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 퍼포먼스팀 리더 권순영 X 신인 걸그룹 권순영 덕후 너봉
03. 이상한 나라의 토끼
예성, 슬기 - Darling U
10.
관심이 생겨서요, 그쪽한테.
순영의 말에 차 안은 조용해졌어. 너봉이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다 못해 머리를 크게 두들겨 맞은 듯한 기분까지 들었어.
그저 순영의 눈을 올곧게 바라보자, 순영은 살포시 웃더니 주연이 했던 것처럼 너봉이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줬어.
제 볼에 닿는 순영의 손가락에 너봉이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수그렸지.
"그러고 있으니까 토끼 같아요."
"네에, 토끼요?"
토끼들은 예민하잖아요. 조금만 건드려도 움찔거리고. 방금 너봉씨 모습이 굉장히 토끼 같길래.
말을 마친 순영이 토끼가 된 너봉이의 모습을 상상했어.
하얀 털옷을 입고 귀를 쫑긋거리며 당근을 든 채로 제게 달려오는 너봉을 떠올리자 순영은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지.
너봉이는 갑자기 입꼬리가 올라가는 순영을 보며 희한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그럼 회사로 출발하죠, 형."
잠시 고개를 돌려 운전석에 앉아있는 매니저를 향해 얘기한 순영이 다시 너봉을 향해 몸을 틀었어.
"우리 꽤나 많이 볼텐데, 이렇게 불편해서야 되겠어요?"
"아, 말 편하게 하세요!"
순영이 친해지려 먼저 말을 던지자 너봉이는 손으로 떠받드는 시늉을 하며 말을 편하게 하라고 했어.
너봉이의 손을 한참이나 바라보던 순영은 이내 빵 터져버렸지.
"방금 뭐한 거에요, 그 손?"
"아, 아니, 저도 모르게,"
와, 너봉씨 진짜 귀엽다.
특유의 햄찌웃음을 지으며 자지러질듯 웃던 순영이 이렇게 말하자, 너봉이는 순영이 자신을 놀리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입술을 삐죽 내밀었어.
"귀여우라고 한 거 아닌데요..."
"아, 뭐야. 진짜 귀여워. 사람 맞아요?"
제가 사람이 아니면 뭘까요? 아, 토끼인가요? 순영에게 하고싶은 질문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꾹 참는 너봉이었어.
"저 방금 팬들의 심정을 이해했어요. 이 맛에 덕질하는구나 싶네."
"..."
"참, 너봉씨도 나 덕질할 때 이런 마음이었어요?"
그 말만은 제발 안 나오길 빌었는데. 너봉이의 간절한 소원과는 다르게 순영은 의도치 않게 정곡을 찔러버렸어.
"마냥 좋았죠. 선배가 무얼 하든 어디에 있든 같은 지구 안에서 숨 쉬고 있다는 것만으로 좋았어요. 매일 영상 보고, 사진 저장하고."
"나보다 더 날 잘 알았구나."
"네, 선배에 대해서라면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요."
너봉이 어깨를 으쓱이자 순영은 으음, 하는 소리를 내더니 생각에 빠진 듯한 표정을 지었어.
"나는 너봉씨 안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너봉씨는 오래 전부터 날 알았다고 생각하니까 벌써부터 멀어진 기분이네요."
그래도 괜찮아요. 이제부터 같이 하면 되니까. 그렇죠, 너봉씨? 순영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어.
목소리 참 좋다. 순영의 말 하나하나를 집중해서 듣던 너봉이는 살포시 끄덕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어.
11.
차에서 내린 너봉이는 사진으로만 보던 플레디스 사옥 모습에 헉하고 놀랐어.
너봉네 회사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다른 회사를 가본 적 없어서였지.
순영은 사옥 문을 열고 들어가려다 계속 그 자리에 서있는 너봉을 보고 다시 돌아왔어.
"다른 회사는 처음 와보죠?"
"아, 네... 저희 회사에서 연습생을 처음 시작해서요."
"어, 나도 다른 곳 가본 적 없는데 우리 통하는 게 있네요?"
느닷없이 치고 들어오는 순영의 말에 너봉이의 긴장이 탁 풀리며 웃음이 터졌어.
그런 너봉을 귀엽다는 듯 바라보던 순영은 이제 들어가요 우리, 라고 작게 속삭이듯 말했어.
너봉이는 그런 순영의 얼굴 여기저기를 살펴보다 뒤늦게 정신을 차렸지.
"자꾸 멍하게 있지 마요."
"...아, 죄송해요."
"이런 모습까지 귀여워보이면 내가 이상한 거죠?"
...아마도요. 너봉이 망설임 없이 말을 내뱉자 순영은 너봉이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어.
훅 들어오는 순영의 얼굴에 너봉이 화들짝 놀라서는 몸을 뒤로 젖혔어.
그럼에도 가까운 거리 탓에 너봉이 더욱 내뺐고 중심을 잃어 넘어지려했어.
너봉이 눈을 꼭 감은 그 찰나, 순영이 너봉이의 허리 뒤로 손을 넣어 너봉이의 몸을 지탱했어.
