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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이 시끄러워서 싫다는 김태형은 쿵쿵거리는 울림은 좋다고 했다. 여자들이 앵기는건 싫지만 사람이 붐비는건 좋고, 술은 써서 싫지만 술에 쩔어 알딸딸한 분위기는 좋다고 했다. 한마디로 존나게 모순적인 새끼였다. 이불 밖은 위험하다면서도 미친놈 소리 나오도록 얇게 입고도 밖으로 잘만 나돌았다. 그리고 지금은 새벽 1시가 넘어간다. 좆같은새끼. 차라리 김태형 군대갔을 때 잠깐 만났던 민윤기랑 그냥 사귀는게 나을뻔 했다. 내가 민윤기랑 만났었단걸 들은 김태형은 의외로 덤덤했다.

나 좋아하지?

응.

그럼 됐어.

응?

나도 너 좋으니까 됐다고.

그땐 우리 서로 좋아하니까 됐다고 알아들었다. 맞긴 맞는데 그 속에 숨은 뜻은 몰랐었다. 너도 나도 서로 퍼스트니까 다른 사람 만나는거 터치하지 말자. 이딴 개소리라는건 몰랐었지. 아무튼 그렇게 넘어가고 몇달 후에 자취방을 합쳤다. 엄마가 알면 뒷목 잡고 쓰러졌을텐데 어쨌든. 합치고 처음은 좋았지. 신혼부부 느낌도 나고. 근데 그것도 얼마 못갔다. 이틀에 한번 꼴로 늦게 들어오는 김태형은 올때마다 술에 쩔어왔다. 가끔은 여자도 달고 왔는데 꼭 지같이 좆같은 년들만 달고 왔다. 씨발 빡치네. 아무튼 그렇게 한 이주 갔나? 도저히 못참겠어서 나도 똑같이 굴었다. 상대가 좆같이 굴면 나도 좆같이 구는게 정석. 모임이란 모임은 다 나가서 마지막까지 버티다 들어가고 클럽 죽순이 소리 들을정도로 클럽에 들락거렸다. 그랬더니 존나 웃기게 김태형 얼굴 보는것도 힘들었다. 같은 집 살면서 집에서보다 학교에서 더 많이 볼 정도. 한달정도 그랬나. 오랜만에 집에서 얼굴 맞댄 김태형이 아침을 차려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얼굴보기 힘드네. 

누구 때문에. 

누구가 누군데. 요즘 만나는 애?

뭐래.

말해주기 싫어?

지랄 마. 

왜 난 소개 시켜주려고 했는데. 

뭘. 

나 만나는 애. 

뭐하는 애?

만난다고. 

미쳤냐?

너도 민윤기 만났잖아. 

미친새끼. 

난 너 미친년이라고 하기 싫다. 

소개 안받아 씨발아. 

아마 그랬던것 같은데 김태형 미친새끼가 진짜로 그 기집애를 집에 데려왔다. 벨도 없는년. 누가봐도 동거인인 내앞에서 얼굴 붉히면서 수줍게 인사하는데 솔직히 쌍판떼기를 갈아엎고싶었다. 똑같은 연놈들끼리 존나게 예쁜사랑 하시라고 그대로 나와버렸다. 그리고 지기 싫은 마음에 고백받고 깠던 전정국을 만났다. 애새낀 또 언제 다른년한테 고백을 했는지 받았는지 애인이 있는 상태였는데 까고 말했다. 서로 세컨이라고. 끅끅거리면서 웃던 전정국은 알겠다고 했다. 내 주위엔 미친새끼들밖에 없구나 싶어서 헛웃음이 났다.

그렇게 나는 전정국이랑 김태형은 셀 수도 없이 많은 년들이랑 붙어먹으면서 몇달을 지냈다. 아 정정. 난 전정국이랑 붙어먹진 않았다. 그냥 서로 시간 떼우는 정도. 보고싶은 영화나 같이 봐주는 그러고보니 그러면서 전정국이랑 꽤 친해졌다. 같잖은 연애놀이 때려 치우고도 전정국이랑 꽤 만났던것 같다. 한 번쯤 술에 취해서 위험할뻔 했던 적은 있는데 미친년처럼 웃음이 터져서 그 밤은 그냥 헤프닝으로 끝났다. 덕분에 선도 깔끔히 그었고. 근데 김태형은 자르는 선이 아니라 잇는 선을 존나게 긋고 다녔다. 

