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T/이제노/이동혁] primo ; 시작 00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11/19/15/6a736846bf033df3fcbb210ce621235b.gif)
primo
" 김여주 "
반갑진 않지만 익숙한 목소리에 걸음을 멈추어 섰다. 내가 뒤를 돌자, 이동혁은 자신이 들고 있던 농구공을 옆에 있던 친구에게 넘기더니 내 쪽으로 천천히 뛰어왔다. 농구 시합 중인 듯했다. 내 근방으로 오기 전, 그는 땀에 절어 갈라진 머리칼을 털어댔다. 동혁은 흰 티셔츠에 검은색 쇼트 차림이었다. 내 앞에 멈춰 선 그는, 청춘 영화물에서나 나올 법하게 활짝 웃어보였다. 난 그렇게 무심하게 그의 행동을 일일이 살폈다. 의미 없는 행동이었지만, 내겐 퍽 중요했다. 언제 그의 가면이 벗겨질지 모르니 항상 경계해야만 했다.
" 지금 집에 가? "
" .. "
난 아무 말 없이 그를 쳐다보았다. 온 몸이 땀으로 흥건한 그에게선 은은한 향이 났다.
사실, 학교에서 이동혁은 폭군으로 군림한다. 잔뜩 허세를 부리는 무리들, 그저 심심하단 이유로 빈정거리는 무리들과는 근본부터가 달랐다. 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는 항상 알고 있었다. 또, 그것을 얻기 위해 온갖 수를 다 꾀어낼 줄 아는 아이였다. 영악하고도 표독스러운 새끼, 더불어 그는 남을 괴롭히는 데에 능했다. 어떻게 하면 상대가 제 밑 사이를 기나 그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 여우와 같은 교활함과 사자와 같은 포악함을 타고난 아이였다. 전부 다가 빌어먹을 능력들이었다.
데려다줄까? 그의 미소 틈으로 하얗고 고른 치아가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실소가 터질 것만 같았다.
" 역겨워. "
깊숙이 담아뒀던 말일까, 가벼운 인사치레였을까. 난 그저 담담히 내 심경을 전했다.
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미세한 차이였지만 정확히 느낄 수 있었다. 그가 게슴츠레 풀린 눈으로 내 머리칼의 끝 쪽을 매만졌다. 이제노 보고싶겠네, 걘 안 역겨울 거 아냐, 이동혁의 입꼬리가 또다시 올라간다. 그건 비소에 가까웠다. 곧 그가 내 머리카락을 제 쪽으로 꽉 당긴다. 나도 모르게 야린 신음을 냈다.
저주스러운 비소가 내 귓가에 울려댔다.
" 개 같은 년. "
나직하게 읊조린 단어가 총성처럼 크게 와닿는다.
" 그럼 우린 내일 보자. "
그가 제 손에 있던 나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놓아주었다. 그의 다정한 눈길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는 뒷걸음질하며 내게서 멀어져 갔다. 서로의 이목구비가 희미해질 때 쯤, 그는 양팔까지 동원해 흔들며 내게 인사를 마저 건넸다.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그럴 때면 종종, 내게 무엇을 바라고 하는 짓일지 궁금해진다. 나에겐 탐내할 만한 물건조차 없는 걸. 난 그렇게 제 자리에 한동안 멈춰 선 채로 그의 은은한 향을 모두 삼키어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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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mo
예술, 가장 모호한 개념
오늘도 등교를 하자마자 미술실을 향했다. 항상 그랬듯, 역시는 역시였다. 이제노는 일주일째 학교에 나타나지 않았다. 호주 전시회에 작품 초청을 받았다며 내게 넌지시 귀띔을 해준 적은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길어질 줄이야, 이제노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그림에 취해 있을 때면 나의 존재를 잊고 마는 듯했다. 멍청하게도 난 이렇게 이제노로부터 나 자신을 재곤 했다. 그에게 가치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가 내게 큰 존재이 듯. 그와 떨어져 있을 때면 난 왜인지 모를 결핍에 시달리곤 한다.
아아,
그는 또 어떤 카메라 세례를 받으며 웃어 보일까, 예술에 대한 열정을 토해내겠지. 난 그 모습이 왜 이리도 싫을까.
미술실에 앉아 그의 작품들을 훔쳐보았다. 또 그에 맞추어 그를 그려본다. 정확히는 그와 함께 했던 시간들을 그려본다.
이상하게도 그와의 기억들이 몽글몽글 떠오를 때면, 난 코가 유난히 간지러웠다. 함께한 시간들에서는 그 순간의 향이 담겨 있다. 그 향은 코를 가렵게 만든다. 나쁘지 않은 기분, 오히려 난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 몰래 그를 떠올린다는 것, 혹여나 들키진 않을까 쓸 데 없는 걱정을 한다는 것. 그와의 순간은 모든 것이 완벽했다. 늘 그래왔다.
' 왜 이 쪽 부분만 밝은 거야? '
당시, 제노는 유채화를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난 그 옆에서 그의 완성작을 감상하고 있었다. 다른 말로 하자면, 난 그의 세계에서 방랑하는 이방민 역할을 하고 았던 셈이다.
내 가벼운 물음에, 그는 쥐고 있던 붓까지 내려놓고 의자를 당겨 내게 다가왔다. 내가 가리킨 그림은 몹시 추상적이었는데, 제노는 표정 한 번 변하지 않고 일순간, 그림에서 시선을 거두었다. 그리곤 나를 응시하며 말을 꺼내었다.
' 그림은 그림일 뿐이야. '
' 어? '
' 해석하려 들면 곤란해. '
눈 깜빡할 새, 그의 얼굴이 내게 바싹 다가왔다. 있는 그대로를 봐야하지 않겠어? 그는 다정하게 웃더니 내 뺨을 어루만졌다.
그는 다만 첫 느낌을 강조하였다. 처음은 모든 것이 사실일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라나. 그럴 때보면 그는 그림을 그리려 태어난 사람 같았다. 모든 매스컴에서 붙여준 수식어가 딱 어울렸다. 천재 화가. 천재 화가라는 단어에 정신이 트였다. 풀어 놓은 회상들을 다급히 정리하곤, 미술실을 나섰다. 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는 것보다 교실에 하릴없이 앉아있는 것이 낫겠단 판단이 들어서였다.
복도를 거니는 순간에도 난 왜이리 작아지는 걸까, 순간 순간 피어오르는 감정들이 나를 짓누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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