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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의 미학 


 


 


 

 

[방탄소년단/민윤기] 5분의 미학 | 인스티즈 

 



 

 

"나는 빗소리를 좋아했어요, 소나기가 내리는 소리를.비가 그친 후 시원해진 공기도 좋아했어요.
그래서 내 끝은 소나기가 오는 날이면 좋겠다, 시원한 빗소리가 들리는 날이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방탄소년단/민윤기] 5분의 미학 | 인스티즈 

 


 


 

"황홀한 금빛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유리잔에 사랑의 밀어를 가득 담았다. 

붉은 장미에 입을 맞추고 당신의 한쪽 뺨에 가만히 대어본다. 

꽃더미에 파묻힌 얼굴에 애타는 키스를 건내고 그 맑은 눈동자를 바라본다. 

때마침, 소나기가 내린다." 











너를 보내기 5분전







그래, 나는, 정말이지 나는 내 눈앞의 소녀를 사랑했다.

그녀는 나의 청춘이고 나의 젊음이며 나의 삶이었다. 글을읽고 글을쓰며 한평생을 단어 나부랭이에 갖다바쳤다고 말하기 우스울정도로 식상하고 흔해빠져 아무런 감흥없는 표현이지만, 어쨌든 그녀는 나의 삶이었다.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내 인생 한 귀퉁이에서 푸른빛이나는 웃음을 내보이며 당당히 자리잡고 앉아있는 그녀는 내 삶이었다. 



"아저씨."



맑은 목소리였다. 때묻지 않고 순수한. 제 이빨처럼 시리도록 흰 목소리였다. 끈끈한 슬픔이 얼룩져 있었지만 여전히 그 애다운 목소리였다.

언젠가, 작은 회사에 입사한지 한달도 체 되지 않던날, 고졸이라고 무시하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라며 엉엉 울면서도 내년에도 무시할 수 있을지 두고 보겠다며 이를 갈던 당찬 목소리 같기도 하고 이제야 드디어 진짜 어른이 된 것 같다며 처음 받은 월급으로 꽃다발을 안겨주던 기쁨에 찬 목소리같기도한 그 목소리에 나는 결국 절망하고 말았다.

숨이 턱 막혔다. 매캐한 연기가 주저않고 폐속에 들어찼다.



"나는 괜찮은데."



귀를 막고만 싶었다. 그게 안된다면 그 얇은 손목을 단단히 잡고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었다.
소나기가 내리던 대낮, 우리가 처음 만나 서로 손가락을 얽고 입술을 부딪힐만한 장소를 찾으러 빗속을 내달리던 그때처럼.



"그러니까,"


"여주야."



그 이름 한 마디에 목이 메여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너에게 해줄말이 너무나 많은데, 네게 고백할 날만 기다리며 특별히 근사한 단어로 만들어놓은 절절한 애정의 시가 한가득 쌓여있는데. 아, 콧날이 시큰해졌다. 코끝에 스치는 피비린내와 유독가스의 독한 향이 징그럽게 비극적이라고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나는 빗소리를 좋아했어요, 소나기가 내리는 소리를. 비가 그친 후 시원해진 공기도 좋아했어요. "



너는 잠시 말을 멈추고 숨을 고르며 뜸을 들였다. 아무도 모르게 성큼 다가온 원망스러운 운명을 저주하며 울고불고 난리칠법도 한데, 이제 막 피워낼 찬란한 인생을 차가운 총알로 끝내버리기엔 억울해서 엉엉 울법도 한데, 너는 연한 미소를 입에걸고 차분하게 입을열었다. 이어지는 말은 위태롭다기 보다는 놀랄만큼 담담해서 나는 위로하려 뻗은손이 부끄러워 힘없이 떨어트릴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내 끝은 소나기가 오는날이면 좋겠다, 시원한 빗소리가 들리는 날이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안타까운 바램이다. 시커먼 하늘은 누런 안개가 겹겹이 앉아 그 까만 색조차 찾아볼 수 없었고 빗소리라고하기엔 처절한 비명소리가 사방에서 울렸다. 귀가 찢어질듯한 무질서에 너는 무슨 생각을 하고있을지 호선을 그리고 있는 입매로는 감히 추측할 수도 없었다. 의연한 표정의 너는, 내가 선물해준 흰 와이셔츠나 단정히 잠긴 정장의 단추나 심지어 까만 치마에조차 피 한방을 튀겨있지 않아서 어쩐시 성스러운 분위기까지 풍겼다. 