그렇게 흘러서 지금까지. 나도 참 병신같이 김태형이 다른년 만나고 다니는거 빤히 알면서도 놓지를 못했다. 뭐 대단한 새끼라고 그러는지. 씨발 잘생기긴 했다. 존나 잘생겼지 김태형. 근데 아무리 얼빠라도. 랜선연애하는 내가수가 열애설만 나도 깨지는게 쿠큰데 어떻게 김태형은 이렇게까지 잡고있는지 모를일이었다. 하긴 모니터속 쓰리디랑 실제 사람이랑은 다르긴 하다. 아니 그래도. 애초에 쌍방연애 하는 현실 애인이 바람피면 진짜 당장에 헤어지는게 맞는거 아닌가? 나도 모르게 김태형 퍼스트는 나니까 이런식으로 합리화 중이었나? 존나 복잡하네. 좆같은 김태형. 씨발새끼. 낼 아작을 내버려야지. 일단 2시니까 잠 좀 자고. 

꽉 잡아 날 덮지기 전에

최애곡은 알람으로 하지 말라더니. 맞는말. 존나 맞는말. 시끄러워서 잠은 잘 깨는데 평소엔 진짜 절대 안듣는다. 일어나서 멍하게 있는데 옆에서 색색거리는 소리가 났다. 자는 얼굴도 잘생긴 김태형. 새벽 두시의 다짐이 떠올라 그대로 머리채를 잡아 일으켜 세웠다. 악소리를 내며 깬 김태형이 내 팔을 툭 쳐냈다. 

뭔데. 

태형아. 

뭐어. 

어떤 씨발년이랑 자고왔어?

웃는 낯으로 말했더니 마주 웃은 김태형이 입술에 쪽 뽀뽀를 하고 다시 드러누웠다. 남은 속이 뒤집어지는데. 얄미운 마음에 등짝을 후리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맞은 등이 아픈지 아프다를 연발하던 김태형이 내 옆으로 내려와서도 잘 닿지도 않는 등에 손을 대고 아프다고 힝힝댔다. 난 머리가 그것보다 아팠어요 새끼야. 들은 척도 안하고 눈을 감아버리자 그 소리도 곧 멈췄다.

김태형. 

응. 

너 언제까지 그럴거야. 

뭐가. 

딴년들 만나고 다니는거. 

음...너랑 헤어질때까지. 

헤어질때까지...헤어져주기 전까진 계속 딴년들 만나면서 약올리겠다 이런건가. 애초에 민윤기를 만난게 잘못이었다. 그래 차라리 휴가 나왔을 때 솔직하게 말하고 끝내던가 아무튼 말했어야했다. 남한테서 듣게하면 안됐는데. 내가 백번 천번 잘못한건 맞는데 헤어지겠다고 할 때까지 괴롭히겠다는건 진짜 너무하다. 지 좋아서 참는것도 빤히 알면서. 괜히 서러운 맘에 눈물이 나려고 했다. 참는다고 참는데 눈물이 비치는지 김태형이 우냐고 묻는다.

안울거야. 

왜?

그냥

울고싶음 울지. 

너도, 너도 헤어지고 싶으면 헤어자고 해. 

눈을 뜨자마자 고인 눈물이 떨어졌다. 금새 또 눈물이 차올라서 코앞에 있는 김태형이 흐리게만 보였다. 한참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김태형을 노려보는데 날 껴안은 김태형이 웅얼거렸다. 니가 제일 좋아... 제일 좋다는 그 말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났다. 김태형 어깨는 내 눈물로 젖었는데 정작 입에선 웃음소리가 났다. 김태형은 내가 이상했는지 내 어깨를 잡고 떼어내더니 눈을 맞췄다.

왜. 

