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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고개들고어깨피자 전체글ll조회 1208l 3
등장인물 이름 변경 적용





 세자는 하루라도 가만히 넘어가는 날이 없었다. 어제는 궁녀더니, 오늘은 지나가던 내관을 붙잡고 시비를 걸었다. 
원우는 세자의 행동을 제지하고, 또 주상전하의 귀까지 들어가지 않게 막느라 애를 먹었다. 
 물론 애초에 원인은 궐내에서 입을 함부로 놀린 이들의 잘못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찾아내기 위해 애꿎은 죄 없는 궁인들까지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때문에 요즘 궐내의 사람들은 세자가 몇 미터 부근에 나타나기만 하면, ‘호환마마가 나타났다’며 사라지기 바빴다.

 저를 걱정하는 호위무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순영은 멀리 떨어진 궁의 지붕만 몇 분째 바라보고 있었다. 세자빈이 살던 궁의 지붕이었다. 
결심히 선 듯, 순영은 일어나 걸음을 옮겼다. 그 방향은 세자빈의 궁으로 향하고 있었다. 
궐에 들어온 후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궐은 눈 감고도 찾아낼 만큼 모든 길이 익숙했다. 
하지만 세자빈의 궁으로 가는 그 길은 참으로 낯설었다. 스스로 세자빈의 궁으로 간 것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였다. 



“빈궁의 처소에 누가 일하고 있느냐?”
“빈궁마마께서 사라지신후, 원래 있던 나인들과 상궁들 모두 다른 곳으로 배치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세자빈의 궁에서 일했던 궁인들을 불러 모아라. 그리고...”



 세자빈의 궁 입구에 들어서던 순영이 누군가를 보고 이맛살을 찌푸렸다.



“쟨 또 여기 왜 있어?”



 언제부터 와있었던 것인지 순영의 앞에 민규가 보였다. 빈궁의 어린 시절 벗이자, 제 사촌이다. 
원우도 세자의 시선을 따라 민규를 보았다. 민규는 멍한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세븐틴/권순영/이석민/김민규] <궐에 갇힌 달> 1장 - 03 | 인스티즈




궐에 갇힌 달, 1장 3화






 낮에 있던 아버지와의 식사자리에서 민규는 어이없는 소식을 들었다. 조정에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말이었다. 
세자빈이 사라진 후, 그 자리를 새로운 숙의(후궁)을 들이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가슴을 차오르는 답답함에 참을 수가 없었다. 
세자빈이 사라진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새로운 빈궁을 들일 생각으로 머리를 맞대고 있다니. 마치 예전부터 세자빈이 사라지길 바랬던 사람들처럼 말이다. 

 결국 수백 번을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민규는 세자빈의 궁으로 왔다. 그러지 않고서는 제 마음을 추스르지 못할 것 같았다.   
  텅 비어진 세자빈의 궁은 며칠 전까지 누군가가 살았다고 믿기 힘들 만큼 너무나도 허전하고 초라해보였다. 관리 되지 않은 정원하며, 바닥에 쌓인 낙엽들이 그러했다. 세자빈이 언제 돌아올 줄도 모르는데, 궁을 이렇게 방치해도 되는 것인지. 민규는 속이 상했다.

 쌓여진 낙엽들을 밟으며 민규는 세자빈이 쓰던 궁을 둘러보았다. 
방안에 있던 가구들은 세자빈의 취향이 아니었다. 타인의 취향으로 검은색으로 맞춰진 가구들은 삭막하게 느껴졌다. 
방 창문 너머로 보이는 연못은 떨어진 낙엽들만 떠있었다. 정원은 관리를 하지 않아 잡초가 자라기 시작했고, 꽃은 다 져버렸다. 
어느 곳 하나 외롭지 않은 곳이 없었다. 

[세븐틴/권순영/이석민/김민규] <궐에 갇힌 달> 1장 - 03 | 인스티즈

세자빈이 사라졌는데 왕실은 지나치게 태연하다. 
세자빈이 음해세력에 의해 납치를 당했다면서, 그 음해세력에 대한 제대로된 조사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세자빈의 생사여부도 확실하지 않아 한시가 급한 이 마당에 왕실은 그저 세자빈을 찾으면 큰 상을 주겠다는 벽서나 붙이고 있다.  

