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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 우리는 w.병따개

01 우리의 여름


  사람의 감각 중에 가장 쉽게 무뎌지는 것이 후각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와 함께한 시간이 3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그를 보면 본능적으로 인식할 수 밖에 없는 냄새가 있다. 바로 비린내다. 마치 죽은 동태의 그것과 닮은 냄새는 다가올 수 없도록 자기만의 영역에 선을 긋는다. 벌써 3년. 금방 익숙해지리라 믿었지만 어느 한 가지도 익숙해질 수 없었다. 요즘 나는 그에 관련된 모든 것에 대해 늘 어색한 사람일 거라고 확신한다.
  솔직히 말해서, 요즘은 그게 좀 안타깝기도 하다. 나에게도, 그에게도 별로 좋지 않은 일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일주일에 한 번도 얼굴을 제대로 비추지 않다가 가끔 술을 잔뜩 마시고 들어와서 술병을 집어던지고 나를 때리기 바쁘던 아빠. 새벽 2시 즈음 섀도를 덧칠한 눈매가 파랗게 번진 채로 집에 들어왔던, 술집에서의 엄마. 그리고 엄마의 술집에서 추행당한 후 가출해 집에 들어올 생각을 않는 형. 겉으로는 깨끗하고 말끔해보이지만 가족 구성원 모두 평범함이 결여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15살은 너무 어렸다. 그리고 그 해의 여름. 끈적끈적하고, 모든 게 부패하는 계절에 걸맞는 일이 생겼다.
  여느 날처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7교시에 학원까지 겹쳐서 11시가 조금 넘어가는 시간이었는데, 유독 집으로 향하는 골목이 싸했다. 습기가 서려있었던 평소와는 다르게 차가운 맛이 나는 공기가 천천히 나를 따라서 흘렀다. 깜깜함 아래에 가로등 불빛이 조용하게 깔렸다.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왜 이렇게 자꾸, 차갑게 식어가는 기분일까. 그리고 코너를 돌자 멀리에서 집이 보였다. 오랜만에 거실에 노랗게, 불이 들어와있었다. 어, 오늘 엄마가 일찍 들어온다고 했던 날이었나. 아니면 아빠가 오셨을 지도 모르고, 정말 어쩌면 누나일지도 모른다. 천천히 집으로 향하는 길. 그 때, 팍 튀기는 소리가 들렸다. 켜져있던 불이 함께 꺼졌다. 퍽 터지는 소리. 순간 불길함을 느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이 나를 확 잡아끌었다. 뭔가가 입을 틀어막았다.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건 어지러움이었다. 나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내가 집에 들어왔었나, 새삼 잠들기 전을 떠올렸다. 뭔가가 터졌고, 불이 꺼졌고, 누군가가 나를 잠들게 했다. 무슨 영화도 아니고……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다행히 어디가 묶여있지는 않았다. 시계는 엄마가 늘 들어오는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심상치 않은 느낌에 몸을 일으켰다. 뭔가 분명히 잘못됐다. 방문을 열고 나가기 전, 책상 위에 놓여있던 커터칼을 손에 쥐었다.
  집 안은 말 그대로 엉망이었다. 가장 눈에 띄었던 건 전등이었다. 잘게 깨진 유리 조각들이 상 위를 가득 메웠다. 뭔가 터지는 소리의 정체가 이거였구나, 숨을 훅 뱉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나를 놀라게 했던 건 빨갛게 물들어있는 바닥이었다. 끈적하게 달라붙어서 약간 굳은 검붉은 색의 액체는 영락없는 피였다. 약간의 방울이 아니라,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양이었다. 누군가의 몸에서 이것들이 흘러나온 거라고 생각하니 불현듯 들었다. 소름이 쭉 끼쳤다.

 

  깼냐?

 

  뒤에서 울리는 낮은 목소리에 흠칫해 몸을 돌렸다. 키가 큰 남자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커다란 선글라스에 까만 색 코트. 그리고 자연스럽게 풍기는 지독한 냄새에 미간을 좁혔다. 그를 올려다보며, 나는 자연스럽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누가 죽었어요?
  ……
  누가 죽었냐고요.
  너희 부모 둘 다.

 

  순간 말문이 턱 막혔다. 아, 진짜구나. 진짜 죽었구나. 아무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만큼 크게 심리적인 요동이 생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가장 급했던 건 내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 흠칫 놀라 한 걸음 더 물러섰다. 그리고 머리가 바빠졌다. 눈을 도륵 굴렸다. 아, 맞다. 커터칼.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시체는 아까 치웠어. 너는 내가 죽인 걸로 돼있고. 그러니까 지금은 안전해. 아, 나는 너 죽일 생각 없어.
  ……
  마음에 안 들면 나가도 상관은 없는데. 지금 나가면 오늘 안에 죽어, 너.

 

  그는 내 쪽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입술을 꾹 물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혼자 있는 시간이 또래보다 훨씬 많아서, 나는 그 때만 해도 내가 어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게 충분히 큰 착각이라는 사실을 일찍 알았어야 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럽게 칼날을 뺐다. 낯선 남자는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천천히 다가오는 발걸음이 두려웠지만 물러설 수도 없었다. 손만 뻗어도 닿을 거리가 되자 나는 칼을 남자 쪽으로 찔렀고, 남자는 내 귀에 뭐라고 속삭였다.

 

  너 지금, 뭘 잘못 알고 있나본데.

 

   그는 거기까지 얘기하고 내 손에 들려있던 커터칼을 움켜쥐었다. 억지로 내 턱을 쥐고 선글라스 사이로 눈을 맞춘다. 눈이 마치 뱀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였을까, 가볍게 호선을 그리는 입술이 징그럽다는 말을 떠올리게 했던 것 같다.

 

  지금 선택권은 내가 쥐고 있는 거야. 알아?

 

  순간 겁이 나서 커터칼을 손에서 놓아버렸다. 그럼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그는 그것을 내 눈 앞으로 가져와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 나는 그 자리에 주저 앉았고, 결국 뚝 뚝 방울져 떨어지던 피가 주르륵 내 무릎을 적셨다. 그 때 웃기게도 참 따뜻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눈을 질끈 감았다. 여름이었다.

 

 

  -

  글잡에는 처음 올려봤는데 안녕하세요!TㅁT 사실 재미는 별로 없는 것 같은데 뭔가 진득한 걸 써보고 싶어서 어... 열심히 썼습니다 크리스마스에 약속도 없고 할 일도 없었거든요 참나 '-T!

  글에서는 이름이 안 나왔지만 경수의 시각에서 글이 진행된 게 맞구요, 아마 시점은 종인이랑 경수랑 번갈아서 나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둘이서 처음 살게 되는 이야기랑 현재 사건 전개가 섞여서 나올 생각이예요.

  칭찬 피드백 다 좋으니까 반응 팍팍 주세요 오늘은 아름다운 크리스마스니까... 맞죠^-^♡? 남은 크리스마스 잘 보내시구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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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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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ㅠㅠㅠㅠ다크한데 몰입해서 읽었어요 뭔가 초반이지만 경수가 엄청매력적인캐릭터같단 생각이ㅠㅠㅠㅠㅠ분위기가 넘 좋아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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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신알신 하고 가도 되나요..?첨해보는거라 안되면 말해주세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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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따개
사랑합니다 하고가셔도 돼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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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감사해여..♡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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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신알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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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따개
...♡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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