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입술을 작게 벙긋거렸다. 아니 잘생긴 얼굴 하고서 나를 막 이렇게 잡아버리면 내가 끝까지 잡아떼려는 걸 포기 할 수 밖에 없잖아. 한숨을 푹 내쉬었다. 요란하게 방 안을 채우던 벨소리는 한창 경쾌한 도중에 끊겨버려 방 안을 더욱 적막하게 만들었다. 나는 전화가 끊긴 핸드폰을 한 번 내려다 본 후 다시 민형이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민형아, 불렀다.
“다 너를 위한 거짓말이였어.”
구라의 연속 끝에 첫 팩트였다. 완전 진심이라고. 그런데 이민형은 내 손을 잡고 있던 제 손을 거둬가더니 내 속도 모르고 인상을 찌푸린다.
“그게 어떻게 저를 위한 거에요.”
저 때문에 맞은 거 잖아요. 민형이가 뒤이어 말했다. 저럴 줄 알았지. 저런 생각 할까봐 내가 말 안 하려고 했었는데. 나는 아까보다 더 무겁게 숨을 내쉬며 민형이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말 할테니까 잘 경청하라는 뜻이 내포되있는 눈빛이었다. 민형이는 그런 내 눈을 피하지 않았다.
“그게 왜 너 때문이야! 걔네가 삥 뜯고 다닌게 문제지.”
“그래도,”
“너 이럴까봐 말 안 하려고 한거야.”
“..”
“너 고삼이잖아. 수능 얼마 안 남은 거 너가 더 잘 알거구.”
사소한 거에 조금이라도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랬어. 분위기가 나름 진지하게 흘러갔다. 수능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오니 더 그런 것 같았다. 그러고보니 진짜, 이제 백일도 안 남았어. 내가 혼자 그런 생각을 할 때, 민형이는 정갈하게 이마를 덮고있던 제 앞머리를 뒤로 넘겼다. 훤해진 이목구비로 다시 나를 쳐다본다. 유난히 붉은 입술이 윗니로 짓이겨져 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무언가 마음에 안 드는 눈치였다.
“이게 어떻게 사소한 거에요?”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로 말한다. 그에 나는 또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럼 지금 너한테 공부 말고 더 중요한게 어딨어(ノ`Д´)ノ 그런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꾹 참았다. 내가 굳이 그러지 않아도 공부 스트레스야 만땅일 거니까. 나는 테이블을 약하게 내리쳤다. 눈까지 부릅뜨며.
“민형아, 나 진짜 괜찮아. 진짜!”
“또 거짓말.”
녀석의 표정은 좀처럼 풀리질 않았다. 내가 볼까지 톡톡 두들기며 괜찮다는 걸 온 몸으로 표현해도 요지부동이었다. 나의 구라파티가 꽤나 괘씸했었나보다. 아니면 아까 잘 들으라는 의미로 뚫어지게 쳐다본 게 영 효과가 없었나. 괜찮다는 내 말을 단칼에 잘라내는 게 꼭 과외 초반의 이민형을 다시 보는 기분이라 뒷목이 서늘했다. 나는 눈동자를 데굴 굴렸다. 내가 잠시 말이 없자 민형이도 입술을 꾹 닫았다. 속이 탔다. 얼굴이 부은 건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아픈 건 아니라고. 주먹을 꾹 쥐며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너 이제 나 좋다며. 아까도 그랬잖아. 나 못 믿어?”
확김에 던진 말에 민형이의 눈썹이 곡선을 그렸다. 그래. ‘손만 잡고 잘게. 오빠 못 믿어?’ 따위의 쌍팔년도 로맨스 대사 같은 말이였지. 녀석은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관자놀이를 꾹 누르더니 말한다. 왜 얘기가 그렇게 돼요?
“나도 때렸어. 걔네도 완전 얻어터졌어!”
나는 쥐고있던 주먹을 허공에 휘둘렀다. 물론 나는 한 대 때리고 걔네는 정재현한테 얻어터진 거지만 그래도 사실은 사실이니까(뻔뻔) 제 코 앞까지 왔다 간 내 주먹에 민형이는 제 몸을 슬쩍 뒤로 뺐다. 그 모습에 나는 순간 놓았던 정신줄을 잡으며 급히 주먹을 내렸다. 나 방금 슈퍼갑님 앞에서 주먹 휘두른 거야? 차마 입을 틀어막지는 못하고 그저 어색하게 웃어보이자, 줄곧 굳은 표정이었던 녀석이 어이가 없다는 듯 바람 빠진 웃음을 뱉는다. 허, 하며 어깨가 작게 들썩이는게 보였다.
