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위의 포뇨 OST
조카 데리러 온 삼촌 윤기 x 유치원선생님
02. 삼촌의 반전매력
드디어 주말. 신나게 집에서 뒹굴려고 했더니 부엌에 전구가 나갔다.
혼자 사는 집이라 전구를 갈 사람도 나뿐이라서 가까운 마트에 가 전구를 사고 집으로 가는 길.
"선새미다. 선새미!!"
"어, 지민아아-"
선새미이잉- 어제 봤는데도 무슨 이산가족 상봉이나 한듯 울컥하며 안기는 지민이를 꼭 안고 토닥여주다 고개를 드니,
분홍머리에 야상을 걸치고 슬리퍼를 직직 끌고 나온 삼촌이 눈에 들어왔다. 안 춥나. 거기다 뭔가 표정이 심상치 않아보이는게 또 싸운듯 싶었다.
"지민이 표정이 왜그럴까? 무슨 일 있었어요?"
"나 아야해써여. 요기 막 삼초니 때찌해쪄-"
패딩과 티셔츠 소매까지 낑낑 걷고 팔등에 상처를 보여주는 지민이에 놀라 상처를 가만히 살폈다.
상처가 큰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꽤 길게 긁힌 자국이 나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삼촌을 올려다 보니 뚱한 표정이다.
아니 뭔데 또.
"아, 진짜 웃긴다, 박지민. 아니, 제가 작업하고 있는데 얘가 혼자 배고프다고 찬장 올라갔다가 저런거에요."
지민이가 또 거기에 발끈해 씩씩거리다 한마디 날렸다.
"애기는 맨날 봐줘야 대는거에여!"
맞아 지민아. 자기 편이라도 만난듯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있는 지민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다시 토닥여주었다.
"선새미 이거 모에여?"
비닐봉투에 든 전구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 거리기에 다시 한번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이거? 전구야. 선생님 집에 전구가 나가서. 근데 지민이 어디가?"
"삼촌이랑 밥사러여!"
"밥사러?"
"네! 삼분만에 만드능고!"
........아, 지미니 삼촌....
삼촌도 찔리기는 한 모양인지 괜히 콜록거리며 딴데만 보다가 지민이의 손을 잡고 끈다.
"선새미, 나 맛있능거 먹고 시퍼여-"
"삼촌이 맛있는거 해주실거야."
"아니에여. 삼촌은 요리고자라서."
단어선택에 놀라, 그거 어디서 배운말이야, 지민아?- 하니까 삼촌을 쳐다보기에 같이 올려다 보았다.
삼촌은 머리를 긁적이더니, 급히 말을 돌렸다.
"전구 갈아본 적 있으세요?"
"...아니요."
지민이의 머리를 쓸어주고 가려고 일어서니,
"그럼 요리는 잘 하세요?"
"...적당히요?"
"됐네. 전구 제가 갈아드릴 테니까 며칠만 얘 밥하는 것 좀 도와주세요."
아시다시피, 제가 요리고자라- 가만히 쳐다보고 있는 두 사람을 보며 잠시 별 생각이 다 스쳐갔다.
우리 집에 들렀다가 자기네 집에 가잔건가. 그렇게 막 초대하고 막 들여도 되나. 며칠만 도와달라는건 뭐지. 앞으로 계속 만나잔건가.
고민 끝에 그건 좀 곤란한 것 같아 거절을 하기로 했다.
"아, 전구는 저 혼자 어떻게 해보면 될 것 같고, 또 요리를 제가 집에 가서 해드리기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무표정으로 휴대폰을 건네오기에 바라보니,
"전화로 알려주세요. 전구는 제가 할줄 아니까 괜찮으시면 해드릴 수 있고요. 그런건 잘 다루거든요."
"삼촌 맥도리버에요!"
"맥가이버겠지,인마."
생각한게 민망할 정도로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번호를 입력하고 다시 건넸다.
아무래도 전구를 갈아달라고 하는 것도 불편할 것 같아서 괜찮다고 하고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와 낑낑대며 전구를 갈고 쇼파에 늘어져 주말의 평화로움을 즐겨보자, 했더니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저.. 지민이 삼촌인데요.]
"..아, 네."
[카레가 왜 맛이 없죠.]
네?- 진짜로 요리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
아주 기본적인 것 부터 세세한 부분까지 다 물어보는 통에 한시간쯤 통화를 한 것 같았다.
그렇게 주말 저녁은 다 지나가는 듯 했다. 나도 밥이나 먹어야지, 하고 일어나 대충 밥을 차려먹으며 주말 예능을 보고 있는데 톡이 왔다.
지민이가 밥을 맛있게 먹고 있는 사진이었다. 다행히 잘 차려먹었구나, 웃는 이모티콘을 보내고 소파에 누웠다.
