐죽인 것이.
" 야 너 뭐야… 너 누가 오래 어? 내가 오란 말도 안했는데 여기 있구 난리야 난리는… 좀 사라져어 훠이 훠이. "
경수는 발그레한 얼굴로 눈을 부릅뜨고 종인을 앙칼지게 노려 봤다. 저런 표정도 지을 수 있었나. 맨날 울먹여서 몰랐는데. 종인에겐 이런 경수의 모습이 너무나 신기했다. 물론 회식을 한 적은 있지만 따로 밥은 먹어 본 적 없었던 둘이라면 더더욱 그러했다. 종인은 픽 웃으며 경수의 손에 살짝 쥐어진 육포를 살짝 빼고는 입에 넣고 우물 거렸다.
" 많이 취했네 도경수씨. 오세훈씨랑 왔었죠? 오세훈씨랑 원래 친하던 사이 였습니까? 2년 동안 같이 일하면서 그것도 몰랐네. "
" 니가 뭔데 세훈씨 세후씨 거려…엉? 내 친구우… 이름 함부로 부르지마 나쁜노마… "
말꼬리를 질질 늘리며 술병을 손에 쥐는 경수의 행동에 종인은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술병을 빼앗았다. 그 순간,힘을 쭉 빼고 있던 경수의 몸이 심하게 휘청거렸다. 괜찮아요 도경수씨? 놀라 팔을 겨우 부여 잡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종인의 손 위에 경수의 손이 포개졌다. 뭐지. 두근거림에 멍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시큰둥하게 바라보던 경수는 종인의 손을 탁 치며 우물 거렸다.
" 나쁜 놈아… 나 잡지마. 잡지 말라구우. "
" 내가 나쁜놈이에요 경수씨? "
" 으응. 천하의 나쁜 노옴… 나 아파 죽겠는데 왜 자꾸 야근 시켜…엉? 말미잘… "
술 주정 진짜 심하네. 내일 뒷감당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지. 결국 머쓱하게 내쳐진 손을 흘끔 바라보며 종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회사에선 자꾸 주변 사람들한테 줏대 없이 실실 웃고 다녀서 신경 쓰게 하더니 이젠 애교 때문에 사람 미치게 하네. 밀려 오는 두통에 종인은 머리를 한 손으로 짚었다.
" 그나저나 아프다면서 집 간다더니 여기가 도경수씨 집 이십니까? "
" 이십니까 이십니까… 그 말투 진짜 짜증나…지짜 "
" 뭐요? "
" 너 때문에 왔다 왜! "
" 내가 또 뭘요. 도경수씨 은근 사람 나쁜놈으로 몰아가는거 잘하는거 알아요? 아깐 나쁜놈 이래더니 이번엔 또 뭐가 짜증나는데요. "
" 내가 뭘 잘못 했는데..어? 하라는 일 다 하구…커피도 열심히 타왔고 어제 아파 죽겠는데에… 훌쩍. "
아슬아슬하다 싶었다. 다정 어린 눈빛으로 말을 들어주는 종인에게 한 풀이 하듯 말을 술술 내뱉던 경수의 눈이 점차 빨개짐과 동시에 겨우 알아 들을 수 있던 웅얼 거리던 목소리가 흐느낌으로 바뀌었다. 엉엉 나쁜놈. 끝끝내 엉엉 우는 경수를 종인은 사랑스럽다는듯이 슬쩍 웃었다.
" 내가 미안해요. 경수씨 내가 미안해. 경수씨 우는거 별로 안 이쁠지 알았는데 우는 것도 귀엽네. 계속 울리고 싶어. "
엉엉 울며 폭포 처럼 후두둑 떨어지는 눈물이 떨어지던 말던 애기 마냥 칭얼 거리며 콧물을 들이 마시는 경수의 모습에 종인은 의자를 끌어 당겨 경수 옆에 앉았다. 무슨 애기도 아니고. 경수의 얼굴을 하나하나 찬찬히 뜯어 살피던 종인은 경수의 얼굴에 살짝 손을 갖다 대고는 눈물을 흝었다. 피부도 보송 보송. 애기네 진짜.
