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낭비 #02
by. 워커홀릭
2022년 12월 31일,
3, 2, 1.
"땡 !! 선배 새해 복 많이 받아요!"
"너도."
"소원. 소원 빌어요, 빨리."
비록 차 안이었지만 창문 밖으로 불꽃이 터지는 걸 구경하며 잔뜩 신이 나 눈을 꼭 감고는 두 손 모아 소원을 빌었다.
"무슨 소원 빌었어?"
"비밀이에요. 소원은 말하면 안 이루어진대요."
"그런 게 어딨냐. 내가 다 이뤄줄게, 말해봐."
"아아, 완전 비밀. 그럼 선배는 무슨 소원 빌었는데요?"
"비밀이라면서 왜 물어봐. 나도 비밀이지."
"개치사."
"지금처럼 계속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다. 됐어?"
본인은 나와 다르다는 듯 쿨하게 말해주는 선배였지만 왠지 나하고는 상관 없는 것 같은 소원에 조금은 꽁해지는 마음을 애써 숨겼다.
"선배는, 일 말고는 딱히 이루고 싶은 것도 없죠?"
"글쎄. 뭐... 굳이 꼽자면 그렇다는 거지."
"선배는 다 쉬워서 좋겠다."
"무슨 뜻이야, 그건?"
"몰라요."
또 나만 진심이었지.
내 소원은 온통 선배랑 관련된 거였는데 생각해보니 선배는 내가 아니어도 아쉬울 게 없어보였다.
항상 일 타령만 할 때에도 애써 모른 척 했는데 이렇게 확인 사살을 당하고 나니 선배가 너무 미워졌다.
"...집에 갈까, 이제?"
순식간에 가라앉은 차 안 분위기에 선배가 내 눈치를 보며 물었다.
한 번 파기 시작한 땅굴은 집에 도착할 때 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차가 완전히 멈추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갈게요. 선배도 조심히 들어가요."
"갑자기 왜 기분이 나빠진 건데?"
"...안 나빠요."
"기분 안 좋잖아, 지금. 온 몸으로 티내고 있으면서. 어?"
"몰라요, 한 살 더 먹어서 기분이 안 좋아졌나봐."
"주연아, 티를 내지 말던가. 티를 낼 거면 똑바로 말을 하던가. 나 이런 거 제일 싫어."
"..."
"애도 아니고."
애도 아니고... 선배 눈에 나는 그저 애 같은 거구나.
차에 더 있다가는 눈물이 날 것 같아서 '...갈게요.'하고는 급히 내렸다.
집에 들어와 씻고 누워 애꿎은 핸드폰만 들었다 놨다 해보지만 선배한테서는 연락이 없었다.
내가 먼저 해야되나 싶었다가도 생각해보면 연락도 늘 내가 먼저였다는 걸 깨닫고는
부질없는 짓은 그만두고 머리 끝까지 이불을 덮은 채 눈을 감았다.
억지로 눈은 감았지만 잠이 오지 않는 밤이었다.
겨우 3시간 잤나. 평소에는 깨지도 않을 새벽부터 눈이 떠졌다.
일어나자마자 본 핸드폰에는 역시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며칠이 지나도 선배는 연락이 없었고 그렇게 나도 마음 정리를 시작했다.
역시 처음부터 나만 놓으면 될 관계였구나.
선배에게 나는 그저 지나가는 애들 중 한 명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마음 정리가 쉬운 건 아니었다.
누군가한테는 가벼웠을지 몰라도 적어도 나한테는 소중한 인연이었던 만큼 많이 아팠고 힘들었다.
다행히 그쯤부터 일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나는 짧은 방송 하나도 거르지 않고 닥치는 대로 하며 시간으로 고통을 이겨내고 있었다.
-
그렇게 어렵게 잊은 사람이 이제서야 나타나서 그때와 똑같은 짓을 하려고 하니 예뻐보일 수가 있냔 말이다.
조용한 술집에 들어와 선배와 마주 앉아있자니 어색해서 얼굴도 못 쳐다보고 술잔만 기울였다.
"어떻게 지냈어." 침묵을 깨는 선배 목소리에 목을 몇 번 가다듬었다.
"바쁘게 지냈다니까요. 일하면서."
"그런 거 말고."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지만 애써 모른 척 하자 선배가 한 마디 더 얹었다.
"나 버리고 어떻게 지냈냐고."
"제가 버리긴 뭘!!!!" 욱하는 마음에 소리를 지르고 주변 눈치를 살피자 선배가 소리내어 웃었다.
"아주 소문을 내지 그러냐."
"선배가 버린 거겠죠."
"내가?"
"아니다, 버리고 말고 할 게 뭐있어요. 선배한테 저는 그냥 지나가는 애들 중에 한 명이었는데."
"야."
"네."
"갑자기 쌩깐 건 너잖아."
"그쵸. 근데 쌩까게 만든 건 선배잖아요. 말만 안 했지 온몸으로 티내고 있었잖아요."
"그런 적 없어."
"아뇨, 선배는 매 순간 그랬어요.
내가 몰랐던 것 뿐이고, 그걸 알아차린 순간 나도 같은 마음이 되려고 노력한 거고."
"내가 뭘 어쨌는데."
끝까지 모르는 척 하는구나.
선배는 그때나 지금이나 잔인한 사람이다.
이미 끝난 일 이제와서 하나하나 따져 물으면 뭐하나 싶어 입을 다물었다.
"너는 항상 너 생각만 하지." 선배 말에는 언뜻 짜증이 묻어있었다.
"...우리 이제 다른 얘기하면 안 돼요?"
"나라고 쉬웠겠냐. 나이는 먹을만큼 먹은 놈이, 데뷔한지도 한참 된 놈이, 이제 막 시작한 너한테 들이대는 게 쉬웠을 거 같아?"
"다른 얘기 하자니까."
"내가 그만큼 노력했으면 너도 한 번은 더 다가올 수 있었던 거 아니야?"
"..."
선배 말도 틀린 건 아니었다.
그때의 선배는 나하고는 너무 다른 위치에 있는 사람이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선배도 나름 노력했다는 거, 나도 안다.
"선배도 노력했다는 거 알아요. 지금은 악감정도 없고. 그냥... 제가 너무 어렸나봐요."
"그런 뜻으로 말한 거 아니야."
"알아요."
"...너랑 잘 되게 해달라고 빌었어. 소원 말하면 안 이루어진다며.
그래서 쓸데없는 소원 지어냈는데 별, 씨. 말 안 해도 안 이루어지더만."
"..."
"그래서 너가 소원으로 나랑 안 만나게 해달라고 빌었나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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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New Year !!!!!!!!
벌써 새해가 되어버렸군요 너무 늦었쥬
여러분 올해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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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걸 모미 수술 후 서사 다 짤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