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루민] 로멘스? 그딴건우리사이에없어 INTRO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e/e/1/ee114accb694cabc7232557a0d72f71c.gif)
[로멘스? 그딴건우리사이에없어] (부제:루한이 선명하게 김민석을 핧고있었다(루선김핧))
W. 찐두
밤 공기가 찼다. 한국의 겨울바람은 너무나도 매섭고 시려워서 아무리 옷깃을 단단히 여며도 칼날처럼 스며드는 서늘함에 온몸에 진저리가 났다. 뺨을 햘퀴고 지나가는 바람은 이따금 나를 꾸짖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칠흑같은 어둠; 아무것도 없는 듯 까맣기만 한 거리가 나를 집어삼키는 듯해서 숨이 막혀왔다. 이 차갑고 슬픈 밤에, 나는 정처없이 걸었다.
답을 찾는 것은 아니였다. 인정하기 싫어도 이미 가슴으로 아는 현실에 나는 도망칠 수도, 현실을 직면할 수도 없었다. 너무나 분명한 사실은 오히려 받아들이는 자의 가슴을 도려내는 상처를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나는 그저 여리고 나약한 열여섯살의 소년이였다. 거울처럼 투명한 진실은 거울너머의 세상을 비춰주었지만, 또 그렇기에 나에게 거울속의 세상은 내가 절대 닿을 수 없음을 속삭였다. 거울은 깨부수면 그에 비춰진 나의 모습이 망가질뿐, 그속에는 절대 닿을 수 없다는 너무나 당연한 진실을. 불현듯 떠오르는 얼굴은 나에게 말하곤 했다;
너와 내가 같이 행복해지는 결말은, 적어도 이 세상엔 없다고.
*
새로 맞춘 교복이 답답했다. 아직 수업이 시작하기 전, 복도에서 아이들은 활기차게도 뛰어다니고 있었고 몇몇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그리도 반가울까,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활짝 피우고 있었다. 시끄럽다고 야단치는 학생주임의 목소리마저 오늘은 반가운듯 했다. 덥고 끈적했던 여름은 슬슬 제 힘을 다해 지쳐가고, 하나둘 올라오는 단풍들은 말해주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가을이 슬금슬금 다가오고 있었음을. 하지만 누구에게나 첫 날이 기쁜것만은 아니다. 가령, 전학생에게는 제일 지옥같은 날일지도 모른다.
“루한학생같은 경우가 흔하지가 않아요. 보통 그 나이에 유학가면 그대로 거기서 졸업하지.”
“아...네....”
“여기 시간표 챙기고. 반배정이 아마... 6반이네, 어디보자... 장 선생님 따라가면 나머지 것들은 다 설명해주실거에요. 교무실에 연락넣어 놓을테니까 거기서 장희라 선생님 찾으면 돼요. 4층 제일 끝에 교무실.”
행정실의 정신없는 여자는 말이 많았다. 짧은 단발머리에 도수짙은 안경을 쓰고, 또 독한 향수는 코를 찌르는 전형적인 사무실 여자였다. 이것저것 알려주고 이제 알아서 찾아가라는 말에 어찌어찌 행정실 밖으로 나오긴 했지만 여기가 어딘지 나는 누구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정신없이 복도에 서있길 한참, ‘전학생인가봐..’ 하며 소곤거리며 지나가던 학생들도 하나둘 없어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수업종이 쳤다.
루한은 어쩔 수 없이 한숨을 푹푹 내쉬며 걸음을 뗐다. 하... 진짜 첫날부터 진짜 혼자가라마라.... 나보고 어쩌라는거야... 아 4층이면 젤 윗층일텐데.....
혼자 투덜대며 시간표를 대충 가방에 쑤셔넣던 루한이 주위를 둘러보며 계단을 찾아나섰다. 딱히 교무실 찾아가는게 어려운것도 4층까지 올라가는게 힘든것도 아니였지만, 늘 그렇듯 전학생의 발걸음은 무거웠고 그의 입은 되도 않는 투정으로 가득했다.
슬그머니 여기저기를 둘러 보며 계단가로 향하려는데, 어디선가 사람이 달려오는 소리가 났다. 뒤이어 학생주임이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함께 울려퍼졌다. 온 복도를 쿵쾅쿵쾅 울리며 미친듯이 달려오는 소리의 주인공을 보기까진 오래 걸리지않았다.
“씨발...”
갑자기 느껴지는 복부의 통증에 루한은 짧은 외마디 비명을 지른채 쓰러졌다.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기분에 욕이 터져나오는 걸 겨우 막은 루한이 일어나려고 하자, 그제서야 자기 위해 무언가가 엎어져있다는 걸 알아차리곤 깜짝 놀랬다. 그리고 그것이 사람이였음을 깨닫고는 다시 한번 깜짝 놀랬다.
“어우 슈밤 머리야..... 아 나 지각인데! 아씨... 미안해!!”
언제 넘어졌냐는듯 금세 일어나 다리를 툭툭 털던 소년이 말했다. 조금은 미안한지, 그리고 또 조금은 쑥쓰러운지 짧게 툭 한마디를 뱉곤 다시 쏜살같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뭐?”
사태를 파악할 새도 없이 다시 달려가는 그 작은 아이의 뒷모습을 망연자실하게 바라보는 루한의 눈은,
“뭐라고?....이 씨발 땅꼬마같은새끼가...”
분노로 불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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