" 나 변태같죠. 내가 그렇게 미우면 몇대 때려도 좋아. 내일 핀잔 안 줄테니까 몇대 때려요. 봐줄게 내가. 진짜 내가 생각해도 너무 이상해 보이니까. "
떨어지는 눈물을 혹여나 쓰리지 않을까, 조심히 닦는 종인의 손길에 경수는 웅얼 거리며 손을 내쳤다. 내가 싫긴 싫은가 보네. 종인은 씁쓸하게 웃으며 가만히 경수를 바라 보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눈물이 좀 그쳤는지 훌쩍 거리며 잔뜩 부은 눈을 북북 문지르는 경수의 모습에 가볍게 제지한 종인은 경수의 왼쪽 어깨를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 어제는 내가 진짜 미안했어요. 경수씨가 선영씨랑 웃으면서 수다 떠는데 그게 그렇게 질투가 나더라구요. 내 앞에선 입 꾹 다물고 있었으면서. 뭐 내가 혼내서 그런거긴 한데 그래도 그건 경수씨가 나쁜거에요. 알아요? "
이젠 뿌리칠 생각도 하지 않은체 조심스렇게 토닥이는 손길에 경수는 넓은 종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곤 눈을 감았다. 자려나 보네. 안 자려고 꼴에 노력 하는건지 눈을 파르르 떨며 작게 꿈뻑이는 경수의 모습에 종인은 살짝 웃었다. 다행히 열은 안 나네. 경수의 보송한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대본 종인은 아주 미약하게 있는 열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 경수씨 싫어서 일부러 괴롭히고 그런거 아니야. 싫어서 그런거 아니니까, 가까이 하고 싶은데 아무리 몸부림 쳐봐도 우리 둘 사이의 벽이 없어질 생각을 안해서,그래서 그랬어요. 미안해요. 나도 잘못 된 방법이란건 아는데 경수씨랑 한 마디라도 더 이야기 하고 싶어서 그랬어. 미안해요 정말. "
" … "
" 그니까 나 너무 미워하지 말아요 경수씨. 솔직히 다른 사람들도 경수씨 그 땡그란 눈 보면 괜히 장난치고 싶어질껄. 그건 나만 포함 되는 생각이 아닐거야. "
" … "
" 도경수씨. 자요? "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신의 어깨에 올려진 경수의 얼굴을 힐끔 바라보는 종인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에이구 진짜 애기네. 무슨 곧 30살 될 사람이 밖에서 입을 헤, 벌리고 자냐. 말로는 여전히 핀잔을 주는 그였지만 경수가 좀 더 편하게 기대서 자도록 이미 어깨를 내어준건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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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내가 미쳤지! 도경수 너 진짜 미친거야 ! 경수는 회사 로비에서 자신에게 환하게 인사를 건내는 경비 아저씨에게 대충 고개를 까딱이곤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사원증 어딨지. 맞다. 가방에 넣어놨지. 가방의 지퍼를 거칠게 열고는 사원증을 꺼내든 경수는 삑, 소리와 함께 보이는 빨간 빛에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 아. 진짜 내가 미쳤지, 미쳤어. 어떻게 늦잠을 자냐 진짜. "
어제 괜히 무리하게 술을 마신게 아닌가 싶다. 정상적인 출근 시간에 일어 났음에도 불구하고 어제 자신이 종인에게 했던 행동이 하나 하나 생생히 떠오르는 모습에 경수는 산발 된 머리를 쥐어 뜯으며 자해했다. 나쁜놈? 인마? 진짜 내가 회사 잘리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 이 망할 도경수. 머리를 쥐어 뜯으며 엘레베이터로 달려가던 경수는 반쯤 닫히고 있는 엘레베이터의 모습에 마구잡이로 코트를 잠구던 손을 내려 놓고선 달리기 시작했다. 저거 안타면 진짜 지각인데!
" 잠시만요!!!!! "
아싸 세이프. 겨우 닫힐락 말락 한 엘레베이터 사이에 우거지로 손을 집어 넣는거에 성공한 경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문이 열립니다. 인조적인 여자 목소리에 따라 열리는 엘레 베이터에 씩 웃으며 고개를 든 경수의 입이 떡 벌어졌다.