너 하나 사라져도 아무렇지 않은 이곳에서, 네가 어떻게 지내왔을지 눈에 훤하다. 
내 앞에서 궐 생활이 좋다고 웃던 너는 매일 밤 이곳에서 울고 있었겠구나.
얼마나 외롭고 쓸쓸했을까. 혹여나 세자빈에게 흉이 될까봐 자주 만나러 오지도 않았다. 
네게 조금만 더 일찍 찾아 왔더라면, 너는 지금 여기 있었을까? 민규의 마음이 아려왔다.



“언제부터 세자빈의 처소가 개나 소나 들락거릴 수 있는 곳이었는가?”



 반갑지 않은 목소리였다. 뒤를 돌아보니 순영이 서있었다. 뒤에는 제 친구이자, 세자의 호위무사인 원우도 보였다. 
순영은 웃고 있었다. 제 아내가 사라졌는데, 웃을 수 있다니 이해하기 힘들었다. 달려가서 웃고 있는 얼굴을 망가뜨리고 싶었다. 하지만 민규는 가까스로 참아내고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간 강녕 하셨습니까? 세자저하.”



 민규가 인사를 건냈지만, 순영은 대답하지 않았다. 민규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갔다.



“궐에 일이 있어 왔다가, 지나가다 잠깐 들른 것 입니다.” 
“그럼, 계속 지나갈 것이지, 여긴 왜 온 것이냐?”
“화려한 궐 속에 유독 초라한 궁이 있어서요. 며칠 전까지 누가 살았다 말해도 믿기 힘들만큼, 세자빈의 궁치고 참으로 황량해보입니다.”
“지금 보니 그렇구나. 니가 가끔 종종 와서 낙엽이나 쓸어 주고 가거라.”
“...저하께서는 장차 한 나라의 어머니가 될 세자빈이 사라졌는데, 안색이 전 보다 더 밝아 보입니다.”
“한 나라의 아버지가 될 세자가 사사로운 감정하나 숨기지 못해서야 되겠느냐?”



말 한마디도 곱게 주지 않았고, 곱게 받지도 않았다. 
중간에 낀 원우는 세자의 뒤에서 계속해서 민규를 향해 그만하라는 눈짓을 보냈지만 민규는 일부러 그 시선을 피했다. 
세자빈을 대하는 순영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예나 지금이나 제게 소중한 아이를 함부로 대하는 것이 화가 났다. 
그리고 순영의 마지막 말이 더 화가 나게 만들었다. 세자빈에 대한 감정이 네게는 그저 사사로운 것이더냐. 
내가 어떤 마음으로 포기했는데, 네가 뭔데 그런 취급 해. 민규의 욱한 마음이 터져 버렸다. 



“세자저하, 혹시 요즘 궐내에 새롭게 도는 저하의 별명이 있다던데 들어보셨습니까?”
“.....”
“개! 호주. 호랑이의 새.끼. 라는 뜻입니다. 이젠 호환마마가 아니라 개호주마마 이십니다.” 



 유독 ‘개’자와 ‘새끼’에 힘을 주며 말했다. 그저 맥락 없이 세자를 열 받게 하기 위해 내뱉은 말이었다. 
제 친구의 말버릇에 원우는 입술을 깨물었다. 아까부터 조마조마했다. 
안 그래도 요 며칠간 세자의 심기가 불편했다.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 세자로 인해 궐내에 피바람이 부는데 민규 또한 그런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평소처럼 비꼬았다간 정말 호환을 당할지도 몰랐다. 다행이도 세자는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무엄하다. 세자저하께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
“말버릇이라니. 땅에서 제일 힘센 동물이 호랑이인데, 칭찬이 아니겠느냐? 혹시 흉으로 들었느냐?”



 세자 대신 원우가 꾸짖었다. 민규가 봉변을 당할까봐 그런 것이었고, 민규의 도발을 말리는 것이도 했다. 
하지만 눈치가 없는 제 친구는 자신의 말에 능청스럽게 받아쳤다. 
 원우가 세자의 표정을 살폈다. 다행히 아직까지도 세자는 반응을 보이지 않고 민규의 얼굴만 뚫어져라 바라봤다. 

 할 말이 없는 거겠지. 민규는 세자를 속으로 비웃었다. 그리고 하고 싶은 말을 계속 이어갔다. 이번엔 제 속에 있는 말을 꺼냈다.



