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
오십줄은 한참 넘어보이는 늙은 선생이 교탁을 발로 세게 찼다.
쾅- 하는 시끄러운 소리에도 전혀 개의치 않던 학생들은, 전학생이 왔다는 흔한 말 한마디에 별 흥미없는 듯하면서도 슬그머니 자신들의 말소리를 줄였다.
"우지호."
"와, 씨발."
"전학생 존나 니 취향이요."
"저 새끼 졸업하기 전에 내가 따먹는다."
"우지호 남우현 입."
"네- 네-"
여전히 시끌벅적한 말들 속 자신을 향한 음담패설에 재효는 침을 삼켜 마른 목을 애써 축였다.
왜 하필 아버지란 작자는 이딴 학교에 보내서.
사실 저들이 말로만 그럴 뿐 절대 시도 못할 것도 알고, 시도한다고 해도 자신이 저지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양아치, 조폭들로 가득하다는 이 대한민국 최고의 꼴통 학교에서는 자신의 아버지 이름만 대도 꽤 편하게 생활할 수도 있을 터다.
그러나 자신을 따먹는다. 그러니까 강간한다 따위의 소리를 듣고 기분 좋을 위인이 있을리가.
"전학생 인사해라."
"안재효."
"더 말할 건 없나?"
"없습..
"그럼 아무데나 빈자리에 앉고. 나머지는 다 쳐자든 자습하든 마음대로 해라. 조례 끝."
진짜 씨발이네.
선생에 의해 말이 잘려버린 자신을 향해 킥킥대는 소리가 주위에서 들려왔다.
다행히 맨 뒷줄은 덩치 큰 한 명이 엎어져있는 꼴 외에는 볼 것이 없었다.
최대한 남들과 먼 쪽. 다른 새끼들과 교류가 없을 곳을 찾다가, 그나마 마땅한 교실 맨 구석에 가방을 놓고 아까 본 덩치처럼 엎어져 누웠다.
자면 되는거야. 매일 쳐자다가 졸업장만 떼고, 아버지 일을 돕자. 여자들도 끼고 살자. 문득 서울에 있을 때 오누이마냥 친하게 지냈던 한 창년이 떠올랐다.
그 창년은 고아 출신이었다. 유난히 감자를 좋아하던 탓에 제일 흔한 김 씨라는 성에 감자라는 유치하고도 생소한 이름을 붙혀 김감자라고 부르던 생각이 났다.
추억이라 하기에는 너무 추악한 기억 조각들. 아마도 그 년때문에 중학교 이학년이라는 어린 나이에 섹스를 배웠고 술도 배웠다.
조폭인 아버지는 내가 다 자라기 까지는 다른 사람들보다 순수하면 순수했지 타락한 아이로 키우고 싶진 않다는 소망을 가졌었다.
사람까지 죽여본데다가, 겨우 그 과거가 묻히려는 시점에 같은 반 찌질이들을 반 죽여 놓은 나에게 적어도 졸업장을 기대하는 것은 아마도 그 소망때문이리라.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아버지는 중학교 삼학년 겨울방학즈음에 겁도 없이 클럽에서 몸을 섞고 있던 나와 그 년을 발견하고는 매우 화가 나 그년을 죽기 직전까지 폭행하여 클럽 밖으로 내쫓았었다. 내겐 고작 경고의 의미였던지, 아버지 아래의 조직원들은 널부러진 그년을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날 강제로 끌고가 나로 하여금 그년에게 폭력을 행사토록 하였다.
물론 지금과 마찬가지로 정신병적인 성향이 없지 않았던 나는 그 폭력을 이상할 정도로 즐겼고, 그 년은 죽었다. 내 첫 살인의 희생자였던 그 년은 다니던 중학교 뒷산에 묻혔다.
그 녀의 무덤 언저리에 감자를 두 세 알 묻어놓고, 입가 가득 미소를 띄우고 무덤 위에 올라가 뛰놀기도 했었다. 사실 내가 봐도 난 예나 지금이나 미친 새끼임에 틀림없다.
"재효야아."
엎드린 나를 쿡쿡 찔러 깨운 놈이 역한 말투로 내 이름을 부른다.
무시할까 말까-
"어."
하다가 결국 대답하고야 만다.
살짝 고개를 들어 얼굴을 보니 따먹는다느니 건들지마라느니 온갖 섹드립을 운운하던 우지호란 놈이다.
"으와아.. 너 가까이서 보니까 더 꼴리게 생겼다."
"아가리 째버리기 전에 쌉치는 건 어떨까."
"응응. 니가 쌉치라면 쌉쳐줘야지. 꺼져줄까아?"
"어."
"웅웅. 잘있어어."
가까이서 보니 솔직히 괜찮은 면상인데 왜 저러고 다닐까.
째진 여우 눈에 코는 좀 큰게 존나 선녀보살같이 생겼지만 페이스 자체는 잘생긴 것도 같았다.
조직에 저런 형도 있었던 것같다. 죽도 들고 설치다가 정수리에 제대로 맞고 사망한 병신같은 형이었다.
저렇게 생긴 사람은 다 병신인가봐. 금새 수긍하고 다시 편히 자세를 잡으려는데 또 옆에 누군가 와서 치근덕댄다.
고작 해봐야 다시 온 코 큰 새끼겠지, 하고 1교시가 시작되려는 찰나 눈을 감는다.
-
점심시간.
몇 시간동안 미동도 않고 잔 내가 경이로울 지경.
찌뿌둥한 몸을 억지로 스트레칭하며 돌아온 의식을 맞이한다.
물론 예상대로 내 옆에는 코 큰 새끼가 자고 있었다.
별로 먹고 싶지 않았지만, 이 또라이를 어떻게라도 피해야할 것같아서 억지로 매점을 찾아 향한다.
"안재효."
"쌉치라고 입 좀."
"너 나 기억 못하지?"
"..."
"너 따먹게 되면 얘기해줄게-."
적어도, 초면이기를 바랬다.
| 쀙 |
프롤로그랑 길이는 비슷하고 내용도 진전안됬지만 나름일편이에요ㅠ 장편은 처음 써봄.. |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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