“선생님.”
언제 표정을 구겼냐는 듯 한 쪽 입꼬리를 끌어올린 이민형이 상체를 앞으로 숙였다.
“바보죠.”
녀석의 얼굴이 예고도 없이 불쑥 가까이 다가왔다. ..너야말로 왜 얘기가 그렇게 되지요..? (о゚д゚о) 나는 당황한 마음에 빠르게 눈을 깜빡였다. 나도 때렸다는데 어떻게 바보냐는 답이 나올 수 있어! 마음 같아선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싶었지만 나를 빤히 쳐다보는 눈빛에 눌려 입술만 옴짝달싹 거렸다. 민형이는 몇 초간 그런 나를 바라보다 다시 몸을 뒤로 뺐다.
“바보라서 다행인 건가.”
시선을 아래로 옮기며 그런 말을 중얼 거린다. 쉬익.. 입술을 퉁 내민 내가 한 마디 던지려 할 때 즈음, 한동안 조용했던 핸드폰이 또 울리기 시작했다. 역시 같은 사람의 전화였다. 나는 슬쩍 민형이의 눈치를 보며 핸드폰 쪽으로 손을 뻗었지만 제지하는 손길은 없었다. 오히려 받으라며 내게 턱짓을 한다. 나는 입을 쩝 다신 후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정재현. 나는 그렇게 첫 마디를 건넸다.
-수업 아직 안 끝났어? 왜 전화를 안 받아?
“이제 끝났어. 왜 전화 했어?”
오늘 하루 정재현과 처음 나누는 대화였다. 그럼 그렇지. 어제는 내가 정말 일시적으로 이상했던 게 분명하다. 지금은 요만큼도 떨리지 않는다고. 역시 술이든 뭐든 잠이 최고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으며 정재현의 대답을 기다렸다. 민형이는 아까 정리하던 프린트물을 다시 뒤적이고 있었다.
-빨리 내려와. 나 밑이야.
“뭐? 어디 밑?”
-어디긴. 너 과외하는 아파트지.
뭐?! 곧 나의 큰 소리에 도로 내 쪽을 보긴 했지만. 나는 이민형의 시선에도 좀처럼 놀란 표정을 감추질 못했다. 아니 연락도 없이 왜? 당황스런 마음에 목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일단, 답했다. 알았어. 나 지금 내려 가. 어, 어. 정재현이 무어라 다시 말을 하기 전에 그 말을 끝으로 얼른 전화를 끊었다. 나는 아까부터 챙겨놓은 가방을 어깨에 걸쳐 멘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민형아, 나 이제 가야겠다.”
“..어제 그 친구분이에요?”
“응. 지금 밑에 있다고 해서.”
내가 일어나자 민형이도 따라 일어났다. 나는 핸드폰을 가방 앞주머니에 넣으며 방을 나간 후 곧장 현관문으로 향했다. 현관 쪽으로 가까이 가자 센서가 반응한 건지 불이 켜지며 주위를 밝혔다. 나는 끙차끙차 신발을 신은 후 말했다. 공부 잘 하고, 궁금한 건 꼭 물어보구. 그리고 이건 혹시나 하고 하는 말인데, 내 걱정은 하지 마..! 민형이는 그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수능이 제일 문제네.”
“뭐라고?”
“아니에요.”
민형이가 뭐라고 한 것 같은데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너무 큰 바람에 듣지 못했다. 고개를 돌린 내가 녀석을 쳐다보자, 아니라며 눈가를 비빈다. 안녕히 가세요. 곧 인사와 함께 목을 까딱이는 민형이에게 나는 손을 몇 번 흔들어보이곤 집을 나왔다. 아, 첫 수업 후로 최고로 머리 아팠던 시간이었어.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엘레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빨리 내려가야했다.
“정재현!”
아파트 단지 밖으로 나가자 보이는 건 흰티에 청바지, 가방 하나 들고 있지 않은 정재현이었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주위가 제법 어두웠는데도 단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내 부름에 정재현이 고개를 돌렸다. 나는 발걸음을 빨리 했다.
“웬일이야? 근처에서 약속 있었어?”
후다닥 걸어가니 금방 정재현 앞이였다. 나는 가방을 고쳐 메며 녀석을 올려다봤다. 내 물음에 정재현은 고개를 저으며 아니? 하고 대답했다. 그에 나는 미간을 좁혔다.
