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박찰박 거리는 소리와 함께 들리는 말굽소리와 마부의 소리가 겹쳐 들리며 새벽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어두운 다락방과는 다른 분위기에 밖을 보여주는 작은 창문은 나 유일한 유흥거리이자 탈출구이다.
그저 묵묵히 창밖을 바라보면 풍경을 눈으로 곱씹고, 다시 한번 냄새로 곱씹는 것뿐이다. 하지만 이것도 나에겐 사치라는 듯
푸르스름한 빛이 조금이라도 보일 때면 여지없이 밑에서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하녀로 팔려온 지 5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날 부르는 소리는 여지없이 공포로 다가온다. 하지만 여기서 더 시간을 지체하면 조용히 지나갈 수 있는
아침을 망치고 말 거라는 것을 알기에 빠르게 일어나 주섬주섬 준비하며 계단을 구르는 듯 내려간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이라는 듯 앞다퉈 내 앞으로 치고 나간다.
'쿵-'
거리는 소리와 함께 내 몸은 계단 밑으로 떨어져 버렸다.
또 넘어졌다 5년 전 그 일 때문에 늘 다리에는 힘이 다른 이들보다 약했던 난 계단을 바삐 오르내릴 때 한번 씩 구르고는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천천히 나올걸 싶다 늦게 나와서 혼이 나든 넘어져 혼이 나든 매질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날 불쌍하게 쳐다보는 눈들 사이로 늙은 노파의 얼굴이 보인다.
처음 보는 얼굴이다
그 할머니를 따져볼 시간도 없이 내 머리채는 가차 없이 투박한 손에 잡히고 만다. 날카롭지는 않지만 큰 비명소리가 내 입을 통해 나오고 있다.
"그만 하는 게 어떤가?"
점잖지만 늙었고, 다정하지만 명령하는 듯한 목소리가 할머니의 입을 통해 나와 내 귀에 박혀든다.
"그리 잘못한 것도 없어보는데, 그리고 오늘은 귀한 손님이 오니 그 정도만 해두는 게 좋지 않을까 싶네 그리고 그 정도면 그 아이도 충분히 벌을 받은 것 같은데"
이 말이 흐른 뒤 몇 초 되지 않아서 내 머리에서 손이 떨어졌다.
처음이었다. 내가 울고불고 빌어도 떨어지지 않던 손이 저 말 한마디로 쉽게 아주 쉽게 떨어졌다.
신기하기도 했고 오늘 오는 그 손님이 누구길래 저런 파급력을 가지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하녀라는 일이 그렇듯이 넌 궁금해할 겨를도 없다는 듯 순식간에 배정되는 일 때문에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떤 손님이 오시길래 이런 어마어마한 족히 30인분은 돼 보이는 음식을 차리는지, 한 번도 따로 주었던 적이 없는 옷을 주며 입으라고 하는지, 부러웠다.
그리고 시간은 바삐 흘러 내가 궁금해하던 손님이 오는 시간이었다.
그에 맞춰 우리는 여느 때와 같이 주인을 맞이하듯 문 앞에서 허리를 꼿꼿이 펴고 손님을 위해 허리를 숙였다. 완전한 복종이었다 몇십 명이나 하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을 위해서만 허리를 숙이고 있다. 그가 다시 한 번 더 궁금해졌다.
고개를 살며시 들어 그를 쳐다보니 내 예상과 은 완벽히 빗나갔다는 듯이 의외의 인물이 서있었다.
그는 내 취미생활이라고 하기에는 초라한 그 유흥거리에 늘 끼여있던 사람이었다.
밖을 내려다보면 부랑자의 차림으로 거리를 거닐던 그 남자였다.
새벽바람에 취해 밖을 넋을 놓은 듯 쳐다보면 늘 그는 날 쳐다보며 부랑자의 차림으로 날 바라봤다.
그리고 난 그를 보며 위안을 얻었다.
저자보다는 내가 나은 것 같다. 이렇게 말이다.
그 때문인지 내가 몰래 훔쳐 온 퍽퍽한 빵 조각을 나눠주며 그가 혹여나 나에게 말을 걸까 더러워 했던 그가 저기에 주인과 같은 차림새로 번듯하게 서있었다.
서러웠다. 내가 보고 위안을 얻던 사람은 나 따위가 쳐다도 못 볼 자리에 서서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가 더러워하던 사람은 날 보고 더러워 하고 있다.
입안에 가시가 돋고 쓴 물이 올라왔다. 아주 많이 서러웠다.
그렇게 내가 서러워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즈음 그 침묵을 깨고 말이 들려왔다.
"이 아이는 이름이 뭐지?"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이유를 모르는 나는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부랑자였던 지금은 내가 쳐다도 볼 수 없는 자리에 있는 그가 내 앞에 서있었다.
옆에 서있던 집사가 당황하며 어물거렸다.
저 미친 자가 내 머리채나 잡던 미친놈이 내 이름을 알리 없었다.
그저 내가 눈에 보이면 때릴 뿐이었던 미친놈이 알리가 없었다.
"그런 하찮은 아이의 이름이 중요한가요? 저 아이말고도 저의 저택에는 아름다운 여인들이 살고있습니다 그리고 그 여인들을 제가 숨겨 놓았습니다 김남준 공작님 자그마한 저택이기는 하지만 매력있는 여자들이 숨고 찾는 소소한 재미를 느끼기에는 제격인 곳이죠."
안녕하세요...처음글써봅니다 하하하하하하핳 정말 수치스럽네요...그렇지만 팬심으로나마 적어봐요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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