"이런 상황 너무 뻔한데,"
"..."
"상대가 뻔하지 않아서 좋네요."
등 뒤로 느껴지는 힘에 너봉이 슬며시 눈을 뜨자 손 한 뼘도 되지 않는 거리에 순영의 얼굴이 있었어.
당황한 너봉이는 다급하게 순영의 안에서 벗어났어.
애꿎은 머리카락을 정리하던 너봉이는 순영에게 연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고, 순영은 그런 너봉이의 손을 잡아챘어.
"포옹도 한 사인데 손 정도는 잡아도 괜찮죠?"
"네, 니요?"
자연스럽게 손깍지를 끼는 순영과는 다르게, 너봉이는 어찌할 줄 모르고 그저 순영이 걷는 대로 따라 걸었어.
순영은 몰랐겠지만, 순영과의 손깍지가 너봉 인생 첫 남자와의 스킨쉽이었어.
어릴 때부터 연습생을 시작했기에 남자는 커녕, 학창시절을 외롭게 보낸 너봉이었지.
아무리 좋아하는 순영이라고 해도 이렇게 훅훅 들어오니 쑥맥인 너봉에겐 턱없이 빠르게 느껴졌어.
그래도 상대가 순영이라서 싫지는 않았어. 마냥 설레고 부끄러울 뿐이었지.
갈피를 잃고 가만히 손가락을 뻗고 있던 너봉이는 순영의 손에 맞춰 깍지를 꼈어.
너봉이는 보지 못했겠지만, 한참 동안 순영의 입가에 웃음이 걸려있었어.
12.
연습실에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누군가의 모습에 너봉이는 잡고 있던 순영의 손을 재빠르게 놓았어.
그리고는 등 뒤로 제 손을 숨겼지.
순영은 머쓱해진 제 손을 바라보다 이내 후드 주머니 안으로 손을 넣었어.
"어, 순영이 왔어?"
"안녕하세요, 형. 너봉씨도 같이 왔어요."
"와아, 반가워요. 티비로만 보다가 이렇게 직접 만나니까 느낌이 다르네."
순영이 연습실 안에 앉아있던 누군가에게 너봉을 소개하자 너봉이는 폴더 인사를 하며 '안녕하세요, 김너봉입니다!' 하고 인삿말을 건넸어.
"전 순영이랑 친한 안무가고, 이번 콜라보 무대 안무 창작 도와주러 왔어요."
"아, 그러시구나..."
"사실 워낙 순영이가 잘하니까 제가 별로 도와줄 건 없고, 완성되면 피드백만 해주는 편이에요."
그럼 전 연습 끝나고 다시 올게요. 순영아, 잘해라.
이렇게 말하고는 순영의 팔을 두어번 토닥이고는 연습실을 나가는 안무가님이었어.
안무가님이 나가는 걸 확인한 순영은 너봉을 추궁하기 시작했어.
"아까 왜 손 놓았어요?"'
"괜히 누가 손 잡은 거 봤다가 소문이라도 나면..."
"소문이라도 나면?"
선배가 곤란해질 것 같아서요. 그래서 그랬어요. 너봉이의 의기소침한 대답에 순영이 말을 툭 던졌어.
"전혀 아닌데,"
"...네?"
"오히려 좋아요, 난."
너봉이는 순영의 말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어. 순영은 그런 너봉이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이 다시금 입을 열었어.
"내가 말했잖아요. 너봉씨한테 관심 생겼다고."
"..."
"너봉씨, 모르는 척하는 거에요, 아님 정말 모르는 거에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정말 모르겠어요?
알 수 없는 말만 계속 늘어놓으니 너봉이는 도저히 눈치를 채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어.
평소와는 다르게 사뭇 진지한 표정을 한 순영이 그저 어색하기만 했지.
순영은 동공지진이 일어난 너봉이의 눈을 응시하다 이내 뒤를 돌아 연습실 구석에 있는 노트북을 향해 걸어갔어. 이제 연습해요.
너봉이는 달아오른 볼을 차가운 제 손으로 식히며 네, 하고 대답했어.
자꾸만 알쏭달쏭한 순영의 태도에 너봉이는 알다가도 모르겠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 정작 자기 자신이 그런 줄은 모르고 말이야.
13.
"처음부터 같이 시작하진 말고, 각자 독무한 후에 뒷부분만 같이 하죠."
"네, 저도 그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방금 전까지 달달하던 분위기는 어디 가고, 둘 사이엔 비즈니스적인 대화만 오고 갔어.
순영이 일에 굉장히 엄격한 사람으로 유명하듯이, 너봉도 마찬가지였어.
연습을 안 하면 불안해서 잠을 못 잘 정도로 굉장히 노력을 많이 하는 성격이었지. 그런 면에서 너봉과 순영은 비슷했어.
그렇게 각자 개인안무를 짠 순영과 너봉이는 뒷부분의 콜라보 안무를 짜기 위해 고민에 빠졌어.
