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가 크긴 크구나.”
내가 W앞에 있는 이유는 전화 한 통으로 시작했다.
“그러니까... 내일요?”
“네. 실장님이 너무 급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어시만 계속 해왔던 사람이라 경력도 없고...”
“여주씨는 여러 연예인 스타일링 해 왔으니까 더 감각 있지 않을까요?”
“저... 그게...”
“그럼 내일 아침 11시까지 저희 회사로 와주세요. 실장님께 말씀드릴게요.”
“아, 잠깐!...”
그렇게 된 것이다. 호시의 갑작스러운 부탁에 얼떨결에 W에 도착한 것이다. 경비원께 사정을 설명 드리고, 실장님의 확인 후에 나는 뒷문으로 입장했다. 경비원분의 말로는 앞문에는 팬들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팬이 회사 안으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관계자나 연예인들은 대부분 뒷문을 애용한다고 그러셨다. 어쩐지 앞에 사람들이 계속 기웃거리더라. 회사 안의 벽에는 회사소속 연예인들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요즘 한창 인기 보이그룹 A의 사진부터,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신인 B, 연예계에서 실물 미쳤다고 소문난 여배우, 충무로에서 사랑받는 남배우까지. 그 이외에도 모델계에서 유명한 모델들 사진도, 배우들 사진도 여러 개였다. 사진을 둘러보던 도중, 호시의 사진과 전원우의 사진도 발견했다. 와 진짜 눈빛이 살아있네. 그렇게 회사를 둘러보다가 호시가 말한 사무실 앞에 도착했다. 나는 문 앞에서 계속해서 떨리는 심장을 두드렸다. 그때 누군가 뒤에서 내 이름을 불렀다.
“여주씨?”
“ㄴ...네?”
“문 앞에서 뭐하세요. 안 들어오시고.”
“아하하...죄송합니다.”
이름을 달고 계시진 않았지만 누가 봐도 ‘실장님’ 이라는 포스를 풍기고 다니시는 분이었다. 나는 두 주먹을 꽉 쥐고 실장님 뒤를 따라가 의자에 앉았다. 실장님은 내 서류를 천천히 넘겨보셨다. 1분1초가 너무나도 긴장됐다. 실장님은 서류를 책상에 내려놓더니 입을 여셨다.
“어떻게 이 자리에 오시게 되었는지는 이미 아시죠?”
“ㄴ,네! 그 호시씨가...”
“맞아요. 순영이가 적극 추천을 하더라고요. 저희도 뭐... 신입 구하기도 했고.”
“아...”
“근데 한 번도 기획사 전담팀에서 일 해 본적이 없다고 들었는데요.”
“네. 저 잡지사에서 어시로 3년 일했습니다.”
“어시로 3년? 신입스타일리스트도 아니고?”
“네...”
“거기 직원 대우 별로인건 알긴 알지만 어시로 3년이라니. 실장은 김실장 그대로에요?
“네, 김실장님 그대로입니다.”
실장님은 한숨을 쉬더니 기지개를 펴셨다. 이번 면접도 끝인가. 이게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왔는데. 정말 다른 직업을 생각해봐야겠어. 이제 내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거지. 나 결혼은 할 수 있는 걸까. 실장님의 한숨소리에 내 머릿속에는 온갖 불행한 생각이 밀려왔다. 그때 실장님이 말씀하셨다.
“우리 같이 일 해봐요.”
“네에?”
“하하. 그렇게 좋아요?”
“하하...”
“솔직히 경력 없는 사람 한 번도 안 써봤어요. 순영이가 그렇게 적극 추천하는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 싶기도 하고, 여주씨 인상도 좋아 보이기도 하고.”
“저기 죄송한데...순영이가 누구에요...?”
“호시요. 호시 본명 권순영인데 순영이가 말 안 했나 봐요.”
그렇게 기분 좋게 계약서까지 그 자리에서 쓰고 나왔다. 실장님께서는 나와 같이 일할 연예인은 내일 출근 때 알려주고 싶다고 하셨다. 서프라이즈라며 되게 신나하시던데. 그리고 내일 연예인의 의상은 캐리어 안에 넣어 놨으니 옷의 하자가 없는지 집에서 확인 해 보라고 하셨다. 나는 캐리어를 이끌고 신나는 마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빨리 내일이 왔으면 좋겠다.
“96마 0717이라고 하셨는데...”
나는 내가 타야할 배우 차를 찾고 있었다. 오늘은 당담 연예인 드라마 제작발표회라고 한다. 제작발표회면 배우겠지? W소속 남자 배우가 누구였더라. 의상 체크를 해 보니 남자 옷이던데. 혹시 잘생긴 중년배우 000? 아니면 요즘 누나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OOO이라던지. 혼자만의 상상을 하고 있을 때 96마 0717번호의 차량을 찾았다. 차가 꽤나 좋아보였다. 근데 어디서 많이 본 차량이란 말이야. 꼭 스튜디오에서 자주 봤던 차 같았다. 나는 운전석의 창문을 똑똑 두드렸다. 창문이 내려가더니 매니저님이 나를 보곤 밝게 웃으셨다.
“아 김여주씨?”
“네!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같이 일 하게 된 김여주 라고 합니다!”
“어디서 많이 봤는데, 기분 탓인가?”
“제 얼굴 흔하게 생겨서 그럴 꺼에요.”
“아니야. 너무 예뻐서 그런가.”
“하하. 저 어디에 타면 되나요? 조수석?”
“아니 뒷 자석에 타. 옛날 스타일리스트도 그렇게 앉았으니까.”
