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처녀 시집 보내기 프로젝트
01. 미필적, 우연적 만남
"결혼...없던 일로 하자."
"...뭐?"
"없던 일로 하자고."
"...정국씨, 그게 무슨 ㅁ..."
"싫어졌어."
"...정국씨."
"너의 모든 것들이 어느 순간부터 다 싫어졌어."
우리의 계획들은 그렇게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
"...정국씨...아니잖아. 그치? 아니잖아.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 결혼 하루 앞두고..."
"너는 우리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니?"
"..."
![[방탄소년단/민윤기/전정국] 노처녀 시집 보내기 프로젝트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2/13/1/5311366748e2f16124318be4b64c7fff.gif)
"나는 아니라고 보는데."
마음이 처참히 무뎌졌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웃고 떠들고 집가기 싫다며 골목길 가로등 아래서 입맞춤까지 했었다. 그런데 사람이 이렇게 하루 아침에 변해있었다. 어제의 달콤한 말들은 다 어디가고 사랑한다는 말 대신에 나의 가슴 한쪽 구석을 깊숙히 쑤셔파는 말들만 골라서 했다. 제발 거짓말이라고 말해줘. 어서 안아줘. 이 말이 목구녕 끝까지 차올랐지만 차가운 그의 눈빛에 나는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가 '먼저 일어날게.' 라고 짧게 얘기하고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식어빠진 커피를 바라보고만 있다가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로 이게 마지막이겠구나 싶어서 난 있는 자존심 다 내려놓고 그의 소매를 붙잡으며 눈물을 뚝뚝 흘려댔다.
"...떠나면. 떠나면 행복할거니?"
"..."
"...떠나서 행복할 수 있으면, 너가 나보다 잘난 여자 만날 수 있는거면 보낼게. 근데! 근데...그게 아니라면 난 너 못보낼 거 같아...거짓말이라고 해줘...응...?"
그는 부들부들 떨리는 나의 손을 자신의 소매에서 떼어놓더니 나를 몇 초간 응시하다가 끝내 아무 대답도 없이 카페를 빠져나갔다. 몇 년간의 연애 끝에 드디어 결혼을 하는가 싶었다. 아니 난 그를 내 목숨보다 사랑했다. 하지만 우리의 사랑은 정말 흔해빠진 아침 연속극처럼 마침표를 찍었다. 믿기지 않았다. 목 놓아서 울어버렸다. 통곡을 해버렸다. 카페 직원들은 달려와서 나에게 조용해달라고 울면 밖에 나가서 울라면서 나에게 매너없이 툭툭 내뱉었다. 내가 결혼 하루 전에 이별선고를 받았는데 니들은 손님들이 더 중요하냐? 정말 아무도 내 마음을 몰라주나보다. 일상의 모든 것들은 나빼고는 원상태로 돌아갔다. 그렇게 내 남아있던 자존심은 그로 인해 사라져버렸다.
•••
걷다보니 어느새 어두컴컴한 밤이었다. 고개를 올렸다가 하늘을 바라보았을 때엔 별 하나없이 깜깜한 흑백세상이였다. 차라리 내가 저 깜깜한 하늘중에 그 반이 나였더라면 사람들에게 미움 따위는 받지 않고 살았겠지. 난 한숨을 푹 내쉬고는 얼마없는 힘을 다해 걷고 또 걸었다. 하지만 난 오늘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다. 그것도 결혼 하루 전날. 그렇기에 나는 내 정신이 온전한 제정신일 수가 없다. 난 그렇게 빨간 불인 것도 모르는 체 걷기 시작했다. 그래 차라리 달리는 자동차들중에 아무차나 나를 즈려밟아줘라. 죽기 전에 뺑소니 아니라고 어떻게든 얘기해줄테니. 자살이라고 얘기해줄테니 아무 차나 나 좀 즈려밟고가줘라. 하지만 신은 끝까지 내 소원을 들어줄리가 없다. 자동차가 '빠아앙' 하는 소리를 내곤 나에게 돌진했을땐 그저 '드디어 죽겠구나. 마지막은 그래도 신이 날 버리지 않구나.' 싶었지만 어느새 날 돌진하고 있던 자동차는 멈춰서있었다.