“궐 내에 현 세자빈을 폐위시키고 그 자리를 다른 여인이 채운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제가 알고 있을 정도면, 세자 저하께서도 이미 알고 계셨지요?”
“.....”
“이번에도 정치에는 관심 없는 척, 세자빈에게 관심 없는척 한 발 물러서 있으시겠지요. 아, 저하께서는 이미 그 아이가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지내고 있으시지요?”



세자인 순영 앞에서 세자빈을 그 아이라고 칭하는 것은 도발이었다. 
민규는 세자빈이 아닌, 소꿉친구이자 첫사랑인 그녀를 말하고 있었다.



“부탁인데, 제발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계십시오. 그리고 저하보다, 제가 먼저 그 아이를 찾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곳으로 절대로 돌려보내지 않을 것입니다. 저하께서는 지금처럼, 관심 없이, 그저 물러서 계십시오. 그 아이가 받지 못한 사랑을, 제가 다 줄 것입니다.”
“....혹시라도 말이다.”



마침내 세자가 입을 열었다. 말을 하는 세자의 한쪽 입고리가 살짝 올라갔다. 



“혹시라도 말이다. 내가 세자빈에 대해 몰랐던 것을 네가 알고 있었을까봐 걱정했다. 하지만 오늘 보니, 너도 몰랐던 모양이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여태 말없이 지켜 본것이 민규에게 무엇을 확인한 것이었고, 세자는 결론을 내렸다. 세자빈의 벗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순영의 말에 민규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도대체 자신이 무엇을 모르고 있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단순히 저를 골리기 위해 장난질로 저말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세자빈에게 저도 모르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세자의 표정만으로는 분간을 할 수가 없었다. 
 세자를 이겨먹으려던 민규였지만, 세자빈과 관련된 일이라면 민규는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민규는 먼저 꼬리를 내렸다. 



“...사라지기 전, 그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아까보다 공손한 태도와 목소리로 물었다. 순영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 사이에 민규의 머릿속은 세자빈에 대한 온갖 걱정으로 가득 찼다. 도대체 내가 모르는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인지. 
잠깐 얼굴을 감싸던 민규가, 크게 숨을 내쉬고는 물었다. 



“혹시. 혹시, 제가 모르는 뭔가가 있었다면..”
“농이다. 네가 나보다 세자빈을 더 잘 알텐데, 그럴 일이 있겠느냐?”



 순영이 픽 웃었다. 민규의 표정과 순영의 가벼운 미소가 상반되어 보였다. 
순영은 민규의 어깨를 툭 치고는 지나쳐갔다. 따라가던 원우가 민규에게 눈짓을 보냈다. 네가 참으라는 듯.

민규는 잠깐 혼란스러웠다. 정말 농담인것인지, 아니면 알려주기 싫어서 그렇게 덮은 것인지. 
하지만 곧바로 결론이 내려졌다. 평소 행실로 보면, 분명 저건 거짓일 것이다. 그저 자신이 거슬려 아무 말이나 내뱉은 것이다. 
 생사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제 아내를 두고 그런 농을 치다니. 화가 났다. 그런 자 곁에 더더욱 세자빈을 둘 수 없다. 
아까는 화가 나서 허세로 뱉은 말이었다면, 이제는 진담으로, 결심으로 바뀌었다. 
사라진 세자빈을 세자보다 먼저 찾아내어, 절대로 다시 세자의 곁에 보내지 않을 것라고 민규는 다짐했다.





*




 도겸 도련님이 성을 내며 봉이만 데리고 어디론가 갔다는 사실은 하인들 내에서 돌고 돌아 안방마님의 귀에도 들어갔다. 
안방마님은 하인들 몰래 봉 혼자 사랑방으로 불러내었다. 
 
 봉이 방으로 들어가자, 중앙에 안방마님이 앉아 계셨다. 옆에는 무언가가 비단으로 말려있었다. 봉이는 인사를 하고 마님의 앞에 조금 떨어져 앉았다.



“어제, 겸이가 하인들 앞에서 소란을 피웠다고 들었다. 너 때문이라는데 그게 사실이더냐?”
“.....”
“대답해 보거라.”



답은 정해져있었다. 여기서 왜 그러했는지 상세하게 말해봤자, 듣지도 않을 것이다. 
또한 도겸에게 피해를 주는 것보다, 혼자 감당 하는게 나았다. 봉이는 늘 그래왔듯이 같은 대답을 하였다.