"내가 조금 안됐긴 하지만, 그래도 우울하진 않아요."



오물오물 움직이는 붉은 입술이 불현듯 흐릿해졌다. 멍청하게 두 눈을 깜빡이자 묵직한 눈물이 뚝 떨어지고 그제야 네가 선명해졌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도 아저씨 말대로 빛나고 있으니까. 나는 그거면 돼요."


"나는 안돼. 그거로는 부족해."



너는 여전히 미소지은체로 고개를 떨구고 설레설레 흔들었다. 



"아저씨. 투정 부리지 마요."



어른스럽지 못한 모습이라는건 내가 제일 잘 알았다. 누구보다 두려울 어린 아이를 꽉 끌어안고 너를 죽일수는 없다라거나 아니면 지구멸망따위 알게뭐냐며, 내겐 네가 제일소중한데 네가 사라지면 어쩌고 저쩌고 떠들어댔어야 했다. 눈물을 담은 눈동자의 눈물을 씻어주고 불안에 찬 입꼬리에 사랑의 키스를 해주고 떨리는 손을 든든하게 맞잡아주고 다시 만나자는 희망사항을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보란듯이 내놨어야 했는데.

슬프게도 나는 너도 나도 잃고 싶지 않았다. 



"니가 죽는건 싫어. 나 너 못죽여."


"내가 죽어도 아저씨는 살아야 해요."


"죽지마."


"내가 죽어도 아저씨는 멋진 글을쓰고,"


"죽지마."


"그리고 정말 예쁜 시를 한 줄 지어줘요."


"제발,"


"나랑 아저씨의 얘기를 시 한 줄에 담아서,"


"김여주."


"내 무덤 앞에서 조금은 슬픈 얼굴로 읽어주세요."



너는 꽃이 만개하듯 활짝 웃어보였다. 그 더없이 아름다운 광경에 나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너는 너무 아름다웠다. 



"너를 위한 시를 짓는다면 그건 분명 애수에 젖은 시가 될꺼야."


"나는 애수에 젖은 시가 좋아요."


"우리를 위한 시를 짓는다면 그건 분명 황홀한 소나기에 젖은 시가 될꺼야."


"나는 황홀한 소나기가 좋아요."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위한 시를 짓는다면 그건 분명 안개와 비명과 죽음에 젖은 시가 될꺼야."



너는 말이 없었다. 조금 곤란한듯한 표정에 끝까지 이기적이고 애처럼 군 내가 부끄러웠지만 이제와서 되돌릴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고 한참을 꼼지락거리다 춤 추듯 빼내고 허공에 흔들었다. 주먹쥔 오른손에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았다. 너는 처음으로 슬픈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 까만 눈동자가 보기 안쓰러울정도로 처연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눈빛에 나는 순간적으로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걸 멸망의 빛이라고 해야하나 아니면 붕괴의 빛이라고 해야하나, 어쨌든 좋은 눈빛은 아니었다. 새끼고양이를 돌로 내리치기 직전에야 볼 수 있을것 같은 그런 눈빛이었다. 찰나에 스치듯 본 것 뿐이라해도 수만가지의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눈빛. 너는 꼭 그런 눈빛을 하고 천천히 오른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나는 깨달았다. 

그건 멸망의 빛도, 붕괴의 빛도 아니었다. 



"미안해요 아저씨."


"손 빼지마."


"나는 아저씨를 포기 할 수 없어요."


"말 했어. 손 빼지마."


"어차피 죽는거 나는 가치있는 죽음을 맞고 싶어요."


"김여주. 내 말 들어. 제발, 손 빼지마, 제발."



아,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기분이 바로 이런 기분이었구나. 기어코 새까만 총을 단단히 붙잡은 손을빼고 한들한들 흔드는 모습에 나는 결국 울음을 토해내고 말았다.



"왜, 왜 그래야 하는데, 왜."


"나는 아저씨를 사랑하니까."



그 한마디에 가슴이 미어졌다. 눈에서 흐르는 뜨거운 눈물이 피라고 해도 믿을만큼 두 눈이 터질듯 화끈거렸다.



"나는 아저씨를 지키고 싶어요."


"그럼, 그럼 너는 누가 지켜주는데, 넌 나를 지키고 죽어버리면, 너는...!"