참 짜증났다. 살기싫다는 표정이 보이지가 않았던건가? 난 괜히 자동차 운전석에 타고 있는 사람을 노려다보았다. 그러더니 운전석에 타고 있던 한 사람이 내리더니 화가 살짝 난 얼굴로 나에게 뚜벅뚜벅 걸어온다. 어느새 주위사람들도 나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였고 초록불은 언제 켜진건지 사람들이 신호등을 건너면서 나를 흘깃흘깃 쳐다보고간다. 그 시선이 괜히 서러웠다. 니들도 내가 불쌍해보이냐? 그러고는 아무랑도 엮이고 싶지 않아서 난 내 갈길을 가려했다. 하지만 그 계획은 곧 그 남자가 내 손목을 잡은 후부터 다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미쳤어요? 소리 안들려요? 죽을 뻔 했잖아요,당신."
차라리 죽여주지. 참 세상은 쓸데없이 살기 좋았다. 나를 살려두다니. 무슨 이런 천사같은 사람이 다 있는가. 하하. 나는 괜시리 그 날이 선 말투와 목소리와 표정에 화가나서는 오히려 내가 더 언성을 높이며, 진짜 쓸데없는 눈물들을 뚝뚝 흘리며 얘기했다.
"왜 살려뒀어요...?"
"뭐라고요?"
"왜 살려둔건데요?"
"아니, 이봐요."
"나 그냥 죽여주지, 나 그냥 차에 치여서 다음날에 죽었다고 뉴스기사에 나오게 해주지. 나 왜 살려둔거냐고!"
그러고는 주저 앉아서 엉엉 울어버렸다. 나는 사실 그 남자한테 화를 낸 게 아니야. 그냥...그냥 정국씨가 했던 그 모진 말들이 떠올라서 화를 내버린거다. 방금 전에는 나오지 않았던 말들이 지금에서야 참 잘도 나온다. 왜 방금 전에는 욕도 하나 못하고 그냥 듣고만 있었지? 갑자기 서러웠다. 너무 서러웠다. 카페에 이어서 나는 신호등 한복판에 주저앉아 목놓아 울어버렸다. 남자는 내가 울거라고 상상은 못한건지 엉성하게 내 눈물을 닦아준다. 난 그 남자의 손을 신경질적이게 쳐냈고 계속 울어버렸다. 주위에서 그 남자에게 삿대질을 하며 욕을 하고 그러는 바람에 그는 나를 있는 힘껏 일으키고는 자신의 차 안에 나를 밀어넣었다.
"지금 그쪽이 무슨 일 때문에 이러는건지 모르겠는데요. 하나만 말씀드리자면 저희 아까 4분전에 처음 만난 사이입니다. 무례하게 행동하지마요."
"..."
"눈물 좀 닦아요. 화장 번진 것도 좀 확인하고. 거울 안보고 살아요?"
나에게로 건네진 주유소 휴지 하나였다. 나는 그걸 집어들어서 눈물을 닦고 내 작은 백에서 파우치를 꺼내 화장을 고칠 여유가 없었다. 마음이 진정이 되지 않았던 뿐더러 정리 조차도 되지 않았었다. 그는 한숨을 내쉬더니 운전석에 탄다. 그러고는 시동을 걸어 차를 출발시킨다. 난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어서는 그에게 물었다.
"어디가는데요?"
"어디갑니다. 그러니까 안전벨트나 매요."
"그쪽이 저희 4분전에 만난 사이라면서요."
"4분전에 만났더라도 우는 꼴이 영 불쌍해서 지나치지를 못하겠네요."
자동차 백미러를 통해 내 자신을 올려다보니 정말로 꼴이 말이 아니긴 했다. 그는 나에게 이렇게 된 이상 서로서로 통성명은 해야 되는 거 아니냐며 그다지 부드럽지 않는 말투로 얘기했고 그는 나에게 차 안에서 명함 하나를 꺼내주었다. 명함을 받고는 회사이름을 보는데 난 동공이 커졌었다. 내가 현재 다니고 있는 식품회사였기 때문이다. 그러고는 옆에 작게 '사장 민윤기' 라고 되어있었다. 분명 우리 회사 사장님은 매우 늙으신...그런 분인데? 난 만약 이 사람이 사장이라면 내가 방금 했던 짓들 때문에 회사에서 잘릴 수 있는 위기에 처할수도 있다. 나는 오늘 하루라도 편히 잘 살아보자는 생각과 함께 이름만을 밝혔다.