“...아닙니다. 제 잘못입니다. 도련님은 아무 잘못 없습니다.”
“겸이가 너를 아껴, 내 너의 잘못을 눈감고 넘어간 적이 많았다. 하지만 더는 못 넘어가겠구나. 치마를 걷고 종아리를 대거라.”



 봉이는 놀란 눈으로 마님을 바라보았다. 
당황스러웠다. 벌은 주긴 했어도 체벌은 처음이었다. 마님은 아까 보았던 비단주머니에서 회초리를 꺼내었다. 



“억울해 하지 말거라. 천한 계집종 따위가, 어찌 그 주인을 넘봐!” 
“마님. 저는 그저...”
“마음으로 낳았지만, 내게 소중한 아들이다! 네 욕망을 채울 아이가 아니란 말이다.” 
 


마님은 화가 많이 나있었다. 예전에는 감정을 감추고 웃으며 봉이의 마음에 상처를 냈다면, 이번에는 대놓고 감정을 드러내며 화를 내고 있었다.



“세대만 때릴 것이다. 맞을 때 마다 세거라. 그리고 네 잘못을 뉘우치거라.”
“...하나.”



이를 꽉 깨물었다. 신음소리가 세어 나오려는 것을 참았다. 
얇은 것이고, 여인의 힘이라 세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너무 아팠다. 



“..둘.”
“수를 잘 세지 못하나 보구나. 하나를 때렸거늘 어찌 둘이라 말해.”



  놀란 봉이 뒤를 돌아보았지만 마님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말만 세대이지 그것만 때리려는 것이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몇 대를 더 맞을지 몰랐다. 
울음이 나오려는 것을 참고, 봉이 하나라고 외쳤다. 다시 회초리를 쥔 손이 올라갔고 봉이는 눈을 질근 감았다.



“안방마님, 도겸 입니다. 잠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그 때 문 너머로 도겸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님의 손이 내려가질 못하고 허공에 떠버렸다.



“무슨 일이냐?”
“마님의 생신 잔치 문제로, 긴급히 상의할 것이 있습니다.”
“...내 지금 할 일이 있으니, 조금 있다 오거라.”
“날이 찹니다. 어찌 아들을 방밖에 세워두시는지요.” 



 도겸의 마지막 말은 날이 서있었다. 그냥 돌려보내기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마님은 회초리를 내려놨다. 그리고 봉이에게 무언의 눈짓을 주었다. 
봉이는 눈가에 눈물을 닦아내고 걷어 올린 치마를 내렸다. 맞은 다리에 치마가 스치면서 아파왔다.



“들어 오거라.”



도겸이 들어왔다. 도겸은 옆으로 눈길 하나 주지 않고 안방마님에게로 걸어갔다. 
제 표정과 눈물이 보일까봐 봉이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때문에 도겸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세븐틴/권순영/이석민/김민규] <궐에 갇힌 달> 1장 - 03 | 인스티즈
“내 어머님과 할 이야기가 있으니 잠깐 나가주겠느냐?”



오랜만에 듣는 다정한 음성이었다. 그 다정함에 봉이의 눈가에 또 눈물이 맺혔다. 
봉이는 제 목소리에서 울음이 들킬까 대답하지 못했다.



“나가봐도 좋다.”



 그것을 눈치챈 안방마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봉이는 여전히 말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채로 끄덕였다. 인사를 하고 방밖을 나왔다.

 방밖으로 나오자마자 치마를 들쳐보니, 종아리 뒷부분이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두 대 밖에 때리지 않았는데 이렇게 부어있다니, 도겸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종일 걷지 못할 뻔 했다.  
 하지만 아픔에도 방 안의 도겸이 걱정되었다. 여태동안 안방마님의 철저한 입단속으로 봉이에게 행해지는 어떤 불이익도 도겸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알아채고 직접 나서서 개입까지 했다. 
 안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갈지 몰라 봉이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다리도 아프고 머리도 아팠다.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겨 펑펑 울고 싶었다. 하지만 하필 도성으로 심부름을 갔기에 기대어 울 곳이 없었다.




*




 민규와 한바탕 한 후, 지친 것 인지 순영은 기둥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혼자 있고 싶다며, 뒤따라오던 궁녀들과 내시들을 다 내보냈다. 간신히 원우만 세자의 곁에 있을 수 있었다. 



“어제 또 그 꿈을 꿨어.”
“...혹시 또 그 꿈을 꾸셨습니까?”
“응. 고양이를 죽이는 꿈.”