“그럼 여기 왜 왔어?”
“..”
“...”
“너 데리러.”
그런 나를 잠시간 바라보던 녀석이 나지막이 말했다. 바람이 불었다. 이제 가을이라고 제법 선선했다. 정재현의 머리가 옅게 흔들리는 게 보였다.
“..너가 왜?”
“걱정 돼니까.”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한숨 자고 일어나니까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줄 알았는데. 정재현이 무심한 듯 툭 던지는 말에 나는 또 저 눈에 홀려버렸다. 또 잘생겼어. 또 멋있어. 또 떨려. 입술을 꾹 깨물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정재현은 제 한 손을 들어 내 부은 뺨을 만지작 거린다. 제대로 부었네. 약 바른 거 맞아? 어제 그렇게 급하게 들어가더니, 혼자 보내는 게 아니였다 역시. 혼자 중얼거리는 말이 주변 모든 소음을 뚫고 귓가에 닿았다.
“김여주.”
“..왜.”
“어제.. 내가 너 안은 거 말이야.”
줄곧 내 볼 쪽만 쳐다보던 정재현이 시선을 올려 내 눈을 바라봤다. 그렇게 시선이 맞물렸다. 녀석은 천천히 손을 내리며 말을 머뭇거렸다.
“미안하다고?”
저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까 두려워 선수를 쳤다. 나는 어색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녀석의 팔을 툭 때렸다. 그러자 정재현이 시선을 제 팔로 한 번 내렸다가 다시 나를 쳐다본다. 그 사이로 흐르는 공기마저 잔뜩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왠지 모르게 어색하다는 거다.
“야 됐어. 괜찮아. 너도 놀래서 그랬던 거잖아.”
그리고 그 새끼들 또 마주치면 그땐 나한테 얻어터지는 거야! 그런 말을 하며 내가 먼저 등을 돌렸다. 이런 상황에 정재현을 계속 보고 있는 건 위험했다. 나는 애써 다시 생각했다. 나 오늘까지 이상한 걸로 하자. 오늘까지 정신 나간 거야. 오늘까지. 진짜 오늘까지. 정재현과의 어색함은 곧 죽음이었으니까.
아, 망했다.
“저번에 먹어보니까 여기 까르보나라도 괜찮더라. 너 그런 거 좋아하잖아.”
“..”
“연어 샐러드도 맛있던데.”
어제 분명 오늘까지만, 오늘까지만 했는데 오늘까지만은 무슨.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계속 정재현 생각밖에 안 했다. 개강 전에 점심이라도 같이 먹자며 데이트 대신 나를 선택해주신 정수정의 연락도 거의 유체이탈 상태로 오케이를 했었다.
“김여주.”
그뿐인 줄 알아? 화장 하려고 거울을 봤는데 정재현이 보였다. 외출복으로 갈아입으려고 옷장을 열어서 아무 생각 없이 잡은 건 작년 생일날 정재현이 사준 옷이었고. 집을 나서기 전 시계를 봤을 때 한 생각은 무려 정재현 점심 챙겨 먹었을까 였지.
“야 김여주.”
“..”
조금 이러다 말 거라고 생각했던게 생각보다 길게 이어지니 덜컥 겁이 났다. 정수정이 데이트 중 발견한 엄청난 맛집이라고 데려온 레스토랑의 메뉴판을 들여다본지 10분 째였지만 사실은 한 글자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 머릿속이 온통 그 자식이었다. 나 진짜 어떡해. 멀쩡히 잘 살다가 왜 갑자기 이러는 거냐고. 답답한 마음에 울상을 지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김여주!!!!!!”
“정재현!”
그때였다. 정수정이 소리를 빽 지른 것이다. 룸 안이여서 다행이지, 아니였다면 주위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다 쳐다볼 정도의 데시벨이었다. 대신 문제는 내 입에서 튀어나왔다. 너무 놀란 나머지 머릿속에 있는 걸 그냥 꺼내버렸으니. 대답마냥 정재현을 외쳐버린 나는 헙, 하고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야 나 진짜 미쳤냐? 다리가 달달 떨리기 시작했다. 눈치백단인 정수정이 못 들었을리가 없다. 나는 앞에 앉은 정수정을 힐끔 쳐다봤다.
“너 방금 정재현이라고 했지.”
아니나 다를까, 그 짧은 순간에 눈이 마주친 정수정은 단번에 내 미친짓을 꼬집어낸다. 나는 어색하게 손을 내리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냐. 너 방금 그랬어. 정재현이라고 했어.”