이제 진짜 편한 주말을 즐겨야겠다. 그렇게 혼자만의 힐링시간을 갖고 평화로운 다음 날 오전.
기분좋게 샤워를 하고 나오니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누구지-"
친한 친구겠거니, 하고 살피니 '지민이 삼촌'. 아니, 아점까지 나한테 물을 생각인가. 하고 전화를 거니 지민이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여, 선새미- 삼촌 아파여.]
"응? 지민이야?"
[네에- 삼초니가 지미니 밥도 안주구 자여- 삼촌 아파여.]
"삼촌 깨워도 안일어나셔?"
질문에 대답이 없더니 곧 우는 소리가 나길래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지민아, 옆집이나 다른 집에 도와주실분 없어?"
[우에에에엥- 삼초오오온-]
"선생님한테 주소 알려줄래?"
*
엉겁결에 불러주는 주소를 받아적고 반대편 아파트 단지로 들어섰다.
가까이 살았구나, 어찌저찌 도착해 아파트 현관문을 들어가고 초인종을 누르니 지민이가 문을 열어주었다.
"선샘미이-!!'
문이 열리자마자 안겨오는 지민이를 꼭 안아주고 달래주며 삼촌 어디계시냐고 묻자, 방을 가리켰다.
방문을 여니 침대에서 식은 땀을 흘리며 자고 있는 지민이 삼촌이 보였다.
내 옷자락을 잡고 따라들어온 지민이 눈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괜찮아, 삼촌 감기인가보다."
잠시 나가서 감기약을 사오고 지민이와 함께 죽을 만들었다.
어제 만든 카레도 옆에 놓여있었는데 정성이 가득해보여서 괜히 웃음이 났다.
죽을 만들어놓고 수건을 미지근한 물에 적셔 방으로 들어왔다. 식은 땀을 닦아주고 열이 펄펄 끓는 머리에 얹어두었다.
자세히 보니까 생각보다 귀엽게 생긴 인상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날라린줄 알았는데.
지민이는 흥미가 떨어졌는지 장난감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한참을 내려다보다 일어나려고 했더니, 갑자기 덥썩 잡아오는 손에 놀라 앉았다.
당황해서 벙쪄이는데 지민이가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입을 막고 다시 나간다.
지민아, 아니야. 그거 아닌데-
"..???!"
설상가상 지민이 삼촌도 깼다. 손 제가 잡은거 아닌데요.
*
손을 놓고 나와 죽을 떠놓고 식탁에서 기다리니 후드를 뒤집어 쓴 그가 나왔다.
민망한지 턱을 긁적이더니 어떻게 된거냐고 묻기에 자초지종 설명하니 더 어색해졌다.
"그, 제가 갑자기 감기에 걸려가지구요."
"저도 지민이가 불러서 큰일 난 줄 알고..."
"죄송합니다. 이건 잘 먹을게요."
"...네."
이거 드시고, 저기 위에 약도 드세요.- 옷을 챙겨입고 돌아가려 소파에 올려두었던 외투를 집자 지민이가 쪼르르 달려왔다.
"선쌔미!"
"응, 지민아. 선생님 가려구-"
"선새미, 근데 취저가 모에여?"
"응?"
지민이 삼촌이 식탁에서 벌떡 일어나는 소리가 들려 뒤돌아보니,
"야, 지민아. 그거 하지마-"
"선새미이- 취저가 무승 뜨시에여?"
취향저격이긴 한데.. 지민아. 너희 삼촌은 참 좋은말만 가르쳐주시는구나.
외투를 입고 현관을 나서면서 지민이에게 물었다.
"누가 그랬어?"
"야, 박지민."
"삼초니 성생님 취저래써여."
같이 동공지진을 하다가 급하게 인사를 하고 서로 얼굴이 붉어진 상태로 집을 나왔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저 사람이 날 좋아하나, 하는 생각에 심장이 뛰고 있는데 문이 다시 열렸다.
역시나 지민이 삼촌.
"아, 추운데 나오지 마세요-"
제발요. 제발.
"아니, 그, 아까 손잡은 것도 그렇고, 그러니까.."
"아, 괜찮아요."
알겠으니까 제발요.
"누가 저 챙겨주는게 오랜만이라.. 어, 그러니까 저 내일도 늦을 것 같아서, 오늘 감사했어요. 내일 봐요."
"네, 쉬세요. 안녕히 계세요-"
서로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곧 도착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문이 닫히자 위로 현관문이 닫히고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박지민!!!- 유치원선생님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월요일이 기다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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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겁나 늦었죠. 너무 안써져서... 며칠 전에도 계속 쓰다가 또 막히고 해서 못올렸어요.8ㅅ8
죄송합니다. 어제 갑자기 댓글을 또 달아주신 분이 계셔서, 아직도 절 기다리는 분이 계시는구나.. 하구 써왔어요.
부디 즐겁게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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