 세자가 자주 말하는 꿈이다. 세자가 좀 더 큰 후에 보필하게 됐던 원우는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내시에게 들은 말로는 궐 안에 도둑고양이가 숨어있었는데 세자가 고양이를 몰래 키웠고, 그걸 알아낸 왕이 칼을 들고 직접 죽이라 명하였다. 
그리고 이것이 다였다. 무슨 일이 더 있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당시 현장을 목격한 궁인들은 의문사로 죽거나, 퇴궁 명령을 받아 지금 궐 안에 없었다. 
 수상한 점은 목격자 모두 궐 내에서 사라진 것이다. 세자에게 충격적이었던 일을 목격한 이들이 왜 사라진 것일까? 왕은 왜 그 일을 세자 혼자만 기억하게 만들었을까?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린 세자에게 그것이 큰 충격이었다는 것이다. 마음이 불안하고 외로울 때 세자는 그 꿈을 자주 꾸었다.
 세자빈이 궐에 들어온 후, 한동안 꿈 이야기가 뜸했다. 그리고 세자빈이 사라진 후 다시 그 꿈을 꾸기 시작했다. 


[세븐틴/권순영/이석민/김민규] <궐에 갇힌 달> 1장 - 03 | 인스티즈


“요즘 부쩍 커져서 나를 죽이러 오는구나. 지금쯤 나만큼 더 커졌겠지?”



 고양이가 사람만큼 커진다니. 순영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 말을 원우는 한 귀로 흘러 들을 수 없었다. 언제 한번 고양이 꿈을 꿨다며 세자는 몹시 괴로워하다, 정신을 놓은 미친 사람 마냥 방안에 있는 모든 반닫이 가구들을 깨부순 적이 있다. 그때는 반닫이 가구가 부숴 지는 것으로 끝냈지만, 다음엔 가구가 아니라 사람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세자는 부쩍 우울해지고 예민해져 있었다. 그리고 세자빈이 사라진 후, 모든 정신불안의 증세들이 더 심해졌다. 
원우는 위로의 뜻에서, 순영에게 말했다. 저하, 제가 빈궁마마를 찾아내겠습니다. 그 말에 순영이 고개를 들고 원우를 바라보았다. 그 반응을 긍정적으로 해석한 원우는 다시 한번 말했다. 제가 수사를 종결 짓겠습니다.

 확실히 제가 보기에도, 왕실의 수사가 느린 것은 사실이었다. 세자빈이 죽었던지 살았던지, 원우는 수사를 빨리 끝내고 싶었다. 
제 친구도, 세자도 그리고 궐 안의 사람들도 한시름 덜 수 있도록 그리고 예전처럼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 
원우는 직접 세자빈의 수사에 관여하기로 했다. 




*




 봉이의 어머니 강씨는 주인마님의 심부름 차, 몇 년만에 도성에 갔다. 
심부름을 끝내고 도성밖을 빠져나오던 강씨가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도성의 벽에 붙어있는 벽서를 보고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제 딸의 얼굴이 그려진 초상화가 벽면 여기저기 붙어있었다.
우리 봉이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도성 여기저기에 얼굴이 붙어 있는 것인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일어섰다. 벽보를 보고 몰려든 사람들 중 하나를 붙잡고 물어봤다. 
글을 읽을 줄 몰라 그러는데, 이 그림 옆에 쓰여진 글이 무슨 뜻입니까?


 
“향간에 떠도는 헛소문에 휘둘려 역적무리에 합류하지 말라네.”
“아니, 그 말 말고 그 옆에 여인의 얼굴이 그려진 벽서에 적힌 글 말이오.”
“아, 이거? 나라의 세자빈이 사라졌는데, 찾으면 어마어마한 상금을 주겠다고 써있소.”



세자빈?
순간, 묻어 두고 잊고 지냈던 기억이 머릿속에서 되살아났다. 십 칠년 전, 그 날의 기억. 
봉이는 쌍둥이에 늦게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죽음을 당할뻔 했다. 하녀였던 강씨가 그런 봉을 데리고 그 집을 나왔지만, 봉이의 쌍둥이 언니는 그곳에서 자라왔다. 두 사람은 쌍둥이기에 얼굴이 닮았을 것이다.
 명문가 양반집에서 자라 보통 집에 시집가진 않을것이라 예상했지만, 한 나라 왕의 아들과 결혼해 세자빈이 되었을 줄이야!    