“아니야. 아니라고.”
차마 정수정의 눈을 보지 못하고 얼마 안 가 고개를 푹 숙인 나는 더욱 세차게 고개를 저으며 반박했다. 주문이라도 걸 수 있으면 당장이라도 레드썬을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그런 내 강한 부정에도 불구하고 정수정은 메뉴판까지 내려놓으며 나를 주시했다. 고양이 눈매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굳이 눈을 마주하고 있지 않는데도 앞통수가 뜨거웠다.
“뭐냐? 정재현 생각하느라 부르는 것도 못 들은 거야?”
“아니라니까..?”
“내 눈이라도 보고 아니라고 하던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정수정의 짙은 레드립, 오똑한 코, 마침내 속눈썹이 풍성한 눈까지 시선을 올린 나는 바싹 마른 입술을 혀로 축였다. 정수정은 그런 나를 보며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꽤나 사악한 표정이었다. 이미 다 눈치 챈 게 분명하다. 아니라는 말은 백 번 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거다.
“정재현이랑 무슨 일 있었지?”
“그냥 좀 싸웠어.”
“웃기시네. 정재현이 너한테 다 맞춰주는데 너네가 어떻게 싸우냐?”
아, 내 주위 사람들은 왜이렇게 머리가 잘 굴러가지. 그냥 좀 속아주면 안돼? 아무리 날뛰어봤자 너는 내 손바닥 안이라는 듯이 코웃음을 치는 정수정을 보며 한숨을 내쉬다 일단 메뉴판을 다시 잡았다. 야, 음식 안 시켜? 배고파 죽겠다. 두 눈을 메뉴판에 박고 어영부영 넘어갈 작전이었는데, 그것도 곧 메뉴판을 잡고 확 내려버리는 정수정의 손길에 물거품이 돼버렸다.
“뭔데? 무슨 일인데?”
“죽어도 말 못해.”
“싫음 말고. 정재현한테 다 말하지 뭐.”
“미쳤어?”
“아니. 완전 정상. 찔리면 말하시던가.”
이거야 뭐, 완전 독 안에 든 쥐였다. 정재현한테 말하겠다며 핸드폰을 들어 딸랑딸랑 흔들기까지 하는 정수정을 보며 입을 떡 벌렸다. 친구 맞아?(울컥) 나는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정수정을 바라봤다. 꼭.. 들어야 겠냐..? 간절한 내 말에도 정수정은 고개를 까딱, 끄덕였다. 나쁜 기집애.
“아니 어저께 내가 불량배들이랑 시비가 붙었단 말이야..”
“뭐? 아니 일단. 그래서.”
“근데 그때 정재현이 도와줬단 말이야..”
하는 수 없이 천천히 운을 뗐다. 정수정의 눈이 먹을 걸 포착한 독수리처럼 순간 반짝였다. 죽어도 말 못한다고 했던 거 입 밖으로 꺼냈으니 그냥 말하고 죽자.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또 한 번 숨을 작게 내쉬었다. 무겁게 뱉은 숨이 바닥까지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정수정은 계속 말 하라는 듯이 나를 바라봤다. 마음 같아선 테이블을 엎고 식당을 나가고 싶었지만 내가 저지른 미친짓이 정재현의 귀로 들어갈 바에야 그냥 정수정한테 말을 하는게 나았다. 나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고 잠시 눈치를 봤다.
“그 후로 걔가..”
“..”
“조금..”
“..”
“잘..생겼..”
“..”
“아, 뭐 그렇다고.”
말을 끝내는 동시에 나는 고개를 휙 돌렸다. 시선을 바닥으로 내려꽂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뒷목부터 점점 열이 오르는게 느껴졌다. 학교 다닐 때 누군가 정재현 잘생겼어, 라고 하면 저게 무슨 잘생긴 거냐? 하고 콧방귀를 끼던 나였다. 그런 나를 옆에서 지켜본게 정수정이었고. 내 스스로 10년짜리 흑역사를 창조했다는 생각에 착잡한 마음으로 앉아있는데, 앞에서 정수정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귓가를 찔렀다. 진짜? 진짜로? 드디어 정재현이 잘생겨보여? 박수까지 쳐가면서 즐거워한다. …진짜 너무 쪽팔려.
“야. 너 그거 정재현한테 딱 반한 거야.”
조금 후 진정한 정수정이 말했다. 개소리였다. 나는 미간을 좁히며 다시 고개를 들었다.
“아 제발. 이상한 소리 좀 하지마.”
