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지호, 넌 정말 대단한 놈이다."
"갑자기 뭔 소리야?"
내가 살짝 얼굴을 구기며 묻자 박경은 안경닦이로 안경알을 슥슥 문질러 닦으며 대답했다. 표지훈 고놈, 보통내기가 아니던데. 원래 그 시기 학생들은 그렇게 기가 세냐? 피곤한 얼굴로 말하는 박경의 말이 단박에 귀에 박히지 않아서 몇 번이고 곱씹은 뒤에야 '아하'할 수 있었다.
"그러게 내가 뭐랬냐."
"니가 그렇게 치를 떨 만 하더라."
옆에서 지민 씨가 막 당황한 눈으로 보고 있는데 그 자식은 한 마디도 지지를 않으니까, 정말…으으! 몸을 부르르 떠는 박경의 모습을 보니 어지간히 당했나 보다. 요즘 박경은 틈만 나면 그 지민이라는 여자 컨트롤러를 쫓아다니며 친한 척을 해대곤 했는데 오늘 앞에서 망신을 당한 모양이었다. 나는 킥킥거리며 빈 종이컵을 종이컵 수거함에 넣었다. 움직이지 않는 시계를 보니 괜히 의욕이 사라진다. 표지훈은 계속 몸상태가 안 좋아 방에서 안정을 취하는 중이고, 사람들은 다들 8월에 매달리고 있다.
"이따 표지훈 한 번 보고 와."
"뭐? 왜 또?"
왜냐니? 박경이 오히려 되묻고 나는 멍청한 얼굴로 박경을 바라보았다. 네가 데려왔고, 네가 맡았고, 네가 제일 친하고! 박경의 말에 내 얼굴이 너무 대놓고 일그러진 모양이다. '표정이 왜 그래?'하며 웃음을 터뜨리는 박경. 나는 손으로 마른 세수를 한 번 하며 손을 휘휘 저어야 했다. 아니야, 됐어. 아까 표지훈과의 대화가 생각나 미간을 좁혔다. 대화라고 하기도 뭣한, 어쨌든 참 딱딱하던 공기. 나 혼자 일방적으로 얘기했었지.
사람들은 표지훈이 그나마 나랑 제일 친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글쎄. 그나마라고 하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일단 친하다는 사실은 절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애초에 그 녀석이 대놓고 나를 무시하는데. 괜히 불쾌해지는 기분에 나는 손가락으로 의자 팔걸이를 톡톡 치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경의 시선이 날 쫓아오고 나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투덜거렸다.
"표지훈 좀 보고 올게."
"어."
박경의 무성의한 대답에도 신경쓰지 않고 나는 그대로 휴게실을 나왔다. 복도를 걷는 동안 다른 컨트롤러 몇 명과 마주쳤고,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흰 복도를 계속 걸었고 쏟아지는 조명의 빛에 눈이 아프다는 생각을 했다. 어쩐지 머리가 아프다. 표지훈을 만나면 이번엔 무슨 얘기를 해야 할까. 할 얘기도 없고 만나고 싶은 상대도 아닌데 굳이 내가 먼저 찾아간다는 게 참 모순으로 다가왔다. 가봤자 또 개무시 당하고 끝날 텐데, 뭣하러? 그렇게 한참을 걸었고 표지훈이 있는 방 앞에 도착했다. 문 손잡이에 손을 얹고, 언제나와 같이 숨을 몇 번 고르며 심호흡을 했다.
문을 열었을 때 안에 사람은 없었다. 어? 하지만 다시 보니 침대 위에 누군가 누워 있었고, 이불 위에 얌전히 놓인 팔에는 주사바늘이 꽂혀 있었다. 수액이 소리 없이 똑똑 떨어지는 것을 보다가 나는 문을 닫았고, 이불이 살짝 움직이다가 이내 다시 조용해졌다.
"자?"