매니저님의 말씀에 나는 뒷 자석 안쪽에 탔다. 매니저님은 차에 시동을 걸곤 어딘가로 향했다.
“근데 전 스타일리스트 분은 왜 그만두셨어요?”
“전... 아니 우리 애 성격이 너무 더러워서.”
“누구 길래 그러지.”
“전...아니 우리애가 성격 더럽기로 소문났어도, 자기가 좋아하거나 아끼는 사람한텐 모든 정을 다 준다니까. 우리애가 좀 불쌍해.
성격 더러운 W소속 배우. 누구일까? 배우가 아니라 가수인가. 온갖 추측이 난무할 때, 차가 되게 좋은 아파트 앞에 섰다. 매니저님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일어났어? 어, 엘리베이터? 우리 지금 앞이야. 그래.”
“뭐래요?”
“지금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대. 어, 저기 나오네.”
매니저님의 말씀에 나는 창문에 얼굴을 바싹 붙였다. 대체 누구지. 마스크를 써서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 키는 180이 조금 넘어 보였고, 안경을 썼고, 다리는 말랐고, 어깨는 넓고. 딱 봐도 모델인데. 호시, 아니 권순영인가? 그러기에는 매니저님의 말씀 속의 성격과는 정반대인데. 그때, 그 사람이 차에 올라탔다. 그 사람은 차에 올라타자마자 마스크를 벗었다. 나는 그 사람의 얼굴을 보자마자 입을 틀어 막았다.
“허억!”
“뭐ㅇ... 어?”
“ㅈ...ㅈ...전원우?!”
“그때 그...울보.”
“오 하느님...”
사실 나는 하느님이던, 부처님이던 알라신이던. 아무런 종교를 믿지 않는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하느님을 정말로 믿고 싶었다. 아니 하느님 이외의 모든 종교를... 그래 신께서 나에게 순순히 직장을 내어 주신다 싶었다.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겠군. 매니저님은 거울로 나와 전원우를 힐끗 쳐다보며 말씀하셨다.
“둘이 아는 사이야? 이야 잘됐네. 우리 원우 낯 엄청 많이 가려서 걱정했거든.”
“뭐 안다면 아는 사이라고 할 수도 있지. 저번에 권순영이랑 화보 찍을 때 형이 혼났다고 했던 사람인 것 같은데.”
“어? 정말로? 어쩐지. 낯이 익는다 싶었어.”
“응. 그때 내 대기실 잘 못 들어와서 엄청 울고 욕한 여자. 이름이 김여주 맞지?”
사람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데. 이렇게 될 수도 있구나. 재수 없게! 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네. 제가 그 촬영장 혼났던 사람 맞고요, 그때 원우씨께 욕한 여자도 맞습니다. 그땐 정말 죄송했어요.”
“그래. 얼마나 당황스러웠는데. 난 누가 우는 거 못 본단 말이야.”
“근데 그건 알겠는데, 우리 초면인데 원우씨가 그렇게 반말하시면 제 입장에서는 기,기분이 나쁘단 말이에요!”
“...”
“그... 저는 내년에 27되는 사람이고요. 그러니까! 반말은 삼가주세요...”
“나도 내년에 27살인데.”
“아, 그렇군요... 가 아니라! 우리는 동갑이어도 비즈니스 적 관계잖아요 그렇죠? 그래서 높임말을... 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러시던지...요.”
“...감사합니다.”
매니저님은 나와 전원우의 대화 내용을 들으시는 내내 끅끅거리며 웃으셨다. 전원우가 매니저님께 투덜거렸지만 매니저님은 웃음을 멈추실 줄 몰랐다. 그렇게 헤어&메이크업 샵에 도착했다. 전원우는 세팅을 받고 있었고, 나는 할 일없이 핸드폰을 만지고 있었다. 그때 전원우가 말했다.
“형 나 아이스커피 좀 사다주면 안될까.”
“매니저님 지금 여자친구분이랑 통화하러 가셨어요.”
“...아.”
“제가 사드릴까요?”
“그럼 고맙고...아, 아니 고맙고요.”
“네.”
“여기 옆에 스타벅스 있는데 그곳에서 사와 줘...요. 김여주씨도 드시고요. 아 매니저형은 카푸치노 좋아해요.”
“네.”
전원우가 원래 반말하는 성격이었는지 주위에 있는 직원 분들이 수근 거렸다. 전원우는 그런 자신이 어색한지 헛기침만 연신 내 뱉었다. 나는 피식 웃고는 샵 옆에 있는 스타벅스로 향했다. 전원우가 부탁한 아이스커피와 매니저님의 카푸치노를 시키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자바칩프라푸치노를 주문했다. 이제 이런 단 것도 끊어야하는데. 내 살들... 커피를 들고 다시 샵 안으로 들어갔다. 전원우에게 아이스 커피를 내밀었다. 나도 내 음료를 집어 들었다. 전원우는 내 손에 들려있는 자바칩프라푸치노를 보더니 말했다.
“그건 무슨 음료에요?”
“이거 자바칩프라푸치노에요. 드셔보실래요?”
전원우는 아이스커피에서 빨대를 빼더니 내 자바칩프라푸치노에 꽂았다. 한 번 마셔보더니 맛있는지 한 번 더 마셨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전원우씨 취향인가 봐요.”
“아니, 뭐... 제 취향은 아닌데... 많이 달콤하네요.”
“다음에는 저랑 똑같은거 사 드릴까요?”
“뭐... 그렇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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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죄송합니다ㅜㅜ
그리고 ㅎ..ㅎㅎㅎ... 글에 문제가 생겨서 지웠다가 다시 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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