내가 제일 좋으면 나만 좋아하면 되잖아. 

너 언제 또 갈줄 알고...

머리가 띵 했다.

너 언제 떠나도 이상하지 않게. 

나중에 너 떠나도 괜찮고 싶어서. 

너 없어도 달라질거 없었으면 해서. 

김태형이 내 눈물을 닦아주며 말한 내용은 내가 감당하기 힘든 것들이었다. 내가 당장에 뛰쳐나가도 이상할거 없는 상황이란걸 알고 있었다는 말이기도 했고 일부러 그런 상황을 만들었다는 말이기도 해서. 김태형이 내가 없는 나중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서. 벌써부터 그런 상황을 준비하고 있어서. 그럼에도 내가 좋다고 해서. 좋으면 좋은게 끝인 나한텐 너무 어려운 마음이었다. 또 왜 나는 김태형한테 갑자기 사라져도 이상할게 없는 사람인지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넌 나 없어져도 괜찮아? 난 너 없으면 세상이 무너질텐데?

그래서 조금씩 무너뜨리고 있었잖아. 집에 너 없는거에도 적응하고 다른사람 만나는것도 적응하고...

내가 너만 좋아하면 되잖아. 너만 좋다고 하면 돼? 집에 있을게. 다른 사람 안만날게. 

간단한거 아닌거 알잖아. 너 못믿을거야 내가. 

가슴이 답답했다. 김태형이 나를 못믿게 만든게 나라는게 답답했고 또 어떻게 해도 표현할 수 없는게 진심이라 답답했다. 난 진짜 김태형만 좋은데. 

평범하게 하면 안돼? 나 지금 너만 좋아. 다들 그래. 다른 좋은사람 생기면 헤어지고. 그렇게 안돼?

나는...니가 숨긴다고 생각할거야 아마. 계속 의심하고 맘졸이고. 그렇다고 놓진 못하고. 

나는 니가 다른사람이랑 만나는거 싫고 넌 그렇게 안하면 못견디고. 그럼 헤어지자. 

내 나름의 강수였다. 이러면 다른사람 안만난다고 하겠지. 그런데 김태형은 잠깐 내 얼굴을 만지더니 일어서 캐리어에 짐을 싸기 시작했다. 놓지는 못한다더니 곧장 나갈 준비를 하는 김태형을 보니 그냥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밉다 싫다 나쁘다 뭐 이런 생각도 없이 김태형이 나가는구나 그랬다. 나 혼자 남는구나. 결국엔 김태형이 떠나는구나. 침대에 올라가 이불을 뒤집어썼다. 나가는건 보기 싫었다. 도어락 소리가 났고 문이 닫혔다. 다시 도어락 소리가 났고 그 소리가 신호탄이라도 되는것처럼 엉엉 울었다.

김태형이 집을 나가고 한 달이 흘렀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누가 그랬는지. 옛말 다 맞는데 그 말만은 틀린건지 한 달이 지나도 김태형이 보고싶었다. 날 추운데 또 얇게 입고 빨빨거리면서 돌아다니고 있는건 아닌지, 세상에서 젤 맛있는게 라면이랬는데 밥이라고 라면만 먹고 있는건 아닌지, 또 병신같은 년이랑 붙어먹고 있는건 아닌지, 그 중에도 제일 병신같은 년, 내 생각은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넌 뭘 하고 있을까. 나는 맨날 네 생각만 하는데. 하필 방학이었다. 휴학 없이 스트레이트로 졸업하고 취직해서 빨리 집 사고 차사는게 꿈이라던 김태형. 학기중이었으면 학교에서라도 봤을텐데 방학이 참 길었다. 방학도 끝나가긴 하는데 어쩌면 방학이 끝나지 않았으면 싶기도 했다. 혹시나 김태형이 휴학했을까봐. 나 보기 싫다고 학교도 안나올까봐.

나와

?

