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소꿉친구 민윤기를 기록하는 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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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의 생일이 하루 지나버렸다. 사실 어제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오늘 오전에 있던 시험 때문에 챙기지 못했다. 윤기에게는 '생일 축하는 전화로 했으니깐 괜찮아. 시험 잘 보기나 해. 17년 챙겼으면 됐지.'라는 짧은 통화를 받았다. 그래도 내가 안 챙기면 윤기는 생일을 말없이 넘어간다. 친구 좋다는 게 이럴 때 있는 말이란 걸 보여주기 위해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조리실에서 케이크를 만들었다. 윤기는 단 음식을 별로 안 좋아한다. 그래서 초코 케이크가 아닌 딸기 케이크를 준비했다. 그 과정에서 12시가 안 넘었으면 하는 마음에 손을 약간 다쳤다. 아팠다. 그래도 눈물을 머금고 하얀 생크림이 가득한 딸기 케이크를 만들어서 윤기의 집 앞 놀이터에서 기다렸었다. 윤기도 좀 전까지 집에 안 들어갔는지 제복을 입고 있었다. 자주 보는 제복인데 밤에, 그것도 학교 밖에서 보니깐 괜히 부끄러웠다. 경찰학과는 제복도 참 멋있다. 우리는 하얀 앞치마를..... 하하. 윤기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게 뭘 이런 걸 준비했냐고 핀잔을 줬다. 먹기 싫으면, 어? 먹지 마라.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넘어왔다. 사실 일기를 쓰는 도중에도 다시 전화를 걸어서 투정을 부렸다. 여하튼 윤기에게 고깔모자를 씌워주었다. 쓰기 싫다고 나를 노려보는 매서운 눈빛에도 눈웃음으로 무마해버리고 씌어주었다. '제복에 이게 무슨 조합이냐. 애도 아니고.'라는 말을 뒤로 한 채, '재밌잖아. 일 년에 한 번인데, 윤기야.'라는 내 말에 못 말린다는 미소를 지어주었다. 노래를 잘 못하는 탓에 예전에 녹음해놓은 피아노 반주를 틀고, 노래를 불러주었다. 붉은 초 사이로 윤기의 볼이 발그레 진 것을 나는 봤다. 사진이라도 찍을걸 그랬네. 윤기와 촛불을 불고, 케이크를 나눠 먹었다. 말로는 투정을 부리지만 분명히 좋았을거다. 내가 겪은 17년의 민윤기를 떠올리면. 집에 들어가려고 짐을 챙기는데 윤기 제복에 손이 살짝 쓸렸다. 제복 자체가 까끌까끌한 데다가 아까 조리실에서 다친 탓에 나도 모르게 아픈 소리를 뱉었다. 동시에 옷을 정리하던 윤기는 그대로 다가와 다친 손을 잡아챘다. 이거 설마 케이크 만들다가 다친 거냐는 물음에 애꿎은 발 장난만 했고, 윤기는 내 볼을 잡고 시선을 맞췄다. '너는 내가 아니면 누가 챙겨주냐. 오빠 케이크 만들기 전에 상처 만들지 마. 이런 손으로 만들었으면 투정이라도 부리지. 고집은 똥고집이야, 김여주.' 라는 말을 하곤 주머니에서 약을 꺼냈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탓에 윤기는 항상 약을 챙겨서 다녔다. 어릴 때는 자주 넘어졌고, 이렇게 커서는 요리하느라 다친 곳을 치료해주었다. 전에도 적은 내용이지만 윤기는 참 멋진 친구다. 평소에는 말이 많이 없다가 내가 다치기만 하면 말이 급격히 많아진다. 윤기는 아마 모르겠지? 내 일기장은 절대 들켜선 안돼. 여기에 윤기 이야기가 참 많은데, 분명히 놀리 고도 남을 거야. 윤기의 잔소리 + 치료가 끝나고, 집까지 함께 갔다. 방향은 다르지만 이렇게 같이 있는 날은 항상 데려다주는 민윤기다. 싫다고, 부담스럽다고 했던 어린 시절에 윤기는 그랬다. 자기는 꼭 경찰이 돼서 안전한 밤거리를 만들 거라고. 그거 연습하는 거라면서 거의 15년째 데려다주고 있다. 기특한 내 친구. 추신. 민윤기, 올해 생일도 누나가 챙겨줬어. 알지? 내년 생일은 아마 취업해서 바쁠 테지만 꼭 챙겨줄게. 우정해, 윤기야. + 추신. 제복이 참 잘 어울리는 내 친구. / 안녕하세요, 아띠랑쓰입니다! 신작 알림이 떠서 놀라셨죠? 정국이랑 윤기 이야기를 같이 써볼까 해서 들렸어요. 이번 윤기 이야기는 굉장히 짧고, 스피드하게 진행될 예정이에요. 좋은 아이디어가 스쳐서 잊기 전에 기록하고 싶었거든요. ㅎㅎ 윤기 이야기는 기존에 진행되는 정국이의 이야기와는 약간 다른 패턴이에요. 여주의 시점에서 하루 일과를 적는 것이기에 스토리는 길어도, 독자님들이 읽는 양은 적답니다. ❤️ (그래서 포인트도 작게 잡았어요...! 속닥속닥) ❤️ 일기 컨셉 이야기라서 하루에 한 번, 가끔 나올 윤기 시점의 일기가 있다면 두 번 정도 들릴 예정이에요. 내용이 짧다고 댓글 없이 보시고 가면 저 울어요 ㅠㅠㅠㅠㅜㅜㅜㅠㅠ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