대답은 없다. 자는 게 아니더라도 표지훈은 나에게 대답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침대 쪽으로 가니 표지훈은 눈을 감고 있었고, 어쩐지 자는 표정마저도 굳어 있었다. 자는 거야, 안 자는 거야. 나는 옆에 놓여 있는 의자를 살짝 당겨 앉았다. 의자가 바닥에 끌리며 소리가 조금 요란하게 났지만 표지훈은 아무 반응도 없다. 천천히 오르락내리락하는 이불을 보다가 다시 팔을 보고, 수액을 보고. 그러다가 결국 다시 표지훈의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
"표지훈."
대답이 없을 걸 뻔히 알면서도 불렀다. 너무 바보같은 행동이라 불러놓고서도 잠시 멈칫해야 했다. 굳은 얼굴에 깊게 배인 피로를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까 표지훈이 있던 시간에서 본 표지훈. 그 무표정한 얼굴이 생각나 괜히 마음이 안 좋았다. 분명 무표정이었지만 울 것 같았다. 안쓰러운 기분에 표지훈에게 살짝 손을 내밀다가 이내 아니지, 하며 다시 손을 거두었다.
주먹을 쥐락펴락하다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표지훈은 내가 처음 들어왔을 때 살짝 뒤척인 것 외엔 아무 움직임도 없다. 피곤하겠지. 근데 어쩌지. 이제 겨우 4일인데. 앞으로 31일까지 버텨야 할 표지훈과, 그런 표지훈을 쫓아다녀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은 점점 땅바닥을 기었다.
"아까는 내가 미안했어."
사과를 갑자기 왜 하냐. 내가 뭘 잘못했지?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내 말을 비꼬던 표지훈의 심술궂은 얼굴 밖에 생각이 안 난다. 머릿속이 뒤죽박죽. 그나마 표지훈이 자고 있는게 다행이었다. 살짝 뺨을 긁다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엔 의자 끌리는 소리도 나지 않았다. 표지훈의 얼굴을 내려보다가 입을 열었다.
"푹 자."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돌아서려는 내 손목을 갑자기 붙잡는 손에 당황해서 눈을 크게 뜨고 돌아보니 표지훈이 몸을 일으키고 내 손목을 붙잡고 있었다. 링겔이 꽂힌 팔로 내 팔을 잡은 채 다른 손으론 몸이 앞으로 넘어지지 않게 침대 위에 지탱하고 있는 모습. 피로가 잔뜩 묻어나는 눈동자엔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눈을 깜박거리며 '자는 거 아니었어?'하고 묻기도 전에, 표지훈이 평소보다 더 낮은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지 마요."
"어?"
"가지 마라고."
잠을 자느라 그랬던건지 뭔지 푹 잠긴 목소리. 생긴 것과는 따로 노는 듯한 목소리에 나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깜짝 놀란 덕에 아직도 가슴이 조금 세게 뛰는 걸 느끼며 나는 내 팔을 잡고 있는 표지훈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리고 살짝 강제성을 담아 손을 떼어냈고, 표지훈은 조금 기분이 나쁜 듯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 보았다. 여전히 금방이라도 팔을 뻗어 내 손목을 움켜쥐려는 듯 살짝 벌리고 있는 손을 보다가 나는 눈을 감았다. 알았어, 알았어. 표지훈의 어깨를 밀어 다시 똑바로 눕게 한 뒤 나는 다시 의자에 앉았다.
"잘 때까지 안 갈게."
그 말에 조금 만족을 한 건지 표지훈은 좁혔던 미간을 다시 편다. 나는 표지훈이 다시 눈을 감는 것을 보고 후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부터 깨있었어? 처음부터요. 그 말에 나는 기어이 눈살을 찌푸리고 만다.
"그럼 왜 자는 척 한 거야?"
"내 맘이잖아요?"