안무의 장르가 둘은 달라도 너무 달랐거든.
순영은 파워풀한 댄스인데 반해, 너봉이의 춤은 부드러운 춤선에 파워풀한 동작이 살짝 가미된 편이라 접점을 찾기가 힘들었어.
한참 동안 고민하던 둘은 결국 너봉이의 말 한 마디에 결정이 나버렸지.
"스트릿 댄스로 해요."
"할 수 있겠어요?"
"할 수는 있죠. 저 이래봬도 연습생 때 안 해본 장르가 없어요."
그럼 스트릿 댄스로 가죠. 결국 장르를 협의한 너봉과 순영은 본격적인 안무 창작에 팔을 걷어올렸어.
둘 다 워낙 춤을 잘 추는 사람이라 안무 창작에 큰 어려움은 없었어. 오히려 너무 수월해서 당황할 정도였지.
"여기서 허리랑 어깨 더 펴는 게 좋겠어요."
"아... 네."
너봉이의 허리에 한 손, 그리고 어깨에 나머지 손을 얹은 순영이 자세를 교정해줬어.
이렇게 하면 더 선이 예쁠 것 같아요. 조곤조곤한 순영의 말투에 너봉이는 애써 시선을 피하며 알겠다고 말했어.
혼성 콜라보 특성상, 몸이 닿는 스킨쉽이 아니더라도 가까이서 하는 안무가 많은 편인데 그럴 때마다 너봉이는 어색한 티를 유독 많이 냈어.
"내 팔 잡아요,"
순영의 팔을 닿을락 말락하게 잡은 너봉이 답답했던 순영은 너봉의 손 위로 제 손을 겹쳤어.
그렇게 말고 꽉. 그리고 힘을 주어 너봉이 제 팔을 제대로 잡도록 했지.
"나랑 춤추는 게 싫어요?"
"아, 아니에요."
"그런데 왜 자꾸 틀려요."
이렇게 손 닿기만 해도 틀리잖아.
순영의 입장에서는 너봉이 마냥 속상하기만 했어.
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하는 순영이기도 하지만, 너봉과의 연습은 조금 달랐거든.
애초에 순영이 하고 싶어서 밀어붙인 것도 있었으니까.
친해지고 싶어서 일부러 같이 하자고 한 건데, 너봉이는 그런 순영의 속도 모르고 자꾸 뒤로 내빼니까 순영은 내심 속상한거지.
"죄송해요, 정말..."
"..."
"저도 열심히 하고 싶은데, 흐끅,"
순영의 딱딱한 말투에 그저 죄송하다며 사과하던 너봉이는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울음을 터뜨렸어.
순영은 갑작스레 터진 너봉이의 눈물에 당황해서는 어쩔 줄 몰랐어.
"저도,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
"좋은데, 자꾸만, 피하게 돼요,"
너봉이는 울음 때문에 말이 자꾸만 끊겼지만 제대로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애썼어.
전 지금,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좋단 말이에요,
훌쩍이며 말하는 너봉을 말없이 내려다보던 순영이 팔을 뻗어 너봉을 끌어안았어.
"우는데 이런 말해서 미안한데,"
"흐끅,"
"방금 그 말 고백으로 들어도 돼요?"
순영의 후드티에 얼굴을 묻고 울던 너봉이는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순영을 올려다봤어.
"나 좋다고 했잖아요."
"..."
"대답해줘요. 이거 고백으로 들어도 되는지."
상황파악이 덜 된 너봉이는 울음을 그치고 순영의 말에 집중했어. 순영은 너봉이의 눈가에 생긴 눈물자국을 엄지손가락으로 닦고는 다시 말했어.
"나도 좋아요, 너봉씨."
너무 이르게 보일 수 있지만 욕심 낼게요. 더 시간 끌다간 너봉씨 놓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너봉씨가 나 좋다니까 그냥 말할게요.
"토끼야, 우리 사귈래?"
사담 |
안녕하세요, 권순영덕후입니다 >ㅁ< 푹 빠져서 쓰다보니 오늘 분량이 유독 많은 것 같네요. 재밌게 잘 읽어주세요! 참, 2화가 어제 저녁에 초록글에 올랐더라고요 제 글이 뭐라고 이렇게나 좋아해주시는지 ㅠㅠ (눈물광광) 부족한 글 재밌게 봐주셔서 항상 감사해요! 댓글들도 감사히 읽고 있어요 다들 어쩜 그리 예쁜 말만 하시는지 ;ㅁ; 그럼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
♥순영이의 토끼들♥ |
Dly 천사영 메리 밍구밍구 예찬 낭낭 오메 백일몽 고라파덕 세대주 한솥 뿌뿌젤라 유레베 만보네감귤 슬곰 DEL 호시시해 7월17일 요를레히 뿌뿌까까 애정 세븐틴틴틴 코코몽 필소 김녕 치즈쨘 아장이 방울방울해 배고파 크림빵 으갹갹 전늘보 눠예쁘다 칠백 우지별 밍구찡 검은콩 몰몽 넉zzㅏ 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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