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참 쉽고도 어려운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종류는 무수히 많지만 그 중에서도 울고, 웃고 여러 복잡한 감정을 많이 느껴볼 수 있는 사랑은 뭘까. '연애'라고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는 다른 것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짝사랑' 혹은 '썸'. 제게 조금 관심을 줘도, 아니 눈길만 줘도 금방 천국과 지옥을 오갈 수 있는 감정이라 생각한다. 몇 분, 몇 초 사이에도 수만번씩 감정이 바뀌는 어쩌면 그 머리아픈 그 때를 돌이켜보면 가장 아픈 기억이기도, 행복했던 기억이기도 하니까. 설사 상대방에게 애인이 생겼거나 모르는 채로 끝나더라도 그 순간이 결코 헛되고 버리고 싶었던 기억은 아니다.
적어도 나한텐.
연애조작단 PRO.
*'시라노;연애조작단'을 모티브로 쓴 글입니다.
오늘은 꼭! 꼭 5분이상 대화를 할거다. 진짜다. 아침에 거울보고 연습까지 하고 왔다고, 나름 시나리오(?)도 짜봤다. 분명 할 말이 없어질테니까. 그가 무슨 말을 하고 내가 무슨 말을 할지 무슨 대본도 아니고 혼자 일인이역까지 열심히 해보며 몇 시간을 불태웠다. 과제보다 솔직히 그 연습에 더 치중을 들였다. 그와 친한 이들에게 묻고 물어 새해 계획을 잔뜩 써놓고 몇 달 째 쓰지도 않아 꼬질꼬질해진 다이어리도 꺼내 그가 좋아하는 것들과 관심사들을 쭉 써놓았다.
만-약 나중에 말이 끊긴다면 더듬대며 관심있는 척 어떻게든 말을 이어볼 계획. 딴 사람이 보면 어쩌면 엄청 비웃을지도 모른다. 왜냐면 나도 내가 웃기거든, 지금. 근데 이렇게라도 안하면 절대 안된다. 왜냐고? 내가 좋아하는 상대가 엄청난 철벽중에 철벽이기 때문이지, 내가 어쩌다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된건진 모르겠다만. 이 쯤 되면 눈치챌진 모르겠지만. 다들 예상하는 사람 하나쯤은 있을 거라 생각한다. 맞다, 민윤기다. 이름부터 막 느낌이 오지 않는가? 엄청난 철벽 아우라를. 거기다 작곡과. 완전 느낌 딱 오지? 작업실에 박혀서 음악만 주구장창 만들고 있는 사람, 후배에게 먼저 살갑게 대한 적도 밥도 사주지 않고 술자리도 많이 나오지도 않는데 이상하게 유명하고 인기 많은 사람. 아니 그런 사람을 도대체 왜 좋아해?
...그러게 말이다.
알았으면 이러고 있겠나.
내가 그를 좋아한다고 깨달았을 땐 생각보다 딱히 부정하진 않았다. 그냥 조금 놀랐을 뿐. 아, 내가 민윤기를 좋아하는구나. 그 정도? 어렸을 때부터 짝사랑은 뭐 많이 해봤기에 부정한다고 다시 아무렇지 않은 감정으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갑자기 안 받아준다고 미워할수도 없었기에 그냥 지냈다. 당분간은. 확실히 인정하니까 전보다 괜히 의식하게 되고 행동에 신경쓰게 되더라고. 같은 교양수업을 들을려고 어떻게든 캐내서 그 재미도 없는 수업시간을 날리며 시큰둥하게 수업을 듣는 옆모습이든 뒷모습이든 열심히 훔쳐보고, 복도를 지나가다 우연히 마주치는 날이면 멀리서부터 어떡하지, 나 오늘 향수 안 뿌렸는데 지나가다 이상한 냄새 나진 않겠지 같은 잔걱정을 하기도 한다.
내 딴에는 최대한 포커페이스를 하며 눈이 마주치는 그 순간에도 절대 피하지 않고 작게 웃으며 살짝 허리를 굽힌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어, 안녕." 그가 지나가며 무표정으로 인사를 받는다. 밝은색의 머리에 피어싱, 후드티를 입고 있어도 어딘가 단정해보이는 그가 지나가며 달달하면서 시원한 과일향 같은 향을 풍긴다. 나도 모르게 멈춰서 그가 지나간 후 멍을 때리고 돌아본다. 잔잔히 남은 달다구리하면서도 깔끔한 그 향을 찾으려고 온갖 화장품 샵의 과일향 향수들은 죄다 찾아보았다가 후각을 잃을 뻔했다. 여러분은 절대 하루동안 향수 냄새를 오래 맡지 않기를 바란다.
아무튼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그 향수는 지금까지도 찾지 못했다. 다른 사람이 뿌리고 다녔다면 안 찾았을거다, 민윤기가 뿌려서 찾은거지. 아, 아무튼 오늘이 그 선배와 유일하게 수업을 같이 듣는 날이다. 언제까지 안녕하세요봇으로 지낼 순 없기에 준비를 단단히 해서 오늘은 말을 이어볼거다. 진짜 이렇게까지 했는데 허무하게 끝나면 너무 슬플 걱 같다. 물론 마음은 단단히 먹었다, 얼마전에도 여신 새내기의 치댐에도 대화를 5초만에 끝내버려서 매우 걱정되기는 하지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어떻게든 말을 이어볼거다, 기필코.
수업내내 다이어리를 읽고 또 읽고 머릿속은 망상바다를 열심히 헤엄치고 있었다.
수업이 끝났다.
자리에서 그가 일어난다, 이 때다.
가방을 부랴부랴 챙겨 그 앞에 멈춰섰다.
침을 꿀꺽 삼키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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