세상이, 운명이, 어디서 이 모든 비극을 방관하고있을 신이 원망스러웠다. 그 모든것 보다도 너를 죽음으로 떠미는 존재가 내 목숨이라는 소름끼치는 사실이 원망스러웠다. 반질거리는 총구는 너의 관자놀이에 얌전히 앉았다. 나는 가쁜숨을 몰아내쉬며 총구를 노려보았다. 잠시후면 이 세상 무엇보다 끔직한 비명을 내지를 잠잠한 주둥이가 얄미웠다. 



"그거 알아요?"


"뭘."


"1분 남았어요."



세상에,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1분, 그 얼마나 감질맛나는 찰나인지. 



"사랑해요 아저씨."


"여주야, 제발."


"사랑한다고 해줘요."


"죽지마, 김여주."


"10초 지났어요."



제발, 그러지마. 분명 눈물이 떨어졌는데 시야가 흐릿했다. 마지막 모습이 될지도 모르는데, 조금이라도 선명하게 보고싶은데, 자꾸만 솟는 눈물에 저주를 퍼부어대며 두 눈을 문질렀다.



"사랑한다고 해줘요."



이제 정말 끝이구나. 방인쇠를 감싼 손가락이 절대 방아쇠에서 떨어질 것 같지 않았다. 



"사랑해. 너랑 함께한 모든 시간이 정말 행복했어. 김여주, 사랑해, 사랑해."


"나도, 사랑해요."


"너를 위해 소설을 쓴게 있어."


"그거 정말 읽어보고 싶네요."


"너한테.. 청혼할 생각도 했었어."


"와, 정말요?"


"그때를 위해 써 놓은 시도 있는데,"



너는 대답이 없었다. 아주 미세했지만 그의 손이 떨리는게 느껴졌다. 그제야 눈물젖은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코끝이 붉었다. 역시 애였다. 너무 어려서 죽음이란걸 짐작조차 하기 힘든 나이였다. 그래서 죽음이 두렵고 무서운 나이였다. 너는 덤덤하고 의연하지 않았다. 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시간은 그럼에도 쉬는 법이 없었다. 

10초. 남은 시간은 그게 다였다.



"사랑해. 평생 너를 사랑해 김여주."


"사랑해요. 나를 잊지는 말아줘요."


"사랑해. 이세상 무엇보다 너를 가장 사랑해."



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가 다시한번 사랑을 속삭이기 직전, 총성이 울렸다.



"사랑해."



덜그럭 거리는 소리와 함께 총이 나뒹굴었다. 피가 사방을 적셨다. 나는 두 손을 붉은피에 적셨다. 무릎으로 기어가 너를 끌어안았다. 내 사랑, 내 귀여운 애인, 세상에 하나뿐인 여주야. 피에젖은 입술에 내 입술을 겹쳤다. 입안으로 흘러들어오는 피는 상관없었다. 왼 손으로 축축한 정수리를 쓰다듬으며 오른손으로는 땅바닥을 더듬었다. 한참을 더듬거리던 손이 간만에 안개를 뚫고 들어온 한줄기 햇살을 받은 총을 움켜쥐었다. 



"황홀한 금빛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유리잔에 사랑의 밀어를 가득 담았다. 

붉은 장미에 입을맞추고 당신의 한쪽 뺨에 가만히 대어본다. 

꽃더미에 파묻힌 얼굴에 애타는 키스를 건내고 그 맑은 눈동자를 바라본다. 

때마침, 소나기가 내린다."



총성이 울렸다. 사람들의 시끄러운 소리에 귀가 먹먹했다. 차라리 잘 된 일이다. 사람이 죽으면 귀가 제일 늦게 닫힌다는데 시끄러운 소리에 내가 쏜 총소리가 들리지 않기만을 빌며 온 몸에 힘을빼고 길바닥에 축 늘어졌다. 총을 쏘기 직전 겹쳐놓은 손가락의 식어버린 온기를 마지막으로 느끼며 눈을 감았다. 곧 차가운 물방울이 얼굴위로 떨어지는게 느껴졌다. 이것만은 너도 느꼈으면 좋겠는데, 부질없는 바램이다. 소나기일까. 대답없는 질문은 입 안에서 맴돌았다. 죽어가는 마당에 소나기라고 치자고 너 대신 답해본다. 

소나기가 내린다.