ㄲㅈ

나오지

ㅈㄲ

니네집 가기전에

ㅇㄷ

이제는 민윤기 이름만 봐도 짜증났다. 하긴 민윤기는 내가 김태형이랑 헤어진줄 알았지. 민윤기가 무슨 잘못이야 내가 잘못이지. 학교 근처 편의점에서 팩소주 안주로 김태형을 씹으면서 민윤기랑 친해졌다. 맨날천날 김태형 씨발새끼라고 욕하는걸 헤어졌다고 이해한건지 민윤기가 그럼 나랑 사겨 그랬다. 존나 무드없는 새끼. 그날도 편의점 파라솔 밑에서 캔맥주를 까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래 했다. 둘 다 무드없긴 마찬가지였다. 씨발. 근데 또 그땐 민윤기가 존나게 멋있어보였다. 지금 보면 그냥 희여멀건해서 삐쩍 마른 동기1인데. 옷을 꾸역꾸역 챙겨 입고 알려준 음식점에 들어가자 민윤기가 벌써 혼자 고기를 굽고있었다.

오 홀아비 냄새.

독거노인 남말 하네.

아 왜.

앉아.

오자마자 벌써 까놓은 소주를 따라준다. 자작하면 3년 솔로랬는데 혼자 따라서 꿀꺽 하더니 구워놓은 고기를 주워먹었다. 속 버리기 싫어 고기 먼저 집어먹고 소주를 홀짝거리는데 민윤기가 입을 열었다. 김태형... 하는데 괜히 울것 같아서 고개를 꺾어 술을 다 털어 넣었다. 나를 흘긋 본 민윤기가 그랬다. 안헤어진거 알고 있었어. 그냥 너 좋아서 그랬다. 아 지금은 아니니까 걱정 마라. 너 환상 꺠진지 오래야 임마. 니도 그렇겠지만.

방학 하고 김태형한테 연락이 왔다고 했다. 둘이 사겼다는거 알고 배신감 들었는데, 그래도 내가 좋아서 걱정이랬댄다. 헤어지지도 않았는데 헤어졌다고 거짓말 치고 민윤기랑 사귀고, 자기 속이고. 그랬는데도 좋아서 못놓겠다고. 질질 짜는데 꼴이 웃겨서 피식거렸더니 눈물 벅벅 닦고 지갑에서 만원짜리 몇장 꺼내놓고 나갔다고 했다. 아주 틀린말은 아니지만 오해한거 알려줄 틈도 없이 나가버려서 그 돈으로 고기 실컷 먹었다고 자랑하는데 너무 얄미워서 대갈통을 한대 후려쳤다.

아오 미친가시나 진짜.

개새끼가 진짜.

방학동안 어디 시골 내려갈거라고 그랬어.

또 대구 가서 개새끼들이랑 놀고 있겠네.

듣는 개새끼 기분 별로다. 빨리 꺼져.

지가 불러놓고 미친새끼.

아 알았으면 빨리 가라고.

차키.

와 진짜 미친년. 마누라랑 차는 빌려주는거 아니다.

김태형 마누라 한번 빌렸잖아.

방어하듯이 오른쪽 주머니에 넣는 손을 캐치하고 차키를 빼냈다. 퉁쳐. 차키를 짤랑이며 말하자 헛웃음을 짓던 민윤기가 그래 가라 했다. 주차장에 얌전히 대 놓은 차에 올라타 가물가물한 주소를 네비에 입력했다. 꼭 김태형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막상 도착하니 시간이 늦었다. 전에 여름휴가라고 한 번 온적이 있는데 여름에도 밤에 참 깜깜했다. 별 예뻤는데. 겨울이라 그런지 그때보다 별이 더 많아보였다. 그럼 뭘 하나 혼자 온것을. 벨을 눌러야 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다가 꺼놨던 시동을 다시 켰다. 후진 후진 후진 후진. 몇미턴지 정확힌 모르겠고 아무튼 어그로 끌기 충분할 거리였다. 기어는 엔에서 디로. 발은 브레이크에서 엑셀로. 손은 핸들 가에서 경적으로. 엔년차 운정중에 가장 빠른 속도로 딱 2초 달리고 바로 급정거 하면서 경적을 울렸다. 끼익거리는 소리와 빠앙거리는 소리가 아주 듣기 싫었다. 차가 멈추자마자 경적에 올려놨던 손을 내렸다. 2초 정도의 질주면 아드레날린이 폭주하는건지 심장이 미친듯이 뛰어댔다. 김태형네 개들도 놀랐는지 컹컹 짖어대는데 그 사이로 발 소리가 들렸다. 