"김탄소요."
"그쪽은 명함 같은 거 없나봐요?"
"저가 굳이 들고다녀야 된다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요."
진짜 큰일났다. 내가 내뱉는 말마다 둥그런 말이 없다. 다 뾰족뾰족하게 가시가 서있는 말이었다. 난 표정에선 티가 안났지만 이미 손에서는 식은 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그는 운전에만 집중한다고 나를 보지 못했던건지 계속 나에게 몇가지 질문들을 했다. 왜 울었냐부터 시작해서 원래 여자가 그렇게 독해빠졌냐 등 별 희한한 질문만을 해댔다. 난 그런 그에게 묻고싶었다. 그 회사가 그 회사맞냐고.
•••
도착을 했을 때엔 어느 술집이었다. 겉은 허름했지만 안은 매우 분위기가 있어보이는 그런 술집. 나는 술집에 발을 내딛고 들어가는 순간에 그가 내 손목을 잡아채가서는 매번 앉았던 자리 마냥 능숙히 구석에 자리를 잡는다. 난 그의 손을 떼어냈고 그는 자신도 몰랐던건지 헛기침만 두어번을 했다. 하지만 어색했던 것도 잠시 그 어색함에 바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찬물을 끼얹는 그였다.
"이제 여기서 나가는 순간 저희는 남남인거에요. 여기서 했던 말들은 여기 나가는 순간 다 잊어야 됩니다."
"바라던 바에요. 제발 그쪽이랑 다시는 마주칠 일이 제발 제발 없기를 바란다고요."
'제발' 이라는 단어를 강요하면서 말했다. 그가 우리 회사의 만약 새로운 사장이라면 난 아마 사표를 내고 다른 직장을 구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설마하는 마음으로 세상은 넓고 넓은데 어찌 우리 회사 사장이겠어 싶어서는 자꾸만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노력만 했지. 쉽지는 않았다. 나는 다음 날 필름이 끊기기 위해 술만 홀짝홀짝 들이켰고 그렇게 우리는 몇 십분간 대화 따위는 한마디도 오고 가지 않았다.
"아니이- 놓으라고오...나 더 마실거라고오 씨이!"
"저기요. 많이 마신 거 같은데 가죠?"
"아씨. 너도 나 무시하냐? 너도 나 무시하냐고오...끅!"
"뭘 무시해요. 아 진짜 좀 그냥 일어나요. 사람들 많이 보는데 이러지말고."
"오호라앗-? 지금 창피하다 이고지? 너 이 자식 나한테 주욱었어어...너 오늘 살아서 집에 갈 생각도 하지 마아..."
술을 정말 많이 들이켰다. 애초부터 술이란 것을 잘 먹었던 터라 정신이 자꾸 멀쩡하길래 도수가 센 양주를 시켜서는 그걸 통째로 입안에 털어넣었다. 목이 뜨겁게 타들어가는 느낌도 잊고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간다는 인식만 남아있었다. 아니 애초에 취했다는 인식이 없었다. 난 먹고 죽자 싶은 마음으로 술을 술잔에 다시 꽉꽉 채우고는 입술에 가져다 댈 쯤에 그가 내 손을 저지시키다가 일이 이 지경이 되어버렸다. 난 그래도 술은 먹었어도 뇌는 깨어있었나보다. 그가 나한테 왜 오늘 그런 무모한 짓을 했냐고 물었을땐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러고는 그는 나를 한심하게 바라보다가 다시 얘기했다.
![[방탄소년단/민윤기/전정국] 노처녀 시집 보내기 프로젝트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1/07/2/3b28d4a2af6c712baf5a111640404d6d.gif)
"오늘 왜 그랬어요? 왜 그런 무모한 짓 한건데."