[방탄소년단/민윤기] 5분의 미학 | 인스티즈 

 


 


 


 


 


 


 


 


 


 


 


 


 


 


 


 


 

[방탄소년단/민윤기] 5분의 미학 | 인스티즈 

 


 


 

사실 나는 비오는 날을 싫어했는데 아저씨를 만난 뒤부터 비오는 날이 좋아졌어요. 












너를 떠나기 5분전










5분. 나는 그 시간을 사랑했다. 잠시 딴생각을하면 눈 깜빡할새 사라지는 시간을, 흐르는 모양을 놓치지 않고 바라보면 한없이 더디게 흘러가는 시간을 사랑했다. 그래서 그 5분이 내 멱살을 움켜쥐었을땐 뒷통수를 얻어맞은듯 앞이 새하얘졌다. 하지만 시간은 흘러갔다.


 
"5분이라고 했죠."



떨리는 목소리가 원망스러웠다. 아무렇지 않은것처럼 보이고 싶은데. 주먹쥔 두 손에 땀이 배어나왔다. 내가 죽으면 그는 살고 내가 살고자하면 우리는 죽는다. 아니, 모두가 죽는다. 나는 잠시 눈을 감고 숨을 골랐다. 죽기는 싫었지만 어쨌든 5분 후면 나는 죽을 운명이었다. 운명, 그게 뭐든지간에 눈 앞에 나타나기만 하면 나는 분명 피떡이 되도록 패버렸을텐데. 나는 다시 천천히 숨을 쉬며 생각했다.

유달리 예민하고, 아저씨 말에 따르면 감수성이 풍부한 성격때문인지 내 인생은 비극과 희극을 오가며 세상의 빛과 슬픈 눈물로 가득찬 한 권의 책과 같았다. 그 짧은 책장을 훑듯이 넘겨가며 내 인생을 추억했다. 

어렸을 때, 그보다 조금 어렸을 때, 조금 컸을 때, 어리다는 말보다는 어른이라는 말이 좀 더 어울렸을 때, 완전히 커버려 도저히 어리다고 할 수 없을 때, 

그리고, 그때, 아저씨를 만났다.



"아저씨."



겨우 쥐어짜낸 목소리는 떨렸고 말끝은 갈라졌다. 



"나는 괜찮은데,"



괜찮지 않았다. 나는 무너질것만 같았다. 두 다리는 하도 후들거려서 금방이라도 쓰러질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죽고싶었다. 사실 죽고싶지는 않았지만 아저씨를 살리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죽어야 했다. 차라리 죽고싶다고 치는게 마음이 편했다.



"그러니까,"


"여주야."



목이 메인 목소리가 내 말을 뚝 끊고 들어왔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은 없었다. 그 잠깐의 침묵에 나는 쏟아내듯 말을 뱉었다.



"나는 빗소리를 좋아했어요, 소나기가 내리는 소리를. 비가 그친 후 시원해진 공기도 좋아했어요. "



잠시 말을 멈추고 애써 표정을 가다듬었다. 울상짓기는 싫었다. 이 세상은 충분히 우울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서있는 아저씨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우울함을 혼자 떠안고 있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가 굳이 거기에 우울함을 보탤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신기하게도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서 내 끝은 소나기가 오는날이면 좋겠다, 시원한 빗소리가 들리는 날이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사실 나는 비오는 날을 싫어했는데 아저씨를 만난 뒤부터 비오는 날이 좋아졌어요. 내가 들어도 우스운 뒷 말은 그냥 삼켜버렸다. 

보나마나 하늘은 까만색이겠지. 눈앞에 보이는것과 같은 누런 안개가 그마저도 덮어버렸겠지. 나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죽는다는건 무서운 일이야. 더군다나 이런 지옥속에서 죽는다는건 너무 비참한 일이야. 울음을 터뜨리고 싶었다. 하지만 용캐도 아직 나는 웃고있었고 내 입에서 나온 목소리치고는 놀라울만큼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내가 조금 안됐긴 하지만, 그래도 우울하진 않아요."



짐짓 밝은척 하며 안심시키려고 튀어나온말에 무슨 변명이라도 해야겠다 머리를 굴리는데 퍼뜩 한 문장이 생각났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도 아저씨 말대로 빛나고 있으니까. 나는 그거면 돼요."



소나기가 내리던 날이었다. 
비는 쏟아지는데 하늘은 환했다. 커다란 나무밑이었지만 그럭저럭 비를 피하기엔 나쁘지 않았다. 내가 그때 조금 소리내서 웃었었고 아저씨가 그렇게 말했었다. 