응? 아가씨 태형이 여자친구 맞지요?

아, 안녕하세요. 죄송해요. 앞에 뭐가 지나가는데 너무 놀라서...

하이고야 놀랐겠네. 근데 여 밤중엔 웬일인데. 

일 있어서 왔다가 집 가는중이었어요. 졸려서 헛걸 봤나...

그럼 자고 가지. 많이 피곤해보이는데.

너무 민폐 아니에요? 밤중에 갑자기 죄송스러워서... 

뭐 어때. 자고 가라. 태형이도 와있다. 말 안했나?

아뇨! 들었어요. 

그럼 됐다고 자고 가라며 손을 이끄는 아주머니 덕에 김태형이 있는 집으로 입성했다. 김태형도 소리에 놀랐는지 마당에 나와있었다. 날 보자마자 한계치라고 생각했던 눈이 더 커졌다. 반갑기도 하고 밉기도 한 마음에 가만히 서 있었는데 아주머니가 나를 김태형 쪽으로 톡 밀었다. 둘이 자라. 이상한짓 하지 말고. 그 말만 하시고 아주머니는 집 안으로 들어가셨고 김태형은 멍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다 휙 돌아서서 머리를 털며 걸음을 옮겼다. 

김태형을 따라 들어온 방 안은 전에 왔던 그대로였다. 변했다면 이 안에 들어있는 김태형과 내가 변했겠지. 김태형은 베개를 하나 꺼내더니 그걸 베고 이불 끝에 몸을 돌려 누웠다. 매정한새끼. 저 보러 온거 알면서 등만 보여준다. 계속 앉아만 있는것도 찌뿌둥해서 입고온 겉옷을 벗으려고 부스럭거리는데 김태형이 일어나더니 편한 옷을 툭 던지더니 밖으로 나갔다. 귀여운새끼. 불편한 옷을 얼른 벗어던지고 꺼내준 옷을 입고 이불에 누웠다. 운전을 오래 했더니 피곤했는지 몸이 편해지니까 금새 노곤해졌다. 김태형은 뻗어있는 날 보더니 아까처럼 이불 끝에 몸을 세워 누웠다. 

태형아. 

왜. 

나 좋아하지?

응. 

나도.

나도 너 좋아하니까 그럼 됐어. 잘 자. 

생각보다 많이 피곤했던건지 깨어보니 알람 시간이 훨씬 지난 후였다. 그 시끄러운 소리를 못들을 정도면... 몽롱한 기운에 앉아서 하품만 하고있는데 씻고 온건지 앞머리가 젖은 김태형이 방으로 들어왔다. 너도 씻어.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화장실에 갔더니 큰 대야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뭐 이런것까지 챙겨주나 싶어서 괜히 찡함과 동시에 또 답답해졌다. 이딴거 챙겨주는것보다 그냥 집에 붙어있는게 더 좋은데. 일부러 물을 팍팍쓰면서 씻고 들어가니 떡하니 캐리어가 서있었다. 

뭔데?

짐. 

어디가는데. 

서울. 

어디. 

집. 

잠깐 멍했다. 집. 김태형 집 오는구나. 정신차려보니 난 김태형한테 안겨있었다. 덤으로 김태형 가슴팍까지 적시면서. 울지 말라는 말도 없이 김태형은 그저 내 등을 토닥였다. 그게 꼭 울어도 된다는 말인것 같아서 더 엉엉 울었다. 한참을 그렇게 울면서 훌쩍이면서 안겨있었는데 김태형이 속삭였다. 가자.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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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96.172
와... 분위기 최고에요 ㅠㅠㅠㅠㅠㅠ 잘 보고갑니다 ㅠㅠ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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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 댓글
먼가슬픈..ㅠㅠㅠ다음화 기다리고있겠습니다!
8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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