" …도경수씨 뭐하십니까? 그러다가 손이라도 껴서 잘리는 순간엔 회사에서도 아웃 입니다. "
망했다. 신은 역시 불공평 하다고 했나. 고개를 들어 올리자 눈썹을 꿈틀 거리며 말을 낮게 읊조리는 험상궂은 종인의 모습에 경수는 어색하게 웃었다. 왜 식은땀이 흐르지. 그래 모 아님 도야. "안녕하세요" 입술을 깨물던 경수는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하곤 엘레베이터에 탔다. 그 뻔뻔함에 자신의 옆에 선 경수를 향해 종인은 허,하며 낮게 한숨을 내뱉었다.
" 도경수씨. 원래 그렇게 뻔뻔해요? 어제 그런 모습 보고 놀랐는데 오늘도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요. 기획안도 이렇게 기대 이상으로 해오면 좋을텐데. 그쵸. "
" …하하..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리고 어젠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오늘 지각은 말이죠. 음 모,몸이 안 좋은 바람에…팀장님? "
뭐가 그렇게 웃긴건데. 분명 진지하게 말하는 자신과는 대조되는 분위기로 픽 웃는 종인을 보며 경수는 순간 멍해졌다. 저 웃음은 처음이다. 땡글땡글 눈을 뜨고 바라보는 경수의 시선을 마주하지 않은채 종인은 어딘가를 응시하며 눈웃음을 지었다. 여전히 눈치없이 멀뚱히 바라보는 경수를 보며 종인의 웃음을 주체 할 수 없이 튀어 나왔다.
" 저 도…푸흡. 크흠. 도경수씨. "
" 네? "
" 푸흡… 저기. 단추가. 단추가… "
" 단추가 왜요? "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겨우 웃음을 참으며 경수의 새하얀 와이셔츠를 가르키는 종인의 손길에 경수는 놀라 고개를 푹 숙였다. 헐 이게 뭐지. 너무 급하게 나온 탓일까, 단추는 제 짝을 찾지 못한채 한 칸씩 말아 올려져 껴 있었다. … 오늘 지하철 타고 왔는데. 경수는 느껴지는 열에 손 부채질을 하며 종인을 향해 얼떨떨하게 고개를 숙였다.
" 가, 감사합니다. "
" 도경수씨는 뭐가 그렇게 감사해요? 이런거 알려준거? 아무리 지각해도 옷 차림은 제대로 하고 와요. 이러다가 회장님 대면하면 큰일날텐데. "
감사합…아니 알겠습니다. 언제까지 볼 심산인지 계속 뚫어져라 쳐다보며 샐샐 웃는 종인의 모습에 경수는 답례로 활짝 웃어 보이곤 고개를 푹 숙였다. 망신도 이런 개망신이 어딨어. 문이 열립니다. 어느새 8층 홍보팀이 있는 부서 까지 올라온 엘레베이터가 아까와 마찬가지로 인조적인 목소리를 내며 열렸다. 전 들어가보겠습니다! 차마 얼굴 볼 용기는 없고.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은채 폴더 인사를 하곤 총알 같이 급하게 홍보실로 들어 가려던 경수의 뒤에서 종인의 목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 좋은 하루 되세요. 경수씨. "
" 예…예? "
" 원래 사람이 그렇게 맹해요? 좋은 하루 되라구요. 나한테 아침 인사 듣고 싶다면서. "
" …제,제가요? 어,언제… "
" 또 주특기 나오네. 어제 경수씨 술 잔뜩 취해서 나한테 말했잖아요. 왜 다른 사람들한테는 잘도 웃으면서 인사 해주는데 왜 나한테는 안해주냐고. 엉엉 울면서 말했는데. "
" …예? "
" 그냥 그렇다면 그런줄 알아요. 이제 인사 꼬박 꼬박 해줄테니까 또 이렇게 맹하게 있으면 가만 안있을겁니다. "
맹구마냥 입을 헤 벌리고 눈을 꿈뻑이는 경수의 머리를 종인이 다정어리게 쓰다듬었다. 멍 때리지 말라고 했죠. 이게 꿈인가. 개과천선도 아니고 어제와 너무 달라진 종인의 모습에 경수는 볼을 있는 힘껏 꼬집었다. 아야. 꿈 아닌데.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종인은 픽 웃으며 말했다.