그리고 나는, 나는 그때, 사랑에 빠졌더랬지.



"나는 안돼. 그거로는 부족해."



조금 슬픈 목소리가 내 귀를 찔렀다. 얼굴을 보니 조금 슬픈 정도가 아니었다. 그와 만나고 사랑을하며 본 표정중 가장 괴로운 표정이었다. 나는 차마 그 눈을 마주할 수 없어 고개를떨구고 도리질했다.



"아저씨. 투정 부리지 마요."



하지만 나는 단호해야했다. 죽을 운명인건 나지만 아저씨는 정말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정신이 나가보였으니까.



"니가 죽는건 싫어. 나 너 못죽여."



단호하게,



"내가 죽어도 아저씨는 살아야 해요."


"죽지마."



다리는 우습게 후들거려도,



"내가 죽어도 아저씨는 멋진 글을쓰고,"


"죽지마."



손에 땀이 나 축축해져도,



"그리고 정말 예쁜 시를 한 줄 지어줘요."


"제발,"



눈앞이 흐려지고 눈물이 날 것 같아도,



"나랑 아저씨의 얘기를 시 한 줄에 담아서,"


"김여주."



웃자.



"내 무덤 앞에서 조금은 슬픈 얼굴로 읽어주세요."


 
그리고 나는 환하게 웃어보였다. 



"너를 위한 시를 짓는다면 그건 분명 애수에 젖은 시가 될꺼야. "


"나는 애수에 젖은 시가 좋아요."


"우리를 위한 시를 짓는다면 그건 분명 황홀한 소나기에 젖은 시가 될꺼야."


"나는 황홀한 소나기가 좋아요."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위한 시를 짓는다면,"



잘만 씰룩거리며 위로 올라가던  입꼬리가 굳었다.



"그건 분명 안개와 비명과 죽음에 젖은 시가 될꺼야."



참담하고 암담했다. 나를 살리고 싶구나. 짐작은 했었지만 실제로 마주하니 생각했던것보다 뼈아픈 현실에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아저씨는 주머니에 두 손을 푹 찔러넣었다가 아무것도 들리지 않은 손을 빼 흔들었다. 총이 없었다. 당연했다. 그건 내 주머니 속에 있었으니까. 아저씨는 나를 죽이지 못한다. 차라리 같이 죽자고 하면 했지 결코 나를 쏘지 못할 인물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한 가지 길밖에 없었다.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차가운 금속의 총구가 손가락에 닿았다.



"미안해요 아저씨."


"손 빼지마."



경악에 찬 표정에 나는 눈물이 차오르는걸 느끼며 이를 악물었다.



"나는 아저씨를 포기 할 수 없어요."


"말 했어. 손 빼지마."


"어차피 죽는거 나는 가치있는 죽음을 맞고 싶어요."


"김여주. 내 말 들어. 제발, 손 빼지마, 제발."



기어코 나는 총을 빼들고 흔들어보였다. 아저씨는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었다. 이렇게 아이처럼 우는 모습은 처음본다는 말을 할까, 하다가 그냥 입을 다물었다.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시간이 없었다.



"왜, 왜 그래야 하는데, 왜."



쉬운 질문이었다. 생각할 것도 없이 답이 튀어나왔다.



"나는 아저씨를 사랑하니까."



내가 죽어도 아저씨를 살릴 수만 있다면 상관없었다.



"나는 아저씨를 지키고 싶어요."


"그럼, 그럼 너는 누가 지켜주는데, 넌 나를 지키고 죽어버리면, 너는...!"



그 말엔 대답할 거리가 마땅히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아저씨를 지키고, 그럼 나는, 나는 그걸로 괜찮았다. 그게 끝이었다. 뭐가 더 필요하겠어. 총구를 관자놀이에 가져갔다. 숨이 가빠왔다. 아저씨 등 뒤로 보이는 짙은 먹구름 저편에서 붉은빛이 반짝이는게 눈에 들어왔다. 정말로 시간이 없었다.



"그거 알아요?"


"뭘."


"1분 남았어요."



1분. 매정한 시간이었다. 막상 입밖에 꺼내놓으니 머릿속에 맴돌던 것보다 더 괴로웠다.



"사랑해요 아저씨."


"여주야, 제발."