할 말이 없다. 다시 어색해지는 공기에 괜히 침 넘어가는 소리까지 의식된다. 표지훈은 눈도 뜨지 않고 말했다. 나 이제 진짜 잘 거니까 너무 불편해하지 마요. 거의 처음으로 듣는 듯한 호의적인 말이다. 내가 '그래'하고 말하니 살짝 눈을 떠 나를 올려다보다가 이내 다시 눈을 감는 표지훈. 편하게 있을테니까 너도 빨리 자. 그 말에 표지훈은 나는 편하게 못 자요.
"그 낙오잔지 뭔지 된 후로 계속 울렁거린다고요. 몸도 막 붕 뜬 거 같고."
"그래. 미안해."
"됐어요. 일부러 나 낙오시키겠다고 그런 거 아니잖아."
건성으로 대답하며 표지훈은 이불을 끌어 당겼다. 그런 표지훈을 내려다보다가 나는 손가락으로 침대 위를 괜히 툭툭.
"솔직히 아직도 이해 못하겠어. 그래. 난 이해 못하고 있어."
내 말에도 표지훈은 눈을 뜨지 않는다. 하지만 오히려 그 점에 마음이 조금 더 놓였다. 눈을 감은 얼굴에 원망하는 표정은 없다. 나를 질책하는 듯한 말투도 없었다. 나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도 노력할게. 그러니까."
숨소리가 조용하게 정적에 퍼졌다.
"믿어 줘."
TC 내에 다시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급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들. 물론 나도 그 중 한 명이었다. 표지훈의 담당자…그러니까 보호자 신세인지라 남들보다 조금 더 바빠야 했다.
"기계 재검사 완료. 이상 없습니다."
"낙오자 상태는?"
"매우 양호합니다."
다시 시간은 흐를 준비가 됐다. 우리는 다시 표지훈을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야 했다. 잠에서 깬 표지훈은 복구가 완료되었다는 소식에 기쁜 티를 감추지 못했고 박경도 옆에서 고생했다며 내 등을 토닥여주었다. 표지훈은 다시 시간 이동을 위해 준비를 하고 있고 나는 그런 표지훈을 CCTV를 통해 통제실에서 보고 있다. 그 옆에 있는 화면에 보이는 빛덩어리는 다시 움직일 준비가 됐다는 듯 요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벽을 치는 흰 실들을 바라보다가 나는 마이크를 들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내가 먼저 신호를 보내기도 전에 표지훈에게서 호출 신호가 왔다. 어? 이게 왜 울려. 나는 순간 호출기가 울리는 것을 보며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다. 설마, 설마 그 표지훈이 내게 먼저 호출을 했을 리가 없다는 생각 때문에. 하지만 계속 삑삑 소리를 내며 반짝이는 호출기를 보며 굳어 있던 뇌가 유연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지금 이거 표지훈이 호출기 쓴 거네. 버튼을 누르자 약간의 잡음이 나는가 싶더니 대뜸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이렇게 쓰는 거 맞아요?
-어. 맞아.
뭐야. 네가 먼저 호출을 다 하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이었다. 내 말에 화면 속의 표지훈은 CCTV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덕분에 또 화면을 사이에 두고 눈이 마주치는 꼴이 되고 말았고, 표지훈은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웃고 있었다.
-믿을 테니까.
그렇게 편해보이는 표정은 만난 뒤로 처음이어서 나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화면을 빤히 바라보았다. CCTV를 바라보고 있는 표지훈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꼭 녀석과 직접 눈을 마주치고 있는 듯한 기분. 순간 내가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나는 표지훈이 나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다행으로 느껴졌다.
-실망시키지 마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표지훈은 주머니에 호출기를 쑤셔 넣었다. CCTV를 바라보고 있던 시선은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말을 거는 컨트롤러들에게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뭔가 말을 하고. 다른 컨트롤러들과 함께 천천히, 어쩐지 가벼워보이는 발걸음으로 걸어나가는 표지훈의 뒷모습을 보다가 나는 알 수 없는 기분에 눈을 감았다. 믿을 테니까, 실망시키지 마요.