“다들 찾는다고 혈안이 되어있던데, 아직도 찾지 못했다니. 쯔쯧. 참으로 괴이한 일이오. 궐내에서 사라졌다니.”



 마음이 초조해졌다. 궐에서 세자빈을 무사히 찾으면 다행이지만, 그러지 못할 경우 계속해서 벽서를 붙여지고, 그녀를 찾을 것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세자빈과 닮은 봉을 발견하게 되면 가만히 둘리가 없다. 그저 닮은 꼴로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우선, 수년전 죽임을 당할 아이를 숨겨 키워왔기 때문에 봉이의 존재 자체가 문제가 된다. 천민이 양반을 키웠으니 자신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본인이 죽던 어떻게 되건, 그건 상관 없었다. 하지만 봉이 혹여나 잘못 되기라도 한다면...그게 가장 큰 문제였고, 그 뒤는 상상도 하기 싫었다.
 
 십칠년전,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일부러 작은 마을로 숨어들었다. 십년 넘게 일해온 하녀를 세자빈과 닮았다고 의심하고, 제보할 리가 없다. 
강씨는 속으로 되내이며 마음을 다잡으려 애썼다. 하지만 좀처럼 진정하기가 어려웠다.

 한참을 앉아 멍하게 벽보를 보던 강씨는 주변 사람들이 사라지자, 벽에 붙은 벽서를 하나씩 떼어냈다. 
벽보가 어디까지 퍼졌는지 모르겠지만, 제 눈앞에 있는 모든 것을 떼어버릴 참이었다. 손톱이 부러지고, 손가락에 생채기가 난 것도 모르고 있는 힘을 다해, 온 벽서를 뜯어내었다. 그 때였다.



“지금 뭐하는 것이냐?”



뒤를 돌아보니, 붉은 도포를 입은 사내가 서있었다. 옷과 말투로 보아 낮은 직책으로 보이진 않았다. 
강씨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사내의 뒤에 포졸이 있는 것으로 보아 관군인 듯 했다. 

강씨는 급하게 둘러댔지만, 사내가 원하는 답을 해주지 못했다. 
결국, 강씨는 관군에게 끌려갔다.





*




 좀처럼 혼나지 않던 도련님이, 대감 어른께 혼났다는 소문이 하인들 사이에 돌았다. 어제 안방 마님을 찾아 뵌 후 일어난 일이었다. 
봉이 떠난 후, 안방마님과 도겸 사이에 있었던 일이 문제가 된듯했다. 
  그러한 일이 있은 후, 마님은 봉이에게 회초리 체벌 대신 벌을 주었다. 홀로 이불 빨래를 냇가에서 하는 벌이었다. 
하지만 날씨가 늦가을인 만큼, 그것은 체벌만큼이나 가혹한 벌이었다. 

 봉이는 도겸이 보이지 않을 때, 빨랫감을 들고 집을 빠져나왔다. 
다행히 햇빛이 들고, 날씨가 좋았다. 하지만 물은 많이 차가웠다. 빨래를 시작 하였으나, 물이 너무 차가워 속도를 내지 못했다. 
얼마가지 않아 봉이의 손이 빨개졌다. 손이 터질 것 같이 아파오고 빨개졌다.



“찬물로 빨래를 하면 떼가 더 잘 빠지는 것이냐?”



고개를 들어보니 도겸이었다. 여긴 또 어떻게 알고 찾아 온 것인지. 봉이는 대꾸 하지 않았다. 



“이상하다. 내가 알기론 뜨거운 물에 빨래를 하는 것이 더 좋다고 들었다. 굳이 냇가까지 와서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도겸은 봉이의 무시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봉이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



“네가 아직 어려 그 사실을 알지 못하나 보구나. 내가 마님께 말씀 드려야겠다. 빨래는 냇가의 찬물이 아닌, 펄펄 끓는 뜨거운 물에 해야 한다고.”



 도겸이 소리를 내며 걸음을 옮기자, 대꾸도 하지 않던 봉이 황급히 도겸을 붙잡았다. 도겸은 시선을 내려 봉이 붙잡은 손을 바라보았다. 



“...그러지 마십시오.”
“너나 그러지 마라. 찬물에 손빨래라니. 그러다 동상 걸리겠다.”



 도겸이 천천히 뒤를 돌았다. 그리고 제 팔을 붙잡은 봉이의 손을 떼내어 바라봤다.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제 두 손으로 봉이의 손을 감쌌다. 그리고 고개를 굽혀 입김을 불었다. 
얼어있던 봉이의 손에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미안해. 너를 아프게 해서.”