"사랑한다고 해줘요."


"죽지마, 김여주."


"10초 지났어요."



사랑을 고백했다. 죽음은 가까워졌고 내 목을 남은 시간이 무겁게 눌렀다. 나는 이제 죽는다. 죽어야 한다. 죽는다는건 정말 끔직했다.



"사랑한다고 해줘요."



애원했다. 답을 해주지 않는다면 무릎이라도 꿇고 빌고싶었다. 다행히 아저씨는 기다렸다는듯 대답했다.



"사랑해. 너랑 함께한 모든 시간이 정말 행복했어. 김여주, 사랑해, 사랑해."


"나도, 사랑해요."


"너를 위해 소설을 쓴게 있어."



숨이 막혔다. 그 말을 들으니 죽음이 더 가까워지는게 느껴졌다.

나는 소리쳐 울고 싶었다. 죽고 싶지 않아요. 하고 싶은게 너무 많은데, 다행히 그 비명은 울음속에 가라앉고 웃음섞인 목소리가 대신 흘러나왔다.



"그거 정말 읽어보고 싶네요."


"너한테.. 청혼할 생각도 했었어."


"와, 정말요?"


"그때를 위해 써 놓은 시도 있는데,"



살고 싶었다. 그림같은 미래에서 행복하게 웃고 싶었다. 이대로 죽기에는 너무 억울했다. 왜 나는 죽어야 하지. 방아쇠에 얹혀진 손가락이 달달 떨렸다.



"사랑해. 평생 너를 사랑해 김여주."



죽기싫어. 살고싶어. 애절한 사랑고백이 내 발목을 잡고 늘어졌다.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사랑해요. 나를 잊지는 말아줘요."



사랑하니까, 간신히 숨을고르고 방아쇠를 쥔 손가락에 힘을 실었다. 살고싶었지만 살려야했다. 나는 정말 사랑했으니까.



"사랑해. 이세상 무엇보다 너를 가장 사랑해."



탕.



미련은 없었다. 총성이 귀를 찢어갈겼고 내 두눈에 마지막일 세상이 담겼다. 하늘 저 끝에서 밝은 햇살이 보이는 것도 같았다. 



"사랑해."



귓가에 눈물젖은 사랑고백이 희미하게 들렸다. 비명소리는 점점 옅어졌다. 그리고 웃음이 나왔다. 사랑해요, 나도.
희미해지는 의식을 억지로 붙들지 않았다. 눈을 감고 나를 스쳐지나가는 세상을 느꼈다. 아저씨일게 분명한 누군가가 내게 입을 맞췄다. 
바람이 불고 안개가 걷히고 따스한 햇살이 두 뺨에 내려앉는게 느껴졌다. 손가락 사이에 아직 따뜻한 아저씨의 손가락이 얽히는게 느껴졌다. 
흐려가는 의식속에서 듣게될 마지막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데 별안간 총성이 들리는 듯 했다. 아마 이명 같은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속이 편했다. 
아직도 나를 붙들고 있는 아저씨의 울음소리가 들리는것 같았다. 얼굴에 떨어지는 물방울은 아마 아저씨의 눈물방울 이겠지. 울지말라고 하고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대신 속으로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아저씨, 안녕.





[방탄소년단/민윤기] 5분의 미학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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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브금이랑 어울려서인지 더 슬프네요ㅜㅜㅜㅜㅜㅜㅜㅜ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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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20.53
브금도 되게 좋은데 글도 되게 좋아서ㅜㅜㅜㅜ막 좀 더 감정이입이 되네요ㅠ...서로를 보며 눈물 흘리는 융기와 여주를 상상하니 더 슬퍼지네오ㅠㅠ엉엉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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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37.235
분위기 완전 취저탕탕ㅠㅠㅠ 이런글 많이 써주세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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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으아아ㅏ... 브금과 작가님의 글이 어우러져서 더 애절하네요ㅠㅠ 혹시 브금 제목 알 수 있을까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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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와....브금이랑 분위기가 진짜...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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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브금때문에 더 슬퍼요 ㅜㅜㅜㅜㅜㅜ 이런 관계 제가 또 엄청 좋아합니다.. 작가님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해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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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읽다가 울어버렸어요 ㅠㅠㅠㅠㅠㅠㅠ 필명이 없으시다니으우우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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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아ㅠㅠㅠㅠ브금이랑같이읽으니까진짜ㅠ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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