그 한 문장이 가슴 한 구석을 꽉 조여왔다.
| 안녕 죄인 왔어용... |
감춰둘 내용을 여기에 입력하세요. 시쪄 다른데다 입력할거야 는 무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안녕하세요...대역죄인임니당...이제 와서 뎨뎡해여...제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고 연중이니 나발이니 그런 소리 지껄였는지 7편 쓰면서 앞 내용이 저도 잘 기억이 안나는 바람에 제 글을 들락날락거리다가 굉장히...부끄러웠습니다ㅠㅠ 그리고 마지막으로 올렸던 글에 댓글 달아주신분들 뒤늦게 보고 정말 죄송한 마음 뿐이었어요 그리고 감사하단 생각도 들었어요 제가 뭐라고...ㅠㅠㅠ엉엉 계속 기다려주신 분들 계실지 모르겠지만 혹시 계시다면 정말 감사합니다 죄송해요ㅠㅠㅠㅠ 아 지금 겁나 감성적인 노래 틀고 이거쓰고 있어서 있어서 그렁가 눙물이 나려구 하네...;ㅅ; 사실 8월 다시 못쓸거같았구 그랬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기다리시는분들에 대한 예의도 아닌거같고 뭣보다도 계속 쓰라고 독촉해주는 사람이 있었던지라 이렇게 7편 썼네요 저 이거 쓰는데 두달 걸렸다고 하면 믿을래여...?계속 쓰다가 막히고 쓰다 막히고 지우고 쓰고 혹시 임시저장함 지워질까바 허겁지겁 들어와서 다시 쓰고 막 그랬는데 어떻게 다시 올리게 됐네요 사실 내가 생각헀던 내용이나 분위기 이런거 아닌데 ㅠㅠㅠㅠ다까먹었어 이제 못되돌려 엉엉..ㅠㅠㅠㅠㅠ 그래도 최대한 기억 더듬으면서 꼭 끝까지 써볼게요 우리는 곧 2014년인데 지호랑 지훈이는 2013년에 겁나 매달리고 있는 상큼한 기분^^8월 전에 쓰는게 목표라고 딱 써놓고 4개월도 더 지나버렸당... 우리 같이 지호의 기분을 느껴봐요 아직도 혼자 8월에 사는 지훈이 앙녕...^^ ㅠㅠㅠㅠㅠ약속 못지키고 늦게 와서 정말 죄송해요 기다리셨던 분들 계시다면 정말 죄송합니다ㅠㅠ 그리고 7편 좀 많이 부자연스러울수 있어요...가 아니라 부자연스러움 이건 걍ㅠㅠㅠ아무리 읽어도 마음에 안드는데 어떻게 더 손을 못 대겠쪙ㅠㅠㅠㅠ 위에도 썼듯이 이거 쓰는데 두달 걸렸는데...그 두달을 열심히 썼다는게 아니라 드문드문 두달동안 썼다는 뜻인지라...ㅠㅠㅠ두달동안 쓴게 이거예요 네 이겁니다 겁나 짧고 똥글 망글에 세상에 아 정말ㅠㅠㅠㅠㅠ 별로 길지도 않은 글은데 드문드문 쓰다보니까 아무래도 다 뚝뚝 끊어지는 거 같아요ㅠㅠ제가 원래 생각했던것도 까먹어서 못 나온것도 있고... 정말 부족하고 모자란 글이지만 앞으로 나오는 편들은 어떻게든 매끄럽게 나오게 노력할게요 엉엉ㅠㅠㅠㅠ 이거 왤케 갑자기 급전개야?하고 욕..하셔도 됩니다 저는 욕먹어 마땅해요...^^... 앞으로 꼭 노력하겠슴니당...ㅠㅠㅠ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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