"있잖아요오...혹시 그런거 겪어봤어요? 그 왜...그그...그래...! 마악...막...지이인짜 사랑했던 사람이 있는데에...갑자기 하루 아침에 변한거에요오...무슨 지가 킬미힐미 주인공도 아니구...끅!"
"그래서요."
"사실 저어...아, 지금이 몇시냐아...어? 한시네...그럼 오늘이겠다아..."
"본론만 얘기해요. 다른 말로 새지말고."
"아, 좀 들어봐요오! 사람이 왜 그렇게 참을성이 없어?"
"하. 네. 들을게요. 얘기하세요."
"사실...오늘 결혼 하기로 했었는데에...차였다...?"
그러고는 그는 입을 꾹 다문 체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내 말에 살짝 미간을 찌푸리더니 내 술잔을 뺏어가서는 자신의 입에 털어넣는다. 난 그런 그의 술잔을 다시 뺏어들고는 술을 꽉꽉 채워서 담았다.
"아니이...아니...진짜 웃기지 않아요? 그렇게 사랑한다고, 나밖에 없다고 얘기해놓고는 결혼 전 날에 뻥-하고 차다니...내가 무슨 축구공이야?! 무슨 내가...내가아..."
"자, 알겠으니까 그만 일어나요."
"내가 무스은...지 노리개야? 그러고는 저보고 뭐라는지 알아요? 어울린다고 생각하녜요...근데 자신은 아니래... 사람은 급으로 따지는 거 아닌거 아는데에...역시 다 가진 놈들은 거기에 맞는 여자들한테 찾아가나봐요..."
"..."
"저는 그에게 한없이 모자란 여자였거든..."
그러고는 예상치 못한 눈물이 뚝하고 떨어졌다. 오늘로써 우는 것만 세번째다. 참 쪽팔린 줄도 몰랐다. 그래도 창피한건 아는지 목 놓아서 울지는 못하였다. 이젠 거의 반도 남아지지 않은 화장인걸 알았던건지 난 눈을 벅벅 닦으며 애써 눈물을 닦아볼려고 했다. 하지만 쉴새없이 나온다. 목이 턱턱 막혔다. 난 나를 이제 한심하다는 눈빛이 아닌 안쓰럽다는 동정의 눈빛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그를 보았다. 그러고선 그는 어렵게 입을 뗐다.
![[방탄소년단/민윤기/전정국] 노처녀 시집 보내기 프로젝트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10/27/21/685342a38c4fdc0379ed705cd752a271.gif)
"사랑하면...진짜 사랑하면 어쩔 수 없이 상대를 놓아줘야 될 때도 있는거에요. 그도 그랬겠죠."
사랑해서 그랬다고? 사랑해서 나한테 그런 모진 말을 했다고? 말도 안된다. 변명이라도 그게 진짜라도 나는 저 말에 용서하지도 못할 것이다. 사랑해서 결혼 전 날에 그런 행동을 한다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랑하면 더 그러지 못한다. 보내지 못한다. 난 그런 그의 말에 피식 웃어버렸다.
"그이가 사랑해서 저한테 그랬을거라고요?"
![[방탄소년단/민윤기/전정국] 노처녀 시집 보내기 프로젝트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1/05/22/05fa5aec04ed03cea335621fdde547f9.gif)
"네. 사랑해서."
"지랄."
괜히 이 곳에 있기 싫어졌었다. 술 왕창 마시고 필름이 끊긴 체 집에 돌아가는 것이 나의 목표였는데 그 목표는 산산조각이 되어버렸다. 내일이 되면 이 일을 기억할 것이다. 그런 내가 너무 끔찍했다. 내일이 되면 나는 다른사람들과는 다른 고통에 살겠지. 난 몇 안되는 짐을 챙겨서는 그렇게 술집을 빠져나왔었다. 어느새 한시가 훌쩍 넘어버린 시간은 나를 더 슬프게 했다. 몇 시간뒤면 또 출근이겠네...예정대로라면 결혼식 올리는 게 맞는건데. 사람이 없는 도로를 생각없이 걸었다. 밤기운은 역시 차다. 내일이 되면 다 잊어버렸으면 좋겠다. 방금 있었던 일도,내가 차였던 일도...다.
꾸에엥...첫 작품이어서 아주아주 매우매우 능숙치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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