" 숙취 해소제는 먹었어요? 속 꽤 쓰릴텐데. "
" 예?예 뭐… 하나 사서 먹었습니다. 팀장님은… "
" 난 원래 술 쎄서 그런거 잘 안마셔요. 그리고 어젠 경수씨 차로 데려다 주느라 한 입도 안댔고. 부모님 밤까지 걱정 하셨을텐데 다행이네요. 맞은 흔적은 없어서, "
잘 나셨네요 참. 딱히 대꾸할 말이 없음을 안 경수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 모습을 흘끗 보며 종인은 짖궂은 미소를 지었다.
" 도경수씨. 이제 밖에서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랑 술 그만 마셔야겠어요. 아님 조절해서 마시던가. 주사 장난 아니던데. "
" …그게 부모님을 조금, 진짜 쪼금 닮아서.. "
" 그대신 나랑만 마셔요. 어? 나랑만 마시자고. "
" …팀장님? "
" 그런 주사 나는 두팔 벌려 환영해요. 귀엽잖아. "
" … "
" 또 멍 때리네. 그만 멍 때리고 오후 2시까지 수정본 보내줘요. 1초라도 어기면 얄짤 없어요. 어제 좀 친해졌다고 봐주고 난 그런 사람 아니에요. 공과사는 확실해야지 "
이만 들어가봐요. 웃으며 고개를 살짝 까딱인 후 팀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종인의 모습을 경수는 흘끗 바라봤다. 이내 들어가다 말고 팀장실 밖으로 얼굴을 빼꼼히 내밀어 한 번 미소 짓는 종인의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라던 것도 잠시, 탁 소리와 함께 팀장실이 닫히는 소리에 경수는 힘 빠져 주저 앉을 뻔한 후들 거리는 다리를 겨우 붙잡았다.
"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방금 "
다 꿈만 같다. 웃으며 이야기 해주는 김 팀장님 그리고 이 두근 거리는 마음까지. 환하게 미소짓던 종인의 모습에 경수의 머릿속을 둥둥 떠나녔다. 안돼. 내가 미쳤지! 머리를 격하게 절레절레 흔들며 애써 부정 하는 경수의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린 것도 그 순간이었다. …뭐지. 홀드키를 푸르자 뜨는 발신자에 경수는 자동적으로 숨을 들이켰다. 발신자 팀장님.
「 오늘 같이 점심 먹어요. 내가 다른 직원들이랑만 먹어서 괜히 섭섭하다며. 나도 도경수씨랑 먹고 싶었는데 잘 됬네. 좀 있다가 점심 시간에 로비로 나와요. 맛있는거 쏠테니까. 안 나오면 그것도 진짜 얄짤 없어요. 답장은 해도 안해도 상관 없음. 」
설마 술 값 내라는 건가. 돈 없는데. 덜덜 떨리는 손을 겨우 부여 잡고는 긴장의 눈초리로 문자를 살피던 경수의 표정이 점차 밝아졌다. 무엇보다 가슴이 쿵쾅 거리는게 들릴 만큼 크게 울려 퍼졌다. 어제 술 마신게 좋은점도 있네 뭘.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떨리는 이 감정이, 적어도 나쁜 것은 아니니라. 경수는 웃으며 팀장실을 바라보았다. 좋은 일이 생길것 같은 느낌.
- 미스터 러블리(Mr. lovely) 完
**** 안녕하세요 설림 입니다 !
마지막 이랄것도 없이 어제 쓴게 1편.오늘이 막편이라 뭔가 뻘쭘 하네요 ㅋㅋ...ㅋ.. 장편으로 쓰고 싶은 마음이 있었으나
괜히 내용 망칠 것 같아서 대신 조금 길게 썼어요. 졸린 상태로 우왕자왕 쓴거라 재미는 보장 못 드립니다 예 예..ㅠㅠ..어휴 다시 한번 읽어 보니까 이건 뭐...
무튼 뒤에 외전?이라 해야 하나요? 즉 비하인드 스토리 보고 싶으신 분 있나요? 없..겠지만 ㅠㅠ 있다면 쓸 마음이 있답니다 ! 그럼 모두 굿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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