한참을 봉이의 손을 감싸고 있던 도겸이 입을 열었다. 
잔잔하게 들리는 도겸의 사과에, 봉이 고개를 들고 바라보았다. 도겸도 봉이의 손에서 시선을 옮겨 눈을 바라보았다.



“내 행동들이 너를 곤란하게 하고, 상처를 줄지 몰랐어. 앞으로 그런 일 없도록 할게. 네 말대로, 나에게 반말 쓰라고 강요하지도 않고, 하인들 앞에서 괜히 아는 체도 하지 않을게.”



제 잘못을 말하며, 사과하고 있었다. 전에 도겸이 말했듯이 주인이 하인에게 하는 것이 아닌, 사내가 여인에게 하는 사과였다.



“너에게 되도록 피해가 가지 않도록 좋아 할거야. 그러니까 너만 괜찮다면....나는 앞으로도 너와 함께 하고 싶어. 너와 함께 하겠다는 내 약속 꼭 지킬 거야. 그러니까, 우리 이제 다른걸로 서로 아프지 말자.”



 도겸의 말에 봉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봉이의 반응에 도겸이 옅게 웃었다.
 신분 차이가 나는 두 사람이 앞으로 어떻게 함께 할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도겸이 여태 보여준 애정과 확신찬 말들을 보자면, 정말 두 사람이 영원히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봉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보이자, 도겸이 따라 웃었다. 그리고는 봉이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바라봤다.



“그리고 예전처럼, 둘이 있을 땐 반말 하고.”
“...응, 그럴게. 석민아.”
“...석민아?”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 손에 이끌려 양반댁으로 오기 전, 친어머니가 지어주시고, 불러주신 그 이름. 
도겸이란 이름이 생긴 후, 혼자 기억 하던 소중한 이름. 예전에 한번, 어머니가 너무 그리워 친한 벗이자 연인이던 너에게만 알려주었다. 
근데 그걸 기억하고 불러주다니. 



“왜 이상해?”
“아니.”
“그럼 앞으로 둘이 있을 땐 이렇게 부를게. 석민아?”



 입에 붙지 않은 듯 제 이름을 어색하게 발음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예쁘고 귀여웠다. 도겸의 입가에 웃음이 자꾸 밀려들었다. 



“전부터 궁금한게 있는데, 어찌 그리 어여뻐?”



 도겸이 봉이의 볼을 툭 건드렸다. 
낙엽은 떨어지고 추운 겨울이 올 무렵에, 두 사람의 마음에서는 꽃 피는 봄이 오고 있었다. 









사진 문제 있으면 말해주세요~!
연재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아 취업을 해버렸어요. ^0^
연재의 텀이 길어질것 같습니다. 
복습을 위해 지난 회차는 모두 0포인트로 맞춰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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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오늘도 잘읽고갑니다.. 작가님 정말 스토리도 진짜 너무 탄탄하고 진짜 사극임에도 어색한 곳 하나없이 너무너무 훌륭한 글이라고 생각하는데 ㅠㅠㅠㅠㅠ 더 많은 분들이 이 글을 보셨으면 좋겠네요... 다음편도 너무 기대되요!! 후에라도 암호닉 받게되신다면 꼭 신청하고싶어요!! 천천히 오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ㅎㅎㅎ ^3^❤
7년 전
독자2
작가님 글을 너무 잘 쓰셔요...사극에 이렇게 달달하고 재밌는 글을 처음 봅니다. 여주와 세자빈이 씽둥이일거라고 생각하지 못 했는데 여주는 어떻게 될지 너무 궁금합니다. 글 써주셔서 감사해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7년 전
독자3
자까님ㅠㅠㅠㅠ왤케 글체가 이쁘셔요ㅠㅠㅠㅠ잉 넘나 잘 쓰시는것(입틀막)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할 정도로 재미떠여

7년 전
독자4
글 너무너무 재밌어요 ㅠㅠㅠㅠ 어여쁘다니!!!!!석민이의 말도 작가님의 글도 너무 예쁩니당!! 재미있는글 감사합니당^^
7년 전
독자5
아 작가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석민이느진마 설레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7년 전
독자7
작가님은 어찌 이렇게 글을 잘 쓰시는지요.... 왜 소녀의 마음을 자이로드롭 17번을 태우시는지요...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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