“아니 생각해봐. 그런 거 아니면 걔가 왜 갑자기 잘생겨 보이겠어.”
너 이제 걔랑 있으면 막 떨리고 그러지? 정수정이 배트를 잡고 휘둘렀다. 연타였다. 나는 아무 대답도 못하고 얼굴을 테이블에 박았다가 다시 들었다. 다 사실이었으니까. 입술을 퉁 내밀며 정수정을 바라봤다. 그래도 반했다는 건 인정할 수 없었다. 누군가에게 반했다는 건 좋아한다는 건데. 내가, 정재현을? 말도 안되잖아.
“좋은 거 아니야? 너도 이제 새로운 사람 만나야지.”
“그게 정재현이라고?”
“지금 네 상태를 보면.”
정수정이 어깨를 으쓱였다. 일순간 숨이 가쁘게 뛰었다.
“아니야. 정재현은 안돼.”
나는 한참 잃었던 말을 힘겹게 뱉었다. 왜 안되는데? 내 말이 마음에 안 드는지 한껏 표정을 구긴 정수정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 문득 정재현을 떠올렸다. 장장 20년을 넘게 본 얼굴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유는 간단했다.
“..”
“...”
“나랑 걔랑 친구잖아.”
잘생긴 게 이상하고, 떨리는 게 낯설고, 좋아하는 걸 인정 할 수 없는 이유. 모든 게 그 한 문장으로 정리됐다.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 주위는 정적이 흘렀다. 정수정이 찌푸렸던 표정을 서서히 풀며 말없이 나를 바라본다. 정재현과는 평생 친구를 수도 없이 약속했던 사이였다. 초등학교때까지 주고받았던 생일 편지만 봐도 딱 각 나오잖아.
그다지 길다고 볼 수 없는 21년 인생에 정재현을 빼면 남는 건 아무것도 없다. 내 순간의 판단에 모든 걸 무너뜨리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까, 나한테 정재현은 그러면 안되는 사람이었다. 잘생기면 안되고, 떨리면 안되고, 좋아하면 안되는. 그래서 무의식 중에도 아니라고 스스로 다독인 거일지도 모른다.
“...너네 우정 진짜,”
“..”
“눈물 겹다 눈물 겨워.”
정수정은 그런 말을 하며 쯧 하고 혀를 찼다. 그런 정수정이 무어라 말을 이어가려 다시 입을 여는데, 별안간 벨소리가 울렸다. 내 핸드폰에서 나는 소리였다. 나는 앞 쪽으로 고정했던 시선을 내렸다. 이민형 석자가 찍혀있는 화면에 눈을 두어번 깜빡이다 손을 뻗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그 짧은 와중에 문제를 물어보면 어떡하나 싶었다. 지금 밖이라 바로 풀어줄 수도 없는데. 민형이는 내가 전화를 받았는데도 한동안 대답이 없었다. 그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민형아? 하고 한 번 더 부르자, 그제서야 녀석이 목을 푸는 소리가 작게 들린다.
-선생님.
“응 민형아.”
-저 집 나왔어요.
피치크러쉬가 드디어 2n화에 들어섰네요 (감격)
19화 댓글로 빵재 재현윤오 이마트 암호닉 신청해주신 분들..! 기존 암호닉과 겹쳐서 다른 암호닉 신청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조만간 암호닉 정리글 한 번 올려야 할 것 같아요. 그동안은 신청해주신 순서대로 적었는데 찾기 불편하실 것 같아서ㅠ ㅠ 날 잡고 가나다 순서로 정리 해보겠습니다..ㅎ^ㅎ!
저번화 댓글.. 무슨 일인가요 여러분.. 저 18화 답글 달려구 인티 들어올 때마다 쪽지수 보고 허업 했잖아요T^T 초록글 1위도 너무 감사드립니다 엉엉
아 그리고 저.. 18화 답글 다 달고 독방 들어갔는데 들어가자마자 피치크러쉬 언급글이 있더라구요..@//@ 댓글 보고 아 글이 독방에서 언급이 몇 번 됐었구나 생각은 했었는데 실제로 본 건 처음이라 너무 신기했어요ㅋㅋㅋㅋㅋ 저 거기 댓글 남겼는데.. 본인 표출일까봐 얼른 지웠거든요 희희.. 재밌게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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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배경음악 엠버가 부른 Need To Feel Needed 입니다! 노래 너무 좋죠T^T
피치크러쉬에 사용된 배경음악은 역시 후기편에 리스트로 다 적어드릴게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